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미완성된 게임을 만약 내가 플레이를 한다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Dango
작품등록일 :
2024.09.13 21:17
최근연재일 :
2024.09.19 18:14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8
추천수 :
0
글자수 :
37,002

작성
24.09.16 22:00
조회
4
추천
0
글자
11쪽

4화 로그아웃 후 현실세계

DUMMY

나의 의식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로 돌아왔다.


‘.. 아아 또 현실인가···.’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익숙해보이는 천장과 책상 그리고 내가 지금 누워있는 침대는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던 나의 방의 모습과 흡사했다.


침대에 있는 베개 위에는 전선들이 흩어져 있다.


머리에는 제법 무게가 느껴지고 있었는데 조금 전까지 나의 머리에 꼽혀있던 기계를 조심스레 떼어내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나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던 기계의 압박이 느껴지지 않은 탓에 조금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Video Real Game. 사람들 사이에서는 줄여서 VRG라고 불리는 이 기계는 머리에 기계를 씌우는 것으로 기존에 컴퓨터가 담당하고 있던 그래픽과 CPU를 뇌로 대체해서 연산을 진행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가 될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전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차후에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때문에 유명한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VRG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에는 큰 금액을 투자할 정도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기계였다.’


“우욱..”


나는 갑작스레 위에서 음식물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재빨리 방문을 열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변기에 매달려 위 안에 들어있던 음식물이 모두 빠져나가기 전까지 변기를 붙잡고 있었다.


조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VRG는 기존 컴퓨터와 다르게 여러 가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상태이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화장실에서 토를 하고 있는 것도 VRG를 하면서 뇌가 조금씩 어지럼증을 느껴서 장시간 VRG를 사용하게 되면 자연스레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야 되는 것이 단점이었다.


‘후.. 후..’


조금 진정된 것을 확인한 나는 입안에 양치를 했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식사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옷을 입고 조심스레 집을 나왔다.


어쩔 때는 날씨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겨울에 짧은 티를 입고 나간다든지, 여름에 두꺼운 점퍼를 입고 나간 적도 제법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집안에는 에어컨과 히터가 갖추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서는 날씨가 어떻게 되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도 바보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들을 것 같지만 말이야.’


집을 나와 익숙한 길을 걷는다.


나의 집 주변에는 주택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곳곳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다른 이웃들을 배려해서 밤이 되면 최소한의 소음을 만들어냈다.


거리를 걸으면 가끔씩 담벼락이 낮은 집의 경우에는 길을 걸으면서도 바깥에서도 집안을 볼 수 있는데 사생활 침해를 당하기 싫은 사람들은 모두 커튼을 치고 있어서 바깥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여전히 밤 거리는 마음에 드는데..’


내가 살고 있는 주택 거리는 오후 7시만 되면 유동 인구가 사라진다.


그리고 조용한 거리가 형성되는데 조용하게 지내고 싶은 나의 성미에 안성맞춤인 거리였다.


주택 거리가 형성된 탓에 멀지 않은 곳에는 편의점이 있다.


자취를 한지는 제법 오래되었지만 그런데도 요리를 할 용기는 내보지 못한 상태로 나는 항상 편의점에 들러서 끼니를 해결했다.


“띨링.”


편의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문에서는 종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익숙한 아르바이트생의 인사를 들은 채 만 채 한 상태로 식료품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로 향한다.


조금 전까지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던 주택 거리와는 다르게 편의점 내부에는 항상 한 두 명씩 사람이 있다.


‘나이는 중년 남성으로 내가 지금 먹을 것과 같이 도시락을 먹거나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혼자 동영상을 보며 깔깔 웃는 모습을 보면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흠.. 오늘도 마땅히 먹고 싶은 것은 없는데..’


편의점에만 끼니를 해결한 지는 5년이 넘은 상태였다.


신상품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상품을 한 번씩 먹어본 적이 있는 터라 이제는 편의점에 가는 것도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역시 가장 무난한 것은.. 돈까스일까.. 오늘도 속에 있는 것을 전부 게워냈으니까 영양분을 조금은 보충할 필요가 있단 말이지..’


돈까스 도시락 이외에도 며칠 동안 먹을 도시락과 과자 그리고 음료수와 물을 모두 챙겨서 계산대로 갔다.


“5300엔입니다. 봉투는 필요하십니까?”


계산을 끝낸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곳의 아르바이트생과는 몇 년이나 마주치고 있지만 아는 척을 해오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든다고 해야 될까..’


나는 타인과 되도록 얽히고 싶지 않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무관심한 스탠스가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그렇고.. 너무 사버린 것 같은데 말이지..’


나의 양손에는 3개의 봉지가 가득 차 있었다.


‘조금 무리 했다고 해야 될까..’


쓴웃음을 지으면서 편의점과 집 사이의 거리를 머릿속에 생각해봤다.


‘아아.. 도중에 쉴만한 장소도 없는데 말이지.. 뭐 며칠만의 외출이니까.. 할 수밖에 없을까.’


편의점을 빠져나와 잠시 멈춰있던 나의 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근처의 이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제법 보였지만 마을 자치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나로서는 굳이 가까이 지내야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내가 별 볼 일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탓인지 인사를 먼저 걸어오지 않았다. 나는 후드를 얼굴이 보이지 않게 최대한 깊게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인 상태로 상대와 얼굴을 마주 보지 않게 걸었다.


‘향후에 다시 마주칠 때 인사를 받으면 곤란하단 말이지..’


나의 그런 여러 가지의 우려와 다르게 나를 지나치는 상대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


스스로도 어떻게 생각을 해야 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집 앞에 도착하자 그런 생각도 점점 지워졌다.


주머니에는 오래된 열쇠가 들어있었다.


본래 은색이었던 열쇠는 색이 바래져서 그동안 감추고 있던 누르스름한 색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열쇠를 넣는 문 고리에도 여러 번 열쇠를 오래 사용한 탓에 여러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조심스레 문 손잡이를 열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잠시 바닥에 조금 전에 들고 왔던 봉투 3개를 사뿐히 내려두고는 방금 편의점에서 꺼낸 이온 음료를 찾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얼마 걷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이야..’


수분 보충은 틈틈이 해두는 편이 좋았다.


‘나처럼 혼자 집에 사는 사람이라면 더 더욱 말이지. 건강에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편의점에서만 끼니를 때우지 않고 대부분 직접 만들어 먹겠지.’


자학에 가까운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그럼 우선 봉투 안에 들어있는 식재료들을 냉장고에 하나 둘씩 넣어볼까.’


편의점에서 집까지 얼마 거리가 되지 않지만 운동을 하지 않은 나로서는 조금 부담되는 거리였다.


그대로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어떤 인간이든.. 배가 고플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배고픔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기력이 빠지기 전에 먼저 식재료들은 냉장고에 넣을 필요성이 있었다.


‘서둘러 움직여보자고.’


냉장고 안을 청소한 지는 5년 이상 지났지만 그런데도 아직은 깨끗하게 느껴졌다.


‘그거야 음식물은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이 대부분이고.. 대부분 완성되어 있는 음식인 탓에 바깥에 냄새가 잘 새어 나오지 않는단 말이지..’


도시락과 음료수 그리고 물이 나의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전부였다.


‘여름이 되거나 혹은 겨울에 가끔씩 아이스크림이 땡길 때를 제외하고는 냉동실도 잘 사용하지 않으니까..’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나의 어릴 적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뭐 집이 전체적으로 노후화 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지.. 그럼 오늘 저녁 식사는 조금 전에도 봤던 것처럼 돈까스 도시락으로 할까..’


그리고 방금 사온 제로 탄산음료를 가진 상태로 방으로 들어갔다.


‘.....’


하지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나의 기대는 산산조각 나버렸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도시락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나무젓가락을 챙겨오지 않았다.


나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뻣뻣한 고개를 돌리고 다시 방문을 열고 주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오래 전부터 씻지 않은 식기들이 물에 담겨져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맑은 물에 식기들이 담겨 있었지만 지금은 그 물들도 매말라 있을 뿐만 아니라 식기들의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스테인리스의 은색 빛을 띄고 있던 수저들의 색도 어느샌가 짙은 갈색에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는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상태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듯한 기분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바깥에 나갔다가 들어올 정도로 삶의 의욕이 있었지만 단지 젓가락이 없다는 것 만으로 모든 삶을 포기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 이토록 중요한 일이었다니.. '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는지에 대해 후회가 밀려 들어왔다.


‘자.. 잠깐..’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오늘의 나는 삶의 의욕이 평소보다 높았다.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나로서도 감이 잡히지 않지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은 조금 전 들렀던 편의점에 다시 방문해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나무젓가락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그것을 다시 받아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무젓가락 한 두 개를 받기 위해서 다시 편의점에 가는 일은..’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뭔가 손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그 아르바이트생과도 5년 이상 매번 편의점을 이용할 때마다 봐왔단 말이지.. 그런 베테랑 아르바이트생이 나무젓가락을 잊고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은 그의 프라이드를 손상 시키는 일은 아닐까..’


어느 쪽이든 간에 내가 손해 본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그런데도 나는 나의 취향에 맞는 선택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틀렸어.. 더 이상 인간으로서 살 수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부모님의 미완성된 게임을 만약 내가 플레이를 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7화 NEW 24분 전 0 0 13쪽
6 6화 24.09.18 3 0 11쪽
5 5화 시내로 오랜만의 외출 24.09.17 3 0 11쪽
» 4화 로그아웃 후 현실세계 24.09.16 5 0 11쪽
3 3화 안개의 방 24.09.15 7 0 12쪽
2 2화 칸프 마을에 도착 24.09.14 7 0 12쪽
1 1화 접속 24.09.13 14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