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정지 능력자의 탑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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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후(眞侯)
작품등록일 :
2024.09.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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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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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히든룸(4)

DUMMY

“성한아!”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잠 잔다는 애가 언제까지 자는 거야?”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누군가가 확 이불을 걷었다.


“흐억!”


성한이 눈을 번쩍 뜨더니 벌떡 일어났다.


“에그머니나!”


누군가 보였다.


곱게 주름진 얼굴.

낡은 앞치마.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었던 모습.


“어, 엄마?”


성한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성한의 발작에 화들짝 놀란 어머니가 투덜대셨다.


“심장 떨어질 뻔했...어이쿠?”

“엄마...엄마...”


성한은 달려가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안 하던 짓을 하네?”


어머니의 핀잔에도 성한의 마음은 너무 따스했다.


그저.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다.


“악몽이라도 꿨어? 오늘 진짜 왜 이래?”

“예...”


너무나 지독한 악몽이었습니다.


“다 큰 놈이 울고 난리야 난리는.”


그리 말하면서도 어머니는 성한의 등을 토닥거리셨다. 그 마음이 너무나 따스하여 더욱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근데 이러고 있어도 되니?”

“네?”


어머니가 더없이 따스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시간 없잖아?”




* * *




성한이 눈을 번쩍 떴다.


“여, 여긴...크윽...!”


격통이 몰아쳤다.


몸 구석구석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등은 딱딱하고 축축했다. 누더기가 된 코트 위에는 혈흔이 가득했다.


“아...”


현실을 깨달은 성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에는 포근한 침대와 이불도, 매일 아침 핀잔과 함께 밥상을 차려주시던 어머니도 없었다.


히든 룸.


죽여 없애야 할 몬스터와 아득바득 수명을 늘리기 위해 발악하는 시한부만이 자리할 뿐.


성한이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수명: 20시간 10분 33초』


기절하고 거의 하루에 가까운 시간 잠들었었다.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에 탑 1층을 공략하고, 다시 돌아왔다가 이곳 히든 룸에서 몬스터 무리와 전쟁을 벌이기까지.


이게 고작 하루 안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피로가 장난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도 성한의 몸과 정신은 아직 더 쉬어야 한다고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깨워주신 겁니까?”


이대로 자다가 죽을 뻔한 자신을 어머니가 깨워줬다. 성한은 비참한 심정을 느끼는 대신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끄응...”


힘겹게 일어나 자리에 앉은 성한이 제일 먼저 한 건 놀 주술사의 물건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탑을 오르다 보면 장기 시련들이 나타나기에 각성자들은 그에 맞는 준비를 한다. 당연히 히든 룸에 들어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성한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럴 경우 현장에서 얻은 물품으로 시련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주술이나 마법 계열 몬스터는 1순위 파밍 대상이지.’


스크롤, 포션, 약초 등. 놈들한테서 쓸 수 있는 게 쏠쏠하게 나왔다. 이렇게 말이다.


빻은 붉은 가루는 페일웰로우.


바짝 마른 푸른 꽃잎은 청석화.


다행히 둘 모두 성한이 아는 종류였으며 부상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성한이 나머지를 확인했다.


“이건 스크롤인 거 같긴 한데...”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양피지. 찢으면 내장된 마법이 발동되는 물건이다. 색을 봐선 공격 마법이었다.


‘운이 좋아야 할 건데.’


공격 마법 중 사용자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스크롤도 있으니까. 쓸 일이 없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거 같았다.


스크롤까지 품에 넣은 성한은 유리병 두 개를 꺼냈다.


포션 두 개.


하나는 검녹빛의 액체가 찰랑거리는 유리병.


맹독 포션.


가끔 놀 주술사를 쓰러뜨리면 나오는 보상 물품 중에 하나였다. 인강에서 사료로 본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는.


“하필...”


성한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황토빛 액체가 담긴 유리병.


시련의 탑 특제 자양 강장제.


정신없이 챙겨왔는데 설마 여기서 이걸 또 볼 줄이야.


그 끔찍한 맛을 또 보고 싶지는 않았으나 성한에게 필요한 포션이라는 건 사실이다.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마시면 되겠지.


성한이 일단 몸부터 챙기자 생각하며 청석화를 입에 털어 넣었다. 씁쓸하고 박하 같은 차가움이 느껴지더니 온몸에 퍼져나갔다.


속이 차갑다 못해 살짝 쓰린 게 적정 복용량 이상을 집어먹은 것 같았지만, 그런 것까지는 기억 못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욱신거림이 점차 가라앉는 것 같아 몸을 살펴봤다.


찢겨나간 옷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그 안쪽의 몸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야성인가 뭔가 하는 그것 덕분인가?”


일시적으로 육체를 치유한다는 메시지창.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증기를 성한은 기억하고 있었다.


성한이 상태창을 열었다.


《끓어오르는 야성》


-각성자의 정신적 트리거에 따라 일정 확률로 발동되는 능력입니다.


-신체능력과 전투본능, 치유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치유력에는 속성 <흡혈>이 적용됩니다.

-이성이 감소합니다.


성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신체능력, 전투본능, 치유력은 상승은 좋다. 거기에 죽인 적의 체력을 흡수하는 <흡혈> 속성까지.


정신력 감소, 이성이 흐려지는 것도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만약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다면 어제처럼 싸울 수는 없었을 테니까.


정신이 폭풍 속에 휘말린 듯 들쭉날쭉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모든 게 끝나 있었다. 기억은 있지만 그 기억이 자신의 것이 아닌 느낌.


그래도 이성을 반쯤 잃은 자신이 잃기 전의 자신보다 족히 서너 배는 더 잘 싸웠던 거 같았다.


‘우연인지 시간정지, 블러드 리벤저와도 잘 어울리고.’


복수자의 낙인을 받고, 시간정지를 한 상태에서 상대를 죽인다.


그렇게 몬스터를 죽여 수명과 치유력을 얻으면 어지간한 상황 속에서도 성한은 죽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성한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


‘정신적 트리거...’


끓어오르는 야성이 그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이게 그건가?”


이제 막 각성자가 된 성한은 스킬에 대해 수박 겉핥기 정도의 지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알아보려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스킬에 대한 정보 자체가 각성자들 사회 내부에서만 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트레이드오프 스킬’이란 게 있다는 건 알았다.


막강한 장점이 있지만 그걸 상쇄하는 단점까지 공존하는 형태의 스킬을 뜻하는 말이었다.


<끓어오르는 야성>이 아마 그런 스킬이리라.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Lv】: 33


다시 한 번 올라간 레벨. 육체 능력이 엄청나게 변한 건 아니었으나, 종합적인 전투 능력에 변화가 있었던 건 확실했으니까.


아직 전투에 미숙한 성한에겐 나쁘지 않은 스킬이기도 했다.


“무기는...”


성한은 무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 잃고 갈 무기. 잠시 그를 지켜주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우웅-


전투도끼가 성한의 손아귀에서 진동하기 전에는 말이다. 성한이 눈을 번뜩였다. 육체와 무기가 공명하는 듯한 감각과 함께 보이지 않는 막 같은 게 몸을 감쌌다.


“아티팩트?”


마력이 깃든 물건을 총체적으로 뜻하는 말이었다.


넓게 포션까지 아티팩트로 여겨야 한다는 이들도 있으나, 흔히 아티팩트로 통용되는 건 이런 무기와 같은 장비를 의미한다.


‘무기류의 아티팩트에는 스킬이 깃들어 있다고 하던데.’


무기류의 아티팩트도 감정을 거쳐야 하기에 직접 써보는 게 아닌 이상 무슨 스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보호와 관련된 스킬이 잠재되어 있는 거 같았다.


성한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시련의 탑이 주는 보상이 아니기에 챙겨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꼬르륵...


배가 울렸다. 그러고 보니 거의 하루가 넘도록 아무것도 안 먹었던가. 성한이 육포를 꺼내 씹으며 쌍단도도 확인했다.


쌍단도는 아티팩트가 아니었다. 대신에 수렵대장이 쓰던 무기라서 그런지 상당히 튼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탑에게 받은 철검보단 훨씬 좋아 보였다.


무기는 충분히 잘 챙겼다.


그렇기에 보호 장비를 챙기지 못한 건 아쉬웠다. 오크들이 입고 있던 레더 갑옷을 챙겨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건데.


“어쩔 수 없지.”


당시에는 갑옷을 벗기고 말고 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으니까. 성한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아까까지만 해도 뻑뻑했던 팔다리를 움직이니 청석화의 영향인지 생각보다 잘 움직였다.


그럼에도 이 상태로 제대로 싸우는 건 무리일 거 같았기에 페일웰로우를 바르기 위한 물을 찾을 생각이었다.


‘일단 동굴 안쪽부터.’


졸졸...


다행히 동굴 안쪽에서 작은 물줄기를 발견했다. 희미한 시력에 의존하여 다가가 가죽주머니에 물을 담아 흔들었다.


걸쭉한 진흙처럼 변한 페일웰로우 가루를 갈라진 코트 틈 사이로 펴 발랐다. 찝찝해서 마음 같아선 옷을 죄다 벗어버리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남은 수명: 19시간 47분 12초』


다시 한 번 싸워야 했으니까.


성한이 동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가니 울창한 숲과 높이 떠 있는 태양이 그를 반겼다.


그리고


쿵쿵-


크아아아!!

오오오오!!


멀찍이서 들려오는 진동과 고함소리와 비명까지 말이다.


성한이 표정을 굳혔다. 이곳에서 이 정도로 큰 소동이 벌어질 일이라면 하나뿐이었다.


‘전쟁...’


진동과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성한이 싸웠던 장소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성한이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쿵-! 쿵-! 쿵-!


진동이 점차 커졌다. 성한이 주변에 보이는 가장 높은 나무를 능숙하게 타고 올랐다. 생존 교습 때 1등을 했던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올라가자 시야가 확 트였다.


두꺼운 가지 위에 선 성한이 입을 쩍 벌렸다.


“시발 무슨...”


갈색 물결과 녹색 물결이 부딪히고 있었다.


오크와 놀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


화염이 솟구치고 피와 살점, 비명이 흩날렸다. 수백 수천에 의해 벌어지는 전쟁에 성한은 일순 압도되었다.


어제 자신이 치렀던 치열한 싸움은 저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미친 탑 같으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이런 지옥에 보낸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는 성한이 싸웠던 장소였다. 만약 저곳에서 지쳐 쓰러졌다면 시간이고 뭐고 저 물결에 휩쓸려 녹아버렸을 테지.


‘침착하자.’


시련의 탑이 준 미션은 저 군대를 전부 쓸어버리라는 게 아니지 않았던가.


오크와 놀 군단의 대장급의 몬스터를 죽이는 것. 이 또한 극악한 난이도였으나 전자처럼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대장들의 상태창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Lv 47 오크 워리어]


[Lv 44 놀 헌트마스터]


찾는 데 어렵지 않았다.


-더러운 개새끼들을 죽여라!

-크르르...!


오크 군대 가장 앞에서 휘젓고 쌍도끼를 휘젓는 검붉은 피부의 오크 워리어와 병력 사이를 민첩하게 파고들며 화살을 날리는 놀 헌트마스터.


오크 워리어가 가볍게 휘두른 도끼에 놀의 머리가 싹둑 잘려 나가고, 헌트마스터가 쏘는 화살은 오크들을 피부를 두부처럼 꿰뚫었다.


“......5층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건 좀 아니잖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끓어오르는 야성이 또 발작하는 게 아닐까 식겁했지만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고, 정말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았다.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막막했지만 거친 하루를 보낸 탓인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빨랐다.


‘하나씩.’


오크 워리어와 헌트마스터 중 성한에게 거슬리는 적을 고르자면 헌트마스터였다. 그 놈부터 제거하면 놀들은 우두머리를 잃은 놈들이 미쳐 날뛰어 전장은 난장판이 될 터였다.


성한은 어제의 싸움으로 깨달은 게 있었다.


아수라장이 그가 날뛰기에 가장 최적화된 상황이라는 걸.


놀 군대 뒤를 파고들어 가까이 다가간다.


결정을 내린 성한이 나무에서 내려와 자양 강장제를 들이켰다.


“우읍...”


노곤했던 몸과 마음이 엿 같은 맛에 번쩍 깨어났다. 어제 오늘로 두 번 마셨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맛이었다.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겠지.


성한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가자.”


내딛는 걸음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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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거 아니야 24.09.13 283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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