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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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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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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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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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좀 다쳐서... (4)

DUMMY

 8화


 <머리를 좀 다쳐서... (4)>




 처음 마법을 사용한 건 그녀가 13살이 되던 해였다.


 단 두 달 만에 마나홀을 완성하고, 마나홀을 완성한 지 이틀 만에 마법진을 구현했다.

 학회? 그딴 거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독학하면 되니까.

 그녀의 성장을 지켜본 이들 중 감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 에밀리 아가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 이게 말로만 듣던 천재···?

 - 피저 가문에서도 드디어 대마도사가 나오는 겁니까!?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글래시아의 서늘한 밤바람만큼이나 싸늘했다.

 처음 마법진을 구현했을 때도,


 - 고작 그 정도로 우쭐대지 마라. 대륙에 너 정도의 재능은 차고 넘친다.


 독학으로 3서클에 도달했을 때도.


 - 이제 겨우 3서클이냐? 너도 크게 되긴 글렀군. 


 돌아오는 건 아버지의 차가운 눈빛과 무심한 말들 뿐이었다.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반응이 이토록 냉담한 이유.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대한 갈망과, 자신은 결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 거란 열등감 때문이란 걸.


 오기가 생겼다.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뭐?”

 “세레니티에 가서,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마법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하. 아예 포기를 하겠다, 이 말이냐?”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말씀드리는 겁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무슨 수를 쓰든 그 경지에 도달해 주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학생의 신분으로 세레니티 학회에 참가했다.

 졸업 성적은 수석이 아닌 차석.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험을 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언제까지나 1등만 할 순 없으니까.


 졸업 이후, 심화 마나 운용학 박사 과정을 거치고 교수가 되었다.

 잠을 줄여가며 연구했다.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될수록 뼈저리게 느꼈다.


 ‘내 재능은 정말 별거 아니었구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기분.

 15년간 논문이란 논문은 깡그리 다 읽었지만 그녀가 도달한 경지는 고작 5서클.

 심지어 완벽한 5서클의 경지도 아니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5서클 입문.

 절대 더딘 성장이 아니다.

 다만, 자신이 뛰어넘고자 했던 아버지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뿐인가?

 학회에 참가하는 수많은 학생 중 아버지의 말대로 에밀리 정도의 재능은 차고 넘쳤다.

 아니, 자신을 뛰어넘는 재능도 종종 보였다.

 학회를 수료할 때 이미 4서클에 도달한 이도 있었고, 검술학에 입문하자마자 마나 소드를 사용하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저 거만하고 불량스러운 학생의 재능은 그녀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더, 더블 캐스팅?”


 믿을 수 없다.

 이제 고작 열댓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더블 캐스팅이라니.


 서클이 문제가 아니다.


 메모라이즈(Memorize)에는 최소 두 단계 이하, 즉 5서클인 에밀리는 3서클 이하의 마법들을 저장할 수 있다.

 바꿔 말해,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다.


 하지만 더블 캐스팅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마나를 다루는 것은 고도의 정신력을 요구하는 일.

 단순히 서클을 뚫는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요컨대, 지금 에밀리가 더블 캐스팅으로 3서클 마법을 구현할 수 있나?

 절대 불가능하다. 아마 뇌에 과부하가 와서 미쳐버리고 말 거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저 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마법진 두 개를 그려냈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퀄리티의 마법진을 말이다.


 “이제 됐죠?”


 여전히 도발적인 시온의 말투.

 하지만 지금 에밀리에게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괴물이 들어왔다.

 조금 전 말했던,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괴물이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건 대체 무슨 감정이지?

 ···경외심. 경외심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다들 고생했어요.”


 황급히 강의실을 나온 에밀리는 곧바로 학회장실로 향했다.


 알려야 한다.

 학회장님과 다른 교수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지금 학회에 전 대륙···. 아니, 그 역사를 뒤흔들 만한 인재가 들어왔다.


 에밀리가 입술을 짓씹었다.

 피가 흐르는 듯하다.


 재능.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재능.

 하지만 결국 그녀가 갖지 못한 바로 그 재능.


 에밀리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상기되어 있었다.

 질투 나지 않냐고?

 재능만 믿고 설치는 거만한 어린 천재가 아니꼽지 않냐고?


 에밀리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세, 섹시해.”


 **


 “아, 왜 귀가 간지럽냐.”


 찡그린 표정으로 귀를 후벼파는 시온.

 그런 그를, 수많은 학생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시온의 미친 활약으로 강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너 대박이다! 이름이 뭐야?”

 “어느 분야로 갈 거야? 검술학?”

 “등신아, 더블 캐스팅이면 무조건 마법학이지!”

 “아, 그런가? 와, 근데 그럼 마나 적응도는···.”

 “너무 높아서 안 뜬거 아니야? 미쳤네, 진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비를 힐끔 처다본 시온이 귀찮은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몰려든 인파를 비집고 제프와 함께 강의실을 나서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소매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저, 저기···.”

 “이게 뭐하는 짓이냐?”


 제프의 시선이 손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리아 레벨린.


 “혹시 잠깐 시간 있어?”

 “없다.”

 “그러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놔라. 죽여버린다.”


 여전히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듯한 시온의 태도에 제프가 황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야, 말이 너무 심한 거···.”


 하지만, 시온의 쌍욕에도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 멋있어!”

 “시크하다···. 저게 천재?”


 일리아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잠깐 시간 좀 내줘.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여기서 말해라.”

 “그러지 말고···.”

 “꺼지라 했다.”


 주춤하는 일리아.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나한테 마법을 좀 가르쳐 줘!”

 “···뭐?”


 시온이 되묻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지금 마법 가르쳐 달라고 한 거야? 그 레벨린 가문의 딸이?”

 “···쩐다. 부럽다.”


 공작의 딸.

 그것도 7서클을 앞둔 예비 대마도사의 딸이 시온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하, 어이가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

 “역시 인간은 변하진 않는군.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이 우선이지. 그 본질을 파헤칠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아.”

 “야, 그런게 아니라···.”


 일리아가 항변을 시도했지만 시온은 멈추지 않았다.


 “귀찮게 하지 마라. 마법은 그 잘나신 마젤인가 디젤인가 하는 작자한테 가서 배워.”

 “이, 이···.”


 제프의 입이 떡 벌어진다.


 ‘저 미친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시끌벅적하던 강의실이 순식간에 싸해졌다.

 실로 대범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작가의 딸, 그걸로도 모자라 마젤 공작에게까지 엿을 먹여버렸으니.


 “가자, 인간.”

 “어? 어, 어···.”


 시온을 따라, 허겁지겁 얼어붙은 강의실을 나가는 제프.

 아무렇지 않은 듯 휘적휘적 복도를 걸어가는 시온을 보며, 그가 질린다는 듯 말했다.


 “···미친놈.”

 “뭐라?”

 “진짜 미친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헹, 뭐 그 정도로.”


 별일 아니라는 듯 우쭐해 하는 시온이었다.


 제프는 생각했다.

 저 미친놈이···. 칭찬인 줄 아네···.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냐?”

 “그게 질문이야? 마젤 레벨린의 딸이라고! 그 마젤 레벨린 공작의!”

 “공작이 별거냐. 여기 널린 게 귀족일 텐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공작가를 모욕 한 게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다.

 다만, 세레니티는 여러 국가의 귀족들이 모이는 곳.

 가장 낮은 작위인 남작부터,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높게는 황실의 자손까지.

 공작이란 작위가 단순히 등장만으로 학회를 술렁이게 할 수준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도 다 옛말이야. 요즘은 세레니티에 오는 귀족을 찾기가 더 힘들어.”

 “엥? 왜지?”


 제프가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어댔다.


 “이유야 많지. 우선, 학회 시설이 노후된 채로 방치되고 있어.”

 “어째서?”

 “학회를 운영하는게 에오니스 교단인데, 요즘 내부 사정이 별로 좋진 않은가 봐. 레아브 교단에서 학회를 인수하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흠, 그랬나.’


 사실, 앞서 시온이 학회에 대해 언급한 건 단순한 응석이 아니었다.

 200년 전이라곤 해도 지금 학회는 시온이 알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노후 된 건물, 빈약한 교수진, 저급한 서적들.


 ‘···다 이유가 있었군.’


 “대륙 분위기가 흉흉한 것도 한몫해.”

 “분위기가 흉흉하다?”

 “응. 소문이긴 한데, 반타라의 산적이랑 헤브웰의 해적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왕국을 세웠다나, 뭐라나. 웬만한 수준의 가문들은 다 홈 스쿨링으로 돌리는 추세야.”

 “킁···.”


 좀도둑 주제에 왕국이라니.

 그렇게 뚜드려 맞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그나저나···.’


 레아브, 레아브.

 어딜 가나 레아브 교단의 이름이 들린다.


 ‘분명 뭔가가 있다.’


 믿음은 쉽게 흔들릴 수 있지만 대대로 새겨진 전통과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카테 대륙에 에오니스 교단이 자리 잡은 건 무려 14000년 전의 일.

 모든 국가의 설립,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날짜, 시간, 심지어 식습관까지.

 삶 곳곳에 에오니스의 손때가 묻어있다.


 그런 에오니스 교단을 밀어낸다?

 등장한 지 고작 200년 남짓 된 신생 교단이, 그것도 자력으로?

 어림없는 소리.


 시온은 확신했다.

 그들을 밀어주는 배후가 반드시 존재한다.


 ‘어쩌면···. 알라니스 놈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군.’


 “혹시, 학회 내부에 레아브 교단에 소속된 인간이 있나?”

 “야, 요즘 세상에 그런 민감한 걸 자기 입으로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겠냐?”

 “···그런가.”

 “그리고 학회는 에오니스 교단 소속이야. 레아브 소속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간, 바로 쫓겨날 걸?”

 “흐음···.”

 “근. 데. 내가 또 누구냐. 들은 게 있지.”

 “역시! 쓸모 있는 인간!”


 가슴을 쫙 편 제프가, 주변을 잠시 살피고는 시온에게 다가오라는 듯 손짓했다.

 시온이 귀를 갖다 대자, 제프가 작게 속삭였다.


 “사실, 어제 점심시간 끝나고 갑자기 급똥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갔거든? 근데 자리가 없는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교수 전용 화장실에 갔지···.”

 “···그런 건 굳이 말 안 해줘도 된다.”

 “그때 교수님 두 분이 레아브 교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오오, 그래서?”


 시온이 재촉하듯 되묻자, 배를 벅벅 긁으며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제프.


 “···끝인데?”

 “뭐라?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모르지?”

 “뭐?”

 “똥 싼다고 제대로 못 들었는데? 딱히 관심도 없어서.”

 “···.”


 이런 등신 같은 놈.

 아니다, 이 머저리를 또 믿은 내가 등신이다.


 시온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끄응···. 뭔가 실마리를 찾긴 해야 하는데.’


 제프가 머쓱한 듯 인중을 긁으며 말했다.


 “급한 일이면, 반 교수님께 여쭤봐.”

 “반?”

 “레아브에 대해 이야기하셨던 교수님, 그중 한 분이 반 교수님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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