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빌런의 이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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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소
작품등록일 :
2024.09.16 17:52
최근연재일 :
2024.09.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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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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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00년 만에 태동하는 운명

DUMMY

“레이첼! 너 거기서 뭐해?”


“음?”


짧은 순간, 그녀의 표정에선 당황스러움과 멸시의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마치 ‘네가 뭔데 감히 나를 보며 삿대질해?’와 같은 표정.


그녀는 유한을 무시한 채 에테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에테르의 피 묻은 장갑에서는 알 수 없는 붉은빛이 일렁였고 장갑은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졌다.


이내 아일라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무언가를 뿌려댔는데, 좀 전 쥬라스라는 남자가 전신에 뿌렸던 것과 같은 것으로 보였다.

투명한 액체를 뿌리자 묻어 있던 혈흔 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던 유한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지? 레이첼이 왜 저기에···?’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이내 그 시간조차 사치라는 듯 순백의 새 장갑을 착용한 이가 유한에게 시선을 옮겼다.


“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죠?”


“······.”


“분명 쥬라스의 생체력 전부가 당신 몸속으로 흡수되는 듯 보였는데 말이죠··· 왜 당신 몸속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냐는 말입니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목을 관통한 아티팩트도 그래요. 분명 당신에게 흡수되는 듯 보였습니다···.”


에테르는 팔짱을 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방인 주제에 어떻게 아틀란티스 어를 사용하는 겁니까?”


“이, 이건 한국어잖아요.”


이건 확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자신이 듣고 있는 건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어로 들렸으니까.


“한···국어···?”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지브롤터를 여행하다 저도 모르게 이곳으로 와 버렸어요. 여기가 어딘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유한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잠시 아무 말이 없던 에테르는 그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


조금 전 쥬라스라는 이가 자신에게 했던 짓이 떠올라 뒷걸음치는 유한.


“저, 저는 그냥 지브롤터를 여행 온 여행객일 뿐이라고요! 레이첼 뭐라고 말이라도 해줘!”


뒤편에서 듣고 있던 아일라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녀는 에테르의 옆으로 달려와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에테르님. 저런 이상한 이방인을 직접 상대할 필요 없습니다.”


“생체력, 조절할 수 있겠습니까? 아티팩트를 흡수한 자이니··· 섣불리 죽여버리면 안 됩니다.”


“네. 죽이진 않겠습니다.”


“뭐 그래요. 좋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사형수를 세워놓고 누가 집행할지 고민하는 교도관의 대화 같았다.


“왜 그래?! 장난 그만해!”


머리색은 다르지만 너무나 똑 닮은 얼굴. 유한은 그녀가 레이첼이라 생각했다. 설령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아는 레이첼처럼 호의를 베풀어 주길 바라면서.



“장난? 무슨 장난?”



고개를 까닥거리던 그녀는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간다.


“···!”


그러고는 이방인의 복부를 향해 손을 찔러넣는다.


갑자기 날라 온 주먹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는 유한.


그런데.


움직임을 본 아일라는 그대로 굳어 버린다.


‘뭐, 뭐가 이렇게 빨라?’


뒤에서 지켜보던 에테르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


평범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아틀란티스 초인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회피 속도. 머릿속에선 한 가지 의문이 일렁인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이방인이 흡수한 생체력을 숨기고 있다고 한들 기감력(氣感力)이 뛰어난 에테르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일 터.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이방인에게선 그 어떤 생체력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생체력이 존재하지 않는 순수 인간의 모습.


심지어 이능력을 사용하는 흔적조차 보이질 않는다.


에테르의 눈이 커지고,


‘저 녀석 설마···?’


아일라는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표정이 한껏 구겨진 그녀는 발까지 사용하며 연신 공격을 퍼부어 댄다.


공격을 퍼 붙는 발끝과 손끝에는 어느 순간 붉은빛이 감돌고 있다.


유한은 엉성한 자세와는 달리 착실하게 모든 공격을 피해내고는 있었지만


그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느리지?’


쥬라스라는 이의 움직임을 눈으로 읽을 수조차 없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


그리고 코앞에서 슬로우모션처럼 움직이는 아일라를 보며 유한은 생각한다.


‘이 여자, 레이첼이 아니야.’


동일 인물인 양 너무 유사한 외형. 심지어 목소리까지도 비슷했지만, 명확히 다른 점이 존재했다.

금색의 눈 색깔. 벽안을 가진 레이첼과는 달랐다.

또한 레이첼에게 없는 눈물점이 그녀의 왼쪽 눈 아래에는 존재했다.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진 유한.

자신도 모르게 정면으로 들어오는 주먹을 쳐낸다.



“···!”


가볍게 쳐냈음에도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는 아일라.


이내 고개를 들어 유한을 올려다본다.


흔들리는 동공.


“내려다보지 마!”


다시 일어나 달려드는 주먹과 발끝에선 조금 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빛이 발광하고 있다.


“아일라.”


진정하라는 듯 이름을 부르는 에테르.


“아일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공격을 퍼 붙던 아일라의 등 뒤로

느껴지는 에테르의 살기.


그제야 움직임이 멎는다.



“죄송합니다. 에테르님. 제가···”


“괜찮습니다. 사냥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생체력 회복이 덜 됐나 보죠?”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무리할 것 없습니다.”


그는 천천히 걸어갔다.


“쉬고 있으세요.”


외형에서부터 한껏 위압감을 품고 있는 이가 걸어오고 무거운 살기가 유한을 향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소름 돋는 것이 자신을 감싸는 느낌.


그것의 농도가 점점 짙어짐에 따라 주변 공기가 일렁였다.


“하아···.”


아일라의 공격을 피할 때조차 멀쩡했던 유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에테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살기를 올리며 이방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테스트해 볼 심상이었다. 그런데.


“우에에엑-”


되려 이방인은 아무렇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아일라가 그 자리에서 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뿜어져 나오던 알 수 없는 기운은 순식간에 그쳤다.


“괜찮나요.”


“네. 죄송합니다···.”


‘오늘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군요.’


아일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에게 시선을 교차시키는 에테르.


“아무리 생체력을 흡수했다고 한들 아틀라스도 견디기 힘든 걸 두 발로 서서 견디다니···.”


말투에서는 호기심이 느껴졌다.


“이방인, 이름은?”


물음에 급히 고개를 돌려 에테르를 바라보는 아일라.


“한유한이라고 합니다.”


“환류한?”


“네?”


고동 두꺼비의 똥으로 만든 환을 말하는 건가요? 아틀란티스의 명물인데 이계에서도 유명한가 보죠? 특이하네요. 이름이 똥이라니.“


“환이 아니라 한입니다.”


“그러니까요. 환유한.”


“···아닙니다. 그냥 유한입니다. 유.한.”


“유···한? 그것 역시 특이한 이름이군요.”


‘본인 이름은 마취제면서.’


“한국··· 이라는 곳에서 왔다고요? 맞나요?”


생각을 숨긴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거 같은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죠? 무슨 목적으로?”


“목적 없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왜 이곳에 왔고 이곳이 어딘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몰라 이러고 있을 뿐이에요.”


“정말 모른다고요?”


“네. 굳이 목적이 있다면 여기서 나가 제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음···.”


에테르는 이내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유한은 그게 어떤 행동인지 이해되지 않아 의아했지만, 옆에서 그를 지켜봐 온 심복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깊은 고민을 한다는 증거.



고민의 장고가 이어질 때, 유한은 죽어 있는 쥬라스에게로 자꾸만 눈길이 갔다. 그리고 좀 전의 경험들이 더 해져 한가지 확신을 얻었다.


심기를 거슬리게 하면 자신도 저런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생각을 하며 표정을 구기고 있을 때 에테르는 생각을 마무리한 듯 눈을 떴다.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죠.”


“······!”


“저, 정말인가요?”


“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검지로 유한의 몸을 가리켰다.


“당신의 몸 안에 있는 피카에로를 실체화시키세요.”


“피, 피카 뭐요?”


“쥬라스의 생체력과 함께 당신 몸속으로 흡수된 아티팩트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눈을 감고 아까 외형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게 당신의 손에서 실체화하는 걸 상상하는 겁니다. 지금 해보세요.”


마른침을 삼키는 유한.


“어서요. 이렇게 해봐요.”


이내 에테르의 행동을 따라 했다. 그것도 여러 번.


그러나 민망할 정도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 되는데···요?”


“아직 피카에로가 당신의 몸에서 채화하지 않은 겁니다. 하긴, 그럴 수밖에요. 그건 본래 당신께 아니니까요.”


‘그럼, 애초에 지금은 안 되는 거잖아.’


“안된다면 당신의 몸에서 피카에로가 실체화될 때까지 이곳을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실체화하고 나면 즉, 피카에로를 우리가 회수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습니다.”


“그럼, 평생 만약 실체화되지 않으면요···?”


“평생 이곳에 머물러야겠죠. 우리의 감시를 받으면서요. 아, 아니군요.“


실망감에 떨구었던 유한은 급히 고개를 들었다.


“죽이겠죠? 아마?”


“······.”


“에테르님··· 소, 송구스럽지만, 이 자는 아틀란티스를 침범한 이방인입니다.”


앞으로 걸어 나오는 아일라의 표정은 몹시 불안해 보였다.


“이방인이지만 정체불명의 이능력을 지닌 자입니다. 그것도 피카에로를 흡수한 자죠.”


“······.”


어때요. 유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그럼··· 이제 뭐부터 하면 되죠? 제가 이곳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요.”


“앞으로는···”


아일라와 시선이 교차한 에테르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여기 있는 아일라가 도와줄 겁니다.”


“네?!”


“실체화될 때까지 아일라와 동행하는 겁니다.”


“에, 에테르님!”


에테르를 향해 소리쳤다.


그를 향해 그렇게 큰소리를 내는 건 삼백 년 인생 처음이었다. 이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그녀를 뒤로한 채 에테르는 말을 이어 나갔다.



“긴 시간을 동행하라는 게 아닙니다. 며칠이면 실체화할 겁니다. 단 며칠이면 충분해요. 아마도.”


아일라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 이방인 놈이 하필 에테르님의 호기심을 자극했어.’



유한은 아일라의 눈치를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자 에테르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했다.


정확히 이런 자세에서 쥬라스라는 남자를 한 번에 죽이는 것을 본 유한은 자연스럽게 뒷걸음질 쳤다.


“아틀란티스에 온 걸 환영합니다. 이방인. 아니, 유한.”


뒷걸음질 치던 그는 빠르게 지금 자신이 놓인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럼··· 일단 당장 죽지는 않는 거지?’


좀 전까지 사형선고가 내려진 죄수의 심정으로 서 있던 그는 안도했지만,


그건 자신 몸에 흡수된 힘이 앞으로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 예상 못 한 결과였다.


유한이 에테르의 제안을 수락했을 때,


한동안 멈춰있던 운명의 굴레들이 조금씩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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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장을 먹는 아이 NEW 54분 전 1 0 14쪽
5 숨기는 이유 24.09.18 6 0 13쪽
4 달라진 몸 24.09.17 11 1 15쪽
» 1000년 만에 태동하는 운명 24.09.16 15 2 11쪽
2 삶과 죽음의 경계 24.09.16 18 2 12쪽
1 미친 여행의 시작 24.09.16 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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