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록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별가別歌
작품등록일 :
2013.01.01 17:03
최근연재일 :
2013.09.22 21:46
연재수 :
1 회
조회수 :
505
추천수 :
2
글자수 :
1,697

작성
13.09.22 21:46
조회
334
추천
2
글자
4쪽

초행初行

DUMMY

추행록(追行錄)

- 흔적을 쫓다


「初行」

마주하다





“어이쿠!”


외마디 소리를 타고 덩치가 하늘을 갈랐다. 그를 본 감코는 아주 짓물러 못 먹게 된 감 꼴이 됐다.

버릇처럼 속으로 온갖 걸진 말이 나뒹굴었지만 차마 뱉지 못했다. 이걸로 무려 일곱 놈 째다. 그의 손짓 하나에 한 놈씩 나가떨어진 게.

문득 감코는 깨달았다. 왜 차마 입을 열지 못했는지. 그때도 이랬다.

빌어먹을 차돌 놈이 비싼 값을 치르고 모셔온 수라무사(獸喇武士)는 눈 깜짝할 새 아우 다섯을 썰어 재꼈다. 그 한 수(手)에 모든 게 끝났다. 털썩.

꺾인 마음을 따라 절로 무릎이 꺾였다. 감코는 비록 사납지만 어리석진 않았다. 그는 알았다.

무턱대고 죽이는 것보단 얼(정신)만 빼는 게 더 어렵다는 걸. 무리 앞에 선 늙은 이는 혼자였고 또 외팔이였지만, 수라무사보다 셌다.

"보나이주셔."

감코는 깨끗이 접기로 했다. 아직 아우 여섯이 남았지만 안 될 게 뻔했다. 차라리 저쪽의 손 속이 넉넉할 때 물러서는 게 옳다.

안 그래도 많이 줄어든 무리다. 더 줄었다간 딴 놈들 먹잇감이 될 게 뻔했다. 어쨌든 이 바닥은 사람이 곧 힘인 곳. 어느 쪽으로든 개죽음은 바라지 않았다.

"다시는 얼씬도 말게."

"그러거이스니셔."

늙은 이의 말에 제꺽 고개를 숙여 보인 감코는 무리를 끌고 부리나케 사라졌다. 그러나 누구도 꽁지를 만 왈짜떼를 물어뜯지 않았다.

외려 늙은 이를 혀 위에 올린 채 굴리기 바빴다. 아무렇지 않게 태어난 말이 말을 낳고 다시 그 말은 또 말을 낳았다.

그리하여 늙은 이는 젊을 적 날리던 주먹에서 곧 떠돌이의 삶에 지쳐 주저앉은 칼잡이를 거쳐, 타하르(Tha’har; 파계[破契]한 수라무사)가 되더니, 심지어 환(煥)의 첩자로 몰리기도 했다. 거짓은 빠르게 부풀었다.

그것들은 이 혀에서 저 혀로 옮겨 타며 연신 덩치를 불려 갔다. 온갖 거짓이 거리 위를 나돌았다. 그러나 참은 다만 입을 다문 채……,

탁탁.

홀로 옷을 털었다. 딱히 먼지는 나지 않는다. 맴도는 모진 거짓만큼이나 매서운 손길에도 풀썩이는 건 그 하나, 옷자락뿐이다.

돌이켜 보건대 이곳에 주저앉은 지도 어느덧 스무 해가 훌쩍 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결같이 멀다. 이 같은 일이 날 때마다 수군거리며 거리를 벌려온 탓이다.

어림잡긴 했었다. 딴터살이(타향살이) 이럴 줄을. 하여 마음 굳게 먹고 자리를 잡았더랬다. 그러나 타고나길 사람이라, 갈수록 섭섭하고 또 답답한 건 어찌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럴수록 늙은 이는 옷을 더 세게 털었다. 더욱 힘을 주었다. 탁턱.


"이보오."

비로소 늙은 이는 옷 털기를 멈췄다. 말을 건 이는 꾀죄죄한 사내였다. 누렇게 찌든 두루마기에 어깨 위로 솟은 칼자루가 꼭 꼭지가 말라비틀어진 돌배를 보는 듯했다.

남들은 사내의 꼬락서니에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지만 늙은 이는 속지 않았다. 반드시, 뭔가 있다.

"거 애꿎은 젊은 이 같소만."

"예. 궁상맞긴 하나, 시정의 잡배(雜輩; 왈짜)는 아닙니다."

어허, 하루가 어찌 이리 고달플꼬. 늙은 이는 버릇처럼 고개를 내저었다. 그나마 감코 떼이길 바랐다. 그네는 적어도 같은 서라(瑞羅, Shi`hurah) 사람이니까. 쓰는 말씨가 다르긴 했지만 그건 그저 가지가 다른 탓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환어(煥語)를 썼다. 뿌리부터 다른, 적국 환의 사람인 것이다.


“하면, 손은 뉘시오?”


늙은 이는 찬찬히 숨을 골랐다.


작가의말

  서라(瑞羅) : 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봉건 왕국. 예전에는 쉬후라흐(Shi`hurah)라고 불렀었지만 환어의 영향으로 현재는 서라라 불리고 있다. 대수림 속에 자리하고 있어 숲의 왕국이라고도 불린다. 한편 이는 곧 천혜의 장벽이라 환의 진격을 막는 주요한 저지선이 되어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숲과는 깊은 관계를 가진 왕국. 전설의 불새가 날아올랐다는 숙림을 성지로 여기며 왕가의 문양 역시 불새다. 호족들은 스스로를 하늘의 자손이라 생각하며, 따라서 성씨를 날짐승(그네의 옛말로 새는 Shi다.)의 이름을 따서 쓰고 있다.(그리고 가문을 상징하는 날짐승을 새긴 장승과 솟대를 가내에 여기저기 세워두는 것 역시 특징이다.) 왕가의 성은 ‘매’이며, 그 가운데 으뜸인 왕은 달리 ‘붉은 매’라 불린다. 속민과 노예는 각각 들짐승과 벌레의 이름을 성으로 쓴다.

  수라무사(獸喇武士) : 환 제국의 야욕으로부터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지켜내기 위해 서라가 국운을 걸고 만들어낸 존재들. 과거부터 존재하던 샤먼(지금의 주술사)에게 환 제국으로부터 흘러나온 무공을 익히게 한 것이 그 시초다. 서라의 샤먼은 울긋불긋한 옷차림, 목에 멘 소라나팔, 영원을 약속한 짐승 이 세 가지를 특징으로 하는데, 수라무사 역시 이를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비전의 심법으로 데리고 다니는 짐승의 기운을 받아들여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타하르(Tha’har) : 수라무사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금기 즉 오계를 어긴 이들. 파계한 수라무사는 기밀 유지를 위해 죽는 게 정상이지만 간혹 동료들의 손길을 피해 탈주에 성공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를 타하르, 달리 탈주무사라 한다. 

  환(煥) : 대륙 중부의 유일한 제국. 태양신 환환천제께서 내려준 힘인 ‘무공’을 이용해 막강한 군세를 키워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확장정책 겸 종교통일전쟁을 펴고 있는 바 타국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악의 축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추행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초행初行 13.09.22 335 2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