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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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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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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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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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좀 다쳐서... (1)

DUMMY

 5화


 <머리를 좀 다쳐서... (1)>




 침실에 돌아온 시온은 작은 편지지 하나를 들고 신음하고 있었다.


 “편지라, 이게 과연 편지란 말이지.”

 “그래, 편지.”

 “끄응···.”


 올 게 왔군.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빨리.


 편지 봉투에는 레이어 가문의 인장과 함께 수필로 큼지막하게 이름이 쓰여있었다.


 “제든 레이어···.”

 “후작님이 직접 쓰신 거네! 좋겠다!”

 “끄으으으으응···.”

 “왜 끙끙거려?”


 왜냐고?

 편지를 받았다는 건 답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그것도 레이어 가문의 후계자 제든 레이어의 아들 시온 레이어로서.

 타지로 떠난 아들을 걱정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아주 정중히 답장을 드려야 한다는 뜻이니까.


 ‘미치겠네.’


 우려하던 일이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지금 이 몸의 주인은 시온 레이어가 아닌 골드 드래곤 시온.

 후작가의 후계자로서 기억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충 기억을 되살려 아들인 척 연기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시온의 마지막 유희는 1390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0년 쯤 전의 일.

 요즘 인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른다는 소리다.


 “뜨, 뜯어 봐야겠지?”

 “그러면 뭐, 어디 고이 모셔두기라도 하게?”

 “끄으으응···.”


 한참을 고민하던 시온이 조심스럽게 편지 봉투를 뜯었다.

 봉투 안에는 고풍스러운 황갈색의 편지지가 한 장 담겨 있었다.

 시온은 자신도 모르게 편지의 첫 문장을 따라 읽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사랑하는 아들에게.


 학회 생활은 할 만 하느냐?

 이 아비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제발 다치지 말고···.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

 함부로 마음을 주지 말거라.


 엄마와 동생은 무사히 잘 있다.

 너무 걱정 하지 말거라.

 많이 보고 싶어 하더구나. 여유가 생기면 편지 한 통 하거라.


 사랑한다, 아들.


 아빠가.』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감동적인 편지였다.

 ···라고 생각했겠지.

 시온 레이어가 읽었다면 말이야.

 골드 드래곤 시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시발, 동생이랑 엄마? 난 이름도 모르는데.’


 아무도 믿지 말라고? 무사히 잘 있다고?

 대체 무슨 말이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들 뿐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편지를 읽고 나니 더욱 체감된다.

 그는 시온 레이어가 아니다.


 만일 가문으로 돌아갔다가 이 사실을 들킨다면?

 웬 정체불명의 녀석이 자기 아들의 몸을 차지한 뒤 아들인 척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처형해 버릴지도 모른다.


 억울하다.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모든 힘을 잃고 평범한 소년으로 환생한 시온은···.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불쌍하게도 인간의 손에 죽임을 당하게 되겠지.


 음, 그래도 아들의 몸인데 죽이진 않으려나?

 아무튼···.

 아. 기구한 인생이여.


 “나보고 대체 어떡하란 말이냐···.”

 “뭐라는 거야. 진짜 머리라도 다쳤어?”


 그 순간 한 가지 묘수가 시온의 머릿속에 번뜩였다.


 ···머리를 다쳐?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시온이 제프의 두 볼을 마구 꼬집었다.


 “아파! 아프다고! 왜 이래!”

 “너 진짜 천재냐! 기특한 녀석!”


 그래! 다치면 된다!

 진짜 머리를 다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세레니티 학회는 다양한 검술과 마법을 배우는 곳.

 강의 중에는 당연히, 학생 간의 대련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대련 중에 살초를 펼치진 않겠지만 가끔 흥분해서 힘을 주체하지 못하면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학생은 학생이고, 학생은 서투르니까 학생인 법!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학회에서 검술을 배우다가 머리를 다친.

 그렇게 기억을 잃어버린!

 멸망한 귀족 가문의 측은한 아들, 시온 레이어가 되는 거다!


 “검술학 강의는 언제냐!”

 “뭐?”

 “검술, 검술 말이다. 이론도 배우고! 대련도 하고!”

 “···너 아마 그 강의 짤렸을 걸?”

 “짤려? 왜?”

 “니가 쌍욕하고 나갔잖아, 그 강의.”

 “···.”

 “···?”


 시온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


 “학회장님,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쌍욕이라니, 그것도 강의실에서!”


 의자에 앉아 인자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는 노인은, 세레니티의 학회장인 헨리 다그네스였다.

 그의 앞에서 검술학 교수 바흐만 아렌츠가 시뻘게진 얼굴로 울부짖고 있었다.


 “바흐만 교수님, 진정하세요.”

 “진정할 일이 아닙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교수들이 바흐만을 거들었다.

 다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학생, 애초에 수업 태도가 아주 불량합니다.”

 “강의를 들을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나 원.”

 “허허···. 분명 나쁜 의도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다른 안 좋은 일이···”


 헨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교수들을 진정시키려는 그때.


 “누가 그런 개소리를 지껄여?”

 “···에밀리 교수님?”

 “이런 거지 같은 수업.”

 “···저기, 교수님?”

 “시온 학생이 강의실에서 한 말입니다.”


 마법학 교수 에밀리 피저.

 그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의 하늘색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심지어 다른 학생과 마찰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뺨을 때렸다고 했던가요?”


 순식간에 학회장실이 시끄러워졌다.


 “어떻게 감히 신성한 강의실에서, 그것도 교수한테. 쌍욕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제가 봤을 때 저 학생은 지금, 학회의 규칙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른다.


 세레니티 학회에는 누구도 어길 수 없는 불변의 규칙이 하나 있다.

 학회는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학생을 내쫓지 않는다.

 학회를 세울 당시, 설립자인 마틴 다그네스와 각 나라의 왕들이 직접 정한 규칙이었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숨겨진 학생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겠다는 학회의 창립 의의.

 아무리 동기들에 비해 뒤처지고 성장이 느린 학생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규칙이었지만···.

 반대로 학생이 흑심을 품고 악용한다면 학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규칙이다.


 “보통 처벌로는 안 됩니다. 최소 유급! 그래, 유급이 좋겠네요. 어디 마나 적응도도 없는 녀석이···.”

 “학생에 대한 비난은 삼가세요.”


 헨리의 눈빛이 바뀌었다.


 헨리의 눈빛이, 인자하기만 하던 그 눈빛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그의 몸에서 짙고 무거운 마나가 흘러나왔다.

 흥분한 바흐만을 향한 무언의 경고였다.


 움찔!


 “흠흠!”


 머쓱한 듯 헛기침을 하는 바흐만.

 잠시 헨리의 눈치를 살피던 에밀리가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아무튼,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끄응···.”


 헨리가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열정이 앞선 소년의 귀여운 실수 정도로 넘기려고 했건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교수들은 절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확실히 가벼운 안건은 아니네요. 이를 어쩌면 좋을지···”


 그때, 교수진 사이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혹시 제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또 다른 검술학 교수, 반 에이크.

 평소에 조용하고 학생에게 큰 관심이 없던 그가 선뜻 나서자, 다들 꽤나 놀란 눈치였다.

 대장장이학 교수, 아이언피스트가 흥미롭다는 듯 질문했다.


 “오, 반 교수님. 좋은 방도가 있습니까?”

 “···특별한 건 아니구요.”


 반이 잠시 머뭇거렸다.


 “괜찮으니, 말씀해 보세요.”

 “다신 그러지 못하도록, 제가 따끔하게 교육하겠습니다.”

 “교육이라 함은?”

 “시온 학생은 제가 따로 지도하겠습니다.”


 헨리가 생각에 잠겼다.


 “개인 지도라···.”


 바흐만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개인 지도가 처벌이 될까요? 오히려 특별 대우 같습니다. 그냥 이참에 제가···.”

 “좋네요. 그렇게 합시다.”

 “학회장님!”


 헨리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여기는 학생을 처벌하는 곳이 아닙니다. 학생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종류의 불만인지,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지. 학생의 생각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우선, 반 교수님에게 맡기고 상황을 조금 지켜보도록···.”


 연구실 바깥에서 우렁찬 괴성이 울려 퍼진 건 그때였다.


 “교수니이이이임!”


 쾅!


 누군가 다급하게 연구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어라? 다들 여기 있었구··· 아니지. 다들 여기 계셨군요! 교수님!”


 잠시 옹기종기 모인 헨리와 교수들을 응시하던 시온은, 이내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제가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쿵! 쿵!


 연구실 바닥을 뚫을 기세로 머리를 처박는 시온.

 소시오패스 종족 출신답게, 그는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서 열등한 인간들 앞에서 석고대죄하기로 마음먹었다.


 ‘반드시 검술 강의를 들어야 한다.’


 여기 있는 모든 교수와 교관, 학생들에게 자신이 머리를 다치는 광경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

 기억을 잃어야 한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어떻게든 제든 아니···. 아버지의 귀에 소식이 들어가야 한다.


 헨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시온을 저지했다.


 “그쯤하고 일어나세요.”

 “아닙니다! 이 한심한 인간은 여기서 죽어야 마땅합니다! 머리를 아주 그냥···.”

 “아, 일어나라고 좀!”


 움찔.


 한 번 더 머리를 박으려던 시온은,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 헨리를 바라보았다.


 진짜 자르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사곤데···


 바흐만이 식은땀을 흘리는 시온에게 다가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속삭였다.


 “시온이라고 했나?”

 “···네.”

 “운 좋은 줄 알아라. 학회장님이 워낙 인자하고 학생을 사랑하시는 분이니 말이야.”

 “···.”


 시온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쉽게도 징계는 내 담당이 아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지. 네놈의 그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고쳐 줄 절호의 기회였는데.”

 “교수님···. 진정.”


 으드득!


 시온의 어금니에서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저 젖비린내 나는 인간이 지금···.


 “시온 학생, 앞으로 검술학 강의는 빠지지 말고 참석하도록 하세요.”

 “네? 그 말씀은···. 저 잘리는 거 아닌가요?”

 “학회 강의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반 교수님이 직접 시온 학생을 지도해 주시기로 했어요.”


 헨리가 조용히 시온을 바라보고 있던 반을 손으로 가리켰다.

 시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잘린 게 아니구나!

 무슨 징계인진 몰라도 일단 강의를 계속 들을 수 있다!


 바흐만의 도발에 울컥울컥 올라오던 화가 단번에 싹 가라앉는 기분.


 “감사합니다! 열심히 듣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감사하다며 허리를 굽히는 시온.


 그런 시온을 바라보는 반의 눈빛은,

 차갑게.

 너무도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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