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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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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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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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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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거지? (2)

DUMMY

 2화


 <이게 어떻게 된 거지? (2)>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하룻밤 사이에 미쳐버린 친구를 옆에 두고 도저히 정상적인 학회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신은 멀쩡한 놈이었는데.

 오늘 아침부터 어딜 가나 괴상한 소리만 늘어놓았다.


 식당에 가도,


 “지금 나보고 이딴 걸 먹으란 말이냐, 인간.”

 “···꺼져.”


 화장실에 가도,


 “지금 나보고 이딴 곳에서 똥을 싸란 말이냐, 인간.”

 “···제발 꺼져.”


 강의실에 가도.


 “지금 나보고 저딴 걸 배우란···”

 “아, 좀! 닥쳐!”

 “방금 거기, 뭐라고 했어?”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온은 이런 단체 생활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다.


 유희를 할 때도 레어에 쌓여있는 보물을 팔아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을 뿐.

 그의 식탁 위에는 고기가 끊긴 적이 없었고, 그가 사용하는 화장실은 언제나 최고급이었으며, 그가 읽는 서적은 모두 고가의 비급들이었다.

 학회에 구비된 시설이 그의 성에 찰 리 없었다.


 “어이가 없군. 피오렌스 류 검법의 창시자가 인간이라고? 누가 그런 개소리를 지껄여?”

 “야, 제발···.”

 “제발 검 휘두르는 거 한 번만 더 보여달라고 질질 짜던 애송이들이···.”

 “거기, 떠들 거면 당장 강의실에서 나가!”

 “죄, 죄송합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생각했다.

 제프가 이를 악물고 속삭였다.


 “야···. 닥치고 조용히 강의 듣자. 나 쫓겨나기 싫거든?”

 “킁, 버르장머리 없는 인간.”


 시온이 콧방귀를 뀌었다.


 사실, 여유 있는 척 강의에 딴지를 걸긴 했지만, 그는 지금 매우 조마조마한 상태였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강의를 잠자코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


 그는 마나홀을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

 그것도 전혀.


 왜냐고?


 존엄한 드래곤은 그 태생부터가 인간과 다르다.

 세상 빛을 보는 순간부터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강철보다 단단한 육체는 신수(神獸)의 그것과 같아서, 흐르는 마나를 받아들이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드래곤 하트는 또 어떠한가?

 열등한 인간이 마나를 저장하는 마나홀과는 궤를 달리한다.

 전설로 회자되는 그 안나 스트라우스의 마나홀 조차도, 갓 태어난 헤츨링의 드래곤 하트만 못하다.


 따라서 검술과 마법을 연구할 때도, 자신만의 마나 연공법을 창조할 때도.

 단 한 번도, 마나홀이란 것에 대해 고려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마나홀 그딴 거,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만들 필요도 없었고.


 “그···. 흠흠. 혹시, 마나홀 만드는 방법은 언제 배우느냐?”

 “마나홀?”

 “그래, 마나홀.”

 “너 마나홀 없어?”

 “없다.”

 “···없다고?”

 “그래, 없다.”


 이젠 익숙한 눈빛이다.

 이건 또 뭔 개소리지 하는 눈빛.


 “···그거 집에서 다 만들어 오는 건데?”

 “뭐라?”

 “가문에서 다 배워 오는 거라고, 그거.”

 “이런 개 같은!”


 콰앙!


 시온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강단에 서있는 교수와, 주위 학생들의 이목이 한순간에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이런 거지 같은 수업, 애초부터 들을 필요가 없었군!”

 “너, 너 지금 뭐라고···?”

 “야, 이 미친놈아!”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제프와 교수의 쌍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곧바로 강의실을 뒤돌아 나가버렸다.


 강의실을 나온 시온은 곧장 자신이 누워있던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명상(Meditation).


 저 멀리, 대머리 수도승들이 무(武)를 연마하는 산골짜기 캐드마(Cadma)에서는, 운기조식(運氣調息)이라고도 부른다.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대충 마나홀을 만들겠다는 인간들은 이러고 앉아있더라.


 ‘할 수 있다. 지금껏 잘 해왔잖아? 긴장할 거 없다. 너는 전지전능한 골드 드래곤 시온이니까.’


 우선 마나를 느낀다.

 별로 어려울 것 없다.

 드래곤에게 마나란 공기와 같고, 그것을 느끼는 일은 인간이 숨을 쉬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


 깊게 심호흡을 했다.

 창틈으로 따스한 햇볕과 바람이 흘러들어온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저 기분 좋은 날씨 정도로 생각했겠지만, 시온은 알고 있다.

 지금 그를 스치는 사소한 자연의 손길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마나(Mana)라는 사실을.


 ‘마나란 무엇인가?’


 태초에, 창조신 에오니스가 자신의 생명력을 담아 세계수 이그드라실을 창조했다.

 이그드라실을 통해 행성 곳곳으로 퍼져나간 신의 생명력은, 대륙을 만들고 동식물을 창조했다.

 지금 우리는, 그 생명력을 마나라 부른다.


 결국 마나란 모든 생명의 기원이다.


 이는 육신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소드 엑스퍼트 수준의 검사들이, 일정 경지에 도달한 대마도사를 쉽게 죽일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마도사가 마나의 깨달음을 얻으면 동시에 육체의 한계 또한 뛰어넘게 된다.


 결국 마나가 육신 그 자체.

 육신이 마나 그 자체란 이야기다.


 아무튼, 단전에 작은 구멍 하나 만들면 된다.

 만들기만 하면 8서클이고 9서클이고 순식간이다.


 만들기만.

 만들기만 하면 된다.

 되는데···.


 “이런 제기라아아알!”


 안 된다.


 “도대체 왜! 어째서!”


 아무리 마나를 쌓아보려 해도,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자꾸만 몸 밖으로 기운이 빠져나갔다.


 발끝에서부터 울화가 치밀어오른다.

 몸 상태가 쓰레기인 건 둘째치고, 어째서 마나홀을 만들어 오지 않았느냔 말이다.

 도대체! 왜! 어째서!


 이대로라면, 학회에 있는 동안 아무런 성장 없이 시간만 보내게 된다.


 ‘다시 가문으로 돌아가야 하나?’


 공을 들여 연구한다면, 기술 하나 창조하는 건 시온에게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드래곤도 멸종된 지금.

 알라니스가 부활한다면 대륙이 피바다가 되는 건 너무도 자명한 사실.


 “야!”


 쿵!


 무아(無我)의 상태에서 시간이 꽤 흘렀는지, 수강을 마친 제프가 시온의 침실로 들이닥쳤다.

 시온의 돌발 행동에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했다.

 제프가 콧바람을 쉭쉭 내뿜으며 소리쳤다.


 “진짜 미쳤냐! 내 인생까지 조지려고 그러는 거야?”


 불같이 성을 내는 모습을 망연자실 바라보던 시온.

 돌연 그의 눈동자에, 생기가 맴돌았다.


 “아!”

 “아? 아?? 진짜 아침부터 정신이···”

 “네놈이 알려주면 되겠구나!”

 “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시온이 제프의 멱살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제프의 얼굴이 힘없이 나풀거렸다.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네가 도움이 다 되는구나!”


 제프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궜다.

 진짜 이걸 개똥에 파묻을 수도 없고.


 “뭘, 뭘 알려달라는 건데 대체.”

 “마나홀 만드는 법 말이다! 너는 알고 있지 않으냐!”


 한껏 들뜬 시온의 목소리.

 하지만 제프의 얼굴은 도리어 단호하게 굳었다.

 그는 시온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건 안 돼.”

 “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마나를 정제하고 쌓는 방법은 가문마다 다 달라. 그건 우리 집안 고유의 기술이라고. 비급이라고, 비급!”


 틀린 말이 아니다.


 마나를 다루는 방법은 한 가지로 정형화 되어 있는 게 아니다.

 사용하는 마나의 정순함이나, 쌓은 마나를 방출하는 방법은 가문마다 다 다르다.

 캐드마 수도승들의 기(氣), 즉 마나는 대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정순하고 깨끗한 반면, 창술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칸 볼크만의 마나는 아주 거칠고 사납다.


 그 모든 차별점의 시작이 바로 마나홀이다.

 가문 대대로 전해진 방법을 활용해 마나홀을 생성하면, 자연스레 그에 걸맞은 방법으로 마나를 다루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방금 시온의 말은 자신을 루네빌 가에 입양해 달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될 리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드래곤이 어떤 종족이던가?

 자신이 원하는 바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루어내는 종족.

 원한은 몇 배로 갚고, 은혜는 절반의 절반으로 갚는 세계 최고의 소시오패스 종족.


 그게 바로 시온이다.


**


 저녁을 먹고 있는 제프의 얼굴에, 시온이 자신의 볼을 마구 비볐다.


 “한 번만.”

 “안 돼.”


 책을 읽고 있는 제프의 어깨를, 시온이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딱 한 번만.”

 “아오, 징그러! 꺼져! 안 돼.”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제프를 시온이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몸서리 치는 제프.


 “한 번만. 제발.”

 “아, 진짜 왜 이래! 안 된다고!”


 잔뜩 짜증을 냈지만, 시온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돈, 돈이 필요하지! 얼마면 되냐!”

 “뭐래, 니네 집에 돈이 어딨어?”

 “내가 사실···. 자세하게 설명하긴 어려운데, 여기 마나홀만 만들면 숨겨놓은 보물을 팔아서···”

 “개소리할래? 나 자야 하니까 꺼져.”


 어림도 없었다.

 도무지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지 않느냐!”

 “어렵고 말고를 떠나서 안 된다고! 아빠한테 들키면 내가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단 말이야!”

 “어짜피 망한 집안, 쫓겨나면 뭐 어떠냐! 내가 잘 먹고 잘살게 해주마.”

 “미친놈.”


 시온이 눈물을 글썽이며 중얼거렸다.


 “나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이다. 이대로라면···.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된단 말이다···.”


 그의 마지막 말에, 제프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기분.


 학회의 어느 누구보다, 제프는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그것이 자신의 무능력함에 기인한 일이라면···.


 “···그게 무슨 말이야?”

 “나에겐 꼭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 지금 나의 몸 상태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

 “하···.”


 그가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부여잡았다.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시온.


 과거 루네빌 가가 기울 때, 비슷한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게 레이어 가문이다.

 시온과 그의 아버지는 제프를 가족처럼 대했다.

 부족한 식사지만 늘 제프를 불러 함께 저녁을 먹었고, 루네빌 가에 문제가 생길 때면 늘 발벗고 나서서 일을 도왔다.


 시온과 레이어 가문이 없었더라면, 제프가 세레니티 학회에 참가하는 일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온이 없었더라면···.


 제프가 무언가 다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조건이 있어. 집안 어른들에겐 비밀로 해야 해. 꼭!”

 “그렇게 하마! 너에게 배운 티가 날 일도 없을 것이다!”


 시온은 자신이 있었다.


 그가 마나를 다루는 능력.

 그 정밀함과 섬세함에 대해 칭찬하는 건 이제 입이 아플 지경이다.

 사실 제프에게 마나홀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고 해서 루네빌 가의 기술을 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좋아. 알려줄게. 내일 조회 끝나고, 학회 뒤에 공터로 와.”

 “좋다, 인간!”

 “···그 인간 소리 좀 그만하고.”

 “알겠다, 인간!”

 “이제 네 방 가서 자라. 좀.”


 제프가 홱 하고 등을 돌렸다.

 시온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나가는 길에,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인간들은 감정 호소에 약하군. 킥킥.”

 “이런 개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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