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천괴공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늦뿌
작품등록일 :
2024.09.16 14:07
최근연재일 :
2024.09.19 16:13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28
추천수 :
7
글자수 :
25,044

작성
24.09.17 08:57
조회
32
추천
2
글자
14쪽

멸천괴공 2화

DUMMY

몸이 뜨겁다.


마치 지옥불에 달궈진 쇠 판에 누운 기분.


땀은 물처럼 흘러 침상을 적셨는지 꿉꿉했고.


거칠어진 호흡은 끊어질 듯 이어지길 반복한다.


“크헉!”


가슴을 부여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화상을 입은 듯 뜨끔거리는 신체를 문지르다.


검은 반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독 증세!


분명 독이다.


이 독이 어째서. 난 탈출해야 한다.


“쿨럭! 쿨럭!”


나는 침대를 기어서 빠져나왔다.


몸에 기력이 약하다.


선혈도 조금씩 새는지 입가가 간질거린다.


머리가 지끈거려 온다.


안 돼. 서둘러 나가야 한다.


“꺄악!”


문을 밀치자 들려온 소리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볕으로 향해야 한다.


뜨거운 열기.


내가 걸린 독에 대항하는 법.


“도련님 잠시 자리를 비워 죄송해요. 늦기까지 하고.”


겨우 태양의 열기를 받으며 눈살이 찌푸려진 나는 상대를 살폈다.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선이 고운 여인이다.


당황하는 모습이 제법 귀여워 보였다.


“너···너는 가까이 오···오너라.”


“헉! 죄···죄송합니다.”


내가 혼내려는 줄 알고 머리를 조아린다.


화가 나서가 아닌데 멋대로 오해했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화련은 잘못이 없습니다. 저를 벌하여 주세요.”

“잔···잔말 말고 비수를 꺼내거라.”


나의 명에 둘은 기겁한다.


비수는 곧 생명의 위험을 느끼거나 자결할 때 쓰이는 물건.


화련이 필사적으로 금희 앞을 막아선다.


“아닙니다. 금희언니는 잘못이 없습니다. 잠시 대경 아···아니 그러니까.”


30대로 보이는 금희라는 여인을 보호하려는 화련.


하지만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안달 볶달하는 모습도 적응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대경?!”


나는 화련에게서 비수를 빼앗다가 놀라고 말았다.


가문을 물려받기 위해 악랄하다고 소문난 자경의 형이다.


그렇다면 설마···?!


“피죽도 못 얻어먹어 본 몰골이 자경?!”


비수로 비춰본 얼굴은 심란하다 못해 마귀를 보는 기분이었다.


지금의 내 몸에 독을 투여한 것도 대경일 것이다.


재계 서열 3위에 빛나는 자경 상단이라지만


형제간의 우애는 없다.


“호···호산.”


한계다.


충격적인 사실에 잠시 잊고 있었다.


정작 중요한 일 말이다.


“네?”


목소리가 작아 못 들었나.


내부에서 들끊는 역함에 소리를 빽 질렀다.


“호···호산 가져와! 호산!”


총알처럼 튀어나가려는 화련에게서 쿰쿰한 향을 느꼈다.


익숙한 냄새.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존재였다.


반사적으로 화련의 목에 비수를 가져다 대었다.


“너···넌 남고 금희가···뛰어!”


몽롱하다.


정상이 아닌 몸으로 판별해 내다니.


나의 후각은 역시 남달랐다.


“네넵!”


금희는 즉시 튀어갔고


화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른 척 시치미라니.


너에게서 나는 위험한 냄새를 향수로 지우려 했단 말이지.


사람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


하긴 여긴 무(武)를 제대로 배운 이가 없으니.


방심이겠지.


“제가 가도 되는데.”


어색하게 웃는 화련.


언제까지 웃음이 유지될까.


진실을 마주하고도 미소를 지을지 궁금해졌다.


“은은현신 사공독(隱慇現身 俟疘毒)··· 크흑! 당···당가의 남자만 배우···쿨럭···지?”


나는 뚫어지게 화련의 표정을 살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는 모양.


표정의 변화는 없다.


그렇다면 지닌 물건의 내력까지 모를 리 없다.


목에 대고 있던 비수를 풍만한 가슴께로 옮겼다.


정확히는 안주머니.


“청··· 청운등선향(淸雲登仙香)은 어디서 났지?”


단박에 표정이 굳어진다.


들키지 않을 줄 알았겠지.


당가라고 했을 때 이미 자백했어야 마땅하다.


자칫하다 목소리가 커질 뻔했다.


그나마 청운등선향(淸雲登仙香)을 아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그··· 그러니까.”


당황하는 모습이 일목요연하게 보인다.


손까지 떠는 화련.


과연 내력까지 알고 있었구나.


그저 해독제라고 넘겨주면 되는 임무였을텐데.


“변···변명할 필요는 어···없어.”


네가 처한 상황도 나만큼 나쁘니까.


아니 진정으로 모시던 주인이 아니니까.


전부를 알았더라도 따랐겠지.


힘없는 너는 저항하지 못하는 바보였을테니.


물론 덫인 줄도 몰랐을테고.


“저를 죽여주세요.”


아차!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다.


나를 죽이려던 게 들통나니 본인을 희생하겠다는 전략.


하지만 그건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너의 가족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진데.


어찌하여 너마저도 목숨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처···청운등선향(淸雲登仙香)이 머···먼저야.”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했다.


암중에 숨어있을 세력을 경계하면서.


기척을 느낄 순 없지만 농밀한 살기는 느껴졌다.


오랜 세월 얻은 수련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집요한 시선이 따라붙었다.


“제가 먹을게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화련은 옥갑을 꺼내 들었다.


향이 화악하고 풍기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 증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색할 순 없다.


적진 한복판이기에 나는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해···해독제가 네게 무···무슨 소용인데.”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엄한 표정을 지었다.


일순 화련은 나를 보며 멍해졌다.


자신도 해독제로 알고 있지만


내가 비수를 들이밀면서 의심을 품어서일까.


화련은 정작 어정쩡한 표정으로 옥갑을 내밀었다.


“네···? 네 맞아요. 해독제는 제게 피···필요 없네요.”


안절부절하던 화련은 나의 박력에 넘어왔다.


하지만 어색한 연기였기에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화련.


나는 나대로 시선을 붙박은 채 주변의 낌새를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속아 넘어갔는지 다가오는 이는 없다.


저만한 기세의 인간과 지금 대적한다면 몰살이기에.


나는 여기에 쐐기를 박기로 했다.


“자···잘 생각했어.”


화련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는 일.


이 집안에서 가장 거친 사내가 살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제대로 듣지는 못했을 거다.


내가 비수를 뽑은 건 병 때문에 미쳤거나 자리를 비워 화가 났다고 생각했을 테지.


하지만 정작 대화를 듣지 못한 저들은 내가 칭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계획대로 돌아간다고 판단하도록.


“그럼 들어가셔서 약을 복용하실래요?”


화련도 연기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안채로 손짓하는 화련의 행동에 주변의 날카로운 기세가 사라져 갔다.


보고를 위해 움직이는 거겠지.


안으로 들어간다면 확인이 어려울 테고, 그만큼 계획에 차질이 없다는 소리다.


철저히 이용당하고 버리면 그만인 패.


“도련님! 호산 가져왔습니다.”


마침 금희가 뛰어왔다.


일부러 멀리 떼어놓았는데 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첩자로 의심되는 행동도 보이지 않았고.


호산을 한 주먹 들고 온 것도 기특했다.


무엇보다 다른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화련만 노렸다는 뜻.


금희를 따라다니는 시선은 없다.


“이···일단 안채로 들어간다.”


일단 시간은 벌었다.


다만 사실을 얼마나 밝혀야 할지가 의문이었다.


충격을 받았을 화련은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테고.


금희 또한 사실을 안다면 큰 충격에 빠질테지.


머리가 복잡해진 나는 일단은 남의 이목을 피하고 싶었다.


남에게 감시당하는 취미 따윈 없다.


***


‘은은현신 사공독(隱慇現身 俟疘毒)’


확실히 이상했다.


사천당문에서 내려오는 비전절기.


오직 아들에게만 전해지는 무공.


증상은 점점 내공을 독수로 만들고


시일이 지남에 따라 한줌 핏물이 되어 버리는 고약한 독


‘오죽하면 고독보다도 더 지독하다고 불리겠는가.’


나타나선 안 될 물건이 이곳에 존재한다.


당장 내공이 미약한 자경 상단에는 재앙과도 같은 일.


그러다 금희가 들고 있는 호산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빼앗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맵다. 눈물이 핑 돌고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다.


“도···도련님!”


화련이 화득짝 놀란다.


갑작스럽게 금희를 해 했다고 생각한 걸까.


금희도 놀란 얼굴이었지만 원래의 내 성정을 아는지 침착하다.


아니 오히려 침착한 게 이상한데.


그러는 와중 화련이 물그릇을 들고 왔다.


“얼른 물 드세요. 급하게 드시다 체하셔요.”


나는 물그릇과 화련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걸까.


과거에도 이러한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백산이었던 나에게 혼쭐이 나고 자경은 사경을 헤맸었다.


그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여인이 화련이었고.


‘그날도 물그릇을 들이밀고 있었지.’


이제는 추억이 될 수도 없는 상황이 내게 다가왔다.


그때의 자경은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벌컥 성을 냈다.


본인에게든 화련에게든 화가 났겠지.


하지만 그때 본 건 뜻밖이었고.


나도 따라 해보기로 했다.


“누가 이런 거 달라고 했어?”


그러면서도 화련에게서 물그릇을 빼앗아 들었다.


역시나 예나 지금이나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선.


그때 당시에도 같은 시선이었고.


자경의 큰 몸을 힘겹게 부축하며 돌아갔었다.


마치 잃어버리면 안 되는 소중한 것을 대하듯.


“·········.”


지금도 묵묵히 내가 물을 다 마실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화련을 여태 의심하고 있던 내가 바보 같았다.


나를 온전히 믿어주는 사람은 화련 뿐인데.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청운등선향(淸雲登仙香)부터 내놔.”


나는 손을 내밀며 화련을 재촉했다.


잠시의 망설임.


하지만 금세 안주머니에서 꺼낸 옥갑을 내게 건넨다.


나라면 다른 방도로 사용할 거라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아까의 시선도 이거였나.


“금희는 나한테 할 말이 없나?”

“네? 그게 무슨?”


이것 봐라. 시치미를 떼시겠다.


나는 옥갑을 열어 청균을 부지런히 뜯었다.


오늘은 네가 바로 주인공이다.


나는 곧 금희의 머리 위에서 양 손바닥을 비볐다.


정확히는 청균을.


“꺄악! 뭐하시는······!”

“뭐하긴. 호산의 출처라고 말하면 이해가 빠를까?”


금희는 손사래를 치며 저항했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호산을 보관해 놓고 쓰지 않는다는 걸.


밭에서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쓴다.


그런 호산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가지고 나타났다.


밭까지 일반인의 뜀박질로도 일 각(15분)은 걸려야 정상이다.


내 대답에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금희였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나는 여유롭게 금희를 바라봤다.


오해 사기 딱 좋은 행동을 하고 있었고.


무의미한 저항은 몸이 굳어지는 시간을 앞당긴다.


지금도 금희가 들이마신 청균에 마비독이 활성화되었다는 증거.


그렇다 보니 조금씩 움직임이 둔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상처럼 굳어졌다.


“이···이게 무슨?”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지만 이미 늦었다.


청균에 내포되어 있는 마비독은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그리고 제대로 작동한 게 나에게는 다행한 일이었고


청운등선향(淸雲登仙香)의 본질을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화련을 꼬드긴 것도 너냐?”

“무···무슨 말씀이세요?”


말더듬이가 옮겨 갔나.


아까부터 입 주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른대로 말해. 여기서 당장 살인멸구 할 수도 있으니까.”

“네? 자···잠시만요. 저를 왜요?”


여태까지의 연기가 완벽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 완벽했을까?


나를 믿게 만들긴 했지.


허점도 분명 존재했고.


“아무튼 시간이 없으니. 너는 잠시 후에 대화하자고.”


나는 곧바로 금희의 후두부를 내려쳤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금희.


화련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있다.


하지만 따지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나를 믿어주고 있었다.


“내가 곤란해지지 않게 누구든 들어오지 못하게 막거라. 물론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고.”


나는 나름대로 화련을 안심시키며 옥갑의 영약을 꺼내 들었다.


도박적인 일이지만 일단 화산 장로의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경지를 올려놓을 생각이었다.


높은 경지로 올라갈 시간도 없었고 그럴 여건도 되지 못했으니까.


‘그냥 금희를 죽여버릴까.’


금희가 언제 깨어나 움직일지 알 수 없는 변수로 보였다.


차라리 제거하면 그만인데 뒤에 있을 인물이 누구인지 들어야 했고


무공만 되찾으면 심복으로 삼으면 되니 문제 없어 보여 놔두기로 했다.


게다가 청아한 향이 나는 청운등선향(淸雲登仙香)은 진품이었다.


이렇게 되면 은은현신 사공독(隱慇現身 俟疘毒)과의 효과는 탁월해 보였다.


“그럼 부탁한다.”

“네.”


화련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바닥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입에 담기 거북하지만 구명줄을 입으로 가져갔다.


청운등선향(淸雲登仙香)!


지금 이 순간 나의 앞을 가로막은 태산의 이름이었다.


화하고 목젖을 따끔하게 적시는 기운이 식도를 타고 흘러 들어갔다.


‘멸천 심법(滅天 心法)과 화산의 소청기공(小淸氣功)으로 기틀을 닦으면 되겠군.’


일단 생각은 거기까지 이어졌다.


나에게 휘몰아닥치는 폭풍은 내부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지독히도 강력한 기운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소리를 낸다면 수포로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기다리는 건 주화입마의 늪에 허덕이다 심마에 빠지게 된다.


내가 누구였는지도 모를 천치가.


‘크윽! 지독한 한독지기(寒毒之氣)로군.’


하지만 문제 없었다.


멸천 심공은 만류귀종의 장점만을 모아 만든 무공.


제 아무리 한기가 서려있다고 한들 하나의 기운으로는 나를 망가뜨릴 수 없다.


거기에 양기가 강한 화산의 무공이라면 음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단전에서 뽑아 올린 기운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데 있었다.


똑똑똑!


“대경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문을 여시지요.”


갑작스러운 문 두드림과 함께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대경을 따르는 심복 중의 하나인 모양이었다.


그보다 정작 중요한 건 지금 당도한 인물이 상상도 못한 인물이라는 점.


대경이 직접 행차했다니.


화련의 상황이 궁금했지만 눈을 뜰 수 없다.


전혀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천괴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멸천괴공 4화 NEW 8시간 전 7 1 14쪽
3 멸천괴공 3화 24.09.18 19 2 12쪽
» 멸천괴공 2화 24.09.17 33 2 14쪽
1 멸천괴공 1화 24.09.16 70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