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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작품등록일 :
2012.09.10 17:23
최근연재일 :
2012.09.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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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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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A-01 동기(動機):내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

DUMMY

<font size='6' face='궁서'> <b>

Step A-01 동기(動機):내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

</b> </font>




지금 나는 허공에 머리만 동동 떠서, 내 육체가 분해되고, 정화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봤던 어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나오는 인조인간처럼 목 아래의 신경다발은 길게 늘어져서 육체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 상태로 그들은 배를 가르고, 뼈를 들어내고, 장기를 적출했다.

안 아프냐고?

칼에 손가락만 베어도 쓰라린데, 온 몸을 찢고 헤집는 게 어떻게 안 아플 거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아프다.

그냥 아픈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미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아프다.

그럼 어떻게 안 미치냐고?

내가 딱 미칠 것 같을 정도로 참지 못할 때면, 마법사는 내게 모르핀 같은 물약을 분무했고, 그럼 통증이 싹 가라앉았다.

그 뿐만 아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마녀는 내 뼈를 축출해서는 쇠를 담금질하듯이 망치로 두들겼다. 그 때마다 내 하얀 뼈는 서서히 메탈 칼라로 번쩍이는 금색으로 변해갔다.

또 마녀는 소장과 대장을 꺼내서는 쭉쭉 밀면서 이물질-똥?-을 뽑아내고, 허파와 간은 빨래처럼 비벼 빨았다. 마지막으로 심장은 밀가루 반죽을 하듯이 주무르고 비비고, 두들기더니, 빛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그 하나, 하나의 과정마다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마녀는 내 피부를 벗겨서 잘 말렸다.

그 기간이 자그마치 십 년이다.

십 년....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 말이다.

그동안 나는 움직이기는커녕, 먹지도 싸지도 자지도 못했고, 내 육체가 분해되었다가 재조립되는 과정을 모두 낱낱이 지켜봐야만 했다.

그렇게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에 내 육체는 재탄생되었다.


-호크바사! 말하던 존재가 얘야?

신체가 다시 재조립된 직후,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그 피부가 더욱 도드라지는 까만 롱 드레스를 입고, 역시 백발을 머리 위로 틀어 올렸는데, 거기에 티아라를 꽂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안다.

‘눈의 여왕?’

아니. 눈의 여왕이라면 더욱 차가울 것이다. 지금 내 눈 앞의 그녀는 무색무미무취에, 하지만 촉촉하면서도 상쾌하고, 그러면서도 지극히 순수한 그런 존재.... 그래, 이건 물이다.

‘물의 정령왕!’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게 아니라, 그녀를 보는 순간, 그녀의 권위를 읽었고, 그녀의 포스를 느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물의 정령왕 옆으로 마녀가 다가섰다.

-응! 그 녀석 맞아. 이계에 살던 호그와트의 쌍둥이 형제!

-호오, 재미있는 녀석이네. 내가 뜯어 봐도 될까?

-마음대로.

마녀가 허락했다.

‘누굴!’

나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물의 정령왕의 손짓을 거부했다. 해체되려는 내 바디를 내 의지 아래 묶었다.

-호오, 마나 감응도가 꽤 높은걸! 마법은 아니고, 순수한 마나의 힘이로군! 그것도.... 마나하트에 들어있는 마나를 스스로 알아서 자기 것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걸

-맞아. 그래서 우리도 좀 기대하는 중이야. 호그와트의 가설이 어쩌면 맞는 것 같거든. 이 차원의 호그와트는 저 차원에서도 호그와트다!

-흐으음.

물의 여왕이 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고.

-내 이름은 엘라임. 엘라임 노르테. 북쪽의 물의 정령왕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황급히 대답했다.

“강건입니다.”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아, 강컨이 변해서 카안이 된 거군. 다들 너를 카안이라고 부른단다. 그러니까 나도 카안이라고 부를게. 그건 그렇고, 내가 한 번 봐도 되지?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의 여왕의 권위를 인정하는 셈이다. 다음 순간, 그녀는 물방울이 되어 흩어졌다. 그냥 흩어지는 게 아니라 나를 통과했다.

-대단하군, 호크바사! 마나가 전혀 없는 곳에서 데려왔다면서, 마나친화력이 거의 100%에 이르고 있어!

-맞아. 그게 내 솜씨지. 뼈는 마나저항을 0으로 수렴하도록 했고, 신경은 마나 반응을 거의 1에 가깝게 맞췄지. 게다가 근육 또한 마나 전이를 최대로 맞추었고. 거기에 체내 이물질들을 모두 제거함으로써, 완전히 마나를 위해 새로 태어난 셈이야.

마녀-호크바사?-의 인체 개조 덕분에 내 몸은 뼈는 금속보다 단단해졌고, 신경은 반응속도가 거의 빛에 가까워졌고, 근육 또한 활성도가 최대가 되었다.

-이건 제 게 아니로군. 오, 진실의 눈truth-eye이 아닌가?

다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물의 여왕이 내 얼굴 왼쪽을 건드리자, 시신경이 딸린 왼쪽 눈이 쭈욱 뽑혀 나왔다.

-이미테이션이야. 엘프의 진실의 눈을 카피해서 재구성한 것이지!

-호크바사, 상당히 신경을 썼는 걸? 왜 그랬지? 다른 것들은 모두 제 것인데, 이것만 따로 만든 것이로군!

-밸런스 때문이야. 육체는 마나친화도가 100%, 즉 1에 가까운데 뇌는 마나를 인식을 못 하면 안 되지. 그러니까, 마나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진실의 눈을 장착을 해 줬지.

-흐으음.

물의 여왕이 잡아당겼던 내 눈을 놓자, 마치 고무줄처럼 내 눈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물의 여왕은 뒤로 미끄러지듯이 내게서 멀어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내 왼쪽 눈은 이석기, 이 새끼와 똥개, 민동개가 가져갔지! 아픔에 무감각해지다 보니, 그것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마법사라기보다는 검사나 투사 쪽으로 발달해 있는 것 같지 않아?

“맞는 말씀입니다.”

이 대답은 호크바사가 아니라 호그와트가 했다.

“저도 그게 불만입니다만, 지금 현재 다른 차원에 있는 ‘나’ 중에 가장 지금의 나와 유사한 놈이 저 녀석 하나뿐인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잘 잤어, 호그와트?

“감사합니다, 엘라임. 힐링 샤워 덕분에 바디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잘 관리해야해, 호그와트. 자네가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면, 호크바사 뿐만 아니라 나도 많이 아쉬워 할 거야. 다른 인간들은 수준이 안 돼서 말이 통해야지.

“이제 가시렵니까?”

-더 있어봤자, 재미없어 보여. 좀 더 레벨이 올라야 볼만 할 것 같은 걸! 언제 나도 한 번 저런 개조를 하고 싶군.

그 말과 함께 물의 여왕은 물로 돌아갔다. 한 순간에 사람의 형상이 무너지면서 바닥에 촤악 하고 쏟아지는 모습은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가 없을 거다.

나는 이제 믿는다. 여기는 지구가 아니라 판게니아이고 마법과 드래건, 그리고 정령이 공존하는 곳이다.


“내 이름은 호그와트, 룬 호그와트다. 대마도사다.”

나는 십 년 만에야 마법사의 말을 들었다.

어떻게 10 년이라는 것을 알았냐고? 호그와트가 10 년이라고 했으니, 10 년이다. 그가 나에게 거짓말을 해 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게는 진실의 눈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가이스터스 호크바사. 너도 알겠지만 드래건이지. 그것도 아주 고룡이란다.”

이제는 안다.

내 몸을 해체하고 해부하고 세척하고 재조립한 마녀가 그냥 마녀가 아니라 드래건이라는 것을 말이다. 가이스터스 라는 칭호가 붙으면 바로 고룡이다. 마탑주에게 룬이 붙듯이 말이다.

나는 묻고 싶었다. 도대체 절대 마법을 갖고 있는 드래건이 나를 개조하는 데 무슨 십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냐고 말이다.

하지만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다.

-내가 십 년이라는 시간을 끌었다고 오해하지 마라. 사실 인간의 인체개조작업은 한 시간이면 충분한 일이었어. 단지 마나에 적응하지 못한 네 몸이 문제였던 거지. 최대한 무리가 안 가도록 하기 위해 10 년이 걸린 거다. 그러니까, 마나친화도가 0에 가까웠던 네 육체를 탓해라.

내 마음 속의 질문에 호크바사는 이렇게 시니컬하게 대답해 주었다.

호그와트가 나를 판게니아로 불러온 이유는 단 하나, 내가 호그와트의 다른 차원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구라는 차원에서 나는 이곳 판게니아에서는 호그와트라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종의 일란성 쌍둥이라는 것이고....

“지난 천 년의 역사를 통해서 오더토크order-talk 학파의 마법은 오로지 나 외에는 아무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발견 된 158개의 차원을 뒤져서 가장 판게니아의 나와 유사한 형태로 진화한 존재를 불러왔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지구는 마나가 거의 없는 척박한 환경이고, 그래서 지구인은 마나 호흡과 마나 순환에 대한 기능이 완전히 퇴화한 상태라는 것! 그래서 흐그와트와 호크바사는 내 신체를 개조를 했다. 판게니아에서 적당한 육체로, 그래서 마나 서클을 수련할 수 있는 신체로 나는 일종의 변신을 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이지. 좁쌀의 씨눈의 1/10도 안되는 사이즈지만, 그래도 마나의 씨앗mana-seed가 아랫배에 있었으니까 망정이지, 그것도 없었다면 아마 우리도 포기를 했을 걸!”

그렇게 내 판게니아에서의 삶은 시작되었다.


***


맴맴맴맴....

나는 천천히 호수공원의 물가로 걸어나오며,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구다. 정말 지구로 돌아왔다. 호크바사가 내 마법 능력 여하에 따라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로 지구로 돌아왔다.

매미 소리를 들리는 것을 보니, 지금은 여름이었다. 떠날 때는 가을이었는데, 돌아와 보니 여름이다. 그럼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다른 생각은 다 접어두고, 집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나는 인사하며 문을 열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정문 열쇠는 우편함 문에 붙어 있었고, 현관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가족들의 슬리퍼 까지 모두 똑같았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와?”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를 맞이했고,

“합숙이 없어서요.”

나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엄마, 내가 얼마 만에 집에 온 거죠?”

“글쎄, 지난 가을에 대회 나가서 행방불명되었으니까, 거의 열 달 만일걸?”

그래, 무려 열 달 만의 귀가다. 판게니아에서는 십 년, 지구에서는 십 개월인 셈인가?

호그와트는 말했다.

차원 이동을 위해서는 차원 이동에 따른 시공간의 괴리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타임슬림time-slim 마법이 필요하다고. 그게 지구에서의 내 삶의 영속성과 판게니아에서의 내 존재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판게니아에서 십 년을 보냈으면, 그 십 년이라는 시간이 슬림화 되어서 지구로 가면 열 달이 되는 거다. 대략, 1/12로 줄어드는 셈인가? 마찬가지로 지구에서 12일을 보내고 판게니아로 돌아가면 하루가 지나 있을 거다.

또 호그와트는 지구의 가족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게 반(反)인지anti-perceive 마법을 걸어놓겠다고. 그러면 가족들은 내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고, 나를 몇 년 만에 보면서도 바로 어제 봤던 것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말이다. 역시 그래서인지 엄마는 나를 열 달 만에 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엄마....”

나는 엄마 등 뒤로 다가가서 끌어안았다.

“예가 징그럽게 왜 이래?”

“엄마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뭘 새삼스럽게.... 나도 사랑한단다, 앗, 들~!”

나는 이 엄마의 어투를 좋아한다. ‘아’자와 ‘들’자 사이를 살짝 끊는 듯하면서 뒤에 ‘들’을 길게 끌면서 발음하는, 조금은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중성적인 발음이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여동생 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오빠 일찍 왔네?”

“응! 희! 그 사이 많이 컸네.”

“뭐! 원래 컸었다, 뭐....”

“그런가? 하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여동생을 안았다. 희아 말대로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지금 그대로다. 그 때 이미 168이었다.

“오빠, 왜 이래?”

하지만 희아는 내 포옹을 거절하지 않았다. 한 해 사이에 벌써 희아는 소녀에서 숙녀로 변하고 있었다.

“아들, 먼저 밥 줄까? 현이 오려면 먼 것 같은데.”

“아니! 기다렸다가 누나 오면 같이 먹지요.”

“그럴래?”

내 말에 엄마는 환하게 웃었다. 원하면 먼저 차려주겠지만, 그게 정말 엄마가 바라던 대답이었을 거다.

“헹~! 나는 배고픈데.”

여동생은 잠깐 칭얼거렸지만, 이내 포기를 하고 라면을 찾았다. 그래, 이런 모습이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엄마, 밥, 밥, 밥....”

누나는 귀가하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밥상에 앉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누나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취업했다. 대학교 1학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결국 알바 수준이고, 하루에 알바를 두 탕을 뛰었다.

“그래도 손이라도 씻고 앉아야지.”

“엄마, 이 전골냄비 뭐야? 건이 돌아왔다고 불고기한 거야?”

“하기는.... 장 보러 갔다가 수입육 양념불고기 팔 길래 사 왔지.”

“아아, 큰 길에 새로 오픈한 농축수산 도매시장?”

“그래, 거기! 손님이, 손님이! 말도 마라. 계산하려고 줄을 섰는데, 난 이거 하나밖에 없다고 해서 새치기 하고 새치기해서 겨우 바로 나왔어. 에효오. 장사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데....”

“반짝 장사일 거야. 결국은 대형 마트에 잡아먹히게 되어 있어. 장사를 하려면 개업 이벤트가 아니라 자신 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해!”

현이 누나는 불고기 국물을 싹싹 긁어가며 밥을 비벼 먹었다. 누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알아서 일 다 하고, 정말 장녀가 아니라 장남 같은 사람....

“난 몇 번 안 먹었는데, 언니가 다 먹었어!”

동생 희가 칭얼거린다.

“또 구우면 되지, 주둥이는 왜 쑥 나와! 건아, 어서 먹어라.”

불판 위에 새로 고기를 얹으면서 엄마는 말했다.

“엄마는 항상 오빠뿐이야! 오빠 사라지니까, 거의 매일을 뜬 눈으로 밤새고, 울어서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으면서!”

순간 우리는 모두 올 스톱! 잠깐 멍 하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누군가 먼저 웃기 시작했다.

“하, 하, 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우리는 다 같이 웃었다. 모두 내가 열 달 만에 집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그것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처럼, 또는 그런 일이 없던 것처럼 웃음으로 그 말을 지워버렸다.

“그런데 오빠 눈이 왜 그래?”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 눈이 어때서?”

“좌우 색이 달라. 오른쪽 눈은 까만데, 왼쪽 눈은 노래! 꼭 호랑이 눈 같애.”

“노란 게 아니야. 그건 마나를 품어서 금빛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어? 어어, 그건. 어, 나도 모르겠는데. 하하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었고, 내가 웃기 시작하자

“하하하하....”

“호호호호....”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가족들도 모두 웃었다.


“건아, 이제 그만 해! 너도 손 아프잖아.”

“괜찮아요, 엄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이 떨리고 기운이 딸렸다.

“그만 하래도. 엄마는 충분히 시원하니까!”

계산상으로는 아직 마나 부족이 일어날 때가 아닌데, 벌써 마나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주물러주니까 시원하네!”

엄마는 내 손을 잡아당겼고, 결국 나는 손을 놓았다. 대신에 엄마를 한 번 꼭 껴안았다.

“가 자라, 건아.”

“네에.”

나는 엄마를 놔두고 안방을 나왔다.

“주무세요~!”

나는 거실 불을 끄면서 소리쳤다.

“건이 안 자니?”

“나는 좀 씻고 자려구요.”

“그럼 잘 자렴....”

“누나, 잘 자.”

“잘 자, 건~!”

“희아도.”

“칫. 난 엄마랑 더 놀 거다.”

희아의 어리광을 들으면서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샤워기를 틀었다.

화아아아악.

차가운 물줄기가 전신을 덮을 때, 나는 전신이 광휘에 감싸였고, 그렇게 차원이동은 시작되었다.


***


나는 눈을 떴다.

다시 판게니아다.

“내가 얼마나 가 있었던 거죠?”

“30분 정도?”

그럼 지구에서 6시간이었으니까, 판게니아에서는 30분이다. 역시 1/12가 맞았다.

“가족들은 어떻게 되나요? 내가 갔다 왔으면....”

“반-인지마법 덕분에 어제 벌어진 일들을 한 순간의 꿈이라고 생각할 거다. 즐거웠던 꿈인 셈이지.”

-예상보다 일찍 왔군.

위에 말은 호그와트의 대답이다. 뒤에 시니컬한 핀잔은 마녀로 폴리모프한 드래건 호크바사의 말이고.

“마나를 엉뚱한 데에 써서요.”

엄마를 안마 해 주는데, 마나가 흘러 나갔다.

하지만 나는 후회 안 한다.

엄마를 주무르다 보니, 엄마 몸 속에 얼마나 많은 이물질과 독기가 축적되었는지를 알았고, 마사지를 통해서 그것을 배출시켜 주었으니까!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만큼 엄마는 젊어졌을 테니까!

나는 안다.

해부 된 내 몸을 십 년을 바라보았는데, 어떻게 되면 어디가 안 좋고, 어디를 건드리면 어디가 아픈지 너무 잘 알게 되었다. 촉진만으로도 엄마 몸이 얼마나 안 좋은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마나 아깝다는 생각 않고 가진 마나를 모두 엄마를 위해 썼다.

-그럼 이제 마법을 배울 각오가 생겼느냐?

호크바사의 말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호크바사가 나를 지구로 보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인체 개조가 끝이 나고 나는 마나를 흡수하고 순환하기에 최적의 신체를 갖게 되었지만, 나는 마법 수련을 거부했다.

지구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여기에서 살면 뭐 하나!

내가 학습을 거부하자 호그와트도 아무 것도 안 했다.

자신의 마법-오더토크마법-의 정통을 잇기 위해 지구에서 나를 이곳으로 불러왔지만, 나를 붙잡고 억지로 마법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호그와트의 말이, 오더토크 학파의 마법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깨우친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호그와트와 도플갱어라 1%의 영감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99%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오더토크 마법을 배울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호그와트는 내게 마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보다 못한 호크바사가 내게 마법을 배우면 지구로 갈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고, 나는 그 증거를 보여 달라고 했다.

문제는 나는 이제 지구에서 살 수가 없다는 거다. 인체가 개조되어 이제 나는 마나가 없으면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내 몸에 소화흡수한 마나의 양으로 고작 6시간의 외유(?)를 즐기고 돌아왔다.

-자, 이제 네가 대답할 차례다, 카안.

카안. 강건이라는 내 이름을 발음하기 힘들어서 호그와트가 붙인 새 이름이다. 황제를 뜻하는 칸[汗, khan]과도 발음이 같아서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럼 내가 차원이동 마법을 배우면 나 혼자 힘으로 지구를 갈 수 있는 거죠?”

“물론 그에 충분한 마나가 있다면....”

더 말하지 않아도 안다.

마나가 부족한 지구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때가 되면 마나 흡수를 위해 판게니아로 와야 한다. 아무래도 그래서 인체 개조를 한 것 같다.

“좋아요! 그럼 시작하죠.”

결국 나는 호그와트의 오더토크라는 마법을 배우기로 했다.

돌아가기 위해서는 마법을 알아야 하고, 마나를 흡수해야 하니까!


***


수명이 다하기 직전, 룬 호그와트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룬 호그와트! 드디어 시공간을 초월했군!

마침 작별인사를 하러 왔던 드래건, 가이스터스 호크바사가 오히려 그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때가 바로 살아있는 전설인 룬 호그와트가 인류 최초로 0서클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고 마나의 품으로 돌아갈 뻔 했다. 신체가 분해되고 마나가 흩어지려는 순간, 문득 자신의 사멸이 곧 오더토크 학파의 소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9서클을 넘어 시공간을 초월하는 0서클에 이르렀거늘, 그것은커녕 오더토크학파의 차원이 다른 신개념의 마법을 전할 상대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천 년 동안 오더토크 마법은 오로지 그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더토크order-talk!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언명(言命) 마법이랄까? 말 그대로, 말을 하면 그 즉시 이루어지는, 그런 마법이다. 주문-인챈팅도 없고, 수식도, 마법진도 필요 없다. 그냥 뜻을 갖고 말만 하면 마법은 이루어진다.

당연히 발표되자마자 수많은 의 마법 학파 중에서도 가장 취상의 위치에 올랐고, 한 때에는 그 제자만으로도 수백이 아니라 수천 명에 이르렀던 위대한 학파였다.

하지만 그 위세는 십 년을 못 갔다. 적어도 3서클은 되어야 어디 가서 나도 마법사입네 하고 행세를 할 수 있는데, 오더토크학파의 제자 중에서 3서클을 이룬 마법사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호그와트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존 마법에 이질적인, 마법이 인챈팅과 수식 없이 마나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오더토크의 직관적인 개념을 호그와트 말고 판게니아의 인간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연기하고, 후계자를 찾기로 했다.

오더토크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후계자는 단지 두뇌가 뛰어나거나 마나친화력이 발달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호그와트 자신이어야 했고, 결국 그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을 찾기로 했다.

고룡 호크바사의 도움을 받아 그는 무려 158개의 다른 차원을 뒤졌고, 그 중에서 판게니아와 닮은 원의 차원에서 지적 생명체로서의 조건을 갖춘 또 다른 자신을 찾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호그와트는 고룡 가이스터스 호크바사의 도움을 얻어 다른 차원의 호그와트를 이곳으로 불러왔고, 10 년에 걸쳐 다른 차원의 호그와트-카안-의 인체를 판게니아에 맞게 개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로부터 다시 3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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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tep A-02 취미(趣味):인생의 또다른 즐거움. +2 12.09.10 657 3 13쪽
» Step A-01 동기(動機):내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 +2 12.09.10 763 6 22쪽
1 Intro 대학진학의 조건 +3 12.09.10 1,248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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