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지구에 강림한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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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케
작품등록일 :
2024.09.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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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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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황량하기 짝이 없는 황무지에 한 명의 남자가 누워 있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은 오른팔과 왼쪽 다리가 잘려 있었다.

그 아래로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오른팔은 어느 정도 지혈이 된 것 같았지만, 왼쪽 다리는 완전히 지혈되진 않았는지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만, 가슴부위가 오르내리고 있어서 아직은 살아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대로라면 오래 살긴 힘들어 보였다.


실제로 청년의 숨은 넘어갈 것처럼 깔딱거리고 있었다.

누가봐도 이 청년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오빠! 오빠!! 정신 차려!!! 오빠!!!!”


죽어가는 청년의 옆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10대 후반의 소녀가 오열하며 이 청년을 잡고 있었다.

소녀는 이 시대 사람들이 그렇듯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도 허름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지저분한 차림에도 돋보이는 미모를 지닌 미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소녀는 죽어가는 청년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오열을 토해내고 있었다.


지금처럼 길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은 과거 문명이 유지되는 시절이라면 보기 힘든 광경일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119에 연락하여 바로 병원에 이송부터 할 것이니까.

그러나 세상이 무너진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50년 전, 게이트가 열리고, 좀비 바이러스까지 퍼진 이 세상은 문자 그대로 망하고 말았다.

소위 아포칼립스, 그러니까, 종말을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이트와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의 지구는 과거 창대했던 문명 대부분을 잃은 상태였다.

초능력을 깨우친 소수의 각성자들 덕분에 인류의 멸종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 정도가 전부였다.


100억에 달했던 인류는 이제 5억도 채 남지 않았으니까.

전 인류의 95%가 사멸한 것이었다.


아니, 5억도 추정치이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적을 거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에 가까웠다.

애초에 지금은 그런 통계를 낼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그런 상황이니, 황야에서 죽어가는 이 청년이나.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동생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벌어지는 이 광경은.

종말을 맞이한 이 세계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화아악-!!!!


죽어가는 청년의 몸에서 빛을 살라먹는 칠흑과 같은 검은 기운이 잠시 솟구쳤다가 사라졌다.

그 직후, 눈을 뒤집어 흰자위만 보이던 청년의 눈에 검은 자위가 돌아왔다.


“오, 오빠!!!”


놀란 여동생이 다시 한 번 오빠를 찾을 때.


휘이이이잉-!!!


청년을 중심으로 강렬한 바람이, 아니 기운이 몰려들었다.


‘이···. 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었지만, 초능력을 각성한 소녀는 이 기운을 직접 느낄 수가 있었다.

소위 마나라고 불리우는 기운이었다.


게이트가 열린 이후, 일부 사람들은 이 마나라는 미지의 기운을 이용할 수 있었다.

세간 사람들은 그들은 각성자라고 불렀고, 이 소녀 또한 그런 각성자 중 한 명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이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감각에 따르면 지금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청년의 몸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뿌드득, 뿌득.


잘린 청년의 팔과 다리가 회복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소녀는 놀람 대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번 청년을 불렀다.


“오빠!!!”


잘렸던 팔과 다리가 재생한다는 것은 상당히, 아니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었지만, 소녀는 놀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이 청년도 재생능력을 깨달은 각성자였으니까.

그 능력을 바탕으로 이 남매는 이 종말의 세상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팔다리의 재생은 소녀를 놀라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이 살아있다는, 살아남았다는 증거였으니 기뻐할 뿐이었다.


잠시 후, 청년은 번쩍하고 눈을 뜨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소녀가 깜짝 놀라며 다시 한 번 청년을 불렀다.


“오빠! 괜찮아?!”


반갑게 청년을 맞이하는 소녀와는 달리.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소녀를 잠시 응시하였다.


“···그렇군. 네가 이 녀석의 동생···. 강이연이로군.”


마치 말로만 듣던 사람을 처음 보는 듯한 모습에 강이연은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늘 다정하게 자신을 대하던 오빠 강일한의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으니까.


“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기쁨과 불안이 혼재한 복잡한 표정으로 강이연은 질문을 던졌다.

그 말에 청년, 아니 강일한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상황부터 알려줘야겠군. 난 네 오빠 강일한이 아니다.”

“응?”

“난 칼세인 바루스. 니케아 차원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흑마법사다.”

“그게 무슨···.”


강이연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문하였지만.

칼세인은 그런 강이연의 반응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네 오빠 강일한은 죽음을 앞두고 나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요?”

“그래, 자신의 몸과 영혼을 내게 주는 대가로 복수와 네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계약이었지.”

“그, 그럼 우리 오빠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네 오빠는 내 영혼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이 몸은 이제 내 것이 되었고. 즉, 네 오빠는 계약의 대가로 사라졌다 할 수 있겠지.”


칼세인은 자신이 강일한의 몸과 영혼을 장악했다는 지금의 상황을 숨기지 않았다.

애초에 그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굳이 강일한으로 행세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털썩.


다만, 그 말을 들은 강이연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빠가 되살아났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강일한이 농담을 하거나 장난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애초에 장난칠 상황이 아니기도 했지만.


‘···분명 오빠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야···.’


초능력을 각성한, 아니 그것이 아니더라도 강이연은 그 누구보다도 강일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강일한의 성격, 분위기, 그리고 기운까지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사방에 날을 세우고 있었지만.

동생인 자신에게는 늘 다정했던 강일한이었다.

장난으로라도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아까까지의 강일한과는 전혀 달랐다.


즉, 지금 자신을 칼세인이라 칭하는 이 남자는 분명 강일한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껍데기는 강일한의 것을 쓰고 있지만, 그 속은 전혀 다르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오빠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강이연의 눈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오, 오빠···. 흐흐흑···.”


강이연이 흐느끼는 동안, 칼세인은 자신의 상황을 빠르게 점검하였다.

그 점검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강일한의 몸과 영혼은 칼세인의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결론은.


‘···상태가 많이 좋지 않군.’


남아있는 영력을 이용하여 신체는 회복하였지만.

칼세인은 과거 강대했던 능력 대부분을 상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칼세인은 그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칼세인 스스로도 차원 이동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도박수를 던졌는데 그게 통하다니.’


사실 차원을 이동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마법이었다.

궁극에 도달한 칼세인이라 할 지라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니케아 차원을 완전히 장악한 외신의 손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결국 칼세인은 도박수를 던졌고, 그것이 통한 것이었다.


‘···영혼 계약을 통해서 차원 이동을 시도한 것이 주효했군.’


강일한이 죽음의 순간에 내지른 영혼의 외침이 외차원을 탐색하던 칼세인에게 닿았고.

칼세인은 그를 통해 영혼 계약을 체결하여 지구에 강림한 것이었다.


그 대가로 자신이 가졌던 강대한 힘의 대부분, 아니 거의 모두를 잃었지만.

칼세인은 오히려 만족하였다.


‘두 번째 기회를 잡은 것이니까.’


다만, 칼세인은 크게 기뻐하지도, 반드시 외신에 대해 복수를 하겠다는 식의 다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그로 인해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걸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마치 애초부터 감정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그건 그렇고, 종말을 맞이해서 그런지 이 세계에는 음의 마나가 충만해. 여기에서 제대로 회복하면 어쩌면 다시 니케아로 돌아갈 수도 있겠어.’


차원이동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직접 시도하고, 성공까지 한 칼세인은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모든 힘을 상실한 지금은 불가능한 게 맞았다.

하지만 과거의 힘을 되찾고 몇 가지 조건을 더 맞추면 힘을 잃지 않고도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그냥 돌아가기만 하면 의미가 없겠지. 어차피 다시 죽을 뿐일 테니까. 돌아가더라도 그 외신을 추방할 능력을 갖춘 다음에야 돌아가는 것이 맞겠어. 흠, 쉽지 않은 과제로군.’


스스로를 포함하여 자신이 살던 차원이 완전히 소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칼세인은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거의 죽을 뻔했던 자신의 상황도, 심지어 차원의 소멸도 칼세인의 감정을 흔들지 못한 것이었다.

애초에 칼세인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존재가 가진 의무이자 권리라는 생각이었다.

그게 흑마법사 칼세인의 오랜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니 모든 일에 감정이 동요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지금 칼세인은 자신이 외신의 손에서 도망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니케아 차원을 침공한 외신을 딱히 원망하지도 않았다.


외신은 외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칼세인은 칼세인대로 그 외신에 최선을 다해 저항하였고.

그 결과, 지금의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여기에 원망이니 복수니 하는 감정이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새로운 기회를 얻었으니, 최대한 그 기회를 활용할 생각 뿐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최선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칼세인은 여전히 흐느끼고 있는 강이연을 여전히 무감정한 목소리로 불렀다.


“그만 일어서라. 가야 할 시간이다.”

“흐흐흑···.”


칼세인의 말에도 강이연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지금 그녀에게 그 말이 닿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칼세인은 그녀를 달래 줄 생각은 없었다.


“만일 원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계속 머물러도 좋다. 어차피 네 오빠와 체결한 계약에는 네가 원하지 않는 걸 강제로 시키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었으니까.”


여전히 울고 있는 강이연을 보며 칼세인의 냉정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다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다는 면책 조항도 있다. 즉, 네가 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곳에서 계속 머물다가 죽는다고 해도 내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지.”


비록 강이연의 보호를 영혼 계약의 조건으로 받긴 했지만, 칼세인은 강이연에게 끌려다닐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계약 조건은 강이연이 칼세인의 지도와 지시에 적극적으로 따른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었으니까.


강이연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할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즉시 계약을 종결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죽음에 대한 복수는 해줘야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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