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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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현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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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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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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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상 (중)

DUMMY

초희가 분자로봇으로 공조기 점검이 있던 그 시각.


반산스의 에란 관광지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해수 담수화 시설이 있었다.


빌 오나시스 현장 감독은 이 시끄러운 시설에서 17년 동안 일했다.


그에겐 자부심이 있었다.


이곳은 3대가 마리나도에서 가장 좋은 물을 만들기 위한 헌신의 결과물이었다.


과니타 주의 가장 큰 도시 반산스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민물로 생활한다고.


그가 만든 물이 이 도시를 살린다.


하지만, 그런 공로를 인정 한 것은 시의회와 상수도 사업부뿐이었다.


시설 내부를 직접 온 적 없는 책상머리 사람들이지만, 칭찬해주니 그건 아무래도 괜찮다.


뉴스나 소비자 단체는 해수처리의 안정성을 따지러 되도 않는 이유를 들며 방문하니까.


문제는 어제 갑자기 나타난 과학자와 군대 비스무리 한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시험관에 든 검은 색 껄쭉한 액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여과되고 남을 경우, 어떤 경우에든 마르지 않은 상태로 버려라고 했다.


빌은 그건 참을 수 있었다.


그가 참을 수 없는 건, 그들이 일하는 작업 라인 일부를 통째로 요구했다.


“당신들이 정부사람이라 이래라 저래 라는 건 알겠소.


하지만 여긴 130만 반산스 시민들의 목숨 같은 전략 시설이야. 아무나 내줄 수 없단 말이오.”


그러나 그들이 데려온 녹색 머리카락 여성 과학자는 태연했다.


“저희는 그 생명줄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시설을 빌릴 정식 허가도 받았구요.”


그 여자 과학자는 빌 일가의 싸고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한 30년 역사는 알려 하지도 않았다.


빌은 그를 응원하던 시의회가 상의도 없이 자기 시설을 정부에 통째로 임대한 사실에 분노했다.


하지만 정부 도장과 홀로그램이 박힌 허가서를 대충 보고, 빌은 관리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내용이 뭔지 꼴 보기도 싫으니 당신들 맘대로 해!”


오늘 그는 관리실에서 작업이 중단된 담수화 장치를 감시하고 있었다.


보안 카메라 속으로 괘씸한 정부 사람들은 여과 기계에, 무슨 장치를 달고 있었다.


그것도 얼치기 같은 두 명의 작업자를 동원해서.


수상한 건, 독성 가스도 없는데 실내에서 전신 방역복을 입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들을 한동안 꿰뚫어보았다.


그런데 오늘 가동을 대여해 준 그 설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비전문가들이 시설까지 멋대로 돌리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이봐, 현장 책임자더러 저기 나가라고 해.”


빌은 자기 부하 직원들을 닦달했다.


“안됩니다. 저희가 통보 받은 게 있어서요.”


“그게 무슨 개수작이야?”


“중대 프로그램이라면서 외부에 어떤 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여기 허가서에···”


그때 사이렌이 울렸다. 그건 빌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뭐야?”


그는 담수화 공장에서 생판 처음 보는 경고 등을 보고 있었다.


이 정부 작자들이 자기 관리실에 들어와 장치들에 손을 댄 것이다.


“시부럴!”


보안 카메라는 충격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두 얼치기 작업자중 하나가 여과장치를 들어냈다.


그 마른 여과장치에는 검정색 물질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들은 배출 밸브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순간, 시커먼 것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 시커먼 것들이 두 작업자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듯 발버둥을 쳤다.


어느새 그들은 검은색 사람모양 덩어리로 바뀌었다.


빌은 생전 처음 보는 그 광경에 충격 받아 할 말을 잃었다.


“젠장, 작업장 문 폐쇄해! 환기구 닫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빌은 서둘러 소방서로 전화를 걸려 했다.


하지만 옆의 직원이 매우 침착하게 제지하며 말했다.


“다른 것 필요 없고 오직 여기 허가서 대로만 하시랍니다.


그 과학자님이 어제 이거 읽지도 않고 소장님이 허가해서 마음에 걸린다고···”


그제서야 정신이 든 빌은 어제 보지 않았던 허가서를 뒤의 내용까지 꼼꼼히 읽었다.


그는 놀라다가 안심하다가 이내 체념했다.


“야비한 시의회 놈들!”


은인에겐 좋은 말만 하던 빌이 처음으로 욕을 했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다시 들었다.



-----


공조실 점검 작업은 분자로봇 덕분에 수월하게 끝났다.


초희는 자신의 크리요Cryo-5에 만족했다.


레지던스의 중앙 냉방장치는 한계 테스트만 하면 과열 때문에 종종 멈추었다.


그러면, 크리요-5는 자신의 냉각능력으로 냉방장치를 식혀 복구한다.


일을 마친 초희는 마지막 남은 일을 위해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로비의 카밀라는 그녀에게 새 입주자 정보가 담긴 서류를 건네 주었다.


초희가 도착한 B3403호는 가구와 살림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 앞에 흰 정장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


“네마 현산 님은 어디 계시죠?”


“어색하지 않습니까?”


“무슨?”


“동족끼리 외국어로 말하는 것 말입니다.”


그가 웃으며 말하자, 초희는 자기도 모르게 부끄러웠다.


“네마 사장님께선 이제 곧 들어오실 것입니다. 그런데 절 보자마자 사장님이 아닌 걸 맞추셨군요?”


“저희 직원들에게 제공된 사진과 개인정보로 분석한 것이니까요.”


“탁월하군요. 하지만, 보안상 중요하니 그 정보는··· 아시겠죠?”


정장의 사내는 웃고 있었지만 초희는 말에서 그 위압감을 느꼈다.


초희는 바로 작업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사내는 그녀가 현관에 들어가는 걸 만류했다.


“사장님께서 지시하셨습니다. 본인이 먼저 온 다음 작업하라고 말입니다.”


초희는 그러겠다 답하고 창문 밖으로 아래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거대한 검은 세단 다섯 대가 로비로 들어서고 있었다.


낌새가 든 초희가 기다리자, 과연 네마 현산이 일행을 거느리고 왔다.


거대한 아첸족 덩치에 모두 정장을 입어서 그런지 조직의 냄새를 물씬 풍겼다.


네마 현산은 갈색머리에 약간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였지만 사장 이라기엔 매우 젊었다.


“동족이 여기서 일한다니 반갑군요. 한데 공조 작업 담당은 여기 대기하라 했을 텐데?”


흰 정장은 초희를 가리켰다. 그러자 현산은 약간 의심스런 눈초리로 초희를 안으로 안내했다.


아직 가구는 정리가 덜 되어 있었다. 사장은 자신의 직원들이 물건을 나르는 것을 유심히 살폈다.


초희도 물건들을 보며 현산이란 남자는 굉장히 부자인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당장 휘트리아의 제일 큰 300m2짜리 VVIP 펜트 하우스에 입주한 것만이 아니었다.


온갖 도자기와 보석 인형들을 채운 선반이며 유리 잔들과 비싼 와인들이 붙박이장을 채웠다.


그는 굉장한 그림과 장식 수집가인지, 벽지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입이 떡 벌어지던 초희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공조기를 방마다 돌아다니며 체크했다.


그러던 초희는 현산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전, 당신이 잘 하나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사장님. 하지만, 휘트리아 직원들은 주민과 상호신뢰라는 원칙으로 활동합니다.”


“알겠어요. 그런데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아주 넋이 나가 있군요.”


초희는 자신의 눈을 금제 나부상에 향하고 있었다.


부끄러웠지만, 그녀는 즉시 말을 돌렸다.


“제가 이곳에서 만난 입주자 중에 이런 부호는 처음입니다. 사장님. 대체 무슨 일을?”


“전 투자자일 뿐입니다. 영화, 방송국, 연예 기획, 중개무역에다 유물경매 그런 걸 다루죠.”


초희는 현산을 제대로 이곳 저곳 쳐다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그의 흰색셔츠로 감싼 다부진 몸에 검은색 얼룩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녀는 그것이 문신임을 직감했다.


“일단 작업은 끝났습니다. 하우스키퍼 부를까요?”


“그전에 식품 냉동기 설치할 사람을 불러주세요. 이곳에 직원이 가전AS기사로 뛴다 던데···”


초희는 입이 벌어졌다.


전 입주자들이 SNS 상에서 소문 낸 걸 본 모양이겠지.


하지만 현산의 눈은 초희에게 야릇하게 꽂혔다. 그녀가 한숨 쉬며 말했다.


“여기 있는 것 같네요.”


냉동기 설치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구식이라 냉각수를 많이 빼야 했다.


그녀의 솜씨를 본 현산이 말했다.


“굉장하군요. 이런 기술을 하는 여성 분을 뵐 줄이야. 앞으로도 부탁할 수 있겠죠?”


아까부터 그의 눈빛이 거슬리는 초희가 냉정하게 답했다.


“안타깝게 말씀 드리자면 전 오늘 이 일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회사가 성실한 직원에게 이러면 안 되죠. 내가 건의할게요.”


“사적인 감정으로 도우시려는 경우 저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기억하셔야 합니다.”


초희의 그 말에 현산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당신은 내가 지금 투자하는 방송국의 막장드라마의 사장님으로 아는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군요?”


“실은 그렇습니다.”


현산은 웃으면서 초희를 노려보았다.


“호오 그래요?”


초희는 다른 그의 부하들의 팔과 몸에 난 알록달록한 문양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벽의 장식에는 아까는 못 본 장검 두 개가 걸려 있었다.


“저는 문신 있는 사람들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초희는 자신이 어쩌다 이런 말까지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어색해진 분위기를 무마하고 나갈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해답은 그녀에게 온 한 통의 전화에서 나왔다.


찬드라 매니저는 굉장히 다급하게 초희를 불렀다.


내용을 들은 초희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사태를 알리 없는 현산이 말했다.


“휘트리아가 성실한 당신을 또 징계하나요?”


“다른 문제입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현산이 아까와 달리 진지하게 말했다.


“당신 얼굴은 아니라고 하는데? 최전선에서 적을 맞는 사람 얼굴 같아.”


최전선이라는 말에 움찔한 초희가 말했다.


“그걸 아시는 분이라면, 이제 제가 나가게 해 드리시겠죠?”


초희의 표정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약간 당황한 현산은 사원들에게 길을 내줄 것을 명령했다.


“부디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라겠소.”


초희는 그걸 들었는지 말았는지 급히 뛰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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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 일상 (하) +1 16.03.31 131 1 13쪽
» 5. 일상 (중) +1 16.03.30 14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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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저녁 (하) +1 16.03.25 140 1 15쪽
9 4. 저녁 (상) +1 16.03.24 12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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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 아침 (중) +1 16.03.18 16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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