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영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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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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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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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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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와 고양이

DUMMY

항상 운이 안 좋았다.


그날 부모님이 죽고, 고양이와 단둘만 남았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나 그녀는 안 좋은 일을 예지한다. 그녀의 예지는 남을 불행하게 한다.


그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자신은 불운을 부르는 점쟁이일 것이다, 라고.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애견 마켓으로 향하던 두 사람은 당황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애견 마켓으로 이어지는 길이 전부 봉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에게 물어본 것은 남일이었다. 그러나 경찰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남일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겠지.


평소에는 별생각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자신이 얼마나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인지 깨달은 남일은 무심코 혀를 찼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어쩔 수 없이 세라는 그가 한 질문을 그대로 따라 했다. 그러자 그제서야 경찰은 세라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안쪽은 현재 B급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마 내일쯤이면 풀릴 테니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B급 위험 지역. 생소한 단어에 남일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세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큰일이네요."

"B급 위험 지역이 뭔데요?"

"그건 또 기억을 못 하세요? B급 위험 지역이라는 건, 현재 봉쇄된 구역에 강한 괴물이 증식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괴물의 증식. 그건 남일도 알고 있는 정보였다. 괴물은 따로 번식하지 않는다. 먹이를 먹고, 힘이 쌓이면, 자기 몸을 분열시켜서 하수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괴물의 증식이라고 불렀다.


"B급이면 상위 히어로가 아닌 이상 들어가지 못할 거예요."

"으음. 일이 좀 귀찮게 흘러가네요."


고양이가 죽는다는 예지. 푸른 기사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이것으로 그 의문이 풀렸다.


내부에서 하수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괴물이 바로 푸른 기사일 것이다. 고양이는 운 안 좋게 위험 지역에 들어가 목숨을 잃고 마는 것이겠지.


안타깝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소장님. 지금 상위 히어로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네? 아. 그렇구나.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해결책을 꺼내 든 것은 남일이었다. 그녀는 남일의 말을 듣고 곧바로 그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있는 경찰에게 물었다.


"혹시 히어로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팬 분이시라면 싸인은 일이 끝난 뒤에 부탁드리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거든요."


세라의 명함을 본 경찰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해결사라니. 최근에 유명하다는 그."


곧바로 세라를 알아보는 경찰의 반응을 보며 남일은 말했다.


"생각보다 유명하시네요. 소장님."

"당연하죠. 경찰한테서도 종종 의뢰가 들어오거든요."


이제 남들이 남일을 보지 못한다는 것에 익숙해진 세라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꾸하며 다시 경찰에게 물었다.


"그래서 상위 히어로는 언제 도착하나요?"

"이미 안에서 싸우고 계십니다."


경찰의 말에 세라는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파견 나온 히어로에게 따로 고양이에 대해 부탁할 속셈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무시를 당했겠지만, 그 고양이는 유명한 점쟁이의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쉽게 거절하진 못했겠지.


그러나 이미 안에서 싸우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이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상,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건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시간이."

"5시 정도네요."

"조금 있으면 해가 지겠죠?"

"한두 시간 정도면 해가 지지 않을까요?"


B급 괴물. 상위 히어로여도 구역 내부에 있는 괴물과 하수인을 소탕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과연 밤이 올 때까지 일을 끝마칠 수 있을까.


점쟁이의 예언에 따르면 그건 불가능하겠지.


결국 그녀의 의뢰대로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의뢰를 포기할까요. 아님 몰래 숨어들어 갈까요?"


숨어들어 간다고 해서 세라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고양이를 찾는 것까지는 도와줄 수 있겠지만, 고양이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실제로 싸우는 남일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라는 남일에게 물었다.


의뢰를 속행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그녀의 물음에 남일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느긋한 태도로 대답했다.


"들어가죠. 가족이라잖아요. 죽는 걸 뻔히 아는데 놔둘 수는 없어요."


자신이 강하다는 확신이 있어서일까. 아니, 아마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곤란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돕는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 죽을 위기이기 때문에 구한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결심을, 그는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저도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건 세라도 마찬가지였다. 남의 일에 끼어들어 오지랖을 부리는 건 그녀의 특기였기 때문이다.


"그럼 문제는 어떻게 저기로 들어갈까인데."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사방에 경찰이 깔려 있었다. 남일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세라의 눈으로 봤을 때 랭크가 낮은 히어로들도 몇몇 섞여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남들 몰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마도 단 한 사람뿐이었다.


"이건 남일 씨가 혼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네에?! 근데 저 혼자서는 고양이를 찾을 자신이 없는데요."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녀가 가진 눈이 아니라면 제한 시간 내에 고양이를 찾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으니까.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어쩔 수 없이 남일 혼자서 들어가야 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제,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따라오신 건가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세라에게, 채린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대답했다.


"네. 저택에서 몰래 빠져나왔어요.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위험하니까 돌아가 주세요!"

"어떻게 도와주실 건데요?"

"나, 남일 씨?!"


의뢰인의 안전을 걱정하여 돌아가라고 하는 세라와는 달리 남일은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냐고.


드물게도 채린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고는,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가며 대답했다.


"돈을 쓰죠."

"네?!"

"좋네요."

"저, 저기이!"


당황해하는 세라와 달리 남일과 채린은 서로 납득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 불법적인 건 아무래도."

"그치만 이미 몰래 들어가려는 것부터가 불법이잖아요."

"어라? 그, 그건 그렇네, 요."


묘하게 설득되는 이 느낌.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도덕적인 관념 속에서 고민하던 세라에게 쐐기를 박은 것은 채린의 각오를 다진 말투였다.


"전, 혼자서라도 들어갈 생각이에요."

"윽."


안쪽에는 위험한 괴물이 득실득실.


아무리 봐도 전투와는 연이 없을 것 같은 채린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전 찬성이에요. 소장님. 시원하게 룰을 어기고, 벌을 받죠."

"제가 책임질게요. 그러니까."

"아, 알겠어요! 알겠다구요! 하면 되잖아요! 그 매, 매수를."


스스로 청렴결백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이야.


언젠가 겪어야 했을 일일지도 모르지만, 세라는 당황스러웠다.


"세라 씨의 눈으로 봐주세요. 누구에게 돈을 드리면 될지."

"으으. 이런데 쓰라고 있는 능력이 아닌데."


범죄에 가담하는 느낌이었다. 법을 어긴다는 점에서 범죄가 맞긴 하지만.


세라는 울며 겨자 먹기로 능력을 발동시켰다.


대부분의 경찰은 빛이 보이지 않았지만, 단 한 사람.


누가 봐도 껄렁거리게 생긴 경찰이 한 사람 있었다.


"저 사람이에요."

"제가 갈게요. 제가 하자고 했으니까."


정말로 이걸로 된 걸까. 만약 안에 있는 상위 히어로에게 들키면 엄청나게 큰 일이 될 텐데.


속이 타들어 가는 세라의 옆에서는 채린을 기다리며 지루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고 있는 남일이 있었다.


"됐어요."


의외로 시원하게 끝이 났다.


역시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것일까. 씁쓸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세라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 들키면 안 됨다. 저도 사정이 딱하니까 도와준 거라고요. 알고 있죠?"


적어도 손에 든 돈을 세는 건 멈추고 말했으면 좋겠는데.


이 사회의 어둠을 느낀 세라는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돈이 최고네요. 소장님."

"이런 거 알고 싶지 않았는데!"


불량 경찰을 뒤로하고 위험 지역으로 들어가는 세 명.


위험 지역 안은 이미 온갖 건물이 부서져 있었다.


대체 어떤 전투를 벌이면 이런 광경이 되는 것일까 싶은 모습.


"역시 상위 히어로는 다르네요."

"이거 복구는 할 수 있어요?"

"당연하죠. 이계의 사람들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하루 만에 뚝딱 복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소장님도 이런 덴 처음이구나."

"전 히어로로 등록된 능력자가 아니니까요."


싸울 수 있는 능력이었다면. 중학생 때 처음으로 능력을 각성하고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가 가진 능력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줄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이었으니까.


"절 따라오세요."


그녀의 눈에는 고양이와 관련된 흔적이 보이고 있었다. 싸움의 흔적 탓에 훼손되긴 했지만, 그녀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점점 해가 떨어지네요."


저녁이 다가온다는 건, 채린의 고양이가 죽을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


아직은 주황빛을 띄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불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채린은 중얼거렸다.


"나비야······."

"그러고 보니 어떻게 생긴 고양이예요? 그 나비라는 친구는."


그는 특유의 느슨한 분위기로 채린에게 물었다.


채린의 기분을 약간이라도 풀어주려는 것일까. 아니, 남일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세라가 나비를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거라 믿는 거겠지.


"아주 예쁜 검은 털을 가진 아이예요."

"검은 털이라. 검은 고양이는 불길하다는 얘기가 있었죠?"

"남일 씨! 눈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자주 듣는 얘기니까."

"네?"


그래. 자주 듣는 이야기다. 그리고 항상 생각한다.


'너 때문에 불행해졌다라.'


예지를 하지 않았다면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들도 불길한 미래를 알지 못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가 예지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아."


언제나 그렇다.


항상. 항상 그녀는 운이 안 좋았다.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거리.


은은한 푸른 빛을 발하고 있는 갑옷과 대치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


그녀는 생각한다.


역시 나는 불운을 부르는 점쟁이일지도 모르겠다 라고.


작가의말

다들 즐거운 추석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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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점쟁이와 고양이 24.09.15 4 0 11쪽
3 점쟁이와 고양이 24.09.14 5 0 11쪽
2 해결사 김세라 24.09.13 7 0 12쪽
1 알몸남과 해결사 24.09.12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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