전쟁을 딛고 재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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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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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달
작품등록일 :
2024.09.12 11:37
최근연재일 :
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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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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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011 : 귀인 (1)

DUMMY

“태수야, 최부자 어르신께 인사 잘 드리고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거라. 절대, 절대 사고 치면 안 된다. 알았지?”

“알았어요. 어머니, 제가 뭐 어린애예요?”

“이놈이! 아는 놈이 그래? 아는 놈이 경성까지 가서 주먹질을 해? 이놈아!”

어머니는 내 말에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아악, 그럴만했다니까요.”

“으이그, 네 아버지가 또 얼마나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속사정을 일일이 말씀드릴 수도 없고, 그냥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마님, 도련님 머리 나은지도 얼마 안 됐는데 이러다 큰일납니다요.”

보다 못한 돌석이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그제야 등짝 스매싱이 잦아들었다.

대신 이젠 돌석이에게 다짐을 하기 시작했다.


“돌석아, 이 녀석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선 안 된다. 최 부자님 댁에서도 사고 치면... 아휴, 생각하기도 싫구나.”

“걱정마십시오, 제가 변소까지 붙어 다니겠습니다.”

“그래, 돌석이 너만 믿는다. 또 주먹질한다 싶으면 냉큼 들쳐업고 헛간에라도 가둬버려라.”

“예, 예. 마님.”

“언년이는 내가 잘 보살필 테니 걱정말고... 이건 여비랑 생활비다. 저놈한테 주지 말고 네가 관리하거라.”

“예, 잘하겠습니다.”

“절대 술은 안되고, 담배도 안된다. 최 부자댁에 폐 끼치지 말고. 일손 잘 돕고. 알았지?”

아, 어머니... 너무 하시잖아요.

그거 내가 성경으로 번 돈이 대부분인데.

뭐, 경주에 가면 돌석이 구워삶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괜스레 어머니랑 싸울 필요 없다.

또 등짝 스매싱이나 당하지.


“기차 시간 다 됐습니다요. 출발하겠습니다요.”

“그래, 돌석이 너만 믿는다. 어여 가거라.”

“건강히, 안전히 잘 다녀올게요. 어머니.”

“휴, 넉살은 여전하구나.”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내 봇짐에 약과며 엿을 쑥쑥 찔러넣어 주셨다.

기차간 주전부리가 퀄이 높아졌다!

우리 집이 점점 부자가 되어간다.


***


덜컹덜컹,

검은 연기를 잔뜩 피워대는 1920년대의 증기 기관차는 정말 고역이었다.


“콜록, 콜록. 어휴.”

객실로 연기가 스며들어 목이 매울 정도였다.

하지만, 돌석이는 나와는 달리 흥분해 있었다.


“도련님, 이런 큰 철덩이가 이렇게 빨리 달리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요?”

내가 신기할 게 뭐가 있나?

통일호, 아니 비둘기호보다 느리니 이건 거의 기어가는 수준인데.


“서양에선 이것보다 훨씬 빠를걸? 죄다 평야니 구불구불 가지 않고 직선으로 냅다 달린다잖아.”

“듣고 보니 옳은 말씀이네요. 만주 쪽 철도는 이것보다 배는 빨리 달린다는데, 죽기 전에 한번 타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요.”

“만주엔 안 가봤어?”

“에이, 저 같은 농사꾼이 만주 갈 일이 뭐 있습니까요? 어르신도 젊은 시절 잠시 다녀오신 게 전부인데요.”

응? 아버지가 만주에 다녀오셨다고?

상해에 다녀오신 거 아냐?

거기 임시정부가 있잖아.


“아버지가?”

“모르셨습니까요?”

“머리! 기억이 왔다 갔다.”

“아!”

내가 머리를 톡톡 두드리니 돌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가셨는데?”

“대대로 내려온 전답을 다 처분하신 돈으로, 만주에서 크게 농사를 지어볼까 생각하셨답니다. 뭐, 결국, 포기하시고 백산상회를 차리셨지요.”

“왜? 만주는 기회의 땅이잖아.”

우리는 결국 만주로 진출해야 한다.

이 조선 땅에서 부자가 되기엔 뒷다리 잡는 놈이 너무 많다고.


“생각보다 쉽지 않으셨답니다. 만주에 비옥하고 물길 닿는 땅도 꽤 있었지만,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아 농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입니다.”

그 정도면 해볼 만한데?

지어봐야 수탈당하는 조선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백배 낫지. 그리고 21세기 비닐하우스를 접목하면 한겨울에도 웬만한 채소는 다 기를 수 있다.

이 시대에 조선에선 비닐을 구할 수 없나?

여하튼 한마디로 대박인데! 투자하셨어야지!


“그래도 조선 땅보단 해볼 만하잖아. 무엇보다 쪽발이도 없을 테고.”

“쪽발이가 왜 없습니까요? 관동군이 쫙 깔려서 조선인들에게 온갖 해코지를 다 하는데요.”

응 뭐야? 관동군이 쫙 깔려?

만주사변이 일어나기 전인데도 벌써 관동군이 만주를 장악한 거야?

내가 역사를 잘 모르는 건가?


“관동군이 있구나...”

“관동군뿐만 아니라 중국 군벌과 마적들도 엄청 설치는 곳입니다요. 괜히 봉천이나 하얼빈 철길 근처에 모여 살겠습니까. 뭐, 간도나 연해주야 워낙 조선인이 많으니 어찌어찌 해코지를 피하긴 합니다만.”

대충 감이 온다.

관동군에, 중국 군벌 조직에, 마적까지...

이때 만주는 총잡이 시절의 서부나 다름없군.

더더욱 대박이네.

자체 치안을 유지할 방법만 찾는다면 우리 백산상회가 큰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어.


더욱이 이 시대 사람들은 만주에 어마어마한 석유가 묻혀 있는 걸 모르잖아.

그 땅을 해방되기 전까지 꾹 쥘 수만 있어도...

아씨, 지금 이런 생각은 뜬구름 잡기나 마찬가지다. 차근차근 그림을 그려가야 한다.


“아깝네. 만주에선 돈벌이할 게 꽤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대규모 농장도 짓고, 상회도 크게 지어서 쌀이며 물건이며 펑펑 팔아야 하는데.”

“도련님은 참 이상하십니다요.”

“이상하긴 뭐가?”

“... 어쩔 땐 아무 생각 없이 주먹부터 내지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쩔 땐 정말 조선 제일의 거상처럼 보입니다요.”

돌석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자기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내가 머리를 다친 이후로 많이 변했다는 소리인가.


“조선 제일의 거상! 그게 내 꿈이지! 주먹이야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쓸 때가 있는 거야.”

“아니, 어쩔 수 없으셨다는 분이 그 뭐시기 한상용? 그놈의 면상을 그리 아작내셨습니까? 앞니가 쏙 빠졌다는데요.”

앞니가 빠졌다고?

역시 이 몸은 예사 몸이 아니야.


“경고는 한번이면 족하지. 우리 성경 장사를 두번이나 방해했잖아. 우리 밥줄 끊으려는 놈에겐 증표를 남겨야지! 너 죽고 나 살자, 몰라?”

“그래도 놈 뒷배가 꽤 대단하다던데...”

“뒷배는 우리도 만만찮아. 뭣보다 상인이라면 제 밥그릇은 스스로 지켜야지. 우리한테 딸린 입이 몇 갠데.”

내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자 돌석이는 냅다 양손으로 내 주먹을 감싸 쥐었다.


“좀 참으십시오. 자고로 뒷배가 든든한 놈과는 척지는 게 아니라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랬습니다요.”

... 음, 안 좋은 교육을 하고 가셨네.


“뭔 소리야? 돌석이 넌 우리 백산상회 식구들이 어쩌면 좋겠어? 예전처럼 밥 굶는 거, 요즘처럼 고기반찬에 보리밥이라도 맘껏 먹는 거, 둘 중 뭐가 나아?”

“... 당연히 요즘이 좋지요.”

고기반찬 한번 먹으면 풀떼기 반찬으론 만족하지 못한다.

인간의 문명은 좀 더 고기를 많이 먹기 위해 발전한 거다.

그 외 다른 이유는 죄다 소소하다.


고기반찬을 먹으면 업무 능률도 좋아진다.

우리 백산상회 직원들만 해도 그렇다.

점심으로 고기반찬을 먹은 날에는 괜스레 골목 어귀로 나가서 건너편 상회 점원들 보란 듯이 이를 쑤시지 않나.

같은 일 하면서 대접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백산상회를 자기 집처럼 생각하게 되는 거다.

점원들이 우리 상회를 아낄수록, 나는 그들에게 더더욱 많은 월급을 줄 수 있다.


“그러니까 내 밥그릇은 절대 남에게 뺏기면 안 돼. 뺏길 바엔 차라리 그놈도 못 먹게 깨버리는 게 나아. 그게 상가의 도리야.”

“휴우, 저 같은 농사꾼은 도련님 상대로 안 될 것 같습니다.”

돌석이는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돌석이는 나보다 덩치는 1.5배지만, 마음은 한없이 여린 곰탱이 그 자체였다.

이 시대 조선인들은 너무 착했다니까.


“약과나 먹자. 자. 나 반쪽! 너 반쪽.”

“이런 귀한 걸, 저 같은 거에게. 아이고, 감사합니다요, 도련님.”

한참 떠들다 보니 매연에도 익숙해지고 달콤한 약과까지 들어가니 슬슬 졸리기까지 했다.

완행열차는 어느덧 경주로 다가가고 있었다.

늦지만 명확하게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난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다.

이 시대를 초월하는 거상이 될 것이다.


***


경주역,


웅성웅성.

사람들이 죄다 짐을 챙겨 역사를 우르를 빠져나갔지만, 우리 둘은 멀뚱히 앞만 쳐다보았다.


“돌석아, 너 최 부자님댁 어딘지 모르냐?”

“제가 어떻게 압니까요? 도련님이 아실 거 아닙니까. 경주는 여러 번 오가셨잖습니까.”

여러 번? 내가?

그러고 보니 어머니도 약도를 안 챙겨주신 걸 보면 내가 익히 잘 아는 곳인가 보다.

이 머리는 어찌 된 셈인지, 선택적으로 기억이 났다 안 났다 하냐?

최 부자댁은 전혀 기억에 없는데.


“죄송합니다. 초행길이라 그런데 여기 최 부자님 댁은 어느 쪽으로 가면 됩니까?”

“저기 큰길로 쭉 가시오. 그러면 보일게요.”

“예에?”

“쭉 가시오. 쭉.”

혹시나 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큰길로 쭉 가란다.

대부분 어디쯤 가서 뭘 끼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가라고 해야 하지 않아?


“가자! 돌석아.”

“예, 도련님.”

가다가 또 물어보지 뭐.

난 봇짐을 쌕처럼 어깨에 걸치고 큰길로 나갔다. 그런데 가다 보니 왜 그리 길을 가르쳐줬는지 알 것 같았다.

경주역 근처 번화가를 벗어나자마자 길은 훅하니 줄어들어 시골길로 변했고, 주변은 죄다 논밭으로 변했다.

딱히 묻지 않아도 이 주변은 죄다 최 부자댁의 논밭이라고 써 붙인 것 같았다.

그 논밭을 따라 드문드문 보이던 농가를 지나니 약간은 번화한 읍내가 나왔고,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보였다.

아, 저기구나.

모를 수가 없는 규모였다.


“우와...”

“도련님, 집이 정말 큽니다.”

말로만 듣던 99칸 양반집이 분명했다.

경성의 요릿집 식도원보다 대여섯 배는 큰 것처럼 보였다. 이 시대 양반가도 대단했네.


“그런데 사람을 어찌 부르지?”

이땐 사극처럼 이리 오너라 하고 부르는 건가?

초인종도 없고 말이다.


“계십니까? 주인장 계십니까?”

내 질문에 돌석이는 어깨를 들썩하더니 문고리를 텅텅 들었다 놨다 하며 주인장을 불렀다.

아, 쉽네. 양반가도 이렇게 부르는구나.


“어서 오십시오, 태수 도련님.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두드리자마자 문이 대번에 열렸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곱게 생긴 여인이 문을 열고는 다소곳이 내게 인사를 했다.


“아니, 뭐... 고생이라니요. 별말씀을요.”

나는 순간 당황해서 허리를 숙였다.

뭐지? 뒷골이 간질간질한 이 느낌은?

이 여인은 날 잘 아는 눈치였고, 부끄러운 듯 볼까지 붉혔다.


“아유, 정임 아씨님 되시지요? 태수 도련님 모시고 있는 돌석입니다요.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정임 아씨? 이름이 최정임인가?

여하튼 돌석이도 이 여인을 아는 눈치네.

하긴, 집안끼리 친하니 이름 정돈 알 수도 있지.


“예, 저도 잘 부탁해요. 태수 도련님, 어서 안으로. 조부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예.”

여인의 안내를 받아 솟을대문을 통과해 행랑채를 지나니 사극에서나 등장할 법한 거대한 사랑채였다.

정말 경주 최 부자님은 찐 부자네.


“허허허, 태수 이 녀석. 어서 오너라.”

“아이고, 어르신.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대청마루에서 껄껄 웃는 영감님을 향해 나는 냅다 흙 마당에서 절을 올렸다.


“녀석, 절이야 마루에 올라와서 해도 될 것을.”

뭔 말씀을, 바지에 흙 좀 묻는 게 뭔 대수.

이렇게 해야 어필다운 어필이 되는 거죠.


“아닙니다. 사고 치고 온 놈을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는데, 어찌 손님 행세를 하겠습니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진심이었다.

피신처로 이처럼 편안한 곳이 어디 있겠나.

1920년대에 99칸 양반집이면 21세기로 따지면 특급 호텔 수준이다.


“허허허, 녀석. 못 보던 사이에 넉살이 많이 늘었구나.”

최 진사 어른이 기분이 좋은 듯 곰방대를 입에 물기에 냉큼 달려가 촥하고 성냥불을 붙여드렸다.

다시금 껄껄 웃으며 내 등을 토닥거려 주셨다.

회사원에게 담뱃불은 접대의 기본이다.


“아버님이 어르신께 전하라 한 서찰입니다.”

“허, 그래. 오늘은 여독도 있을 테니 어서 가서 쉬거라. 네 녀석과 얘기는 내일 나누자꾸나.”

최진사 어르신은 내가 전한 서찰에 대번에 표정이 달라지셨다.

두어 번 빨았던 곰방대를 툭툭 털어버리곤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보다 아버지의 서찰이 백배는 중요하겠지.

두 분은 임시정부의 주된 자금줄이지 않나.

날 이렇게 호탕하게 품어주시는 것도, 내가 성경 장사를 통해 대박쳤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도련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조부님이 특별히 외별당을 내주라고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임 씨.”

내 말에 정임 씨가 또다시 볼을 붉혔다.

이제 양반과 하인 개념이 희미해진 시대이긴 하지만, 양반가 규수가 이렇게 직접 안내까지 해주니 고맙다고 한 것인데 이게 볼까지 붉힐 일인가.


“아궁이에 불은 지펴놓았으니, 편히 쉬십시오.”

“예, 고맙습니다.”

“아... 조부님께서 내일 조반은 같이 들자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정임 씨는 연신 얼굴을 붉히더니 후다닥 도망치듯 안채로 사라졌다.


“아휴, 도련님... 몇년 만에 정혼자를 만나시는 건데 말씀을 좀 따뜻이 하시지. 매번 고맙습니다가 뭡니까? 설마, 제가 듣는다고 그러신 겁니까?”

평소의 돌석이와 달리 타박하는 말투였다.

꼭 그래야 했냐는 표정까지.


“응? 정혼자?”

뭐야? 내게 정혼자가 있었어?

어째 돌석이가 계속 눈짓을 하더라니...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설마, 도련님. 정임 아씨조차 잊으신 겁니까?”

뭐야? 이 몸의 기억엔 1도 없는데.

원래 안태수는 정임 씨를 싫어했나?

아닌데, 누가 봐도 예쁘장하고 고운 여인인데. 외모뿐만 아니라 차분한 말씨며 단아한 태도며 흠잡을 데 없는데...

아! 내게 정임 씨에 대한 기억을 넘겨주기 부끄러웠던 건가...

이런 이런.


“잊긴 뭘 잊어? 기억이 없다니까. 그보다, 나 같은 놈에게 정혼자가 말이 돼? 최 부자님 정도의 가문이면 최소한 내 형처럼 반듯한 사람이랑 맺어져야 하는 거 아니야?”

“다들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그걸 본인 입으로 꼭 말씀하셔야겠습니까?”

아차차, 나 혼자 생각한다는 게 그냥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모양 빠지게.


“그 정도 맞고 살아난 게 용한 거야. 기억이야 왔다 갔다 하는 거지. 그보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던 거야? 아버지께 들은 것 좀 있어?”

“직접 들은 건 아니고요, 최 진사 어른께서 고집을 피우셨다는 소문입니다. 손녀딸은 무조건 백산의 둘째 아들과 맺어져야 한다고 말이지요.”

“최 진사님께서 고집을 피웠다고?”

“예, 어르신께서 당황할 정도로 강경하셨다는 소문입니다.”

독립투사끼리 일종의 약속인 건가?


어쩐지 과하게 부끄러워하더라니.

제 딴엔 정혼자인 내게 신경이 쓰였던 거로군.

하긴, 내가 우리 형보다야 백배 낫지.

자고로 남자는 힘이지! 근육이지!


으흠, 내가 왜 이러지.

고딩으로 전생해서 그런가.

한 번씩 터무니없이 유치한 생각이 든다.


“알았어. 이제 좀 기억이 돌아오는 것 같네. 이럴 게 아니라, 들어가서 좀 쉬자.”

“누마루가 정말 멋집니다요.”

“이야, 뒷마당에 연못도 있다!”

외별당 본채에서 삐죽 튀어나온 누마루에 올랐더니 너무나도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멋진 앵두나무 그늘에 연못이라니.

나지막한 풀밭엔 이름을 알 수 없는 풀꽃들이 촘촘히 피어있어 정취가 끝내줬다.

내게 이런 외별당을 내어주시다니, 어째 특급 손님으로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아, 나 이 집안에선 백년손님이구나.

이야~ 내가 최 부자댁 사위네!!!!

완전 개꿀이네!


작가의말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십시오.


** IRI님께서 후원을 해주셨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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