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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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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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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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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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거지? (3)

DUMMY

 3화


 <이게 어떻게 된 거지? (3)>




 다음 날 아침.


 지루한 조회가 끝나고, 시온과 제프는 아침밥도 거른 채 공터로 향했다.

 피곤함에 절은 얼굴로 터덜터덜 걷는 시온.

 어딘가 굉장히 불편해 보였다.


 “어디 아파?”

 “인간들은 다 저런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이냐? 참으로 가여운 생물이로군. 자고로 침대란···”

 “개소리 그만하고, 일로 와 봐.”


 웬일로 고분고분 말을 듣는 시온.


 “그래서, 마나를 느낄 순 있고?”

 “흥, 나를 뭘로 보는 것이냐?”


 뭘로 보긴.

 마나홀도 없는 주제에 학회에서 난동을 피우는 미친놈으로 보지.


 턱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제프는 억지로 집어삼켰다.


 “···뭐, 그건 다행이네. 우선 자세부터 잡아 봐.”


 시온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인간, 그것도 저 어리고 버릇없는 인간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자존심 상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일단 말을 듣는 수밖에.


 “마나 연공법이랑은 조금 달라. 연공법이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라면, 이건 우리 육체를 재구성하는 것에 가까워.”

 “호오, 육체를 재구성한다?”

 “그래. 집중해서, 내 몸속에 흐르는 기운을 느껴봐.”


 제프도 시온의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가 눈을 감자 주변의 기운이 제프의 몸속으로 서서히 흘러들었다.


 후우우웅!


 느껴진다.


 제프의 마나홀을 둘러싼 마나의 흐름이.

 많은 양은 아니지만, 몸속을 흐르는 마나가 서서히 그의 단전을 깎아내고 있었다.


 ‘흠···. 내가 실패한 원인이 그거였나.’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한평생 드래곤 하트에 마나를 쌓아만 왔던 시온은 자신도 모르게 마나를 몸 안에 가두려고만 했다.

 비유하자면, 밑 빠진 독에 물을 퍼부으며 자꾸만 물이 샌다고 불평하는 꼴.


 마나를 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 것.

 그릇이 완성되면 마나는 자연스럽게 쌓이는 법이다.


 마침 명상을 마친 제프가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지만 이 정도의 마나 운용은 아직 제프에게 버거운 일이었다.


 “후! 봤어? 대충 이런 방식이야.”

 “그래, 잘 봤다.”

 “자, 너도 한 번 해봐. 내가 옆에서 코칭 해줄게.”

 “아니, 그거면 됐다.”

 “엥? 됐다고?”


 한번 본 것으로 충분하다.

 원리를 알게 된 이상 시온에게 다른 도움은 필요하지 않았다.


 “것보다···. 꽤나 오래 걸렸겠군.”

 “뭐?”

 “마나홀 만드는 거 말이다.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방식이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알았어?”

 “뻔하지.”


 단 한 번의 관찰로도 알 수 있었다.


 저 가공법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

 놀라울 정도로 정밀한 가공.

 절대 단기간에 마나홀을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근데···. 아마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빠를 거야.”

 “어째서지?”


 제프가 침울한 표정으로 자신의 단전을 어루만졌다.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크기가 아주 쥐꼬리만 해. 가성비가 별로란 소리야.”

 “역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멍청한 인간.”

 “뭐?”


 수백 년 전부터, 대부분의 인간은 마나홀을 만드는 것 그 자체에만 급급했다.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마나홀을 만들고 간단한 마법이라도 빠르게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것이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인간들이 재능을 판별하는 기준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값싼 자재로 허술하게 지어 올린 건물이 하나 있다.

 만약 그 건물을 무리해서 계속 증축하고, 건물 안에 무거운 물체가 계속 채워진다면?

 가벼운 충격에도 그 건물은 쉽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같은 이치다.


 마나홀의 가공은 마나를 깨우치는 데 있어, 그 어떠한 과정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해져야 한다.

 건물의 뼈대와 다름없다는 말이다.

 어린 나이부터 3서클, 4서클 마법을 구현하며 인간들 사이에서 천재라고 칭송받던 애송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모조리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 방식의 장점은 속도가 아니다. 섬세함이지.”

 “···무슨 말이야?”

 “명검을 만드는 아이언크로프트의 장인 드워프가, 쓰레기 검을 하루에 10개씩 찍어내는 인간 대장장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거. 상상이 가나?”

 “아니, 말도 안 되지.”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말란 말이다.”


 제프의 방식은 다르다.


 완벽한 방법은 아닐지언정, 여타 가문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튼튼하고 안정적인 방식이다.

 저렇게 완성된 마나홀은 앞으로 그의 성장에 든든한 뒷배가 될 것이다.


 “깎고, 또 깎아라. 그렇게 계속 깎다 보면, 쓰레기들을 동경한 과거를 부끄러워할 날이 올 거다.”

 “···.”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거짓이다.

 압도적인 재능 앞에서 노력 따위는 하등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노력에 배신당하지 않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는 것.


 잔꾀를 부리는 것이 아닌, 정도(正道)를 지키는 노력이라면.

 그 피와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시온···.”


 루네빌 가는 틀리지 않았다.

 조금 서툴고 더딜 뿐.


 저 미친놈이 내뱉는 근거 없는 말들이, 지금의 제프에게는 더없이 큰 위로였다.

 시온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한없이 맑게 빛났다. 


 “흥, 그럼 나도 어디···.”


 그런 제프를 본체만체하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시온.

 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시온의 주변으로 마나가 용솟음치며 대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갑작스러운 압력에 제프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쿠구구궁!


 무겁다.

 놀랍도록 무겁다.


 그렇지만 따뜻하다.


 명상으로 얼어붙은 제프의 몸을 녹일정도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나.

 에오니스의 성직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온기가 시온에게서 느껴진단 말인가?


 지면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마른 나뭇가지와 작은 돌멩이들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른다.


 마법이 아니다.

 이 현상들은 그저, 흐르는 마나의 영향일 뿐.

 제프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이 정도로 거대한 흐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허공에서 한참을 날뛰던 마나는 이내 시온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빨려든다.

 그래. 이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시온은 지금 자신의 몸속으로 마나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었다.


 ···문제는, 시온이 빨아들이고 있는 건 대기의 마나만이 아니었다.


 “어···어?”


 제프는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마나를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마나가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시온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황한 건 제프뿐만이 아니었다.


 ‘시, 시발! 이게 대체 뭐람?’


 다른 사람의 마나를 흡수한다니.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한 시온이 황급히 자신의 기운을 거두었다.


 “···야. 이거, 괜찮은 거야?”


 제프가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시온에겐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용하는 마나의 특성은 가문마다 천지 차이.

 그러니까 지금 시온의 몸 안은 자연의 마나와 제프의 몸에서 정련 된 마나, 그리고 쌓여있던 노폐물들이 어지럽게 뒤섞인 상태였다.

 빠르게 기운을 수복하지 못하면 마나 쇼크 상태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다시 마나를 방출해야 하나?


 아니. 그것도 위험하다.

 제어하지 못한 마나를 몸 안으로 배출하는 과정을 인간의 육체가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방법은 하나.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든다.’


 시온은 몸속에서 날뛰는 마나를 억지로 단전까지 밀어 넣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장애물의 그의 기운을 가로막았다.


 ‘끄응···. 이건 또 뭐야.’


 불순물이었다.

 단전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불순물에 막혀 도무지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마나홀을 만들지 못한 이유가 이건가.’


 마나를 갓 배운 사람이 직접 단전을 막고 있는 불순물을 뚫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다?


 자신의 기운을 다루는 것도 꽤 힘든 일이지만, 남의 몸속 마나를 다루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고차원의 기술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데···.

 힘없는 귀족의 자제를 선뜻 도와주려 나서는 이가 없었겠지.


 ‘정말이지 성가신 몸이구만.’


 우선 입구를 뚫는다.

 시온은 몸속의 마나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카아앙!


 “윽!”


 제프가 얼굴을 찌푸리며 귀를 막았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리는 듯했다.


 환청일까?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마나의 소용돌이에 닿은 시온의 단전이 조금씩 갈려 나가고 있었다.


 “···미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제프가 경악했다.


 단전을 갈아버린다고?

 저런 미친 방법이 존재한다니.


 속도야 빠르겠지만, 좁쌀 한 톨만큼이라도 삐끗했다간 바로 마나를 쓸 수조차 없는 몸이 될 것이다.


 ‘삐끗하지 않으면 된다는 소리지.’


 하지만, 시온이 누구인가?

 그에게 이 정도의 마나 운용은 누워서 오크 고기를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츠츠츠···.


 단숨에 불순물을 뚫고 들어간 마나는, 단전 안에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자. 이제 이걸 어떻게든 중화해야 하는데.’


 정제되지 않은 마나와, 제프의 마나. 그리고 몸속에 쌓인 탁기.

 이 세 가지를 몸 안에서 어떻게든 정화해야 한다.


 ‘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시온이 초조해하는 그때.


 ‘어라?’


 단전 외곽에서부터 흘러나온 정체불명의 온기가 혼탁한 마나를 부드럽게 감쌌다.


 ‘···이것 봐라?’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기운이,

 온기에 닿자마자 한순간에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과 기름 같던 세 가지 기운의 마나가, 서서히.

 하나의 기운으로 뭉쳐진다.


 조화(調和).

 결코 섞이지 않을 것만 같던 기운들이, 그의 몸 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체 어떻게 돼 먹은 몸이야?’


 다른 생명체의 마나를 흡수하고, 흡수한 마나를 자체적으로 중화한다.

 드래곤조차도 불가능한 일이다.


 잠시 후, 정화를 마친 온기가 소화라도 하듯 메스꺼운 연기를 꺼억 뿜어내며 몸속으로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시온의 몸 구석구석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


 푸쉬쉬···.


 진동하는 악취.


 “으! 이게 무슨 냄새··· 오?”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틀어막던 제프의 눈동자가 무언가 발견이라도 한 듯 커졌다.


 달라졌다.

 명상을 마친 시온의 기세가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나무껍질처럼 푸석푸석하던 시온의 피부는 번들번들한 물광을 뿜어내고 있었고, 툭 치면 쓰러질 것만 같았던 그의 몸에 탄탄한 잔근육이 올라와 있었다.


 가장 많이 변화된 것은 눈빛.


 썩은 동태마냥 초점 없던 그의 눈동자가, 더없이 찬란한 생기를 머금고 있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의 눈빛에 제프가 홀린듯 중얼거렸다.


 “와씨···.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다만,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제프뿐만이 아니었다.


 “와씨, 대체 어떻게 된 거지?”

 “···?”

 “···미친! 개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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