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치였는데 엘프가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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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4.09.21 21:18
최근연재일 :
2024.09.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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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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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DUMMY

꼬르륵-!


“배가, 배가···.”


지나가는 사람을 부여잡고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으응? 배가 아픈가? 어디보세! 이래보여도 내가 여기서 제일가는 의원일세!”


“배가 너무 고파요···.”


“이런 미친놈을 봤나!?”


정신나간 의원놈이 배빵을 치고 달아난다.


얼마나 굶었는지 신물도 나오지 않는다.


“아구, 아구! 의원이 사람 죽이네!”


“쯧,쯧!”


데굴데굴 굴러 동정심에 호소했지만 돌아오는건 혀차는 소리뿐.


이거 진짜 큰일났는데.


내가 외지인이라 그런지 전부 모른척하잖아


아니지, 도시라 할 정도로 규모도 큰데 내가 외지인인걸 알리는없고 그냥 살림이 팍팍해서 그런가?


이, 일단 이게 중요한게 아니니깐 뭐라도 주워먹자.


힘없이 일어나 흐느적거리며 식당으로 향했다.


주인한테 들켰다간 또 물싸대기를 맞을테니 조심조심 뒤편으로 가 쓰레기를 뒤졌다.


현타가 오더니 이내 슬픔이 밀려온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내가 여기서 음식물쓰레기나 뒤지고 있다니···.”


분위기 우울해지네···.


춤이나 춰야겠다.


이집트 그림에 나오는 사람처럼 팔다리를 기역, 니은으로 만들어 춤을 췄다.


둠칫- 둠칫-!


“휴- 이제 좀 낫네.”


힘을 내 다시 쓰레기를 뒤졌다.


“오!”


이건 참외!?


“우효! 참외겟또다제, 초럭키다!”


겉으로 봐서는 멀쩡해보여 쓱쓱 닦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은 수확이 좋은데?


흐흐! 오늘 끼니는 이걸로 해결할 수 있겠군!


“망할 주인! 이런거 버리면 그냥 나눠주면 되잖아? 구두쇠-!”


다시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주인인가 싶어 재빨리 뒤돌아보니 웬 영감이 한손에 지팡이를 쥐고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주인이 아니라서.


“허어! 정말 쓰레기를 잘 뒤지네. 나도 처음 봤네.”


“아 예. 배고픈데 쓰레기라도 뒤져야죠.”


“그렇지. 자네 부모가 황천길을 건넜는가?”


···뭐라고? 이 영감이 지금 나한테 패드립 날린거야?


“건넜는가?”


당황스러워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영감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시 묻는다.


그 왜 그런거 있지 않음?


존나 개소리도 진지한 얼굴로 하면 믿을만한 소리로 들린다는거.


내가 지금 딱 그 상황이다.


“아,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쓰레기를 잘 뒤지나?”


아, 아- 지금 이 어르신은 그냥 안부차 물어본거구나.


문화가 달라서 그런거야 문화가.


저기 저 지구의 어디는 뺨 때리는게 안부인사라고 하잖아.


같은 지구에서도 이해못할 행동인데 하물며 다른 행성이야 말할 것도 없지.


여긴 부모의 안부를 묻는게 인사구만!


롤충이 여기에 오면 효자라고 불리겠어!


“배고파서요.”


최대한 불쌍한척을 하며 말했다.


뭐라도 떨어질까 싶어서.


“좋구먼! 부모없는것들은 쓰레기나 뒤지는게 최고야!”


···좀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뭐.


“그래, 그렇게 고아새끼처럼 쓰레기나 뒤지게.”


영감이 피식웃으며 날 지나친다.


씁- 이거 아무리 문화가 다르다지만 기분나쁜데?


“아, 예. 감사합니다. 혹시 어르신 부모님은 돌아가셨습니까?”


“뭐라?”


어르신의 표정이 굳어진다.


“어르신 부모님은 살아계시냐고요.”


귀가 안들리나?


“이, 이놈이!”


따악-!


“아야!”


힘이 얼마나 센지 머리에서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미친 영감이 씨익씨익거리며 지팡이를 두손으로 잡고 날 노려본다.


“아, 아니 왜요? 안부물어본건데!”


“아버지?”


기다렸다는 듯이 주인이 나와 영감더러 아버지라 불렀다.


삘이 좋지 않다.


“왜 그러세요?”


“저놈이 나 보고 애미뒤진놈이란다!”


영감이 지팡이로 날 가리켰다.


주인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아, 아니 제가 언제 그랬어요!? 곡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안부차···.”


“세상 어느 미친놈이 안부를 부모생사로 묻는다더냐!?”


“바, 방금 영감님도···.”


“아들아! 지금 보고만 있을거냐?”


“돌쇠야, 돌쇠야!”


돌쇠를 부르자 돌도 씹어먹을듯한 놈과 쇠도 씹어먹을듯한 놈이 나타난다.


씨, 씨발! 일단 튀자!


“게섰거라!”


꽁지가 빠지도록 뛰었고 가까스로 따돌릴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해치웠나?”


“저기···.”


“아, 씨발! 깜짝아!”


돌쇠놈이 쫓아온줄알고 돌아봤는데 다행스럽게도 무식하게 생긴 돌쇠는 아니었다.


클리셰 발동한줄 알았네!


“어휴, 놀랬잖아요.”


“괜찮으세요?”


“아, 네.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다행이네요.”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근데 왜 이런 어둡고 축축한곳에 있는거지?


어둠의 자식인가.


“땀을 많이 흘리시는데 손수건이라도 드릴까요?”


왜 이렇게 친근하게 굴어?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손수건을 쑤욱 내민다.


안 받기도 뭐해서 손수건을 집었는데 보라색 피부색이 내 눈길을 끈다.


씨, 씨발! 이거 클리셰잖아!


후미진곳에서 흑마법사가 날 납치하려는거야!


저, 저 피부좀 봐! 마기에 절어서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한거라고!


“개새끼야! 내 몸은 현대문명의 산물인 매연과 가공식품에 절어서 별 효과도 없어!”


흑마법사에게 주먹을 날렸다.


“꾸엑-!”


역시나 흑마법사답게 신체능력은 별볼일 없는지 내 불주먹을 맞고 뒤로 넘어진다.


넘어지는걸 확인한 후 재빨리 큰 도로가로 뛰었다.


“나 불교 믿어! 씨발, 니 저주같은건 불경 몇 번만 외면 파훼가능하니까 괜히 헛수고하지마!”


부리나케 달렸고 다행히도 도로가로 벗어날 수 있었다.


“씨발, 씹빨!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부정이라도 탈까 싶어서 온몸을 손으로 툭툭치며 미친듯이 염불을 외웠다.


마치 디아블로4 인트로에 나오는 학자처럼.


“엄마, 저 사람 이상해. 무슨 주문 같은걸 외워.”


“이리와, 옮을수도 있으니까 가까이 가지마.”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뒤로 숨기며 기분나쁜눈으로 날 쳐다본다.


나는 무시한 채 혹시나 따라오나 싶어 내가 뛰어온 길을 유심히 쳐다봤다.


다행히도 이목이 쏠려 부담을 느끼는건지 드러내지 않는다.


“후아! 진짜 죽을뻔했네!”


땅에 퍼질러 앉아 손수건으로 땀을 훔쳐··· 우에에!


손을 팔락거려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연달아 왜 자꾸 이런일이 일어나는거야!


“야 이 개새끼야-! 나 죽는다! 빨리 어떻게 좀 해봐라!”


하늘을 쳐다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나 보고 있는거 알고 있어! 네가 나 인공 위··· 꿲-!”



///



낯선 천장이다.


아아, 꿈이었나?


야레야레,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나?


이런 꿈따위에게··· 하, 씨발.


창밖을 보니 비숍고리가 개같이도 잘 보인다.


그럼 여긴 어디야?


상체를 일으켜 의심스러운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한약냄새가 나는걸보니 의원인가.


“오, 자네! 일어났군!”


“어, 어···! 너, 이새끼!?”


“크흠, 왜 그러나?”


“너 아까 내 배 때리고 튄 새끼잖아!?”


“사, 사람 잘못봤네.”


“맞잖아!”


“그, 그게 중요한게 아닐세!”


의원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아, 아니 그럼 뭐가 중요한데?”


원래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표정을 굳히고 말하면 괜히 긴장된다.


그러니까 의사님들아 심각한표정으로 스트레스성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일단 일어나서 한번 걸어보게.”


조심스럽게 이불에서 나와 일어서 몇걸음 걸었다.


“아무 문제 없는데?”


“이곳저곳 움직여보고 말해보게.”


의원말처럼 해도 불편한건 없었다.


“없어.”


“다행이군.”


“왜 내 몸이 어떤데? 아니, 그전에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야?”


“자네가 도로 한가운데에서 하늘을 보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지 않았나?”


“어, 어. 그랬지.”


“그때 마차가 자네를 쳤네.”


“마차가 나를 쳤다고?”


“그렇네.”


“마차 주인은?”


“아마 이리로 오고있을거야.”


재빨리 이불속에 드러누워 끙끙 앓았다.


“왜 그러나?”


“눈치없기는! 보험금 타내야 할 거 아니야!?”


“보, 보험?”


아, 여기는 보험같은거 없나?


“아, 아! 그러니까 이 기회에 한몫 제대로 잡아보겠다는 말인가?”


“그렇지! 그러니까 의원도 협조 좀 해. 내가 좀 떼줄게.”


“자넨 정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씹새끼구만!”


“닥쳐, 씨발! 네가 사흘동안 굶어서 쓰레기통 뒤지는 인생을 알기나 해?”


“일을 하지 그랬나?”


“아무도 안 써 주잖아!”


“하긴, 자네 같은 사람이면 그럴만하지. 자네. 외지인이지?”


외계인인데요?


시벌, 외계인이면 문어발 달린 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외계인이 될줄이야.


“어, 맞아.”


“그럼 그렇지. 여기는 텃새가 심해서 외지인은 잘 안껴주거든.”


“그래서 배빵했어?”


“크, 크흠! 어쨌든 일자리 하나 소개해 줄테니 관심있는가?”


“아니, 뭐···.”


소시민으로 사는것도 나쁘지 않은데.


“싫은가?”


“왜 이렇게 잘해줘?”


“그냥 뭐···.”


“아하! 소개비 챙기려고 그러지?”


날 보며 씨익 웃는다.


그럼 그렇지.


저런 인색한놈이 그냥 해줄 리가 없지.


“소개시켜줘 뭔데?”


어쩔 수 없지. 일단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하니.


“짐꾼이네.”


헛웃음이 나왔다.


“왜 그러나?”


이세계와서 하는일이 노가다야? 어휴.


“자네같은 외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힘쓰는 것 밖에 없네.”


“나도 알아. 아는데.”


그래도 노가다가 뭐야, 노가다가.


“밑천 만든다고 생각하게. 어느정도 돈이 모이면 노점 같은걸 열어도 되겠구만.”


장사? 씁- 그 미친놈이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는 안 했지?


크큭, 좋아.


듣도보도 못한 음식을 만들어서 팔아주지.


딴 소설보니까 치킨이니 뭐니 잘만 팔아먹더라.


밖으로 나가 하늘을 쳐다봤다.


“왜 그러나?”


“나 장사한다!? 장사한다고 했어!”


의원의 말을 무시하고 하늘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진짜 한다!?”


“쯧쯧, 젊은이.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미친놈은 못고친다네.”


의원이 내


“좋아, 짐꾼할게!”


“오! 잘 생각했네! 근데 미친놈은···.”


“나 안 미쳤으니까 빨리 소개해줘! 지금 당장!”


“아, 알았네.”


의원이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뛰어간다.


흐흐흐, 소시민이었던 내가 이세계에선 치킨 재벌? 킥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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