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여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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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io00
작품등록일 :
2024.09.16 23:2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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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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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오늘 경기는 꽤 거칠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오늘 주심을 맡은 라이언 브라운 주심은 심정이 굉장히 복잡해지고 있었다.



'아니, 친선전에서 이렇게 거칠게 한다고?'



누가 보면 결승전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거친 플레이들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조롱하는 소리가 주심의 귀까지 들려올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결국 그는 평소에 카드를 잘 주지 않기로 유명했지만 오늘 벌써 6장의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게다가 오늘 경기는 비디오 판독도 없는 경기이니 자신이 보지 못 한 곳에서 얼마나 많은 반칙이 나왔을지 감히 예상도 할 수 없었다.


특히 중원 지역에서 짧은 다리로 아주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상대에게 거친 파울과 상대를 긁는 멘트를 쉬지도 않고 만들어내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거친 플레이로 반칙을 많이 내어주긴 했지만 다 팀에 필요한 반칙만 하고 카드를 받을 것 같다 싶으면 적당히 물러나기도 했으며 상대를 조롱하면서 긁는 것이 상당한 선수였다.


오죽했으면 그와는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지 않길 바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저 선수에게 레드 카드를 꺼내서 이 경기장에서 나가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신기하게도 카드를 줘야겠다 싶은 타이밍은 요리조리 피해서 상대를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능력 덕분에 저 키가 작은 동양인 미드필더는 오늘 카드를 단 하나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와서 좋은 탈압박과 뒤에서 빌드업에 관여하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 넣으면 정말로 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레프리! 이건 파울이잖아!"

"그렇게 징징 거리고 있을 시간에 일어나서 뛰지 그래?"

"이런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제발 멈춰...'


만약 저런 모습만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도 등번호 14번의 작은 동양인 선수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



경기를 진행하면 할수록 너무 재밌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앤트워프 FC의 선수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린 대신 탄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어린 것이 단점이 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경험의 차이와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다는 것이다.


오늘 태클을 여러 차례 성공하고 나서 팔을 들어서 반칙을 주장하는 상대 팀 선수들을 조금씩 자극하자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은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말았고 내가 뒤에서 찔러준 롱패스에 뒷공간이 뚫리면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삑-삐익!"



그렇게 경기는 1:0으로 레스터 시티가 승리를 가져갔다.


나는 총 90분을 뛰면서 5번의 태클을 성공시키고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고 어시스트도 하나 만들었다.


큰 점수 차로 이기지는 못했어도 나름 기분이 좋은 승리였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감독이 오고 나서 처음으로 가지는 공식전에서 승리를 한 것이니 모두 좋은 분위기였다.



"자자, 오늘 경기 모두 수고했다! 아주 좋은 승리였어!"



경기가 끝나고 스틸 감독은 우리에게 칭찬을 해주고 한 명씩 오늘 경기의 피드백을 해줬다.



"마지막으로, Jun."

"넵."

"오늘 경기 수고했다."



오로지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자자, 다음 경기까지 다들 컨디션 관리 잘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고."



모두가 짐을 챙겨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축구화를 벗고 정강이 보호대를 빼서 가방에 넣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얼굴은 웃음이 가득하다는 것은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



그 이후로 우리가 치른 친선전은 총 4경기를 더 치뤘고 3승 1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올해 개막전 상대는 바로 이제는 2부리그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스토크 시티(Stoke City)였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축구 3'으로 더 유명한 구단이라고 할 수 있었고 얼마 전까지 나와 같은 한국인 선수가 몸을 담고 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스토크 시티를 평가하라고 하면 거친 압박은 여전하지만 공을 예쁘게 찬다는 소리를 듣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다.


물론 '축구 3'의 위력을 보여준 장본인인 찰리 아담(Charlie Adam) 역시 한 때는 공을 예쁘게 차는 선수로 리버풀 FC(Liverpool FC)까지 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현재 그는 자신이 뛰던 팀인 스토크 시티의 코치로 일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축구 선수를 은퇴하고 플릿우드 타운 FC(Fleetwood Town FC)의 감독직을 맡았다가 성적 부진으로 쫓겨나게 되었고 그 이후로 하부 리그의 감독을 하면서 떠돌다가 최근에 스토크 시티의 코치로 부임했다.


그는 개막전 경기를 준비하면서 레스터 시티의 선수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선수를 유독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박준성 레스터의 현재는 유일한 동양인 선수이자 자신과 무언가 닮은 것 같은 선수였다.



"꽤 터프하군 작은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말이야."



찰리 아담 한 때는 '찰장군'으로 해외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남긴 인물이 동양의 작은 미드필더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개막전의 날짜는 빠르게 다가왔다.


경기는 레스터 시티의 홈구장인 킹 파워 스타디움(King Power Stadium)에서 펼쳐진다.



-자, 오늘은 2029/2030 EFL챔피언쉽 개막전이 있는 날입니다!

-관중석에도 많은 팬들과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데요?



현재 생방송으로 방송되고 있는 경기장 화면에서는 레스터 시티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이미 바디(Jamie Vardy)가 손을 흔들고 있었고 팬들은 그의 응원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나는 그런 팬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정리하고 오늘 내가 맡은 역할을 다시 상기하고 내가 멋진 플레이를 하고 관중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상상한다.


그런 생각들 정리가 끝나면 내 옆에 서서 경기장 입장을 같이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옆에 있는 상대 팀 선수들의 얼굴을 하나씩 기억해둔다.


그래야 나중에 경기장 위에서 할 멘탈을 긁는 멘트를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저 녀석은 대머리로 놀리면 금방 날뛰겠는데.'



그들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녀석은 어리게 보이는 얼굴에 이미 비어버린 정수리를 가진 녀석이었다.


아마도 오늘 경기에서 내 입담을 받아줄 친구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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