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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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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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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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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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좀 다쳐서... (2)

DUMMY

 6화


 <머리를 좀 다쳐서... (2)>




 석고대죄를 마친 시온은 연구실을 나와 곧장 마법학개론 강의실로 향했다.

 초급 마법 강의는 들을 필요가 없었지만 시온이 강의를 듣게 된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듣자!”

 “내가 왜.”

 “아, 좀 같이 듣자고!”

 “그러니까 내가 왜?”


 시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떼를 쓰는 제프.

 어느새 둘의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이미 네 친구라고 학회에 소문 쫙 퍼졌단 말이야. 나까지 교수님들한테 찍히라고? 제발. 집중하라고는 안 할게. 출석만 하자, 응?”

 “정말이지 귀찮게 하는군···.”


 물론 마법학 강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에게 마땅히 다른 할 일이 있냐?

 그건 또 아니다.


 남는 시간동안 세레니티를 벗어나 볼까 생각도 해보았다.

 알라니스의 흔적이나 생존한 다른 드래곤을 찾아 볼까 했지만···.

 학회를 벗어날 뾰족한 수가 없었다.


 우선 텔레포트는 적어도 6서클, 대륙 간의 이동은 최소 7서클의 경지에 올라야 시도해볼 만하다.

 아무리 시온이라 해도 어린 인간의 몸으로 벌써부터 6서클 이상의 마법을 구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배를 타고 떠난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지금 그에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이 망할 몸의 정체도 알아내야 하니까.’


 사실 지금 당장 정복자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해도 현재 그의 몸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어찌 됐건 그에게도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했다.


 “흠, 좋다!”

 “진짜? 진짜지?”

 “그래. 대신 이 은혜는 절대 잊지 말거라, 인간. 훗날 내가 너를 용이한 곳에 써줄 터이니. 영광으로 알도록.”

 “···이런 개 같은 놈이.”


 제프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내가 저런 놈을 친구라고 비급을 알려줬지.

 내가 등신이지, 내가!


 아무튼 그렇게 둘은 함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어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시온,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초야. 기초. 상위 마법이 아무리 화려하고 멋져 보여도 기초에 충실하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이라고.”

 “···웃기지도 않는군.”


 난생처음 들어보는 인간의 마법 훈수.


 “니가 지금 누굴 가르치려 드는지 알게 되면 그땐 부끄러워서 잠도 제대로 못 들 거다.”

 “뭐래.”


 그것도 열댓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지금 자신에게 훈수를 두고 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어버린 시온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왜 망한 거냐? 우리 집안.”

 “말 했잖아. 힘없고, 빽 없고···.”


 제프가 귀찮다는 듯 건성으로 대답하자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시온.


 “그런 거 말고. 자세하게.”


 레이어 가문은 소드 마스터를 배출한 전통적인 명가(名家).


 소드 마스터가 어떤 경지인가?


 소드 엑스퍼트(Sword Expert)를 뛰어넘은 경지.

 그들은 단순히 검에 마나를 주입하는 것을 넘어 마나를 검의 형태로 실체화한 오러 블레이드(Aura Blade)를 구사한다.

 강철을 물 베듯 베고, 높은 마나 이해도로 일정 수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뿐더러, 강화된 육체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말 그대로 인간병기.


 일례로, 시온의 마지막 유희 당시 시르데니스 국경 부근에서 반타라(Vantara)의 산적 무리가 기승을 부리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그들은 틈만 나면 시르데니스 외곽 마을을 약탈하고 민간인들을 해쳤다.

 황제가 직접 병력을 투입해 산적 소탕 작전을 펼쳤지만.

 반타라의 지형이 워낙 험난하고 거점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산적의 특성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남자가 있었다

.

 다름 아닌 소드 마스터, 이반 레이어.

 단신으로 반타라 중심지까지 파고든 그는 이틀 만에 산채 세 곳을 궤멸시키고는 두목을 산 채로 납치해 황제 앞에 데려다 놓았다.

 결국, 산적의 왕은 다시는 시르데니스를 침범하지 않겠다 약조하고 눈두덩이에 시퍼런 멍이 든 채 쫓겨나듯 반타라로 돌아갔다.


 사건이 끝나고 그 공로를 인정받은 이반은 황제에게 후작 작위와 함께 시르데니스 국경을 지키는 임무를 하사받았다.


 뭐, 요약하자면.

 소위 엄청 잘나가는 가문이었다. 레이어 가문.

 그런 가문이···. 200년이 지나긴 했지만 이렇게 쫄딱 망했다니.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듣고싶었다.


 “너 진짜 몰라? 진짜 기억이라도 잃은 거야?”

 “···비슷하다. 머리를 좀 다쳐서.”


 제프의 눈이 커진다.


 “미친. 진짜였어!?”

 “사정이 있으니 일단 다른 데 말하진 말고.”


 예상 밖의 전개에 황당한 표정으로 시온을 바라보는 제프.

 그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다쳤으면 치료를 받아야지!”

 “그럴 필요 없다.”

 “뭐가 그럴 필요 없어? 아니, 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 뜯고있는 제프를 시온이 재촉했다.


 “됐고. 얼른 말해 봐라.”

 “끄응···.”


 깊은 한숨을 내뱉은 제프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레아브라고, 들어 본 적 있어?”

 “레아브?”

 “응. 알라니스가 죽고 얼마 뒤에 등장한 새로운 교단이야.”


 새로운 교단?


 에오니스 말고도 또 다른 교단이 생겼다는 말인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을 텐데?


 “그럴 리가. 아카테 대륙에서 에오니스가 얼마나 영향력이 막강한···.”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니, 다들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아니더라고.”

 “뭐?”

 “이유는 잘 모르겠어. 피오렌스 제국의 소드 마스터 로타 볼크만 후작부터 히페리온의 왕 길버트 히페리온까지. 상당수의 고위 귀족들이 레아브 교단에 소속되어 있어.”


 믿을 수 없다.

 새로운 교단이라니···.


 에오니스 신화.


 사람들에게 신화라고 불리지만 정확히는 신화(神話)가 아니다.

 그것은 아카테의 역사 즉, 철저히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


 창조신의 생명력을 받은 이그드라실과 그 뿌리에서 파생된 여러 대륙들.

 대륙을 관장하는 신의 대리자 드래곤과 자연을 수호하는 엘더윈(Elderwin)의 정령들.


 이 이야기는 모두 명백한 사실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아카테 대륙에는 단 한 번도 다른 교단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

 아니. 존재할 수 없었다가 맞는 말이겠지.

 당연한 말이다. 진짜 창조신을 두고 다른 미신을 섬기는 정신 나간 놈이 있을 리가.


 근데 새로운 교단이 등장했다고?

 그것도 소드 마스터와 국왕이 소속된?


 “···단체로 정신이 나가버린 건가?”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야. 듣기로 에오니스는 엄청 보수적인 데 반해 레아브 교단은 진취 그 자체라고 하더라.”

 “진취?”

 “응. 오염된 움브라를 수복한 것도 다 레아브에서 한 일이래.”

 “하!”


 재주는 드워프가 부리고 명성은 기사가 얻는다더니.

 대륙을 위해 희생한 시온은 대륙을 파괴한 괴물이 되어버렸는데 고작 오염 하나 막았다는 이유로···.


 뭐? 진취?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오네.


 “에오니스 못지않게 꽤나 영향력이 막강한 모양이야. 물론 요즘 에오니스의 신탁이 끊긴 것도 한 몫 했지만···.”

 “신탁이 끊겼다?”

 “응. 어느 순간부터 신탁이 뚝 끊겼대. 안 그래도 알라니스니 뭐니 불안해 죽겠는데 슬슬 의심이 되는 거지.”

 “흠···.”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알라니스가 사용하던 이질적인 기운.

 죽기 전에 그가 내뱉은 말과 그의 내면에서 느껴졌던 압도적인 무언가.


 “끙···. 그래서 가문이랑 무슨 연관이 있나?”

 “연관이 있지. 레아브가 등장한 후에 우리 가문이 도태 됐으니까.”

 “뭐?”

 “얘네가 가문의 힘을 엄청 신경쓰더라고. 재력이나 권력 말고, 말 그대로 힘.”

 “왜?”

 “몰라? 교황이 그런 곳에 관심이 많나 보지. 가능성 있는 가문에 투자를 엄청나게 하나봐. 직접 육성도 하고.”


 흠···.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찝찝하다.

 크게 이상한 점은 없는데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다.


 “교단에서 손을 쓴 건 아닌 거 같고···. 그냥 자연스럽게 인재가 없는 가문들은 도태 되는 추세야. 너네 집도, 우리 집도.”

 “흐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륙을 구한 영웅의 가문을 그런 식으로 배척하다니···.

 그것도 아무런 보상 없이.

 에오니스랑 별반 다를 거 없는 놈들이군.


 “다른 특이점은 없고?”

 “특이한 거? 음, 다른 건 딱히 없는데.”


 잠시 고민하던 제프가,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검지를 치켜세웠다.


 “아! 하나 있다!”

 “오, 뭐냐!”

 “걔네, 엄청 착해. 교단 사람들이 거의 매일매일 봉사 다닌다더라.”

 “···.”


 ···자기 집안에 똥 싸지른 놈보고 착하다니.

 이런 멍청한 놈.


 놀란 내가 등신이지.


 “또 궁금한 거 있어?”

 “더 생각나면 그때 물어보마.”

 “야. 그럼 나도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제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부담스러운 그의 눈빛에 시온이 더럽다는 듯 흘겨보며 답했다.


 “···뭐냐?”


 그가 턱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쟤 어때?”

 “뭐?”

 “그 때 싸움 말린 애. 어때 보여?”


 그가 가리킨 곳에는 한 소녀가 자신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일전에 가비와 시온의 싸움을 말린 바로 그 소녀였다.


 딱 봐도 수십만 데나(Dena)는 되어 보이는 고급스러운 옷과 액세서리.

 그저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을 뿐인데, 몸짓 하나하나에서 고풍스러움이 묻어나왔다.


 “어떻긴 뭘 어때? 눈빛부터가 싸가지를 밥 말아먹었구만.”

 “그러지 말고 자세히 봐봐. 좀 귀엽지 않아?”


 그녀를 바라보는 제프의 얼굴이 붉어졌다.

 음침하고 끈적한 눈빛.


 “미친놈. 강의를 열심히 듣는 이유가 다 있었네.”

 “그런 거 아니거든!”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 치는 제프를 보며 시온이 비아냥댔다.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지 그래. 혹시 알아? ‘전 사실 망한 귀족의 후계자를 만나보는 게 꿈이었어요!’ 하고 받아 줄지. 큭큭”

 “이 새끼가!”


 제프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왁자지껄하던 교실이 단박에 조용해졌다.


 “뭐야 쟤?”

 “쟤가 소리 지른 거야 방금?”


 그리고 제프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학생들.

 단발머리의 소녀 또한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제프는 책상 아래로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너 강의 마치고 보자. 진짜 죽었다 오늘.”

 “큭큭. 그래도 얼굴도장은 찍었겠구만.”


 그때.

 누군가 강의실의 정적을 깨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정숙! 교수님 오셨다!”


 동시에 강의실 안에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각.


 또각.


 도도한 걸음걸이로 강단 앞에 도달한 여성은 고개를 돌려 천천히 학생들을 훑어보았다.


 하늘색 머리.

 그와 잘 어우러지는 파란 눈동자.

 그녀가 쓴 은색 하금테 안경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매서운 눈빛 때문인지.

 절대 유하고 따뜻한 사람은 아닐 거 같았다.


 의도 한 걸까?

 교수가 내뿜는 서늘한 기운에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으···. 갑자기 추워진거 같은데?”

 “와, 교수님 포스 장난 아니다.”

 “무섭다. 기가 센 건가?”

 “근데 엄청 젊고 예쁘셔.”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을 강단에 내려놓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반가워요. 마법학 교수 에밀리에요.”


 천천히 학생들을 훑어보는 에밀리.

 시온과 눈을 마주치자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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