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영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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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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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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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와 고양이

DUMMY

남일이 사무소에서 빌붙으며 일하기 시작한 지 벌써 3일.


그 사이에 사무소에는 다양한 의뢰가 들어왔다. 살인 사건의 범인의 흔적을 찾아달라는 의뢰부터, 길을 잃은 아이를 찾아달라는 의뢰까지 다양하게.


하루에 두 세건 씩 들어오는 일감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엄청 바쁘구먼.'


세라를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아직 미성년자. 해결사라는 이상한 일을 한다고 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그녀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일하는 곳의 소장님은 대단한 사람이구나 라고 그는 느꼈다.


그렇게 바쁜 일상을 보내고 드디어 주말이 왔다.


"우리 사무소는 주말에는 쉬어요."

"진짜요?"


소장님의 말에 놀라는 남일. 솔직히 말해서 쉬는 날 따위는 없는 줄 알았다.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돌아다니며 의뢰를 해결하는 그녀를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외의 발언에 놀란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왜 사무소에 오셨어요?"


오늘은 토요일, 즉 주말이다. 그녀가 한 말대로 쉬는 날이라면 어째서 그녀는 사무소에 출근한 것인가.


그 질문에 그녀는 지친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집에 있기 싫어서요."


가족이랑 사이가 안 좋은 걸까. 남일은 그렇게 추측했다.


생각해 보면 자신에게는 소장님이지만 집에서는 이제 막 고 3이 된 딸이다.


어린 그녀가 이런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은 싫어할 수도 있었다.


"아, 참고로 가족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부모님은 절 응원해 주시고."


그러나 남일의 생각을 읽었는지 세라는 말했다.


"집에 형제가 많거든요. 위로 두 명, 아래로 두 명. 그 사이에서 스트레스받기 싫어서 사무소로 도망쳤을 뿐이에요. 주말만 되면 쓸데없는 이유로 싸우거든요. 뭐, 서로 친해서 그런 거긴 하지만."

"아하."

"하아. 정말이지 귀찮다니까요."


입을 삐죽 내밀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세라.


의뢰를 해결하고 있을 때와는 다르게 그 나이대의 소녀로 보였다.


"소장님도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

"···애 취급하지 마세요."


삐진 듯한 표정으로 휙 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세라. 그런 모습이 더더욱 어린애처럼 보인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새로운 일면을 봤다며 기뻐하는 표정으로 남일은 다시 손에 든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휴일인가. 어디 나갈 데도 없고. 아니지, 돌아다니면 기억을 찾을 수 있으려나.'


당장 쓸 생활비는 세라가 미리 지급해 주었다.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한 푼도 없는 그가 밥이라도 먹기 위해서는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치는 하지 않겠지만, 휴일에 기억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띠롱, 하고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세라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핸드폰의 벨소리였다.


"······음. 저기 남일 씨."

"넵. 소장님."

"의뢰가 들어왔어요. 바로 준비해 주세요."

"네? 하지만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중요한 의뢰는 주말에도 받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목숨에 관련된 일 같은 건."


진지한 세라의 표정에 남일은 곧바로 겉옷을 챙겨입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정확히 무슨 의뢰인가요?"

"가족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 같아요."


평소에 애용하는 검은색 재킷을 입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는 말했다.


"이미 5일 정도 행방불명인 상태라네요."


라고.


***


아직 미성년자인 세라는 면허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애초에 신원이 불분명한 남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의뢰를 해결하러 갈 때에는 택시를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의뢰인 측에서 차를 보내준 것이다. 척 봐도 고급지게 생긴 차를.


자연스럽게 차에 타는 세라와, 별생각 없어 보이는 태평한 표정으로 차 내부를 구경하는 남일.


그때 운전사가 말을 걸었다.


"아가씨가 해결사분이신가요?"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말투에는 예의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네. 해결사 김세라입니다. 이쪽은, 직원인 백남일 씨구요."

"? 네. 생각보다 젊은 분이시군요."


세라와 세라가 가리킨 곳을 번갈아 보며 말하는 남성.


그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다.


"저희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고급 차의 푹신한 의자를 즐기며 묻는 남일.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은 세라였다.


"유명인이 사는 저택에 갈 거예요."

"유명인? 연예인이에요?"

"아뇨. 점쟁이예요. 유명한 점쟁이."

"전 점 같은 건 잘 안 믿는데."


별생각 없이 말하는 그의 입을 세라가 급하게 틀어막았다.


운전사는 아무리 봐도 의뢰인인 점쟁이와 연관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치 없는 남일의 발언에 운전사는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상한 분이시군요. 아까부터 혼잣말을 그렇게 하시다니."


"아······."


세라는 며칠 전 경찰서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남일을 풀어줬다.


그때도, 경찰은 남일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바로 눈앞에서 말을 걸었는데도.


그 이후에 그녀가 직접 설명하며 누군가가 있다고 설명하자 그제서야 경찰은 눈앞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제가 안 보이시나 보네요."

"······."


대체 어떤 기분일까. 자기는 이곳에 있는데 아무도 알아봐 주지 못하는 상황. 자기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마 쉽게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세라는 생각했다.


그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천연덕스러운 표정 뒤에는 사실 엄청난 슬픔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와! 와! 저기 보세요! 저택이에요 저택! 기억은 없지만 이렇게 큰 집을 보는 건 처음인데!"

"······."


음. 아니면 진짜 별생각이 없는 걸지도.


세라의 어깨를 흔들며 흥분한 표정으로 창문 밖에 있는 저택을 가리키는 남일을 보며 세라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가족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의뢰. 그건 긴급 사항으로 보기에 충분한 의뢰였다.


그렇기 때문에 세라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의뢰를 받아들였는데.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세라가 물었다.


그녀의 앞에는 신비한 분위기를 띠고 있는 미녀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의자에 앉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 가족, 나비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부디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그 나비는, 동생분인가요? 그게 아니면 당신의 아이라거나."

"제 아이나 마찬가지죠. 제 소중한 고양이거든요."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눈앞의 미녀, 점쟁이로 유명한 장채린이란 사람이 별종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하지만 설마 가족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놓고서 애완동물의 위기였다니. 어이가 없었다. 보통 이런 의뢰는 단순한 애완동물의 실종 사건에 불과하니 더더욱. 이런 일은 해결사 사무소가 아니라 사립 탐정에게 맡기는 편이 빠를 텐데 어째서 굳이 쉬는 날인 사무소에 의뢰는 한 것일까.


불만스러운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의뢰는 의뢰. 일단 받아들였으면 끝은 봐야 하는 법. 게다가 어쩌면 정말로 목숨이 걸린 일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세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목숨이 위험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려주시겠어요?"

"며칠 전, 그날은 저희 나비가 좋아하는 간식을 깜빡하고 챙겨주지 못한 다음 날이었어요."


표정의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채린.


정말로 급한 상황인 건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세라는 일단 귀를 기울였다.


"갑자기 나비가 저택에서 보이지 않더군요. 처음에는 단순히 숨어있다고 생각했어요. 가끔 기분이 좋지 않으면 저택 안에 숨어버리거든요."


평범한 가정집이었다면 이해를 할 수 없었겠지만, 이곳은 조금 전에 남일이 감탄했을 정도로 거대한 저택이었다. 이런 곳에서 날렵한 몸짓의 고양이가 숨어버린다면 혼자서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다가 하루나 이틀 정도가 지나면 다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더군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기분 탓인지 조금 어두워진 것처럼 보였다.


"이상함을 느껴서 제 능력으로 예지를 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녀의 능력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을 대상으로 랜덤한 예언을 하는 능력. 정확도는 상당하지만, 예언의 내용이 난해하거나 두루뭉술할 때가 많아서 해석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마도 그녀가 예지를 했으면서 해결사인 세라를 부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예지를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고양이를 찾을 수 없다는 뜻이겠지.


"오늘 밤. 붉은 안개가 낀 장소에서, 푸른 기사의 공격에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저녁. 붉은 안개. 푸른 기사.


각각 시간과 장소와 인물을 가리키는 단어였지만,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예언만으로는 어디에 있을지 상상이 안 되네요."

"네. 하지만 목숨을 잃는다는 확실한 결과가 나와버렸어요. 빨리 구해내지 않는다면 아마 나비는 오늘."


솔직히 말해서 세라는 이 사건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애완동물이 집을 나간 것은 스스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했었고. 무엇보다도 단순히 행적이 끊겼다고 목숨이 위험하다고 하는 건 호들갑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지라면 말이 달라진다. 확실하게 오늘 밤, 어딘가에서 나비라는 고양이는 죽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찾지 못한다면.


"엄청 소중한 친구인가 봐요. 그 고양이."

"그럼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다음부터 제 옆을 지켜준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순간, 세라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장채린의 말에 대답한 것은 그녀가 아니었으니까.


"반드시 찾아드리겠슴다! 저희 소장님은 굉장한 분이거든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사례는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희 나비를 찾아주세요."

"자, 잠시만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사람. 물론 대화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이 남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채린에게 물었다.


"제 옆에 있는 남자가, 보이세요?"


남일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눈에 띄지 않는다].


저번에도 그녀가 경찰에게 직접 설명해 주기 전까지, 경찰은 남일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 네. 보이는데요."


그런데 지금 세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채린은 남일을 인지하고 있었다.


어째서 채린은 그를 볼 수 있는 것인가. 혹시 그녀가 능력자이기 때문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세라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역시 유령은 아니었네요. 남일 씨."

"아직도 의심하고 계셨어요?! 경찰한테 지문 채취까지 당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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