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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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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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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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죠. (1)

DUMMY

 10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죠. (1)>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일과와 개인 훈련을 모두 마친 시온은 당장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 들어 있었다.

 그의 코 고는 소리가 적막한 침실 안에 울려 퍼졌다.


 “크허어어엉··· 푸우···. 크헤어어어엉··· 푸우···.”


 창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

 환한 달빛 아래 정체 모를 누군가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드르륵.


 조심스럽게 창문을 연 그는 혹여나 시온이 깨지 않을까 조심스레 침실로 발을 들였다.


 탁!


 저벅. 저벅.


 신분을 숨기기 위해 뒤집어쓴 검은 복면.

 복면 사이에 드러난 남성의 눈동자 위로 짙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시온은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크후어어어엉··· 푸후···. 컥! 컥! 커커어엉··· 푸우···.”

 “큽!”


 기괴한 코골이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남성은 간신히 삼켰다.


 ‘코 한번 요란하게도 고는군.’


 마른침을 꿀꺽 삼킨 그는 품에서 날이 시퍼렇게 선 작은 단도 하나를 꺼내 들었다.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고는 단도를 쥔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흐읍!”


 시온의 가슴을 향해 단검을 꽂으려는 그때.


 텁!


 “억?”

 “잡았다, 이 새끼야.”


 죽은 듯 잠들어 있던 시온이 어느새 비릿한 웃음을 지은 채로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단도를 꽉 붙잡고 있는 그의 오른손에는 푸른 마나가 은은하게 휘감겨 있었다.


 “이···. 이익!”


 복면의 남성이 황급히 검을 버리고 창문으로 달아나려 했지만 결코 놓치지 않는 시온이었다.


 “어딜!”


 콰아앙!


 “커헉!”


 남성의 정수리에 시온의 주먹이 꽂혔다.

 주먹의 풍압만으로 그가 쓰고 있던 복면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어, 어떻게···.”

 “어딜 도망가려고?”


 남성이 다급하게 쥐고있던 단도를 휘둘러 보았지만···.


 휘익! 휘익!


 “어쭈? 어쭈?”


 시온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했다.


 “새끼가···.”


 콰직!


 뻐억!


 “끄억!”


 눈 깜빡할 사이 턱과 관자놀이에 꽂히는 시온의 주먹.

 급소를 맞고 바닥에 주저앉은 남성은 콧물과 침을 질질 흘리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시온을 바라보았다.

 벌써 턱이 빠졌는지 어눌한 말투로 말했다.


 “사, 사러두세여. 제바···”


 바닥을 기는 남성을 바라보며 시온은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안녕? 난 시온이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니?”


 **


 “···제프가? 레아브 교단에 대해?”

 “네. 저뿐만 아니라 반 교수, 바흐만 교수, 심지어는 아이언피스트 교수한테도 찾아갔더라고요.”


 헨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유가 뭘까요?”

 “시온 학생이 부탁한 일이라고 하긴 하던데···. 정확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끄응···.”


 헨리가 침음성을 내뱉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에밀리가 말했다.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건 아닐까요?”

 “뭘 말이죠?”

 “왜, 그 소문 아시잖아요. 학회 내부에 레아브에서 심은 사람이 있다는···.”

 “다 허황된 소립니다.”


 헨리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에밀리 교수님도 잘 아시잖아요. 세레니티에서 십수 년을 동고동락 해온 사람들이에요.”

 “그럼 도대체 왜 갑자기···.”


 에밀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학회장실 밖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학회장니임!”


 문이 벌컥 열리며 에밀리의 조교 한 명이 학회장실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요?”

 “저, 저···. 잠시 나와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왜 그러시죠?”

 “그게···. 으음···. 아마 직접 보시는 게 빠를 텐데요.”


 잠깐 서로를 바라본 헨리와 에밀리가 곧장 조교를 따라 학회장실을 나섰다.


 그가 안내한 곳은 시온의 침실.


 침실 안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밧줄에 꽁꽁 묵인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는 진득한 액체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남성의 피와 침이 섞여 있는 듯했다.


 태평하게 침대에 드러누워 있던 시온이 헨리와 에밀리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오셨어요?”

 “이, 이게 다 뭔가요?”

 “뭐라고 설명해 드려야 하지···. 암살자? 살수? 뭐 그런 거 같아요.”

 “뭐라고요?”


 헨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암살자고 누가 피해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남성의 얼굴은 처참하게 뭉개져 있었다.

 시온이 배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일단 잡아두긴 했는데···. 이게 참, 힘 조절이 잘 안돼서···. 혹시 몰라서 마나홀은 다 부숴 놨어요.”


 입을 쩍 벌리고 있던 에밀리가 정신을 차리고 쓰러진 남성에게 다가갔다.


 “이, 이보세요. 저기요. 괜찮으세요?”


 암살자에게 할 질문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남성의 몰골은 끔찍하게 망가져 있었다.


 “으브··· 슬르즈스···”

 “뭐라고요?”


 뭐라고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


 무언가 깨달은 듯 에밀리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후, 그녀의 몸 주위로 한기가 피어 오르며 마법진 하나가 떠올랐다.


 캔슬레이션(Cancellation).


 대상에게 걸린 마법이나 상태이상을 무효화시키는 기술.

 에밀리는 남성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대상의 입을 막는 사일런스(Silence)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저··· 교수님?”

 “네?”

 “마법이 아닙니다.”

 “···네?”

 “그냥 맞은 거예요, 저 사람. 얼굴이 퉁퉁 부어서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겁니다.”

 “···.”


 마법이 아니었다.

 새벽 내내 이어졌던 시온의 구타 덕분에 안면이 모두 무너져 내려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뻘쭘한 듯 에밀리의 눈치를 보는 시온.


 에밀리는 시전하던 주문을 취소하고 힐(Heal) 마법을 시전했다.

 암살자에게 치유 마법을 사용해 주는 기이한 상황.


 에밀리의 마나가 얼굴 부근을 감싸자 남성은 통증이 가라앉은 듯 조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사, 살려주십쇼. 제발.”

 “남을 죽이려고 들던 놈이, 제발 살려달라니.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으으!”


 시온이 주먹을 쥐어 보이자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질끈 감는 남성.

 두 사람이 함께한 새벽이 얼마나 길었는지 잘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헨리가 작게 한숨을 쉬며 시온을 말렸다.


 “···시온 학생.”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시온이 멋쩍은 듯 웃었다.

 남성에게 다가간 헨리가 천천히 그에게 손을 뻗었다.

 헨리의 손이 몸에 닿자, 특유의 백색 마나가 남성의 몸으로 빠르게 주입되었다.


 4서클 마법 힙노시스(Hypnosis).

 인위적으로 대상의 정신을 조종하는 정신계 마법.

 어느 정도 수준만 되어도 쉽게 방어할 수 있는 마법이지만, 시온이 마나홀을 파괴 해버린 탓에 지금 남성의 몸에는 일말의 마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끄으···.”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뱉는 남성.

 이내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졌다.


 “이름이 뭐죠?”

 “···레이먼드. 레이먼드 캐슬러.”


 헨리가 잠시 고개를 돌려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에밀리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학회 사람은 아닌 거 같아요.”

 “누가 보냈지?”


 헨리가 배후를 묻자 남성의 눈이 뒤집히며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크···크으···. 레아···. 커헉!”


 순간, 시온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레아브.

 분명 레아브라고 말했다.


 투둑!


 갑자기 몸부림치기 시작하는 남성.

 곧이어, 그의 입에서 하얀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커어억! 컥!”


 에밀리가 힐(Heal)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케헥! 끄으···.”


 남성의 고개가 기괴하게 꺾인다.


 “교수님!”


 에밀리가 마법을 중단하고 황급히 그의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하지만 이미 숨이 멎은 후였다.


 “이런···. 죄송합니다.”


 헨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주가 걸린 상태였어요. 아마 특정 단어를 말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리무브 커스(Remove Curse)를 먼저 사용했어야 했는데. 제 실수에요.”


 침을 꿀꺽 삼킨 에밀리가 말했다.


 “···학회장님. 분명 레아브라고 하지 않았나요?”

 “정확히 듣진 못했지만 그런 거 같네요.”

 “정말 레아브 교단에서 시온 학생을 죽이려고 사람을 보낸 걸까요?”


 헨리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되지 않군요.”


 에밀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로써 하나는 확실해졌네요. 학회 내부에 레아브 교단에서 심은 사람이 있다는 거···.”


 두 사람이 시온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정작 시온은 멀뚱멀뚱 서서 새끼 손가락으로 코를 파고 있었다.


 “···네? 왜요?”

 “최근에 제프가 레아브 교단에 관해 묻고 다니는 거 시온 학생이 부탁한 일이라고요?”

 “네, 맞아요.”

 “이유가 뭔가요?”


 시온이 무슨 당연한 소릴 하냐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


 “이럴 거 같아서요.”

 “뭐라고요?”

 “원래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죠. 놈들에게 뭔가 더러운 구석이 있다면 분명 반응이 올거라고 생각했어요.”


 거품을 문 채 쓰러져있는 남성을 보며 시온이 머쓱하게 웃었다.


 “뭐···. 조금 빠르긴 해도 반응이 오긴 했네요.”

 “일부러 그런 거라고요?”

 “네. 이런 방식일 줄은 몰랐지만···.”


 에밀리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마치 뭔가를 감추려는 것처럼···.”

 “뭔가 짚이는 건 없나요, 시온 학생?”

 “으음···.”


 짚이는 거라.

 기억이 있어야 짚이든 말든 하지.

 지금 제일 황당한 사람이 나라고 이 양반아.


 덤덤하게 말하긴 했지만 살수를 보내는 상황까지 예측한 건 아니었다.

 살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감지하는 그의 본능이 아니었다면 시온은 지금쯤 배에 칼이 꽂혀 사경을 해매고 있었을 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과격한 방식인데···.’


 이유가 뭘까. 저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한창 세력을 넓히며 좋은 평판을 쌓고 있는 레아브 교단이 외부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시온을 죽이려고 든다?

 대체 왜?

 단순히 사람들에게 캐묻고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동기가 부족하다.

 환생 후 시온이 했던 행동만으로는 레아브 교단의 이런 과격한 대응을 설명할 수 없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시온의 기억에 없는 환생 이전의 시온과 관련된 뭔가 다른 이유가.


 잠시 고민하던 시온이 입을 열었다.


 “음···. 이유는 모르겠고, 짚이는 사람은 있어요. 레아브 교단이랑 연관이 있는, 학회 내부 사람이요.”

 “···그게 누구죠?”

 “하, 이게 또 확실한 물증이 있는 건 아니라서···.”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시온의 표정에, 에밀리가 그를 재촉했다.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봐요.”

 “반 교수님이요.”

 “에?”

 “아마도, 반 교수님인 거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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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9년 산 드래곤이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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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머리를 좀 다쳐서... (5) 24.09.19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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