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정지 능력자의 탑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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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후(眞侯)
작품등록일 :
2024.09.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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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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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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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그거 아니야

DUMMY

3위.


그것도 50년 전통의 시련의 탑 세계 랭킹에서 3위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에 성한은 어안이 벙벙했다.


[순위 보상이 제공됩니다.]


화아악-!


성한의 머리 위 공간이 갈라지며 그곳에서부터 환한 빛무리가 쏟아졌다. 빛에 반사된 성한의 동공이 반짝였다.


‘본래 순위 보상에는 대부분 마석이나 포션 같은 것들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평균 시세 50~150만원 사이.


각성자들의 몸값을 생각하면 보잘것없었다.


그렇기에 성한 또한 처음에는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으려 했었다.


1000위 안쪽이더라도 본인에게 쓸모없는 보상이 나오기 부지기수라고 들었으니까.


그런데 무려 3위 보상이었다.


‘이러면 기대할 수밖에 없잖아.’


유니크 등급 아티팩트, 운이 좋으면 중급 이상의 스킬 각인석이 나올지도.


성한의 예상이 산산조각나는 건 한순간이었다.


[넘버링 스킬 각인석이 제공됩니다.]


“.........!!”


메시지를 읽자마자 성한이 펄쩍 뛰어올라 빛의 구체를 감싸 쥐었다.


본능에서 우러나온 반응이었다.


성한의 손이 닿자, 빛이 사그라들고 그 자리에는 새하얀 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체 발광하는 붉은 선들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세공된 아름다운 돌.


일견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미친...”


돌을 쥔 성한의 손이 덜덜 떨렸다.


처음 각성하여 탑에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격렬한 반응.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넘버링 스킬(Nubering Skill).


권능이라고도 불리며, 고유능력과 마찬가지로 단 하나밖에 없는 스킬이기에 고유스킬이라고도 부른다.


이건 그런 스킬을 획득할 수 있게 해주는 보물이었다. 머릿속에 넘버링 스킬을 가진 각성자들이 떠올랐다.


각자의 국가에서 전술 병기로 취급 받는 거물들의 얼굴들.


입안이 바싹 말랐다.


‘이건 감정 못 맡겨...’


본래 스킬 각인석은 감정사에게 맡기는 절차를 거쳐 그 안의 스킬을 확인하고, 그렇게 나온 확인된 스킬이 자신에게 맞으면 흡수하거나 아니면 경매에 올리는 게 정석적인 과정이지만.


‘죽여달라는 거지.’


각성자들의 세상은 잔인하다.


화려하고 찬란한 만큼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사회.


7원칙 중 하나.


상태창을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읊으라고 하는 것도 그와 결이 같다.


자기가 각성했다고 사방팔방 떠들고 다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판국에 넘버링 스킬 각인석을 웬 잡놈이 탑에서 가져왔다?


소문만 퍼져도 성한은 뒷골목에서 차디찬 시체로 발견될 게 분명했다.


‘여기서 스킬을 각인하고 돌아가야 한다.’


이 안에 담긴 스킬이 뭔지 모른다는 점이 찝찝했지만, 넘버링 스킬을 버리는 건 더욱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거기에.


『남은 수명: 23시간 28분 23초』


예나 지금이나 성한의 목표는 하나다.


마력 중독증을 해결하여 시한부 인생에서 졸업하는 것. 덤으로 몬스터들을 보이는 족족 때려잡는 것.


그러려면 탑을 오르고, 각성자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엘릭서와 같이 고위 각성자가 되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영약 같은 게 존재할지 모르니.


[스킬을 흡수하시겠습니까?]


“그래.”


물러날 곳은 처음부터 없다.


[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치직-


각인석에서 전류 같은 게 치솟았다. 새빨간 전류들이 실뱀처럼 손끝을 타고 올라 몸 안으로 파고 들었다.


곧이어


“.........!!”


시야가 타들어 가듯 명멸하고 의식이 새하얘졌다.


철퍼덕-


정신이 돌아왔을 때 성한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유능력: 타임스톡(Time Stock)이 반응합니다.]


“무...슨...커억!”


뇌와 신경을 무딘 칼날로 긁어내는 듯한 통증이 전신을 휘감았다.


[13%]


“아아아악!!”


성한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스킬 각인 과정이 힘들다고는 들었는데...!’


넘버링 스킬이 특별해서인지 상상을 초월했다.


[36%]


투우웅...!


머릿속이 울리며 눈앞이 다시금 뿌옇게 흐려졌다.


[57%]


“크윽...!”


버텨야 해.


괜히 여기서 정신을 잃었다가 한 이틀 뒤에 깨어나면 여지없이 죽는다.


어떻게 손에 넣은 기횐데 그딴 식으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아!!”


영겁의 고통 속에서 발작하며 바닥을 구르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를 끝없이 반복하던 성한에게 구원이 내려왔다.


[각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성한의 눈앞이 희미하게 흔들리더니, 고통이 일시에 사라졌다.


“끄, 끄어어어...”


숨넘어가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바닥에 엎드린 채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살...았나...?”


살았으면 움직여야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명은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선.


성한의 넋 나간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남은 수명: 23시간 25분 56초』


다행히 시간은 많이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안 흘러가서 방금 있었던 고통이 꿈인가 싶었다.


성한이 일어나기 위해 바닥을 짚었다.


“응?”


성한이 고개를 기울였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누르는 감각이 이질적이었다.


몸이 가벼워졌달까. 이대로 바닥을 밀면 몸이 붕 뜰 것만 같았다. 무심결, 성한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팍을 향했다.


츄리닝 가슴팍이 쫙 늘어나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설마...’


상태창을 확인했다.


【Lv】: 27


3년을 단련해도 겨우 평균보다 조금 높았던 성한의 레벨이 2배 가까이 폭증해 있었다.


-스킬은 각성자의 레벨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강 강사의 강의가 떠오른 건 그때였다.


레벨이란 종합 전투 능력. 스킬을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레벨이 변동하는 건 당연했다.


성한 또한 넘버링 스킬을 각인했기에 변화가 생겼을 터.


그렇다 해도.


“.........!!!”


이건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저 아래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뜨거운 열기에 성한이 몸을 떨었다.


두근-!


두근-!


심장이 이전에 없이 거세게 펌프질하며 전신에 뜨거운 혈액을 순환시켰다.


두 배에 가까운 레벨 폭증은 진화에 가까웠다.


노곤한 정신이 맑아지고 몸에 산뜻한 활기가 돌았으며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벗고 새로 태어난 듯 자유로웠다.


그 끔찍한 고통이 그저 진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스스로 깊게 납득하게 될 정도.


무엇보다 내가 이 모든 걸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은 그 어떤 희열보다 강렬했다.


‘이래서 각성자들이 탑에 미치는구나.’


현실의 영광을 누리는 대신 탑에 처박혀 각성자들도 많다고 하길래 왜인가 했더니, 이제는 공감이 되었다.


스킬 각인석은 오로지 탑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보물이었으니까.


“스킬은...”


성한이 스킬을 확인했다.



《No. 127 블러드 리벤저》


<복수자의 낙인>


-자신을 공격한 적을 상대할 때 일시적으로 신체능력과 마력수치가 증가합니다.


<복수자의 집착(고유능력 융합)>


-‘고유능력: 타임스톡’을 지닌 당신은 수명이 존재하는 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습니다. 대신 복수를 완수하기 전까지 시간은 10배의 속도로 흐릅니다.



피의 복수자.


흉흉한 이름이었고, 이름답게 말도 안 되는 스킬이었다.


‘하나의 스킬 안에 두 개의 스킬이라니.’


내용도 심상치 않았다.


적대자가 존재할 시 일시적으로 신체능력과 마력수치가 증가한다는 ‘복수자의 낙인’.


특히나 수명이 남아 있는 한 죽지 않는다는 ‘복수자의 집착’은 성한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둘 다 공격을 당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수동적인 형태의 스킬이라는 것 정도.


굳이 꼽자면 그렇다는 거지 사실상 결점이 없다 해도 무방했다.


‘넘버링 스킬이라는 건 다 이런 건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성한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칠 때 스쳐 지나갔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고유능력: 타임스톡(Time Stock)이 반응합니다.]


본래 어떤 스킬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아마 그의 고유능력과 어떠한 연계가 되어 저런 형태로 변화한 것으로 보였다.


‘이러면 생존 스킬이 두 개인가.’


복수자의 집착과 시간정지의 자동 발현까지.


각성자들에게 전투 스킬 이상으로 중요하고 귀한 게 생존 스킬이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해선 죽을 일은 드물 것이다.


다만.


『남은 수명: 23시간 23분 41초』


수명만 유지된다면 말이다.


그때.


[1층의 랭킹이 수정됨으로 시련의 전당이 갱신됩니다.]


[성명을 밝히겠습니까?]


“아니.”


성한이 단호히 거부했다.


랭킹은 각성자의 중요한 커리어 중 하나였으나 3위는 너무 과하다.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명성이 아니야.’


이 또한 넘버링 스킬석과 같았다.


정체가 밝혀지면 실제적인 위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쉴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돌아가서 정리 좀 한 후...아!”


성한은 순간 잊고 있던 담당의의 전화를 떠올렸다. 전화를 못 받고 바로 탑에 끌려왔던 걸 기억해 낸 것이다.


‘시간이...!’


곧 있으면 구조대원들이 달려올 것이다.


아쉽게도 탑과 현실의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복귀합니다.]


성한이 황급히 본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역시나.


“이성한씨 계십니까!! 이성한씨!!”

“문 뜯어!!”


집 문이 뜯겨나가기 직전이었다.


성한이 황급히 손에 든 검을 인벤토리에 던지고 방패를 침대 아래로 걷어차고는 자신의 몰골을 내려다봤다.


거지나 다름없었기에 이불로 몸을 칭칭 감은 채 달려갔다.




* * *




“다음부터는 의사 선생님 전화 꼭 좀 받아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성한이 구급대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파서 약 먹고 자다가 담당의의 전화를 못 받았다는 변명은 다행히 잘 통했다.


이불을 꽁꽁 감싸는 성한의 모습에 구급대원의 표정이 안쓰럽게 변했다.


“아닙니다. 아파 보이시는데 푹 쉬시죠.”


성한의 안색 때문이었다.


머리는 잔뜩 떡져 있었으며 볼이 홀쭉하게 들어가고, 거뭇한 다크 서클이 눈 밑에 짙게 깔려 있었다.


10년 차 구급대원의 눈에 현재의 성한은 아픈 사람의 화신이었다.


이불 안쪽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건 안에 옷을 두껍게 입어서 일 테고.


물론 구급대원들이 성한이 탑에서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화살을 피하고 고블린들을 죽인 후 막 돌아왔다는 걸 알 방법은 없었다.


“쉬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구급대원들이 문밖을 나서고 나서야 성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날 뻔했네.’


성한은 지금 어디서 자신의 각성 사실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당분간 각성자 신고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적어도 5층 통과 때까지는.’


대단한 고유능력과 스킬을 손에 넣은 건 분명했으나, 객관적으로 27란 레벨은 낮았다.


‘각성자의 본격적인 시작이 50레벨이니까.’


50레벨이 되면 생기는 ‘마력 발현’ 스킬.


거기에 보통 각성자들이 5층을 통과할 때쯤의 50레벨에 도달하기도 하고.


5층까지를 ‘튜토리얼’로 엮는 건 같은 형식의 시련이라서도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도 있었다.


튜토리얼을 통과해야 그제야 한 사람 몫을 한다는, 각성자 사회의 자격 심리는 덤이다.


성한도 그런 자격을 손에 쥔 후에 본격적으로 각성자 사회에 출사표를 던질 생각이었다.


“생각할 게 많네...”


마음 같아선 이대로 드러누워 한숨 푹 자고도 싶었지만.


『남은 수명: 22시간 45분 13초』


저걸 보니까 또 쉴 생각이 확 가셨다. 자양 강장제가 필요할까. 저 시간이 자신의 자양 강장제일 텐데.


‘한 바퀴 더 돌자.’


하루 한 번, 이전에 클리어했던 층을 공략할 수 있다.


중복 클리어는 순위 보상이 따로 없으며, 떨어지는 아이템도 처음 비하면 질이 떨어지지만, 전투 경험을 위해 습관처럼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한은 사정이 달랐다.


그가 몬스터들한테 원하는 건 돈이 아닌 시간이니까.


심지어 넘버링 스킬을 손에 넣은 성한과 그 이전의 성한은 천지 차이였으니 이전보다 훨씬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테지.


그러면 한숨 편하게 잘 여유는 될 것이다.


성한이 일어나서 새 옷으로 갈아입고, 검과 방패를 장착했다.


“좀 끼네...”


품이 큰 코트를 꺼내 입었음에도 등이 터질 거 같았다. 시간이 나면 옷을 좀 구매해야 할 듯싶었다.


성한이 탑에 들어가기 위해 의식을 집중했다.


[몇 층으로 가시겠습니까?]


“1층.”


2층 도전은 제대로 준비를 한 다음에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탑에 끌려갔었던 성한이 처음으로 스스로 탑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시련의 탑이 계승자의 자격을 확인합니다.]


“응?”


계승?


이런 게 메시지가 나온다는 건 처음 들었다.


‘아...’


불현듯 탑에 들어가기 직전 무언가의 계승을 확인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마등인가 해서 잊고 있었던 기억.


“......그거 아니야.”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성한이 시스템을 만류했다.


[히든룸(Hidden Room)으로 진입합니다.]


이미 늦었다.


“아니라니...!”


번쩍-!


성한의 몸이 빛에 휘감겨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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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히든룸(5) +2 24.09.18 111 6 12쪽
7 히든룸(4) +2 24.09.17 148 5 12쪽
6 히든룸(3) +1 24.09.16 161 7 13쪽
5 히든룸(2) +1 24.09.15 198 6 12쪽
4 히든 룸(1) 24.09.14 241 8 12쪽
» 그거 아니야 24.09.13 283 12 13쪽
2 순위 보상 24.09.12 332 15 15쪽
1 시간정지 능력을 손에 넣었다. +1 24.09.12 410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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