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빌런의 이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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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소
작품등록일 :
2024.09.16 17:52
최근연재일 :
2024.09.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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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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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미친 여행의 시작

DUMMY

아틀란티스.


이 단어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고대 도시 문명?


만약 당신이 그런 상상을 했다면,


그건 허상이다.


직접 경험한 이곳은 마귀와 초인들이 존재하는 곳이며,


피와 악취로 물들어 있는 이세계였다.


그리고 우연히 이곳에 갇혀 버린 나는.


"야 이방인!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무시하고 베어버려! 어서!'


이방인이자,


촤악-!


“으악!!”


'그렇지.'


악인의 힘을 숨기고 있는 자.


"닥쳐."



나는 이 힘으로.



반드시 살아남는다.



* * *



스페인 영국령 지브롤터.


12월에도 그다지 춥지 않은 지중해성 기후 그리고 아름다운 지형.

이곳의 하늘은 해가 조금씩 기울며 붉은 색채를 퍼트리고 있었고,


이것을 뒤로한 채 한유한은 귀찮은 불청객을 상대해야 했다.


“뭐가 문젠데 대체.”


“내가 같이 가자고 했지? 어떻게 말도 없이 쌩하고 가 버리냐? 너 혼자 괜찮겠어? 걱정되잖아.”


“내가 애야? 그리고 너랑 오면 내가 편하게 즐길 수 있겠어? 허구한 날 기념품 가게나 가자고 보챌 거 아니야.”


“야."


"······."


"말 나온 김에 잘됐다. 그때 그 가게부터 가는 거야. 알지?”


“방금 걱정된다고 하지 않았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나 곧 생일이다. 용돈이나 보내.”


“야, 갑자기 안 들려. 왜 이러지?”


“잘됐네. 그럼.”


뚝-


폰 너머로 시끄럽게 주절대는 불청객의 말을 무시한 채 전화를 끊어 버린 유한.


"하여튼···."


이내 다시금 느끼고 있던 시각적 감흥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심호흡하자 알싸한 공기가 코를 자극했고, 괜스레 맘이 설렜다.


혼자 처음 방문하는 첫 지브롤터라서일까, 이렇게 자세히 주변을 둘러본 건 처음이었다.


붉게 물들고 있는 하늘과 대비 되는 푸른빛의 바다. 그리고 회색빛의 돌산들이 이국적인 건물들 사이로 나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그 이색적 조화를 담아내려 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한동안 주변을 서성였다.



찰칵-


등 뒤로 펼쳐진 다양한 가게들이 폰 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베이지 톤의 한 가게. 가게의 정문으로 보이는 곳 위쪽으로 천막이 있었는데,

거기엔 “VIAJE”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사실 외관상 더 예쁜 가게들은 많았지만 유독 그 가게가 특별했던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 아니었다.


“레이첼!”


정문 앞의 놓인 식탁을 닦고 있는 단발의 주인. 사진을 찍다 말고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뛰어갔다.


“늦었네?”


“미안, 구경 좀 하느라.”


“그런데 왜 혼자야?”


“알잖아. 나랑 안 맞는 거. 혼자가 편해.”


“여전하구나?“


레이첼의 입에서 외국인 특유의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왔다. 다행히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했던 유한은 대화에 큰 무리는 없었다.


“같이 오면 번역 노예밖에 더 되겠어?”


레이첼에 입에서 작은 한숨이 들려왔다.


“잘 지내는 거지?”


“걔야 뭐, 항상 잘 지내지.”


유한을 가게 안으로 안내하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레이첼.


“뭐 먹을래?”


“전에 먹었던 걸로 줘.”


“피시앤칩스는?”


“아, 그건··· 패스.”


“그럼, 크림파스타, 프렌치프라이, 피쉬 핑거 샌드위치, 비프스테이크 ··· 아! 포도주도 한 병.”


많은 메뉴를 적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뭘 그렇게 많이 시켜? 늘 먹던 걸로 달라니까.”


“나도 먹을 거거든? 비용은 파스타랑 프렌치프라이값만 받을 거니까 걱정 말고 편하게 먹어.”


‘웬일이래.‘


그러고는 주문서를 주방에 전달한 뒤 유한의 맞은편에 앉는 그녀.


“오늘 한가해?”


“에바가 도와주기로 했어. 온다고 소식 듣고 저녁부터는 쉬려 했거든.”


“아···.”


그렇게 흐르는 잠깐의 정적. 머쓱한 유한은 턱을 괸 채 가게를 둘러보다 물을 따르고 있는 레이첼 쪽으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하얗네.’


4살 연상인 레이첼은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동안이다. 공통점이 없을 거 같은 두 사람은 신기하게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대화가 잘 통했는데, 레이첼의 한국에 관한 관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유한은 짐작했다.


‘이렇게 둘만 보는 건 처음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레이첼과 시선이 교차했다.


“오늘이 네 번째인가? 보는 거?”


유한은 황급히 눈을 돌리며 물었다.


“음···아마도? 지브롤터에서 2번 그리고 최근에 내가 한국 여행 갔을 때 1번 봤으니까.”


“알게 된 기간에 비해 자주 보는 거 같다.”


“그래서 좋다고?”


그녀는 웃으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왜 이래.”


유한은 말없이 앞에 놓인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또다시 정적이 흘렀지만, 다행히 빠르게 나온 음식들로 인해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술을 곁들인 음식을 먹으며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던 중 레이첼은 포도주잔을 돌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엔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많구나.”


“다들 같은 목적이겠지.”


레이첼은 창가에 비친 달을 가리켰다.


“너도 내 말 듣고 그거 보러 온 거잖아.”


그랬다.


개기월식.


그것은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였다.


“개기월식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지 않아?”


“볼 수 있지. 근데 내 3가지 버킷리스트 중 하나야. 해외에서 개기월식을 보는 거.”


“특이하네.”


“그런가.”


레이첼이 건배를 하자는 듯 잔을 기울였다.


“다 말해줘.”


“응?”


“버킷리스트 말이야.”


“아, 첫 번째는 오로라 보기. 두 번째는 풍경이 예쁜 해외에서 개기월식 감상하기. 그리고 마지막은···”


유한은 말하며 들고 있던 포도주를 마셨다. 그러다 턱을 괸 채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쾌가. 칵. 칵.”


“괜찮아?”


자신 앞에 놓인 티슈를 건네는 레이첼.


“아, 괜찮아. 포도주가 잘못 들어갔어.”


‘왜 이렇게 빤히 쳐다보고 난리야··· 부담스럽게.’


그렇게 사레를 진정시킨 뒤 한참을 버킷리스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무렵.


“레이첼!”


가게 안 직원들이 손님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종업원 에바가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는 듯 손짓했고,


“시간 됐다. 우리도 나가자.”


“벌써?”


레이첼 역시 먹고 있던 음식을 내려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그녀의 계획은 가게에 앉아 편하게 보는 것이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생각을 바꿨다.


레이첼은 일어나는 유한의 손목을 잡았다.


“더 좋은 곳이 있어.”


“어?”


“따라와.”



* * *



레이첼을 따라간 곳은 가게 옥상이었다.

그곳엔 큰 평상이 놓여 있었고, 그녀는 유한을 옥상에 남겨둔 채 과일과 포도주를 들고 왔다. 그러는 동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이미 초읽기를 시작한 듯 보였다.


“괜찮다니까 그만 먹어도 돼.”


“알았어. 알았어.”


그녀는 잔을 건넸다.


“뭘 이렇게까지 해.”


“이왕 보는 거 분위기 내면서 제대로 보는 게 좋잖아.”


“근데 우리만 이곳에서 이렇게 봐도 되는 거야?”


“주인장 특권이죠.”


레이첼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하더니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준비하다 보니 예상보다 조금 늦어졌다. 벌써 시작했네. 어떡해···.”


“괜찮아. 전혀 안 늦었어.”


“정말?”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라이트가 진행되는 동안 자연스레 이야기의 무게는 조금씩 무거워졌고, 그에 따라 레이첼이 들고 온 포도주는 줄어들었다.


그렇게 월식이 거의 다 완성돼 갈 무렵.


“너 12시 지나면 생일이지?”


“기억하네?”


“당연하지.”


레이첼이 천으로 만들어진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뭐야?”


“선물이야. 원래는 생일날 주려고 했는데 그냥 이거 보면서 주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유한이 천을 풀자, 레이첼은 자신의 폰 플래시를 켜 천 안을 비추었다.


안에는 연한 황색을 띤 각진 결정체 하나가 들어있었다.


“이거 골동품점에서 산 아주~ 진귀한 보석이다?”


“너 또···.”


레이첼은 인터넷이나 골동품점에서 귀하게 생긴 옛날 물건들을 사는 취미가 있었다. 덕분에 비싼 가격을 주고 터무니없는 물건들을 사는 일이 흔했다.


“이번엔 진짜야! 이거 소원을 이뤄주는 보석이래!”


“네. 네. 그러세요?”


“아, 아직 꺼내지는 마!”


“왜?”


“개기월식이 완성됐을 때 꺼내. 그리고 소원 빌어. 그럼, 소원이 이뤄진대.”


“누가 그래?”


“이거 팔던 사람이.”


“······.”


레이첼에 비해 현실적이고 이성적이었던 유한은 어이없음에 옅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응? 소원 빌어 알았지?”


“네 그러죠~ 지금 몇 시야?”


“9시 10분. 소원 생각해 둬 미리!”


폰을 보며 말하는 레이첼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유한은 그런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그렇게 몇 분이 더 흐르자 이내 완전한 개기월식을 보이며 붉은 달(Blood Moon)이 형성되었다.


“지금이야! 빨리 꺼내서 소원 빌어!”


유한은 우왕자왕하며 빠르게 천에서 결정체를 꺼냈다. 그리고 생각해 둔 소원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빌었어?”


“그래.”


“뭐라고?”


“비밀이지. 그거야.”


“치.”


째려보는 레이첼. 보이는 대로 그녀는 상당히 특이했지만,


“레이첼.”


“응?”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웃게 되는 유한이었다.


“고마워.”


그런데 그 순간.


“······!”


유한의 손에 올려진 결정체가 무지갯빛을 내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야, 야! 이거 왜 이래?!”


이내 그 빛은 붉은빛을 내는 달 쪽으로 향하더니 마치 달에 부딪혀 반사되듯 빠르게 방향을 바꿨다.


“뭐, 뭐야?!”


빛이 최종 목적지는 유한의 몸. 빛이 닿자, 온몸은 알 수 없는 빛으로 휘감겼고 순식간에 그의 시야는 빛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그렇게 시야가 빛으로 채워지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레이첼의 놀란 얼굴이었다.




* * *







‘나 죽은 건가?’


느껴지는 감각은 ‘무(無)’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들리지도, 눈이 떠지지도, 냄새가 나지도, 몸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혼자 있는 것만 같은.


낯설었다.


"······."


얼마나 그 상태로 있었을까. 다행히 조금씩 원래의 감각이 돌아오는 듯했다.



‘흙냄새···.’


처음으로 돌아온 감각은 후각이었다.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 그렇게 후각 하나에 의지하고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청각과 촉각마저 제 감각을 살리는 듯했다.


‘바람 소리···. 아, 뭐가 이렇게 딱딱해···.’


자신이 느끼고 있는 모든 감각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다.


‘난 분명 레이첼이랑 월식을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조금씩 가벼워지는 눈꺼풀.



“여, 여기···.”


천천히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화들짝 놀라 급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 대체 어디야?!”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넓은 황야. 암벽들로 둘러싸여 있는 황야 한가운데 그는 쓰러져 있었다.


“꿈을 꾸는 건가? 포도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주변을 둘러보며 주머니를 뒤졌다.


“이건···”


스마트폰이 있었다. 바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통화는 되질 않았고 인터넷도 마찬가지였다.


오감들이 돌아오며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는 모든 것들


그제야 유한은 이것이 꿈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 가정했고,

힘이 풀린 다리를 간신히 딛고 일어나 소리치기 시작했다.


“레이첼! 레이첼 들려? 들리면 말 좀 해봐!”


그런데 그 순간.


크르르릉-


우레와 같은 소리.


기괴한 소리에 유한의 말과 행동이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마른하늘. 그럼에도 점점 커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저··· 저게 뭐야?”


위쪽 바위 절벽 위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인가?”


크르르릉-


“아니야···.“


물끄러미 녀석을 올려다보던 유한은 생각을 바꾼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대체 저건 뭐지?”


녀석은 멀리서 보기에도 몹시 거대했으며,


마치 한 마리의 짐승을 연상케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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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장을 먹는 아이 NEW 1시간 전 1 0 14쪽
5 숨기는 이유 24.09.18 6 0 13쪽
4 달라진 몸 24.09.17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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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삶과 죽음의 경계 24.09.16 18 2 12쪽
» 미친 여행의 시작 24.09.16 2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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