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영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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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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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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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와 고양이

DUMMY

"제가 저 남성분을 볼 수 있는 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인가요?"


세라와 남일의 이상한 대화를 들으며 채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대답해 준 것은 세라였다.


"아니 그게. 여기 있는 남일 씨는 남들 눈에 잘 안 띄거든요."

"상당히 독특하게 생겼다고 생각합니다만. 특히 저 하얀 머리카락이."

"그 여러 가지로 복잡하긴 한데. 그런 체질이에요."


잡스러운 설명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그의 능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조금 존재감이 흐릿한 거 같기도 하네요."

"음? 그래요?"

"네. 마치 그곳에 있는데, 그곳에 없는 것 같아요."


신기하다는 듯 남일의 손을 더듬으며 말하는 채린.


"분명 전 사람을 만지고 있는데 허공에 있는 무언가를 만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아마 평범한 사람은 인식하지도 못하고 지나칠 거 같네요. 숙련된 능력자라면 이런 상황에 익숙하니까 보이긴 하겠지만. 방심하면 금방 놓쳐버릴 것 같아요."


그 말은 즉, 무언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라 정도가 아니면 숙련된 능력자도 남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남일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세라는 안심했다.


아무도 그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불쌍한 일이었으니까.


"이, 일단 놔주실래요."

"아, 죄송합니다."


평소에 별생각 없어 보이는 태평한 태도를 취하던 남일도 계속해서 남한테 몸이 만져지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인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의 말에 채린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치우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 나비를 찾아주시겠어요?"

"으음."


남일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3일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그녀는 잡다한 의뢰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는데. 어째서인지 이번만큼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으으으음. 알겠습니다. 받아들일게요. 우선, 평소에 그 고양이가 자주 다니는 곳을 말해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여전히 감정이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채린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남일은 세라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아니 소장님이 그렇게 고민하는 건 처음 봐서."

"으으음. 좀만 있다가 말해드릴게요."


남일에게 그렇게 대꾸한 세라는 어딘가 불편한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채린에게서 정보를 들었다.


***


정말로 소중한 가족이었는지 채린은 끝까지 자신도 함께 조사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의뢰인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다는 핑계로 현재 세라와 남일은 단 둘이서 거대한 저택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래서, 이유가 뭐예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묻는 남일.


"벼, 별건 아니에요."

"진짜로?"

"······웃지 마세요."


세라는 말하기 껄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든요."


순간 남일은 푸흡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 뭐예요! 사람마다 약점이 하나쯤은 있잖아요!"

"아, 아니 푸흡. 뭔가 소장님이랑 이미지가 안 맞아서."

"웃지마아! 안 웃는다면서어! 거짓말쟁이!"


어지간히도 부끄러운 것인지 세라는 양손을 붕붕 휘두르며 남일을 때렸다.


"그만하세요. 아프잖아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전혀 아파 보이지 않는 남일. 애초에 세라는 근처에 사는 꼬맹이보다도 약했기 때문에 그녀의 펀치가 아플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의뢰를 안 받으려고 했던 거예요?"

"다, 당연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에요. 예전에 이런 비슷한 의뢰를 해결했다가, 행방불명된 동물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엄청 몰린 적이 있거든요. 하도 많아서 다른 의뢰가 묻혀버리는 바람에 그 뒤로는 이런 의뢰를 받지 않기로 되어있어요. 이번 의뢰자분도 그래서 동물이라는 걸 숨기고 가족이라고 한 걸 거예요."


이번에도 단순한 동물의 실종이었다면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정중히 거절했을 것이다. 대신 잘 아는 사립 탐정을 소개해 줬겠지.


하지만 목숨이 달린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고양이가 무섭다고 해도 무언가가 죽는다는 사실을 안 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흐음. 근데 이제 어떻게 하죠? 단서가 하나도 없다던데."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 능력은 남들이 찾지 못하는 단서도 쉽게 찾아낼 수 있거든요."


그녀의 눈은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남들이 놓칠만한 사소한 단서조차 그녀의 눈이라면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것도 가능해요? 계속 느낀 건데 엄청 편리해 보이네요. 뭔가 되게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애매모호는 빼주세요! 애초에 대부분의 능력자들은 저보다 훨씬 애매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

"그래요?"

"네. 그래서 능력이 단순할수록 강해져요. 상위에 있는 히어로일수록 단순 무식한 능력일 가능성이 높죠."


손에서 불이 나온다거나. 바위도 부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거나. 순간적으로 음속으로 움직인다거나. 강한 능력일수록 단순한 법이다.


다만 강한 능력에 아무런 대가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마력이라는 미지의 힘이든, 아니면 특정한 물건이든, 강한 능력에는 무조건 대가가 필요하다.


아마 남일이 가진 능력에도 대가가 있겠지.


"아무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런 건 제 전문이니까. 남일 씨는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하고 있어 주세요."


넵이라고 힘차게 대답하며 남일을 바라보며 세라는 자신의 배낭을 만지작거렸다.


배낭에 있는 것은 그를 위해 예비용으로 가져온 옷 몇 벌.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옷이 전부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챙겨온 물건이었다.


"매번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게 귀찮네요."

"다음 주에 특별 주문한 옷이 오니까 그때까지만 버티세요. 파워계 히어로가 입어도 버티는 튼튼한 옷을 샀으니까."


흔한 일이었다. 남일처럼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히어로의 옷이 손상되는 것은. 그러나 옷이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지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즉, 단순히 생각하면 그의 능력의 대가란 바로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바치는 것이겠지만.


그럼, 대체 그의 존재감은 어떻게 설명하면 좋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지만 딱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그의 능력의 대가는 옷이 아닌, 좀 더 포괄적인 무언가라는 뜻.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바치고 힘을 얻는다? 그게 존재감 같은 추상적인 걸 대가로 바쳐도 된다고?'


정말 그 추측이 맞다면 그의 능력은 규격 외의 능력이었다. 무엇이든 바칠 수 있다는 것은, 능력자 본인이 무언가를 가지고만 있다면 그날 봤던 강력한 힘을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우선 발자국을 찾아볼까요. 희미하게라도 남아있으면 그 흔적을 볼 수 있거든요. 5일이나 지나서 불안하긴 하지만, 다른 증거를 찾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거예요."

"찾아보자고 해도. 소장님이 아니면 못 보잖아요."

"뭐, 그거야 그렇긴 하죠."


세라는 잠시 남일에 대한 건 뒤로 미뤄뒀다. 어차피 주문한 옷이 도착한 뒤 확인하면 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선 의뢰를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그녀는 신경을 집중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저택 내에서 나비라는 고양이가 주로 살고 있던 장소. 웬만한 사람들의 방보다 큰 고양이 집, 이라기보단 방이었다.


채린은 말했다. 아무리 기분이 나빠서 저택 안에 숨는다고 해도, 밥을 먹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자신의 방에 돌아온다고. 채린 또한 그걸 알고 몰래 밥을 남겨놓는다고 한다.


그 말은 즉, 이곳에 고양이의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뜻이었다.


"저건."


무심코 세라는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이 무언가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란색으로 빛나는 물체였다. 그녀가 찾고 있던 발자국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고양이가 행방불명된 것에 대한 힌트가 될 물건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세라는 빛나고 있는 물체를 주웠다.


"장난감이네요. 고양이 장난감."

"네. 근데 조금 이상해요."


장난감은 아무리 봐도 고급품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고급 용품들과 다른, 싸구려 장난감. 심지어 가격 태그도 그대로 붙여져 있었다.


"예전에 산 건 아닌 거 같죠?"

"뭐,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진 않는데요. 그게 왜요? 소장님."


추억의 물건이라는 가능성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건 고양이가 최근 누군가에게 받은 물건이란 뜻이다.


즉, 고양이는 단순히 저택 내부에 숨어있던 게 아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고양이는 저택 내부가 아닌 밖에서 놀다가 밥을 먹을 때쯤 들어왔던 것이다.


"이 장난감을 어디서 팔고 있는지 알아봐야겠어요."

"네? 그냥 공장에서 만든 물건인 거 같은데. 동네 애완용품점이면 다 팔지 않을까요?"

"아마 그렇겠죠. 하지만 찾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쵸?"


그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제 눈을 피해 갈 순 없어요. 우선 주변의 애완용품점을 돌아다녀 보죠. 예언에서 고양이가 죽는 시간은 저녁이라고 했으니까 아직 여유가 있어요."

"굳이 전부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네?"

"아니, 예언에서는 장소도 지정됐었잖아요."


남일의 말에 세라는 채린이 말해준 예언에 대해 떠올렸다.


저녁에 고양이가 죽는 것은 붉은 안개가 낀 장소.


"잠시만요."


그녀는 곧바로 주머니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꺼내서 지도 어플을 켰다. 검색하는 건 주변에 있는 애완용품점.


"붉은 안개. 붉은 안개. 붉은 안······개."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에 띈 것은 [애견 마켓]이라고 쓰인 애완용품점의 이름이었다.


이름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지만, 문제는 그 옆에 있는 로고였다.


"남일 씨. 이거."

"붉은 색인 데다가, 안개 모양이네요."

"구름 같기도 하지만, 아마도 안개겠죠?"


안개처럼 보이기도, 구름처럼 보이기도 하는 디자인이었지만, 아마도 안개일 것이다.


그렇다는 건.


"당장 출발하죠. 아직 저녁은 아니지만 그래도 빨리 구해내는 편이 좋잖아요."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설령 그곳이 아니었다고 해도 곧장 다른 곳을 찾아낼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빨리 의심되는 곳으로 가서 그녀의 눈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


서둘러 가게를 향하는 세라의 뒤를 따라가며 남일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붉은 안개라는 건 지도에 나온 애완용품점이 맞을 것이다. 근데 어째서 고양이는 그런 곳에서 죽게 되는 것일까.


푸른 기사.


고양이를 죽이는 건 푸른 기사라고 했다.


그 예언을 곱씹으며, 기묘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남일은 세라와 함께 애견 마켓이라는 곳을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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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결사 김세라 24.09.13 6 0 12쪽
1 알몸남과 해결사 24.09.12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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