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정지 능력자의 탑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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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후(眞侯)
작품등록일 :
2024.09.12 12:02
최근연재일 :
2024.09.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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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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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룸(6)

DUMMY

“인가아아안!!”


콰앙-! 콰앙-!


오크 워리어의 스킬 '로어'에 성한의 몸이 저릿해졌다.


아까와 같이 몸이 굳지 않았다.


【Lv】: 33(+6)


전장 사방에 가득한 복수자의 낙인. 성한은 일부러 몬스터들을 죽이지 않았다.


도합 여덟 번의 시간정지를 사용해서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잔뜩 끈 의미가 있었다.


‘6 레벨 이상은 안 올라갔지만.’


몸이 터져나갈 듯한 힘이 내부에 가득 쌓인 게 느껴졌다.


복수자의 낙인의 중첩에 일정한 제한이 있든, 아니면 스스로가 버틸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을지 몰랐다.


그걸 알아보는 건 나중의 일.


쿠웅-! 쿠웅-!


크아아아아아아--!!


성한은 괴성을 지르며 내달려오는 오크 워리어의 모습에 숨을 길게 내쉬었다. 들고 있는 전투도끼를 가죽끈으로 등과 고정시켰다.


들고 있는 것만으로 몸이 보호되었기에 되도록 챙겨 다닐 생각이었다. 그 순간 기둥 같은 그림자가 성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시간정지를 발동합니다.]


스으으...


성한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콰아앙-!!


그 자리에 곤봉이 떨어지며 주변의 몬스터들이 허공을 날았다. 정면으로 맞으면 그대로 파리처럼 터져나갈 힘이었다.


“또 사라졌다 인간!!”


곤봉을 휘두르며 사방의 몬스터들에게 화풀이를 해대는 오크 워리어.


놈을 낚아 전장 깊숙이 끌어오는 것에 성공한 성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43레벨의 헌트마스터와 47레벨의 오크 워리어. 저 둘이 4레벨 차이라는 게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알 거 같았다.


‘종합 전투 능력이라는 게 이런 뜻이군.’


헌트마스터는 능숙한 사냥꾼이다.


정면 승부나 힘이 특기가 아니라 은밀한 곳에서 사냥감의 목숨만을 앗아가는 그런 사냥꾼.


이런 식의 낚시는 통하지 않았겠지.


그에 반해 오크 워리어는 모든 걸 때려 부수는 맹수. 힘과 육체 내구성은 말도 안 되게 강하지만, 지능 또한 짐승과 비슷했다.


그런 전체적인 전투 능력의 계산이 바로 레벨.


반대로 보자면 결국 지금 성한의 체급으로는 놈과 정면에서 싸우는 건 불가능....


툭-


등에 뭔가 닿은 순간 성한이 생각을 지우고 고개를 돌렸다. 성한과 놀의 광기에 찬 눈이 서로를 바라봤다.


“크아앙!”


휘둘러 오는 놀의 팔을 낚아 챈 성한이 허리를 비틀어 오크 워리어를 향해 던졌다.


촤아악-!


날아오는 놀을 붙잡아 좌우로 찢은 놈의 흉흉한 안광이 성한을 직시했다.


“거기냐!”


지축을 울리며 달려오는 오크 워리어. 놈이 바로 앞에 다가와 곤봉을 높이 들었을 찰나.


[시간정지를 발동합니다.]


회색빛으로 물든 세계. 성한이 곧장 들고 있는 단도를 놈의 허벅지에 박았다.


콰드득...!


손목이 아릿했다.


‘무슨 가죽이...!’


가죽을 찢는 게 아닌 바위를 때리는 듯한 감각.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복수자의 낙인으로 레벨을 증폭시켜 놓지 않았다면 공격이 박히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손잡이까지 깊숙하게 박은 후 성한이 몬스터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시간정지가 해체됩니다.]


“크릉?!”


아래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고개를 내린 오크 워리어의 눈에 피가 줄줄 흐르는 허벅지가 들어왔다.


그리고 중심에 박혀 있는 단도 하나.


“크아아아!!”


그게 성한이 들고 있는 단도임을 알아본 오크 워리어가 괴성을 내질렀다.


“이 쥐새끼 같은 인간놈이!!”


‘나쁘지 않아.’


푹-


[45분의 수명을 획득합니다.]


오크 전사 하나를 죽여 수명을 벌고, 새로운 무기까지 뺏은 성한이 분노하여 날뛰는 오크 워리어를 바라봤다.


무기는 지천에 깔려 있으며, 복수자의 낙인으로 증폭시킨 성한의 레벨은 오크 워리어의 가죽을 찢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남은 수명: 15시간 11분 14초』


남은 총알 또한 열다섯 발. 미쳐 날뛰는 짐승의 숨통 끊어버리기에는 여유분이 있었다.


성한이 각오를 다졌다.


‘죽인다.’


그렇게 이번에도 살아남는다.


그는 더 이상 어설프고 나약한 사냥감이 아니었다.




* * *



[시간정지를 발동합니다.]


시간정지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그렇게 당장 떠오른 건 하나였다.


푸욱-


바로 암살.


오크한테서 빼앗은 창을 오크 워리어의 오금에 박아 넣은 성한이 다시금 몸을 감췄다.


[시간정지가 해체됩니다.]


쿠웅-!


놈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아아악!!”


포식자의 고통과 분노가 뒤섞인 함성에 전장의 모든 몬스터들이 몸을 떨었다.


오직 단 하나.


[시간정지를 발동합니다.]


성한만이 움직였다.


타닥-


옆의 놀에게서 검을 빼앗아 오크 워리어에게 달려든 성한이 놈의 등판에 검을 박았다.


그러고는 다시 몸을 감췄다.


촤아아-!


시간이 돌아옴과 동시에 놈의 등판에서 피가 솟구쳤다.


“대체 뭐냐!! 뭐냔 말이다!!”


놈이 동요했다.


성한은 성급하게 나서지 않았다.


‘아직이다.’


원하는 결과를 보기 위해선 좀 더 힘을 빼야 한다.


성한이 바닥의 무기를 주웠다.


[시간정지를 발동합니다.]


푸욱-


아무런 징조도 없이 오크 워리어의 몸에서 무기와 피가 솟아났다.


서걱-


어깨가 갈라지고.


콰직-!


옆구리가 창에 꿰뚫렸다.


광기의 전장이 점차 조용해졌다. 어느새 몬스터들의 시선은 오크 워리어를 향해 있었다.


푸욱-


“크억...!”


오크 워리어의 복부에 세 개의 단도가 솟아났다.


눈 깜짝할 사이도 아니다.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콰직-


새로운 무기가 오크 워리어의 몸을 베고, 찢고, 가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병장기 꼬치가 된 오크 워리어.


철퍽-!


그 강인하던 오크 워리어가 피웅덩이 위에서 힘없이 무릎을 꿇는 모습에 오크와 광기에 미친 놀 모두 숨을 죽였다.


모두가 직감했다.


이 전장에 상상을 초월하는 암살자가 있다는 걸.


“우웁...”


정작 그 암살자는 현기증과 멀미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남은 수명: 3시간 53분 47초』


성한은 2분 동안 무려 11번의 시간정지를 사용했다. 9 번째에 속이 뒤집히는 걸 느꼈고, 10번째에 머리가 빙글 돌았다.


‘후유증인가...’


지이이이...!


찢어질 듯한 이명이 귓가를 맴돌았다. 11번째 시간정지를 사용하니 나타난 증상이었다.


이 이상 사용하면 위험하다고 몸과 정신이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선 멈출 수 없었다.


‘한 번만 더.’


오크 워리어의 숨통을 끊어야 했다. 그래야만 이 지옥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시간정지를 발동......]


치지직...!


“크으윽!”


뇌가 흔들리는 것 같은 고통과 제멋대로인 시야. 독한 양주 몇 병을 들이마신 것만 같았다.


성한이 뒤흔들리는 회색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중심을 지키며 달렸다. 등을 가로지르는 가죽끈을 풀고 전투도끼를 뽑았다.


무릎 꿇은 채 머리를 숙이고 있는 오크 워리어를 향해 높이 뛴 성한이 전력을 다해 목을 내려쳤다.


전투 도끼의 날과 목 사이에 회색 노이즈가 꼈다. 한 번에 베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에 다시 한 번 내리쳤다.


스윽-


목을 통과하여 땅에 닿는 전투도끼.


[시간정지가 해체됩니다.]


세상이 다시 흐르고.


촤아아아-!


오크 워리어의 목이 허공에 떠올랐다.


쿠웅-!


동시에 목을 잃은 놈의 거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5층 보스 중에서도 힘과 내구도에서 최상인 오크 워리어. 그런 괴물과의 압도적인 체급 차이를 극복한 끝에 성한이 목을 자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성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메시지가 안 떴다.’


축하한다거나, 히든룸의 시련을 극복했다거나, 무엇보다 수명이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푸아아아악---!!


오크 워리어의 목 단면에서 타르 같이 검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지독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던 찰나.


[오크 워리어의 시신에 사령이 깃듭니다.]


성한의 눈빛이 떨렸다.


사령(死靈).


극악의 확률로 갓 죽은 몬스터의 육체에 깃들기도 한다고는 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말이 안 된다.


탑의 몬스터는 시련의 탑이 만든, 일종의 환영과 비슷하다. 시련을 클리어하면 사라지는 것도 그것 때문이고.


한마디로 이런 식으로 사령이 깃드는 몬스터는 탑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쿠웅-!


목을 잃은 오크 워리어가 몸을 일으켰다. 피처럼 붉었던 육체 위로 칠흑 같은 아우라가 일렁거렸다.


머리가 있던 자리에 슬라임 같은 검은 물질이 뭉치기 시작했다.


투우웅-


놈에게서 터져 나온 검은 파동이 성한의 몸을 스쳐 지나쳤다.


본능이 외쳤다.


[Lv 99 오크 워리어 – 사령]


저건 절대 못 이긴다고.


뭉친 머리의 중심에서 동공과 흰자위가 뒤바뀐 듯한 역안이 번뜩인 순간 성한이 몸을 돌려 달아났다.


'미친 탑 새끼!'


불합리한 것도 정도란 게 있어야지. 이건 너무 과했다.


“케엥!”

“죽어라!”

“꺼져!”


성한은 자신에게 무기를 내지르는 몬스터들을 무시하고 최대한 오크 워리어한테서 멀리 떨어지려 했다.


오싹-!


온몸에 소름이 싹 돌자, 성한이 주저하지 않고 몸을 숙였다.


[죽음 추수 – 대(大)절단]


촤아아아악--!!


거인이 들 법한 거대한 검은 낫이 전장을 반으로 가로질렀다.


그 궤적에는 성한의 머리도 놓여 있었다.


시간정지는 쓸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성한이 전투도끼를 머리 옆에 들어 올렸다.


카가각...!


찰나 낫을 막아선 전투도끼가 잘려나갔으나 그가 고개를 숙여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 허공에 흩날렸다.


곧이어.


후두둑...


전장의 모든 몬스터들의 상하체가 분리되어 바닥을 굴렀다.


살아남은 건 오직 성한뿐.


쿠웅- 쿠웅-


오크 워리어였던 괴물이 한 손에는 곤봉을, 한 손에는 그림자처럼 일렁거리는 낫을 든 채 성한을 향해 성큼 다가왔다.


놈이 소리쳤다.


[구오오오오오!!!]


사령의 외침에 성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허억...허억...”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주저앉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냐고.”


각성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성한은 자신이 정말 잘 해냈다고 생각했다.


1층에서 무려 3위랑 기록을 세우고, 히든룸이란 시련의 탑의 폭거를, 살아남겠다는 의지만으로 클리어했다.


자잘한 실수 몇 개는 있을지언정, 헌트마스터와 오크 워리어를 죽이지 않았나.


정신과 육체가 바닥까지 몰렸는데도 여기까지 해냈단 말이다.


“이건 아니잖아.”


못해도 10층 20층은 넘어야 있을 거 같은 괴물이 왜 이곳에 있는 게 말이 되냐.


“안 죽어...”


성한이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성한의 생존 의지는 꺾이지 않고 활활 타올랐다.


‘아직 방법은 있어.’


놈의 공격 범위를 봐선 도망은 생각도 하면 안 된다. 애매하게 도망치다가 수명만 날리겠지.


남은 건 하나.


'복수자의 집착.'


지금까지 죽은 적이 없어 단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던 스킬.


놈에게 죽음을 맞이한 후 어떻게든 수명이 바닥나기 전에 놈을 죽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철컥-


사령이 낫을 수직으로 들었다. 자신에게 향해진 낫을 본 성한의 머릿속에 불길한 의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스킬이 제대로 발동될까?’


‘죽으면 어떤 식으로 되살아나는 거지?’


‘되살아나도 놈을 죽일 수 있을까?’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후우웅-


거대한 낫이 바람을 가르며 떨어지는 순간 성한은 모든 잡념을 지우고 눈을 부릅떴다.


죽음 후에 나타날 복수자의 집착 메시지를 보기 위해.


낫이 성한을 정수리부터 가르려던 그 순간.


[시련을 재조정합니다.]


쿠르릉...!


하늘이 울음을 터뜨리는 동시에 사령의 머리 위로 새하얀 낙뢰의 기둥이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아앙-!!


“.........!!”


성한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바닥을 구르다 나무등걸에 받친 그가 기침을 내뱉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키, 키아아아...!!!]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는 낙뢰의 기둥 속에서 발버둥 치는 광경.


[히든룸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복귀합니다.]


“한참 늦었어... 쿨럭! 이 개자식아...”


긴장이 턱하고 풀림과 함께 성한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수명을 획득......]

[예상치 못한......]

.

.

.

의식이 암흑으로 뒤덮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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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든룸(6) NEW +2 13시간 전 85 3 12쪽
8 히든룸(5) +2 24.09.18 125 6 12쪽
7 히든룸(4) +2 24.09.17 159 5 12쪽
6 히든룸(3) +1 24.09.16 170 7 13쪽
5 히든룸(2) +1 24.09.15 211 6 12쪽
4 히든 룸(1) 24.09.14 255 8 12쪽
3 그거 아니야 24.09.13 294 12 13쪽
2 순위 보상 24.09.12 341 15 15쪽
1 시간정지 능력을 손에 넣었다. +1 24.09.12 426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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