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미완성된 게임을 만약 내가 플레이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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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o
작품등록일 :
2024.09.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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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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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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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집 안은 어두컴컴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에서 곧바로 보이는 거실의 불이 자동으로 켜졌다.


제법 사용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전등을 갈아줄 때를 제외하면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가끔씩 새로운 전등을 사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나는 머리를 쓸어 내렸다.


그런 용품에 돈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게임에 과금을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할 정도로 머리가 이상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게임 과금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야..’


청소를 안 한 지 족히 1년 이상을 지난 화장실에 들러서 서둘러 비누로 손을 씻고 나온 뒤 거실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서 외출하기 전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던 돈까스 도시락과 탄산음료를 다시 챙겨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역시 더운데.’


툴툴 거리며 돌아가는 에어컨을 에어컨 리모컨으로 작동 시킨 뒤 조금 전 천원 마트에서 사온 젓가락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으음.. 역시나 고민이 된단 말이지.’


컴퓨터를 작동 시키고 로그인 화면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나는 어떤 젓가락을 선택할 지에 대한 고민을 끝내지 못했다.


‘각자 장점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아아 매번 선택을 해야 될 때가 싫단 말이지.’


그래서 나는 보통 선택지를 고민해야 될 때면 고민이 되는 것을 전부 사고 나중에 후회하는 타입이었다.


‘... 그것이 멍청하면서도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한정 판매품인 경우 나중에 사지 않은 것을 후회했던 기억이 있었던 터라 오히려 지금처럼 안 좋은 습관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나의 인생을 망친 것은 결국 게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게임을 하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을 하기 불가능할 정도였다.


‘지금 취직 활동이나 아르바이트에 취업도 생각하지 않은 상태이고.. 게임을 제외하면 딱히 할 일도 없을 테니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런 생각을 매번 하고 있지만 결국 생각만 할 뿐 나는 그저 제자리에 변하지 않고 머무르고 있는 상태였다.


‘에잇! 저녁 식사를 하는데 그런 심각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그러다가 체할 수도 있고.. 저녁 식사는 하루에 한번밖에 오지 않으니까.. 음음.’


스스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나무젓가락이 들어있던 봉지를 뜯었다.


나는 나무젓가락 특유의 뭉툭한 감촉에 나도 모르게 젓가락에 시선을 옮겼다.


“으아아아아앗! 이럴수가 나는 스테인리스 젓가락으로 먹고 싶었는데 말이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의 100kg가 넘는 몸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불쌍한 의자가 내가 바닥에 무릎을 꿇을 때의 충격으로 방 끝으로 밀려났다.


‘어라? 내 의자가.. 어디에 있지?’


나는 주변을 한참 둘러본 뒤에야 방 끝에 있는 의자를 찾았다.


‘헉.. 헉.’


단순히 방을 이동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


‘아아 역시 오래된 에어컨인 탓인지 제대로 냉방이 되지 않는단 말이지.’


나는 한숨을 쉬면서 에어컨 리모컨을 들고 더 온도를 낮췄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미지근하게 들어오던 바람에서 차가운 바람으로 변했다.


‘아 이제야 살만하네.’


나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조심스레 돈까스 도시락 뚜껑을 다시 열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그 용기의 아래에는 먹음직스럽게 튀겨져 있는 돈까스와 샐러드의 모습이 보였다.


‘자자! 어서 먹자고.’


나는 다시 젓가락을 들어 올렸다.


‘.... 또 나무젓가락인가.. 포기하고 먹자.’


식사를 끝낸 후 바닥에는 내가 나무젓가락이 들어있던 봉투를 사용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책상 위에 놓여있던 스테인리스 젓가락이 들어있던 봉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무참할 정도로 무거운 나의 몸을 바치고 있던 의자에 하필 그 스테인리스 젓가락이 들어있던 봉투가 아래에 깔리게 되었고 화장실에 들를 때가 되어서야 그것을 발견했다.


‘당연히 멀쩡할 리가 없지.’


사온 물품을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쓰레기통에 버릴 때의 아픔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경험해봤다.


‘아아 이것이 예전 슈퍼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물건을 사지 않으며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을 때 마른 아이들이 인기 만화의 스티커가 들어있는 빵을 버렸을 때의 기분일까?’


나는 그것이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애들이 빵을 먹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스티커만 챙긴 이유는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식사량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애들 부모님들은 저녁 식사를 먹지 않으면 앞으로 용돈을 주지 않는다든지의 협박을 한 적이 있는 것이겠지.’



그것이 지금 내가 스테인리스 젓가락을 버리기 위해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거실까지 걸어온 이유와 동일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을 더 해볼 필요성이 있지만 그 이외에도 다 먹은 도시락 용기들과 방안에 며칠 동안 내버려두고 있던 쓰레기들을 한번에 챙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쓰레기통은 나의 방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방에 위치해있다.


‘나가서 버리는 것이 싫어서 방안에 무턱대고 던져두었던 것이.. 이제는 문을 제대로 닫기 힘들 정도로 쓰레기 봉투가 방에 가득 찬 상태였다.’


‘후.. 후우.. 쓰레기를 버리는 일에 이렇게 힘들게 버려야 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지만.. 그런데도 바깥에 쓰레기 봉투를 버리기 위해 매일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나는 다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으로 돌아가서는 평소의 일과를 진행했다. 나는 여러 개의 게임을 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지만 내가 사용하는 휴대폰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폴더폰이었다.


오래된 기계인 탓에 당연하게도 스마트폰과 성능이 달라서 지금 나오는 모바일 게임이 제대로 구동 될 리는 없었다.


‘이유가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그것은 나의 게으름 때문일 것이다.’


바깥에 나가서 휴대폰을 구매하고 개통하는 데는 하루면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나의 시간을 굳이 그런데에 쓸 이유는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서 휴대폰이라는 도구는 단순하게 전화 통화와 문자를 보내는 것 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휴대폰에는 유일하게 피붙이인 삼촌의 번호와 가끔씩 전화오는 스팸 전화와 문자 그리고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면 청구서로 날라오는 휴대폰 청구서가 전부였다.’


‘뭐 그래도 요즘은 VRG를 하느라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나는 조금 전 식사를 하기 위해서 잠시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헤드폰을 다시 양쪽 귀에 가져다 댔다. 청소를 하지 않은지 2년 이상 지난 헤드폰인 탓에 만질 때마다 끈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데도 아직 고장이 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금전 감각이 없어서 게임을 하는데 너무 많은 돈을 쓰니까.. 이런데서라도 아껴야 되지 않을까..’


아마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불을 꺼둔 상태로 은은하게 들리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소리와 책상 아래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컴퓨터 내부의 팬 소리 그리고 가끔씩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와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들리는 키보드 소리만이 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응? 그러고 보니 지금 몇 시지?’


나는 저녁 식사를 한 이후로 컴퓨터로 게임에 몰두했다.


집중을 할 때마다 시간 감각이 무뎌지고 있던 나로서도 왠지 시간이 많이 지나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나는 눈을 감은 상태로 알트+탭 키를 눌러서 컴퓨터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오전 5시 40분인가..’


방안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암막 커튼을 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뜨거운 햇빛이라도 암막 커튼을 뚫고 빛을 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가장 싼 암막 커튼을 사서 쓰고 버릴 생각이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좋았다.


‘물론 안 좋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양쪽 커튼을 묶을 수 있는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나의 방 창문이 길었던 탓인지 혹은 커튼의 길이가 짧았던 탓인지는 모르지만 약간의 길이 차이로 커튼 사이에 커튼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틀렸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좌절에 휩싸인 상태였어도 희망은 그렇게 멀지 않은 장소에 있었다.


커튼을 다시 분해하고 재 설치해서 조금씩 커튼을 당기고 수건을 말아서 임시로 커튼을 묶어두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렇게 나만의 암막 커튼 세팅이 완성되었다.


‘삶의 질이 달라진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


나는 암막 커튼을 사기 전까지는 일반 커튼을 사용했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커튼의 방식으로 직접 내려서 커튼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묘하게 맞지 않을 때가 있어서 열심히 커튼을 조절하더라도 맞지 않을 때가 가장 스트레스였다.


‘그럼에도 계속 사용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변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어릴 때 사용하던 전자 제품이나 방에 있던 물건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뭐 컴퓨터는 어쩔 수 없이 바꾸기는 했지만.. 마치 나의 집은 성장과 변화를 반복하는 사회의 모습과 다르게 마치 시간이 정지해 있거나 혹은 사회보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언제 한번 정리해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음에 하는 것이 낫겠지.’


그 생각은 나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내가 스스로 처음 생각한 말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말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해왔다.


‘모두 핑계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왠지 그것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마치 그것을 정리하는 순간 부모님이 계시지 않다는 사실을 마치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안방과 아버지의 서재는 부모님의 장례가 끝나고 집에 내가 처음으로 돌아왔을 때 한번 열어본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사회적으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내가 어릴 적 기억하던 밝은 나의 집의 분위기와 지금 현재의 집 내부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내가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계선이었다.’


‘아아. 분위기도 식은 것 같네.’


“저는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헤드폰으로 함께 레이드를 하던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게임을 종료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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