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대전쟁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Q현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0
최근연재일 :
2016.05.07 20:0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170
추천수 :
30
글자수 :
161,096

작성
16.04.15 20:00
조회
158
추천
1
글자
11쪽

8. D데이 (1/4)

DUMMY

풍랑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잠해졌다.


먼 동이 트기 전에 네 척의 배는 반산스 군항을 빠져 나왔다.


한 척의 구축함과 한 척의 호위함 그리고 두 척의 해경 경비정은 남쪽 바다로 향했다.


구축함 후아레즈는 풍랑 때문에 자주 기울었다.


이사벨라가 가까스로 여자 화장실을 나왔다. 그녀는 정말 배가 맘에 들지 않았다.


뱃멀미 때문에 그녀는 승선 전에 먹은 야참까지 뱉어내야 했다.


그녀 앞에는 키다리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으, 초희야. 이건 진짜 고문이야. 고문.”


초희는 이사벨라에게 물을 건넸다.


“괜찮으세요?”


“뭐, 이젠. 하지만, 이렇게 배에 있느니 차라리 헬기 타고 싶어!”


“그런데 음, 아직 작전이 시작 안 했잖아요?”


“그러게, 작전이라. 참, 너 이번에 너도 들어가니?”


이사벨라로는 당연히 물어볼 만한 질문이었다.


초희는 로봇 조종자 (연구원)용 훈련에 뒤늦게 돌입했다.


처음에는 소장 지시대로 트라우마를 유발하지 않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심리치료가 진행된 다음에는 사격도 잠깐이나마 할 수 있었다.


물론 심리치료나 훈련이나 모두 4일밖에 되지 않아서 그녀가 투입하기 온전한 조건은 아니었다.


“전, 빅토르와 같은 조로 투입하는데, 모르셨어요?”


“빅토르가 군필자지? 걔가 군인이라서 널 안전하게 커버 할 거야.”


이사벨라는 부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제가 훈련이 모자라서 그렇게 됐어요. 조원 배치가 맘에 안 드신다면···”


“뭐, 됐고. 어때, 이젠 좀 연구소에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음···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지켜본다 라, 그건 너답지 않은 것 같아.”


초희가 이사벨라를 둘러보았다.


“뭐랄까. 지금까지 일이 닥치면 넌 항상 말보다 행동이 앞섰거든. 그게 믿음직스러워 보였고.


나도 궁금한 게 있긴 해. 너는 CAPI에 남아있으려는 너만의 이유는 뭔지.“


초희는 거기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제렌이 말했던 것은 초희가 사람 돕는 거 잘하고, 실력이 우수하니 남기고 싶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것 외에 초희가 스스로 남아 있으려는 이유는 몰랐다.


분명한 점은 초희가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가지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그녀가 왜 지금 먼바다에 나와 있었을까?


초희가 답을 하기 전에 선내 방송이 울렸다.


“전달합니다. 작전투입 전 인원들은 지금 즉시 회의실로 집합해주시길 바랍니다.”


“참, 이젠 한숨 잘려 했더니만!”


이사벨라의 불평에 초희도 동감했다.


두 여성은 흔들리는 선실복도를 빠르게 걸어갔다.


-----



리비에르 중령과 마주첼리 교수가 벽에 붙은 해도와 자석으로 된 기호들 사이에 있었다.


회의실에는 연구소 직원과 해난 구조대원,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있었다.


“마지막 작전 계획입니다. 수정 사항이 있습니다.”


중령이 숨가쁘게 말했다.


“방금 전, 오랑 섬과 교신이 있었습니다. 네 명의 대피 생존자들의 상태는 양호합니다.


우리 조치대로 그들은 검은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환풍기를 폐쇄했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대피실 잔존 산소량이 앞으로 한 시간 뒤면 고갈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작전을 30분 일찍 시작합니다.”


연구원들이 웅성거렸다. 군 출신인 빅토르가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새벽에다 옅은 안개가 있고, 무엇보다도 풍랑과 강풍이 있습니다.


이 상태로는 분자로봇이 활동할 때 지장이 생길 텐데요?”


중령이 말했다.


“해군은 본함에 오랑 섬이 사정권에 위치한 다음 퐁속이 떨어지는 즉시 나노파지를 함포로 발사합니다.


탄도 수정을 더한다면 낙하 오차는 대략 ±5미터 내외입니다.”


“지금 그냥 대함미사일이나 순항 미사일에 나노파지를 장착해 쏘는 게 낫지 않을까?”


폴이 속삭여서 질문하자 빅토르가 답했다.


“아마도 CAPI가 재정상 수십, 수백만 올(ol)에 해당하는 미사일 값을 못 대겠죠.


게다가 마리나도 방위군이 요즘 우주군 키우느라 난리에요. 우주 밖에선 또 전쟁이라는데.”


마주첼리 교수가 반복한 오랑 섬 구출 작전의 대강은 이렇다.


먼저 교수의 나노파지를 포탄에 실어 발사해서 오랑 섬 전역의 검은 물과 그 감염자를 제거한다.


그 다음 구조대와 호위 인력을 보낸다. 호위인력은 특수부대원과 분자로봇 조종자가 맡는다.


특수 부대원과 조종자는 아직 제거되지 않은 감염자와 먼지가 된 검은 물을 각각 상대한다.


대피소로 이동한 구조 팀은 현장에서 긴급히 검역한 뒤, 헬기로 생존자를 호송한다.


특별히 효소 세척능력이 있는 이사벨라는 생존자 2차 세척을 담당한다.


대원들도 귀환한 즉시 완전한 방역을 위해 섬을 통째로 파괴한다.


특수 부대 분대장은 분자로봇을 거추장스럽게 두 번이나 쓰는 것이 이상하다고 질문했다.


“그것은 BB방식과 CC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교수가 알 수 없는 말을 하자 이번에는 구조대장도 궁금해졌다.


“도대체 BB방식과 CC방식이란 게 뭡니까?”


“BB는 Best-Before, 즉 유통기한 방식입니다. 저의 나노파지 MK3가 이에 해당되죠.


인공지능을 가진 시한부 분자로봇을 대량으로 살포하는 방법입니다.


알아서 입력한 대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통제지점과 멀리 떨어져도 쓸 수 있지요.


하지만 중간에 명령 수정이 불가능하고, 20분을 넘기기 전 강제 파괴해야 합니다.”


“20분을 넘긴다면요?”


그 질문에 교수는 침을 삼켰다.


“그 이후부터는 로봇의 인공지능이 걷잡을 수 없이 진화합니다.


최악의 경우 그레이 구 (분자로봇 또는 나노머신이 통제를 벗어나 증식해 행성 전체를 뒤덮으며 모든 생물을 먼지로 만드는 재앙)가 일어날 수도 있죠.”


이사벨라가 대신 나머지 설명을 했다.


“CC는 통제자 명령Controller’s Command의 줄인 말입니다. 마주첼리 교수님을 제외한 저희 연구원들이 사용하지요.


조종자가 직접 로봇들에게 필요한 명령을 내려서 작업하는 방식이에요.


조종자의 반경 200m이내에서만 분자로봇이 동작하고, 일일이 조종해야 합니다.


하지만 명령을 수시로 변경가능하고 그레이 구 같은 폭주가 없는 것이 장점이지요.”


수병 하나가 리비에르 중령에게 무언가를 전달했다.


중령은 양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평정을 찾고 말했다.


“이제 섬과 20km 남았습니다. 함포 사격에 적절한 거리지요.


현재 생존자들의 대피소와 가까운 해역은 암초투성이므로 작전은 헬기로만 진행합니다.


안개는 걷히고 있지만 강풍이 여전히 세서 헬기 투입이 늦어지겠군요···


구출 가능 시간이 24분 남았습니다. 전원 대기하십시오.”


-----



구축함 후아레스의 150mm 주포가 불을 연이어 뿜었다.


포탄들은 계속해서 오랑 섬 저고도 상공에서 폭발해 분자로봇을 뿌려댔다.


선실 복도에서 CAPI 직원 둘과 폴, 빅토르가 창문으로 보고 있었다.


“흥, 남자들은 남의 집 불구경이 그렇게 좋은가.”


벌써 작업복을 다 차려 입은 이사벨라가 투덜거렸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죠. 이게 제대로 끝나야 우리도 안전하게 섬에 들어가잖아요?”


빅토르가 말했다.


“얼른 옷이나 마저 입어. 자기들 가방도 챙기고.”


“헬기가 뜰 수나 있을까요? 오늘 강풍이 만만치 않아서.”


폴은 걱정스럽게 잿빛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봐 폴, 난 아이들이 둘이나 되지만 자네처럼 그렇게 걱정하진 않잖아?”


“이사벨라 누님은 CAPI 이전엔 힘든 건 손사래 치더니. 이젠 천직인 거에요?”


빅토르가 대신 받았다. 이사벨라는 파란 머리를 머릿수건에 감싸고는 방독헬멧을 착용했다.


“내가 말했던가? 애들이랑 돈은 보면 볼수록 겁이 없어진다고.”


머리를 묶던 초희는 그 말에 공감하는 게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마주첼리 교수가 탈의실로 흩어지려는 일행 앞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별로 좋지 않았다.


“여러분··· 마지막 포탄이 섬을 완전히 빗나갔네. 그 바람에 나노파지로 완전히 정화하지 못했어.


남은 건 자네들에 달렸어··· 부탁하겠네, 모두 여기 살아서 돌아와주게.”


“그래야죠. 아, 이제 우리도 나설 때가 된 건가요?”


폴이 가리키는 곳은 옆에 정박한 경비정의 깃대였다.


깃발은 바람이 없어 축 늘어져 있었다.



-----


“이런 기똥찬 절경에 불을 질러야 하다니.”


빅토르는 연신 헬기 밖 풍경을 보며 탄식했다.


초희도 맞은편 창을 보았다. 마리나도의 다도해 풍경이 펼쳐졌다.


크고 작은 푸른 바위섬들이 짙은 녹색 바다 위에 정원석처럼 흩어져 있었다.


헬기 소음이 커서 빅토르는 헬멧의 통신 채널로 초희와 대화했다.


“초희, 넌 여기 와본 적 있어?”


“오늘이 처음이야. 일하는 데 갈 틈이 있어야지.”


“휘트리아도 외국계 주제에 은근 악질이네. 휴가 한 번 안 줘?”


“내가 안 썼어. 동생들 먹여 살리느라, 쉴 땐 집 근처 공원에 가고.”


끔찍한 휴가구먼. 빅토르는 그 말을 곰곰이 더듬었다.


아름다워. 초희는 속으로 짤막하게 외쳤다.


빅토르와 초희 앞의 해군 특수부대원 브라보(B) 분대 4인조는 말없이 앉아있었다.


특수부대의 검정 방독면, 검정 군복과 로봇 조종자의 흰색 방역복이 대조를 이뤘다.


강풍을 피하기 위해 헬기는 오랑 섬까지 느리게 다가갔다.


“전부터 궁금한 거 있었어.”


빅토르는 긴장감을 입으로 풀려는 것 같았다.


“찬드라 매니저란 사람은 왜 연구실에 우리랑 같이 있는 거지?”


“휘트리아에서 내가 잘 하나 감시하는 사람이야. 회사가 연구소 자금을 40%나 지원한 대가지.”


“역시나. 그런데 오늘은 왜 빠진 거야? 그 사람 CAPI때도 나타났잖아.”


“오늘 일을 임원진들에게 설명하느라 바쁘겠지. 아마.”


초희는 그녀가 골치 아픈 일과 관련되면 찬드라가 불려간다는 것을 다시 떠올렸다.


그게 그녀가 그에게 항상 미안해 하는 점이었다. 자신보다 상관인 사람이 그러면 더더욱.


“그랬구나. 난, 실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줄 알았거든.”


“무슨, 소설 쓰는 거야? 내가 매니저랑 사귀는 것처럼 보여?”


“그렇게 보일 수 있잖아?”


“그 사람이 뒷담 하는 걸 들었어. ‘내 아내가 종달새 같이 작고 얌전해 다행이다’ 고.”


초희는 멀뚱한 빅토르에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헬기가 한번 심하게 덜컹거렸다. 난기류였다.


“칼립소32, 맞바람이 거칠다. 이상 없는지?”


“여기 칼립소32, 연구원이 힘들어 하는 것 빼곤 괜찮다.”


헬기 기장들이 신호를 주고받았다. 칼립소 32는 이사벨라와 폴이 탄 헬기의 콜사인이었다.


초희는 이사벨라가 헬기 안에서 토하진 않을까 문득 걱정되었다.


오랑 섬이 눈 앞에 들어왔다.


“칼립소45, 공기 측정 결과, 현재 상공에 감염물질 없음, 강하를 시작하겠다.”


초희와 빅토르가 탄 헬기가 먼저 강하를 결정했다.


특수부대원들이 신속하게 내려가자, 두 연구원의 차례가 왔다.


“소지로(SH) 형이 그립네, 오늘만 기다리던 남자였는데··· ”


“괴짜 박사님은 우리가 하는 거 보고 있지 않을까? 그만 내려가자.”


초희가 강하했다. 로봇 조종장갑 위에 강하용 장갑을 덧입어서 그냥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과연 그녀의 예측이 맞았다.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먼지 대전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근황과 향후 일정 18.09.05 36 0 -
공지 염치없고 면목없이 시작하는 인사 16.06.03 123 0 -
공지 대독자 사과문- 휴재로 인하여 죄송합니다. 16.05.03 131 0 -
공지 5월 초(5/1~5/7)와 이후 연재에 대한 안내 16.04.09 36 0 -
28 10. 철야 (중) 16.05.07 146 0 21쪽
27 10. 철야 (상) 16.04.30 152 0 18쪽
26 9. 휴일 (하) 16.04.28 143 0 16쪽
25 9. 휴일 (중) 16.04.26 140 0 18쪽
24 9. 휴일 (상) +1 16.04.23 144 1 14쪽
23 8. D데이 (4/4) +1 16.04.21 174 1 13쪽
22 8. D데이 (3/4) +1 16.04.19 134 1 14쪽
21 8. D데이 (2/4) +1 16.04.16 135 1 14쪽
» 8. D데이 (1/4) +1 16.04.15 158 1 11쪽
19 7. 막간 (하) +1 16.04.14 119 1 11쪽
18 7. 막간 (중) +1 16.04.12 131 1 11쪽
17 7. 막간 (상) +1 16.04.09 86 1 13쪽
16 6. 비번非番 (하) +1 16.04.07 134 1 12쪽
15 6. 비번非番 (중) +1 16.04.05 136 1 15쪽
14 6. 비번非番 (상) +1 16.04.01 153 1 11쪽
13 5. 일상 (하) +1 16.03.31 131 1 13쪽
12 5. 일상 (중) +1 16.03.30 141 1 10쪽
11 5. 일상 (상) +1 16.03.29 174 1 12쪽
10 4. 저녁 (하) +1 16.03.25 140 1 15쪽
9 4. 저녁 (상) +1 16.03.24 119 1 14쪽
8 3. 점심 (하) +1 16.03.23 128 1 13쪽
7 3. 점심 (상) +1 16.03.22 151 1 11쪽
6 2. 아침 (하) +1 16.03.18 179 1 9쪽
5 2. 아침 (중) +1 16.03.18 162 1 12쪽
4 2. 아침 (상) +1 16.03.17 155 1 10쪽
3 1. 달밤 (하) +4 16.03.16 185 3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