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흡수로 최강의 헌터가 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fanove
작품등록일 :
2024.09.13 20:12
최근연재일 :
2024.09.18 19:3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96
추천수 :
3
글자수 :
41,289

작성
24.09.16 18:00
조회
63
추천
0
글자
21쪽

첫 출근, 첫 출동

DUMMY

“2공략팀! 하하!”


승호는 성취감과 환희가 뒤섞인 환호성을 질렀다.


1지망 공략팀에 배정되다니, 교육대에서 정예 수료했을 때보다 기뻤다.

그게 단순히 2공략팀의 소재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울에 위치한 건 물론 장점이지만, 그밖에도 승호가 매력을 느낄 점은 많았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데도 ‘마경’을 담당하고 있다면 그 실력들이 엄청날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동료가 있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2공략팀으로 이적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배정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유망주라는 거지.’


게다가 며칠 전 2공략팀을 실제로 만나기도 하지 않았던가.

마수를 순살하는 과정에서, 승호는 그들 전부 엄청난 실력자임을 알아보았다.

물론 그들 실력에 비해 상대가 좀 약했지만.


“10시라···.”


슬슬 준비하고 나가면 시간은 얼추 맞을 터였다.

승호는 민첩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여유를 가지고 하려 해도 마음이 들떠 그러질 못했다.


“집 잘 지켜라.”


주먹만한 애완 돌을 쓰다듬은 승호가 집밖으로 나섰다.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20분 정도 걷자, 시야 한 켠에 컨테이너 사무실이 보였다.


컨테이너 사무실이라 하여 허름하고 녹슨 싸구려 건물은 아니었다.

넓은 부지에 두 동으로 구성되었고, 둘 다 3층까지 올라 있었으니 웬만한 빌딩이 부럽지 않은 모습.


승호가 작은 탄성을 지르며 그쪽으로 향하던 중.

사무실 근처에 서 있던 헌터가 경계하듯 물었다.


“누구세요?”


목소리에 깃든 사나운 느낌에 승호는 왠지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행색을 보아하니 2공략팀의 헌터일 게 뻔했으니···.


첫인상부터 말아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안녕하십니까! 견습 헌터 유승호입니다! 2공략팀에 배정되었습니다!”


승호는 정공법을 택했다.

씩씩한 인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그러나 눈앞의 헌터는 그 거의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건지, 싸늘한 시선만 던질 뿐이었다.


한참을 고개 숙이고 있던 승호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하고는 또 한 번 움츠러들었다.


“흠.”


헌터는 짤막한 콧소리를 내고는 사무실 안으로 홱 들어가버렸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인사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나?

견습 헌터라고 기를 죽이는 건가?


주눅든 채 바짝 굳은 승호를, 허겁지겁 사무실에서 나온 다른 헌터가 맞이해주었다.


다행히 모두가 쌀쌀맞은 것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낯선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해서···.”


분명 먼저 들어간 그 헌터의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승호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기분이 좀 상할 만도 하지만, 대한의 건아란 무릇 이런 일로 심기 불편할 수가 없다.

더한 일도 얼마나 겪었는데 뭘?


“전 신우진이라고 합니다.”


훈훈한 인상에 친절한 태도.

그 외에 특징이라고 하면 몸에 전선을 좀 감고 있다는 것?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우진은 싱긋 웃으며 승호를 사무실 2층으로 안내했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긴장되는 일인가.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차분한 척 해도 티가 나기 마련.


비록 대한의 건아로서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상병을 달아도 중대장실에 불려가면 심장이 발바닥까지 내려앉지 않던가.


지금 승호의 경우도 그와 비슷하리라.

심장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것이 아주 게이트 폭주급이다.


하여 긴장을 풀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대략적인 정보는 미리 알아본 승호였다.


2공략팀의 정규 헌터는 6명.

다른 팀에 비하면 인원이 꽤나 적지만, 그 실력만큼은 진짜배기.

하긴 ‘마경’을 담당하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을 테지.


컨테이너 사무실이 두 동이나 있으니 6명이서 쓰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거고···.

1층과 2층 모두 에어컨이며 공기청정기며 온갖 가전제품도 갖춰져 있고.


복지가 상당하다는 것도 사실로 입증되었다.

1층은 헌터들의 사무실이란 느낌이 확 드는 반면, 2층은 휴식을 위한 공간과 베란다가 있었다.


베란다는 난간이 없었고, 나가는 문 옆에는 큰 캐비닛이 있는 걸로 보아 바로 출동할 수 있게 마련한 것이리라.


그렇게 5분 정도 꿈지럭거렸을까.


“유승호···견습 헌터?”


특유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와 함께, 헌터 하나가 2층으로 올라왔다.

지난번 게이트가 열렸을 때 만났던, 검 한 자루로 두꺼비를 두 동강냈던 그 사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견습 헌터 유승호입니다!”


겉모습과 달리 강준성은 극단적으로 대쪽같고 무뚝뚝한 사람은 아니었다.


매사에 차분하고 침착하게 행동할뿐, 친절하고 때론 유쾌한 편이었다.

승호는 금방 긴장을 풀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온갖 질문 세례가 이어졌고, 준성은 성실히 답변해주었다.

그래봐야 질문이 몇 개 안 됐지만.


“더 궁금한 게 없다면 내 차례군. 일단 능력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준성이 서류를 팔랑이며 물었다.


“···알겠습니다.”


승호는 걱정을 조금 담은,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자신있게 견습 헌터 자격을 갖춘 건 좋았다.

하지만 역시 게이트 안에서 잘 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당장 저번 두꺼비 마수들을 상대로도 아무것도 못하지 않았나.

물론 마음이 좀 풀어져서 특성을 흡수해두지 않은 탓이지만, 그걸 변명이라고.


그런 승호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건지, 준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나 실전이 걱정된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일러두지. 우린 견습 헌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니까. 다만 최선을 다해야 할 거고, 그럼에도 우리 팀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명심하도록.”


그의 단호한 목소리는 왠지 모를 씁쓸함까지 담겨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승호는 마음을 다잡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에 준성이 조금 전의 질문에 대답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대상의 특성을 흡수하는 능력입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능하지?”

“돌의 [단단함]부터 [초지능]까지 웬만하면 다 가능합니다.”

“능력은 일회용인가?”

“그렇습니다. 해제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구태여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헌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능력은 완전히 밝히지 않는 게 관례.

상황이란 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몇 번의 문답이 오가고, 준성이 서류 귀퉁이에 메모를 추가하던 중.


“음···!”


준성이 움찔하며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태도가 변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승호를 상대하느라 친절하고 풀어진 상태였지만, 지금의 준성은 강직하고 빈틈없는 헌터였다.


“오자마자 실전 투입이군. 잘 따라오도록.”


준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무실의 비상벨을 내리쳤다.

그러더니 망설임 없이 2층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왱왱 울려대는 경고음에 앞서 만났던 두 헌터도 사무실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양림정육점 앞에 C급 게이트.”

“알겠습니다.”


우진은 번개처럼 사라졌다.

그만큼 빠르게 사라졌다는 게 아니라, 진짜로 번개로 변해 사라졌다.


“와···.”


그의 능력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멋지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으니.


저런 이동기가 없는 승호는 대장을 따라 죽어라 달려야 했다.


다행히 완전히 뒤쳐지기 전에 헌터들은 게이트 앞에 도달했다.

튀어나온 마수들은 이미 바싹 구워진 후였다.

그 옆에서 우진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글입니다. 근처는 정리해뒀습니다.”

“좋아.”


준성은 칼자루에 손을 턱 올린 채 게이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음은 승호가, 다음은 현희, 마지막은 우진이다.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세계는 들은 대로 정글과 비슷한 환경이었다.

지구에선 볼 수 없는 식물들이 꽤 널려 있다는 게 차이점이랄까.


백현희 헌터는 별 감상 없다는 얼굴로 창을 하나 소환해 손에 쥐었다.

신우진 헌터도 마찬가지, 손목에 감긴 전선을 풀어 주머니에 쑤셔넣을 뿐이었다.


유승호 헌터··· 유승호 견습 헌터는 나뭇가지를 꺾었다.


다른 세 헌터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한심하다거나 이상하게 보는 게 아니라, 애초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도와주겠다고 객기를 부리는 것보다야 관심을 끌었다.


요리 실력이라고는 정말 꽝인 사람이 식칼 들고 도와준다고 하면?

‘넌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러나 그런 사람이 혼자 레시피북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뭘 찾아보는 걸까.’


어이없는 호기심이 들지 않겠나.

지금의 경우가 딱 그랬다.


“그걸로 뭘 하려는 겁니까?”


성격 좋은 우진이 먼저 물어봤다.

다른 둘은 주위를 경계하고 있지만, 궁금하긴 한듯 신경을 이쪽에 쏟고 있었다.


“나무도 체화하면 꽤 좋은 특성을 가져서요. 만약을 위한 거죠.”


돌멩이나 금속이 더 낫지 않나, 하고 백현희가 중얼거렸다.

당연히 생각했었죠, 말을 삼킨 승호는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날이 선 백현희의 말에 강준성이 승호를 두둔했다.


“그러지 마라. 다들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 있으니까.”


‘다들?’


그 말에는 ‘즉, 너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했겠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승호는 그것을 깨닫고 바르르 떨었다.

그래, 미처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는 실전이다.


물론 그에게도 다 생각이 있었다.

교육대에서 보낸 시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다.

승호는 마음을 굳혔다.


“온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풀숲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승호는 나무껍질의 특성을 체화하고 자세를 낮추었다.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고, 뭔가가 튀어나오기 전에 강준성이 선수를 쳤다.


“발검.”


순간 강준성 헌터의 손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검은 뽑혀 있었다.

검집에서 시작되어 칼끝이 멈춘 지점까지.

부채꼴 모양으로 초목들이 일정하게 썰려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뛰쳐나오려던 붉은 개 마수도 이미 무력화되어 있었다.

다리가 붙어있어야 할 부위에선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강준성은 검을 휘둘러 버둥거리는 마수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백현희, 유승호는 게이트를 지키고, 신우진은 나랑 이 근처 마수들을 토벌한다. 게이트가 닫히려 하면 보고해라. 특히 유승호. 전투에는 최대한 참여하지 말도록. 본인 몸 지키는 것에 집중해라.”


백현희는 짤막하게 대답했고, 신우진은 말없이 몸에 감은 전선을 모두 풀었다.

승호는 아쉬운 티가 나지 않게 일부러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쉬워봤자 제가 뭘 어쩌겠냐마는.


그리고 두 헌터가 토벌을 위해 이동하자, 승호는 문득 마수 사체를 바라보았다.

피 웅덩이를 조심스레 지나쳐 사체에 손을 댄 승호가 콧소리를 냈다.


“흠.”


[후각]

[흉폭함]

[압도]


‘그래도 쓸만한 게 하나는 있군.’


승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특성을 흡수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써봐야 알겠지만, 아마 겁주기나 도발 용도로 쓸 수 있지 않을까.


“방금 뭐한 거예요?”


그때, 백현희 헌터가 물었다.

호기심이 어려있는 얼굴이었다.


별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견습 헌터라고 지켜보기는 하는가보다.


“방금 전에 죽은 마수를 만졌잖아요.”

“어, 제 평가 결과 파일에는···.”

“그거 귀찮아서 안 읽었어요. 애초에 그 파일에 적힌 것만 보고는 모르거든요.”


승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특성 흡수’에 관해 짤막하게 설명해주었다.


“신기하네요.”

“어, 그런데 파일만 읽어서는 모른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설명이 부실하거나 조금씩 다르거든요. 대장은 ‘검술에 능함’이라고만 쓰여 있었다니까요.”


승호는 조금 전 봤던 발검술을 떠올리곤 헛숨을 뱉었다.

검술에 능함, 이라니···.

고작 그 정도 설명으로는 한참 부족하긴 했다.


“혹시 그럼 사람 능력도 흡수할 수 있어요?”

“네. 원본에 비해서 성능은 좀 뒤떨어지지만···.”

“그럼 내 능력도 한 번 흡수해봐요.”


백현희 헌터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승호가 망설이자, 백현희는 얼른 하라며 장난스런 재촉까지 했다.


“선배가 시키는데 안 할 거예요?”


결국 승호는 백기를 들었다.

선배의 권위를 이용하다니, 비겁하다.


[신의 머리카락]


그럴 듯한 이름이 붙은 특성.

여태 보여줬던 창을 소환하는 능력이리라.


“됐어요?”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로 백현희 헌터가 재촉했다.

손을 쥐락펴락하던 승호는 어렵지 않게 창을 소환해냈다.


백현희 헌터의 창과 아주 흡사한, 하지만 조금 작은 창이 승호의 손에 들렸다.

마치 고퀄리티 정품 디자인과 교묘한 짝퉁의 차이 정도 될까.

주인이나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미묘한 차이였지만···.


“오오···!”


기대하고 있었는지, 그녀는 박수를 치며 신기해했다.

백현희의 능력은 ‘창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창’을 소환하는 것이다.


그녀의 창은 드는 것조차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능했고,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적었다.

‘신의 머리카락’이라는 이명이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던 것이다.


[천사의 머리카락]


신기해하는 백현희 헌터와 달리 승호는 약간 실망했다.

아무리 그래도 격차가 조금 심하지 않은가?

‘신’에서 ‘천사’라니 이건 뭐 마스터에서 실버로 강등 당한 느낌이다.


무심결에 시무룩한 티를 냈는지, 백현희가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려줬다.


모든 능력자가 그렇듯 개인의 능력은 개인에게 새겨진 고유한 힘이지만, 백현희 헌터의 것은 더더욱 그 특징이 부각됐다.


마치 모 세계관의 묠 씨 망치처럼, 백현희가 아니고서야 소환된 창을 온전히 다룰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훨씬 작고, 뭔가 특별한 힘도 안 느껴지네요.”


백현희의 창에 비하면 문양과 패턴도 훨씬 적었다.

하지만 ‘천사의 머리카락’이라는 이명이 붙은 것으로 보아, 어쩌면···.


“···!”


그때 백현희 헌터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녀는 긴장감으로 물들어 굳은 얼굴로, 승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수 무리.”


아마 죽어 나자빠진 붉은 개 마수의 냄새를 따라 몰려든 것이리라.


“한둘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요.”


승호는 흠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는 공격보다 어렵다.

마수 무리를 몰살하는 것은 쉬워도, 후배 헌터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건 어렵다.


“후우.”


심호흡과 함께 백현희는 양손에 창 두 자루를 소환.

그대로 달려나갔다.


졸지에 혼자 남겨진 승호는 ‘천사의 머리카락’ 창 한 자루를 꼭 쥐고 기다렸다.


멀리서 백현희 헌터가 무쌍을 찍는 것 외에는 별 낌새가 없었다.

그리고 승호에겐 그게 더 수상했다.


신우진 헌터가 근처를 정리했다고는 해도 멀리까지 토벌하진 못했을 터.

그렇다면 마수가 여기저기 널려 있을 텐데, 어째 저곳만 시끄럽나?

이 근방에 기회를 노리는 마수가 몇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승호의 감각이 예리해졌다.

감각 활성화, 교육대에서 배울 때만 해도 개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쉭-


승호는 재빨리 몸을 틀며 창을 휘둘렀다.

옆통수를 노리고 어설프게 날아온 단검이 창끝에 튕겨나갔다.


미숙한 공격을 시도했던 적은 곧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


여러 창작물이나 매체에 등장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헌터 교육대에서 교육 받은 내용대로기도 했고.


그러나 이런 곳에서 고블린을 만나는 건···.


“백현희 헌터!”


생각보다 행동이 앞섰다.

승호는 주변을 경계하면서 백현희 헌터를 불렀다.


고블린은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름대로 지능적인 사냥을 선호한다.

미끼에게 속아선 안 된다.


“고블린입니다!”


백현희 헌터는 쏜살같이 달려와 고블린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놈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자, 이를 신호로 삼았는지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백현희에겐 어린애 장난에 불과한 공격이었다.

승호는 처음부터 나무껍질의 특성을 체화하고 있었으니 타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아, 진짜!”


백현희가 짜증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고블린이니 붉은 개니 그녀의 상대는 안 된다.


실력만 놓고 보면 그녀에겐 날벌레나 고블린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러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있나.


고블린들은 계속해서 덤벼들었다.

사냥감이 흥분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 날뛴다면 분명 빈틈이 생길 터.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면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지.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다.

슬라임이 얼마나 덤벼들어야 드래곤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그때, 승호는 멀리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붉은 개 마수 무리.

대충 봐도 그 수가 50이 넘었다.


불행히도 놈들이 향하는 방향은 정확히 이쪽.


“마수가 더 옵니다! 수는 오십 이상!”


백현희에게 상황을 알린 후, 승호는 곧장 통신을 시도했다.

강준성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적은 많았고, 헌터들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보신保身과 게이트 수비.


백현희 헌터라면 제 몸 하나 지키는 것쯤은 한 손으로도 가능할 터였다.


하지만 게이트 수비는?


게이트 밖에서 싸운다면 얼마나 쏟아져 나오든 상관없지만, 안쪽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한 마리만 빠져나가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이번이 첫 임무인 견습 헌터이자 후배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막말로, 저 어리버리한 후배가 제 몸 지키는 것도 잘 할 지 모르는 상황 아닌가.


마수들이야 지금은 밖으로 나갈 생각도 못하고 몽땅 죽어 나자빠져도, 만약 그녀가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지금 가고 있다.”


그런데 승호가 보고를 올리자마자 강준성이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붉은 개 떼들이 가까이 오자 그 뒤쪽도 시야에 들어왔다.


거기엔 마수 무리를 뒤쫓는 두 헌터가 있었다.


강준성은 뒤처지는 마수들을 썰며 추격해왔고, 신우진은 동료들을 발견하자 한 줄기 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번개처럼 백현희 헌터 옆에 내리꽂혔다.


꽈지직-!


섬광이 한순간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이윽고 시각이 되돌아오자, 남아있는 것은 백현희와 신우진, 그리고 마수들의 쓰러진 모습뿐이었다.


“저것들도 마무리해야지.”


몰려든 개 마수들은 두 헌터의 능력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앞뒤로 몰아치는 공격에 개 떼들은 허둥대다가 몰살당했다.


“끝났군.”


강준성이 짤막하게 말을 뱉으며 검을 집어넣었다.

고작해야 30분이 안 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풍경은 살벌했다.


여기저기 마수 사체가 널린 탓에 대학살극의 현장처럼 보였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트가 유리 깨지는 소리를 냈다.


“타이밍 좋고.”


신우진이 경쾌하게 게이트 밖으로 발을 뻗었다.

그 뒤를 따라 헌터들이 차례로 돌아오자, 게이트는 쩍쩍 소리를 내며 이내 완전히 닫혀 사라졌다.


“이번엔 좀 수월하게 끝났네요. 후배가 운이 좋은 편인가?”

“수월 좋아하시네. 고블린이랑 개새끼들 상대하느라 얼마나 바빴는데.”

“···안 그래도 그 일에 관련해서 상의할 것이 있다. 사무실로 돌아가지.”


돌아갈 때는 헌터들도 걸었다.

이게 맞지. 굳이 매번 뛸 필요는 없잖아.


복귀하는 동안, 현희는 승호에게 예상보다 잘 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승호가 한 거라곤 그녀가 놓친 마수들을 때려잡은 것뿐이지만.


“아까 봤는데 그 창도 들고 있던 거 같은데.”

“흡수해서 쓰더라고. 나도 엄청 신기했어.”


우진이 작게 탄성을 질렀다.

물론 그 또한 백현희의 창을 들어봤던 경험이 있으니 놀랄 수밖에.


준성은 그보다는 도망치지 않은 것에 집중했다.

잘 맞서 싸웠다는 말에, 승호는 의아해져서 물었다.


“헌터가 게이트에서 도망치지 않은 게 칭찬 받을 일인가요? 견습이긴 하지만.”

“당연하죠. 프로 헌터들 중에도 나몰라라 도망치는 사람 많은데요. 그리고 우리 팀이 최근에 ‘탈주’가 좀···.”

“신우진. 괜한 말 하지 마라.”


말허리가 잘린 우진이 입을 꾹 다물었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깬 건 현희였다.


“와! 닭강정!”


아무렴.

닭강정은 못 참지.


작가의말

오타 지적 및 피드백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특성 흡수로 최강의 헌터가 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전투 평가(1) NEW 23시간 전 23 0 17쪽
5 B급 게이트 토벌(2) 24.09.17 40 0 15쪽
4 B급 게이트 토벌(1) 24.09.17 48 0 12쪽
» 첫 출근, 첫 출동 24.09.16 64 0 21쪽
2 '평범'한 시절 24.09.14 84 0 16쪽
1 유승호, 헌터 되다 24.09.13 138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