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뽀랑.
작품등록일 :
2024.09.14 04:02
최근연재일 :
2024.09.20 17:4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37
추천수 :
0
글자수 :
56,721

작성
24.09.19 10:00
조회
3
추천
0
글자
11쪽

머리를 좀 다쳐서... (5)

DUMMY

 9화


 <머리를 좀 다쳐서... (5)>




 “···그게 사실입니까?”

 “네,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학생들도 다 봤구요.”


 헨리의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에밀리.

 그녀의 증언에도 헨리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마나 적응도도 없던 학생이 하루아침에 더블 캐스팅을 구사했다?”

 “그렇다니까요! 저도 믿기 힘들지만···.”

 “시온이라고 했나요?”

 “네, 레이어 가문이에요.”

 “흠···.”


 잠시 머뭇거리던 에밀리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지금이라도 설득해 볼까요, 학회장님?”

 “뭐를요?”

 “연구실에 들어올 생각 없냐고···.”

 “교수님.”


 에밀리의 말에 헨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시온 학생이 정말 그 정도의 재능을 가졌다면 학회가 품을 수 없어요. 그럴 만한 그릇이 못 됩니다. 지금의 학회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워하는 에밀리.

 이번엔 조금 단호한 목소리로 헨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우선, 제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네요.”


 헨리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주섬주섬 옷을 챙기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천재···. 천재라.’


 그의 말마따나, 학회는 그를 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레아브 교단이 등장한 후로 모든 게 뒤틀렸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도 다 옛말이다.

 턱없이 부족한 자금과 인력.


 ‘지켜줄 수만 있어도 천만다행이지.’


 머잖아 아카테 대륙을 뒤덮을 거대한 폭풍 앞에 세레니티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촛불이나 다름없었다.

 대륙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 시온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진다면 어떤 외압이 들어올지 모른다.


 그를 탐내는 이들과 제거하려는 이들.

 저 어린 소년이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벅찬 일이다.

 하지만, 지금 학회에는 그들로부터 시온을 지켜줄 힘이 없다.


 헨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민이 많으신가 봐요.”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군요.”


 학생을 지킬 수 없는 선생이라니.

 정말이지 참담한 심정이었다.


 잠시 에밀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헨리가 묻는다.


 “덥나요?”

 “네?”

 “건물이 많이 더운가요? 얼굴이 엄청나게 빨개지셨어요.”

 “···네. 좀 더워서요.”


 다급히 얼굴을 가리는 에밀리였다.


 **


 “나를 왜 찾아왔다고?”

 “여쭤볼 게 있어서 왔다.”

 “왔다?”

 “···야!”


 시온이 습관적으로 내뱉은 반말에 제프가 질색하며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왔어···요.”

 “질문은 강의 시간에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


 반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제프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저···. 갑작스럽게 와서 죄송합니다, 교수님.”

 “···.”

 “저희가 여쭤보고 싶은 게 강의 관련 내용이 아니라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제프의 정중한 태도에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반이 말했다.


 “강의 관련 내용이 아니라면···. 무슨 질문이지?”

 “묻고 싶은 건···.”


 시온이 입을 열자 제프가 그의 허벅지를 꽉 쥐어뜯었다.

 말조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흠흠. 다름이 아니라, 레아브 교단에 대해 좀 여쭤보려고 합니다.”

 “레아브 교단?”


 반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네. 레아브 교단에 대해 조사를 좀 하고 있는데 혹시 교수님께서 아시는 게 있나 싶어서요.”

 “그걸 다른 교수도 아니고 왜 나한테 묻는 거지?”


 제프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답했다.


 “아···. 몰래 들으려고 한 건 아니고 화장실에서 우연히 교수님께서 레아브 교단에 대해 대화를 나누시는 걸 들었습니다.”


 대화를 엿들었다는 말에 잠시 흠칫한 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어디까지?”

 “네?”

 “어디까지 들었냐고. 대화 내용 말이다.”

 “그, 그게···.”

 “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말고.”


 제프가 불안한 지 식은땀을 흘리며 시온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해보라는 구조 신호였다.

 하지만 정작 시온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반을 빤히 응시할 뿐이었다.

 제프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또, 똥 싸느라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뭐?”

 “아, 아니. 볼일을 보느라 대화 내용은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그냥 교단 이야기를 하시는 거 같길래, 아시는 게 있나 해서···.”

 “흠···.”


 천천히 팔짱을 낀 반이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잠시 고민에 잠긴 듯했다.


 “부, 불편하시면 다음에 다시 찾아뵐까···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반의 눈치를 살피는 제프.

 잠시 후, 반이 팔짱을 풀며 제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럴 필요 없다.”

 “네?”

 “학회 내부 사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즘 학회 사정이 썩 좋지 않아서 레아브 교단이 학회를 인수하려고 시도하는 중이거든.”

 “에? 소문이 사실이었나요?”


 제프가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소문이 어디서 어떻게 난 지는 모르겠지만 레아브가 학회를 인수하려고 하는 건 사실이다. 나는 그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고.”

 “그럼 정말 학회가 인수되는 건가요?”

 “너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긴 좀 그렇고.”

 “아···.”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온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나눴다는 다른 교수님은 누구죠?”


 심드렁한 그의 말투에, 반이 흥미롭다는 듯 시온을 바라보았다.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걸 내가 꼭 말 해줘야 하나?”

 “그런 건 아니죠.”

 “마치 나를 취조하러 온 사람 같군.”

 “켕기는 게 있으신가 봐요?”


 시온도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렇게 둘은 십여 초 동안,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치열한 기 싸움.

 마치 둘의 시선이 맞닿은 곳에 스파크가 튀는 듯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시온과 반을 번갈아 쳐다보던 제프가 시온의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교수님! 강의 시간에 뵙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야, 빨리 일어나!”


 행여나 눈싸움에 질세라 두 눈을 부릅뜨고 있던 시온이, 연구실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

 제프의 손을 뿌리친 시온이 옷을 탁탁 털며 투덜거렸다.


 “하, 저 핏덩이가 어느 안전이라고 눈깔을 부라려?”

 “너 진짜 제정신이야?”

 “뭐가?”

 “몰라서 물어? 진짜 찍히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야?”


 제프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강의 시간도 아닌데 불쑥 찾아가서는 공손하게 여쭤보진 못할망정!”

 “이 등신아. 넌 진짜 뭐가 이상한지 몰라서 그러는 거냐?”

 “뭔 소리야?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시온이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 놈이 화장실에서 이야기를 엿들었다고 했을 때 저 뺀질이가 내뱉은 말이 뭐냐?”

 “···어디까지 들었냐고?”

 “그래. 그게 그 상황에 맞는 반응이라고 생각하냐?”

 “···.”


 생각해 보니 그렇다.

 보통은 왜 남의 이야기를 엿듣냐고 화를 내거나, 대수롭지 않게 설명을 해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반은, 제프가 엿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대화 내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학회 내부 사정이라고 하시잖아. 뭔가 중요한 이야기였겠지.”

 “이 미련한 곰탱이 같은 인간.”

 “말 다했냐?”

 “넌 어디 가서 투자 같은 거 하지 마라. 사기당하기 딱 좋은 성격이군.”

 “이 새끼가···.”


 자신을 노려보는 제프를 뒤로하고, 시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뭔가 있는데···.’


 분명 뭔가 있다.


 수많은 유형의 인간.

 특히 남의 등을 처먹으며 살아가는 사기꾼 놈들을 만나며 쌓아온 그의 예리한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반의 답변과 표정, 미세한 행동의 변화로 미루어 봤을 때 분명 그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조금 더 확실한 반응이 필요한데.”

 “뭐?”

 “어이, 쓸모 있는 인간. 나 좀 도와줘야겠다.”

 “···뭘?”


 이 새끼가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러나, 하는 불안한 표정을 짓는 제프였다.


 **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걸 어쩌나. 나는 딱히 아는 게 없는데?”

 “아···.”


 제프가 머쓱한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대장장이학 교수 아이언피스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어지는 숨 막히는 정적.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제프였다.


 아이언피스트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근데 내 강의를 들은 적 있던가?”

 “아뇨. 처음 뵙습니다.”


 교수가 너털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허···. 처음 보는 학생이 하는 질문치곤 꽤 민감한 주제군.”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가 있나. 더 궁금한 건 없고?”

 “네, 없습니다. 교수님.”


 그가 흥미롭다는 듯 자신의 덥수룩한 수염을 어루만졌다.

 제프의 머리 색깔과 같은 주황빛의 수염이었다.


 “자네 머리. 머릿결도 좋고 희미한 주황빛이 도는 게, 마치 내 수염 같군. 혹시 대장장이가 될 생각은 없나?”

 “예, 예?”

 “비실해 보이긴 하지만···. 성격도 세심해 보이는 게, 꽤 좋은 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아···. 죄송합니다.”


 제프가 당황한 듯 고개를 숙이자 아이언피스트가 웃으며 손사래 쳤다.


 “하하, 농담이네. 그래도 장인의 길은 늘 열려있으니 만일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찾아오게나.”

 “··· 감사합니다.”

 “이만 나가봐도 좋네.”


 혼이 다 빠진 얼굴로 연구실을 나온 제프.

 이걸로 벌써 일곱 번째 교수 연구실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제프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며 이를 꽉 깨물었다.


 ‘개새끼···.’


 “도와달라는 게 이런 거였냐!”


 그는 조금 전 시온과 했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 나 좀 도와줘야겠다.

 - 뭘?

 - 우리가 교단의 뒤를 캐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그 쪽에서 분명 반응이 올 거다.

 - 야, 그거 너무 음모론 아니야? 대체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데?

 - 이번 한 번만 날 믿어봐라, 인간.

 - 아 됐어. 난 안 할래.

 - 그러지 말고···.

 - 아 됐다고!


 제프가 완강하게 거부하자 시온이 별수 없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 아쉽군. 일리아 레벨린 인가 뭔가랑 가까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일 텐데.

 - ···그게 무슨 소리야?

 - 녀석에게도 도와달라고 부탁하려고 했거든. 이번 일.

 - ···.

 - 근데 네가 나를 도와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니. 유감이군. 아무래도 둘이서 해야겠다. ‘단 둘’이서.

 - ···잠깐만.

 - 아니다. 아무래도 무리한 부탁인 거 같군.

 - 자, 잠깐만. 일단 들어나 보자.


 그렇게 시온의 부탁을 받아들인 제프였지만.

 일리아는 무슨, 그녀의 그림자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제프가 울부짖었다.


 “시온, 이 개자식아아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0.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죠. (1) NEW 3시간 전 2 0 11쪽
» 머리를 좀 다쳐서... (5) 24.09.19 4 0 11쪽
9 머리를 좀 다쳐서... (4) 24.09.18 6 0 12쪽
8 머리를 좀 다쳐서... (3) 24.09.17 7 0 13쪽
7 머리를 좀 다쳐서... (2) 24.09.17 10 0 12쪽
6 머리를 좀 다쳐서... (1) 24.09.16 14 0 11쪽
5 이게 어떻게 된 거지? (4) 24.09.15 13 0 11쪽
4 이게 어떻게 된 거지? (3) 24.09.14 15 0 12쪽
3 이게 어떻게 된 거지? (2) 24.09.14 18 0 12쪽
2 이게 어떻게 된 거지? (1) 24.09.14 20 0 12쪽
1 프롤로그 24.09.14 29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