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이 다 찾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4.09.19 19:0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20
연재수 :
1 회
조회수 :
20
추천수 :
1
글자수 :
4,388

작성
24.09.19 19:20
조회
20
추천
1
글자
10쪽

천종산삼

DUMMY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그게 뭐냐? 산에서 왠 나침반이야.”

“아, 호주에 갔을 때 기념품으로 하나 사 온 거예요.”


호주에 영어도 배울 겸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는데, 농장에서 딸기만 따다가 와서 영어는 그다지 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난생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대충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을 정도의 영어는 가능해졌다.


“오..제법인데..어린줄만 알았는데 벌써 외국에서 돈도 벌고 말이야.”

“그나저나 추석에는 왜 안 오셨어요? 엄마도 아빠도 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에휴..뭐, 그거야 너도 내 처지 알잖아? 강원도에서 약초꾼으로 살고 있는데, 그렇다고 약초를 잘 캐는 것도 아니고. 산삼이라도 한 뿌리 캐면 모를까? 나도 괴롭다.”


진수 삼촌은 한숨을 쉬며 또 신세 한탄을 하셨다. 나도 왠지 듣고 있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예전에 진수 삼촌은 진짜 멋진 분이었었다. 조감독을 하던 삼촌이 진짜로 영화감독이 되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삼촌이 세계적인 감독이 될 줄 알았는데..


“충무로가 원래 그래, 한 번 망한 감독은 다시 써주지 않는다니까. 솔직히 입봉하려는 젊은 감독 지망생들도 많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졌어야 했는데, 나도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허술하게 입봉작을 만들었는지 나도 모르겠어. 조연출 생활도 오래 해서 연출도 잘 알면서 말이야.”


“원래, 뭐든 그런 거죠. 내가 하면 다 잘할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또 그게 아니고 말이에요.”

“흠, 그나저나 대호 너는 진짜 복학 안 하고 여기서 나하고 있을 거야?”


“그게, 저도 마음이 심란해서 좀 정리 좀 하려고요.”

“짜식, 요만한 놈이 용돈 주세요.. 삼촌 이러고 쫓아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인생의 고민이 생긴 거냐? 삼촌한테도 말 못 할 만큼.”


“그냥, 삼촌에게 말해도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저도 그냥 혼자 풀고 싶어서 그래요.”


군대를 전역하고 곧바로 떠났던 호주, 1년 동안 일도 하고 영어도 익히고 다시 귀국해서 만난 여자가 있었다.


뭐, 깊게 사귄 건 아니었지만 나로서는 대학에 입학한 후에 진지하게 사귄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유한 집안 출신의 그녀와 나는 어딘지 언발란스한 느낌이었고, 거기다 사귀던 중간에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이다.


가난한 나와 달리 강남 출신의 금수저로 대학생인 주제에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녀석이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긴 엄친아 스타일에 아버지가 중견기업 오너고 뭐 이래 저래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도 감히 경쟁할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아영이도 왠지 그 남자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내 자격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난한 과수원집 아들에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내가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아무튼, 윤아영이라는 여자는 나한테는 좀 과분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머리도 식힐 겸, 삼촌을 찾아온 것이다.


진수 삼촌은 예전에는 충무로에서 잘 나가던 조감독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직접 자기 영화를 연출할 기회를 얻었지만 운이 없었던 건지 데뷔작이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린 케이스였다.


“원래 나 같은 놈들이 수두룩해. 충무로는 그렇게 매정하고 인정머리 없는 세계다. 너도 괜히 그런데 얼쩡거리지 말아.”

“제가 영화판에 갈 일이 뭐가 있어요.”


처음에는 실연의 상처를 지우려고 산에서 바람이나 쐬고 오려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와보니 산에서 산삼이라도 하나 캐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나는 삼촌에게 잠시 보여준 작은 나침반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진수 삼촌에게 말한 것처럼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다가 귀국하기 전에 들른 마운트 마그넷이라는 곳에서 원주민에게 산 것이었는데 겉보기에는 고장난 고물 나침반 같았지만 원주민 노점상의 말이 제법 나의 흥미를 끌었던 것이다.


“이게 뭐라고 5백 달러나 하는 겁니까?”

“평범한 물건이 아니에요. 이건 원주민 주술사가 쓰던 물건인데 이 나침반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찾게 길을 안내해 주죠.”


“진짜요?”


물론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5백 달러가 아니라 5억 달러의 가치는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호주 달러라고 해도 5백 달러면 45만 원 정도니까, 싼 가격은 절대 아니었다. 동양인이라 원주민조차도 어리숙하게 본 걸까?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는데 그때는 뭔가 신비스러운 마운트 마그넷의 풍광에 취했다고나 할까?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 나도 모르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고 있었다. 호주는 카드를 많이 써서 노점상도 다 카드를 받고 있었고, 그렇게 순식간에 5백 달러를 결제당한 것이다.


그냥 오래된 나침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나마도 고장난 건지 나침반의 자침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노점상 아저씨 말로는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생기면 나침반은 저절로 움직일 거라고 했지만 한국에 와서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나침반은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삼촌이 있는 오대산에 오면서 나침반을 챙겨온 것은 오대산에서 가끔 산삼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간절히 바라면 길을 안내해 준다면서?


나는 고장난 나침반을 꺼내 혼자 중얼거렸다.


“난 산삼을 찾고 싶다고..”


그때였다. 거짓말처럼 호주에서부터 한 번도 움직이지 않던 나침반의 자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그냥 우연인가?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진짜 이 나침반에 신비한 힘이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대호야, 어디 가냐? 이쪽으로 와, 이쪽에 약초들이 많아. 삼촌이 오늘 약초 구경 제대로 시켜줄게.”

“저기, 삼촌, 전 이쪽으로 가볼게요.”


나는 삼촌이 가는 방향과 반대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택했다.


“아니, 네가 산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혼자 가겠다는 거야?”

“뭐, 별일이야 있겠어요. 그냥 제가 혼자 가보고 싶어서 그래요. 혹시 산삼이라도 찾을 줄 누가 알아요.”


“야, 매일 오는 심마니들도 못 찾는 산삼을 산도 잘 모르는 네가 어떻게 찾아? 너 보면 산삼 구별이라도 할 수 있겠어?”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원래 이런 건 하늘이 내려줘야 찾는 거지, 무슨 기술로 찾는 건 아닐걸요.”


나의 말에 진수 삼촌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삼촌은 아직 산삼은 못 찾았는데 대호 네 말대로 초심자의 행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조심해서 가봐”

“예, 삼촌, 그럼 나중에 봬요.”


삼촌과 헤어진 나는 혼자서 오대산 더 깊은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대산이 큰 산이기는 해도 등산로도 많고 그다지 위험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나침반이 알아서 길 안내를 해주겠지...


그렇게 무심하게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눈앞에 큰 바위가 보였다.


뭐야? 저 위로 올라가라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조금 위험해 보이는 바위 위쪽이었고 겨우 올라가자 다시 위태스럽게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젠장..좀 위험한 것 같은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더 가보자..나는 뭔가에 홀린 듯 계속 움직이는 나침반을 따라 험한 산길을 이동하고 있었다.


겨우 바위에서 내려오자 이번에는 낭떠러지 옆으로 겨우 사람 하나가 갈만한 좁은 길이 나왔다.


아..씨발..이거 떨어져서 죽는 거 아냐?


이거 왠지 나침반이 산삼을 찾아주려는 게 아니라 나를 사지로 몰아 넣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포기할까?


아니지, 그래, 원래 산삼이 있으면 이렇게 위험한 절벽이나 이런 곳에 있어야 그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벼랑 끝 좁은 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그러자 안쪽 좁은 공간에 녹색의 잎이 보였다.


이른바 5행이라고 불리는 다섯 개의 잎..산삼인 것 같은데...거기다 제법 큰 산삼이 하나도 아니고 수십 뿌리는 되는 것 같았다.


와..이거 대박이잖아..


가까이서 보니 산삼이 확실한 것 같다. 그래, 이건 산삼이야. 그것도 수십 뿌리나 되는 군락을 찾은 것이다. 산삼은 오래되면 모삼이 씨를 뿌려 자삼을 만든다. 아들, 손자 이런 식으로 군락을 이루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산삼 군락을 찾은 것이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천천히 게처럼 이동하며 산삼에 다가갔다. 그리고 가방에서 이른바 약초곡괭이라고 불리는 곡괭이를 꺼냈다.


“대호야, 산삼이든 약초든 뿌리가 중요해, 뿌리가 상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태반이야. 만약에 산삼 같은 걸 보면 이 곡괭이로 뿌리보다 깊숙하게 땅을 파란 말이야. 그리고 살살 밖으로 끌어내.. 산삼은 억지로 끌어내는 게 아니라 요조숙녀처럼 살살 달래서 나오게 해야 한단 말이야. 알겠어?”


요조숙녀처럼 말이지...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냐고요..


하지만 힘들면 좀 쉬기도 하면서 천천히 한 뿌리 한 뿌리 조심스럽게 산삼 뿌리에 신경 쓰면서 하나씩 산삼을 캤다.


큰 모삼부터 작은 자삼들까지 모두 캐고 났을 때는 이마는 물론이고 목을 타고 흘러내린 땀이 안쪽 티셔츠까지 흥건하게 적신 후였다.


산삼 캐는 것도 진짜 힘드네..


배낭에서 꺼낸 음료수를 마시고는 문득 생각이 났다.


“심봤다..심봤다..”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이걸로 이 산삼 군락의 삼들은 모두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침반이 다 찾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천종산삼 NEW 14시간 전 21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