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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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현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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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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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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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상 (하)

DUMMY

찬드라 매니저는 직접 비행차를 몰았다.


초희는 과니타 CAPI 지도부에서 온 홀로그램 문서를 열심히 읽었다.


“현지시각 오전 11시 29분, 과니타 해수 담수화 시설에 아스틴 역병 ‘검은 물’ 발견.


두 작업자 희생. 현재 담수화 작업 F라인 전면 폐쇄.


현재 대응팀 집결 요망.”


초희는 훈련 7일 만에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찬드라 매니저는 간신히 자동운전 모드를 하고 뒷좌석으로 합류했다.


“현재, 담수화 시설과 제일 가까운 게 우리라서 우리더러 먼저 처리하래요.”


‘먼저 처리’라는 말이 초희의 가슴을 짓눌렀다.


“저만 투입되나요?”


“두 번째로 가까운 ‘SH’와 ‘폴’이 차례로 지원 붙습니다.”


“그분들 오기 까지 기다렸다가 갔으면···”


초희는 저도 모르게 본심을 얘기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모든 합의는 예전에 끝났다.


휘트리아는 비상시 초희가 회사 근무지 외에서 검은 물을 즉시 처리할 것을 허가했다.


CAPI 대로면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상황을 보고, 혼자 처리 할지 말지를 정해야 한다.


현장에 CAPI 담당직원이 도와주겠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도착한 담수화 공장은 이미 소방과 군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여기, 대책반 사람입니다.”


초희는 오늘 두 번째 하얀 우주인 작업복 차림을 했다.


그녀는 특수가방을 챙긴 뒤, 급히 관리상황실로 들어왔다.


빌 오나시스 관리감독은 씩씩대며 그녀와 인사했다.


“당신이 저걸 없앨 수 있다고?”


그의 공격적인 언행에 초희가 당황하며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좋아. 제길. 당신네 직원들이 어제 와서는 여기에 검은 물이니 아스티 뭐시기를 막겠다 해서 추가 여과기 설치 작업을 허가 해줬어.


그런데 오늘 밸브를 열자마자 갑자기 놈들이 튀어 나왔어! 지금까지! 시불!”


CCTV 화면에는 여과장치에서 검은 알갱이들이 신나게 뿜어 나오고 있었다.


구석에 사람 두 명이 시커멓게 되어 쓰러져 있었다.


초희는 최악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검은 물을 난생 처음 본 것이다.


“제렌 소장님, 마주첼리 교수님은요?”


찬드라가 답했다.


“마주첼리 교수는 늦을 것이고 소장은 출장 중이라는 군요.”


“다른 팀원은요?”


“SH는 20분 걸린답니다. 레이저의 폴은 그보다 1-2분 늦습니다.”


빌이 다급하게 말했다.


“이봐, 처리반 나리. 지금 저놈들이 아까 전부터 환풍구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수십 차례 했어.


지금 바람을 불어넣어서 놈들이 못 나가게 막지만, 놈들이 팬 전원을 끊으면···”


초희는 생각했다. 그러면 놈은 환풍구를 따라 저 먼지들이 탈출해 우릴 공격하겠지.


아니면 다른 담수화 설비 라인으로 침투해서 식수공급을 끝장내거나.


“방법은 일단 하나야. 한시라도 빨리 놈들이 나오는 저 여과장치 밸브를 잠가야 해.”


초희는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는 그녀 옷만큼이나 하얀 공구 가방을 열었다.


그녀는 신형 스프레이 건을 들었다.


그것은 진짜 총과 비슷하지만 분자로봇 실험관이 탄창 대신 달렸다.


“다녀 오겠습니다.”


-----


찬드라는 빌에게 환풍시설 도면을 요구했다.


그리고 초희는 환풍 통로로 자신의 크리요-5를 대량 주입했다.


“여기까지만 회사측의 요청으로 내가 도울 수 있어요. 초희씨.


저는 당신의 안전 상황을 계속 관찰할 테니, 현장 관계자와 연결하는 거 잊지 마세요.”


찬드라의 교신을 들은 초희는 그렇다고 답한 뒤, F라인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제일 작은 문을 찾았다. 그것은 4층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 긴 사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초희는 외벽에 난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작업복이 밀폐되어 그녀는 벌써 땀 범벅이었다.


그녀는 문고리를 잡고 다음 교신을 기다렸다.


양철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죽음의 먼지가루와 그녀가 나뉘어 있었다.


“보소. 나 감독인데.”


빌의 목소리였다.


“3초 뒤에 환풍기 터빈을 끌거요. 당신의 그 ‘먼지가루’가 저놈 들을 막을 수 있기를.”


그러죠. 초희는 마음 속으로 수를 셌다.


3, 2 ,1


터빈이 꺼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초희는 헬멧 유리에서 크리오-5의 시점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환풍구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검은 가루들이 그녀의 로봇들과 충돌했다.


초희는 자신의 로봇이 시설에 들어오는 순간, ‘검은 물’만 포식할 것을 명령했다.


먹고 먹히는 먼지들의 싸움은 벌 떼처럼 처절했다.


크리요-5는 평소 실험이나 작업할 때 보다 숫자가 20배나 늘어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검은 물도 반대로 초희의 분자로봇을 잡아먹어 증식하는 것 같았다.


초희는 문득 끝없는 싸움을 끝낼 발상을 떠올렸다.


“혹시 스프링클러는 써 보셨나요? 감독님?”


빌은 검은 물이 물에 젖으면 약해지는 것을 알고 스프링클러를 한번 작동 시켰다.


“아까 써봤는데 더 이상 안 통해. 계속하면 공장기계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구.”


“부탁 드립니다. 다시 한번 살포 해주세요.”


빌은 계속 안 된다며 투덜거리다가 마침내 초희 말을 들었다.


F라인의 천장에서 물줄기가 뿜어졌다.


검은 물들이 움직임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초희는 크리요-5들이 그 틈에 스프링클러의 물을 따라 내려가게 했다.


그리고 ‘급속결빙’을 명령했다.


“나 원 참 오늘 별 희한 한 걸 다 보는 군.”


빌 관리감독은 감시 카메라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F라인 실내에서 때 아닌 흑백이 뒤섞인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틈에 초희가 문을 열었다.


-----


“들어왔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CAPI 직원이 그녀에게 지시했다.


“작업자님, 밸브 닫을 때 조심하세요. 희생자가 살아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직원의 마지막 문장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초희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크리요-5는 어느덧 진눈깨비에서 부슬비형태로 바뀌어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물은 검은 눈이 되어 기계 곳곳에 쌓여 있었다.


초희는 온도를 보았다. 밀폐된 담수화 작업 라인의 현재 온도는 섭씨 -4도 였다.


“감독관님 여기 설비는 어떤 온도에서 작동하죠?”


“영하 21도에서 영상 55도야. 그건 왜 묻나?”


“한계 테스트를 해 보겠습니다.”


초희는 빌의 응답을 더 듣지 않고, 급속 냉각을 가했다.


-5, -6, -8, -11, -14···


디지털 온도계의 눈금이 계속 내려갔다.


초희는 눈송이가 된 검은 물을 집었다.


장갑의 센서는 분석결과 그것이 ‘죽었음’을 알렸다.


모든 것이 처리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음을 만드느라 실내에 안개가 가득한 걸 제외하면.


“대부분의 검은 물이 소거되고 있습니다. 초희씨.”


찬드라의 설명을 들은 그녀가 장비를 더듬어 밸브로 다가가는 참이었다.


“쾌애애애액!”


CAPI 직원의 말대로 괴수가 이 근처에 있다.


하지만 공장 실내가 안개 속이 되면서 어디서 튀어나올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즉시 초희는 방어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초희에게는 지급받은 개인화기, 권총이 없었다.


휘트리아에는 사규에 따라 무기를 둘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빈손으로 급히 온 것이다.


그녀의 분자로봇 스웜이 냉각임무를 끝내고 서서히 먼지로 바뀌고 있었다.


아직 스프레이 건에는 여분의 크리요-5가 남아 있었다.


식은땀이 차가운 실내 공기를 만나면서 초희는 떨기 시작했다.


초희는 한 손에 스프레이 건, 반대쪽 손에 쇠파이프 조각을 주워 들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이제 밸브가 보였다.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녀는 여과 밸브를 잠갔다.


그녀 시야 주변으로 괴수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초희는 한쪽 발이 무언가에 강하게 걸린 것을 느꼈다.


“꺄악!”


검붉은 형상의 괴수가 그녀 발을 잡아당겼다.


미끄러지던 초희는 뇌진탕을 피하러 급히 기계의 손잡이를 붙들었다.


동시에 한 손에 든 쇠파이프 조각이 땅에 떨어졌다.


그녀는 발목을 잡은 괴수의 손을 떼려는 동시에 스프레이 건으로 놈을 조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괴수가 그녀의 공구를 빼앗고 팔을 낚아챘다.


“으악 안돼!”


발버둥을 치는 찰나, 갑자기 그녀는 허공에서 빨간 선을 보았다.


빨간 선은 점점 숫자가 늘어나더니 그녀 팔을 잡은 괴수를 강타했다.


괴수의 몸에 불이 붙고 있었다. 초희는 얼른 그것을 떼어내고 벽을 잡았다.


발을 잡고 있던 괴수의 운명도 얼마 가지 못했다.


초희는 가느다란 거미줄 수천 개가 허공에 나는 것을 보았다.


거미줄의 공격을 받은 괴수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그리고 괴수의 형체는 순식간에 여러 조각으로 뭉개져 사라졌다.


“휴, 늦으면 큰일 날 뻔했어. SH. 미스 세아, 괜찮아?”


초희의 통신 채널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것 같아. 폴. ‘거인 엘사’님이 많이 놀란 듯.”


채널로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초희와 닮은 두 흰색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왔다.


한 명은 가슴에 레이저 경고가, 다른 한 명은 절단 주의 표시가 붙어 있었다.


두 남자는 자신들보다 거대한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에이 설마···?”.


“당연히 아니지. 엄청 충격 받은 것 같아.”


과연 방독 헬멧 속의 초희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머지 두 사람이 충격 받을 차례였다.


두 남자는 초희를 가까스로 일으켜 세우고, 흩어진 괴수의 잔해를 수거했다.


“어라?”


레이저 연구원이 괴수의 형체를 집어 들었다.


절단면에는 파괴된 회로에서 번쩍하고 전기 불꽃이 튀었다.


탄소섬유 연구원이 입이 벌어졌다.


“이거··· 괴수가 아니라 산업용 인간형 로봇이야.”



-----


“이 모든 게 훈련이었다고?”


폴 맥두걸이 기가 막혀 되물었다.


그는 아까 레이저를 분자로봇으로 집중해 초희의 팔을 잡던 ‘로봇’을 지졌다.


“요샌 공무원들도 그 놈의 ‘몰래 카메라’를 너무 본 모양이야.”


소지로-헤론(SH) 웨이는 허탈하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려 했다.


웨이는 탄소섬유 칼날이 달린 분자로봇으로 초희 발목을 잡던 ‘로봇’을 조각 냈다.


세 사람은 모두 방독 헬멧만 벗고 관리실에서 CAPI 직원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 비상벨은 초록색이 훈련용입니다. 저희가 그걸 허가서에 명시하고 비밀리에 달았···”


“아 그래서 우리도 CAPI 멤버인데 왜 사전에 얘길 안 해? 비밀유지도 적당해야지!”


“난 진짜 오줌 지릴 뻔 했어!”


연구원들은 폭발 직전이었다. 쩔쩔매던 직원은 배후를 알려주고 전화 받으러 나갔다.


“휴, 자세한 건 출장 중이신 소장님께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분 기획이니 그럼···”


폴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우리 연구소장님이 다 그렇지. 또 우릴 속였잖아?”


SH는 이해하겠지만 찝찝하다는 입장이었다.


“안시르 족들은 천재 아니면 장난대마왕이라 하잖아? 근데 오늘은 좀 심하네.”


초희는 얼굴이 벌개져 구출 된 후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들어온 사람은 마주첼리 교수였다.


“자네들에게 사과하겠네. 이건 검은 물의 출몰에 취약한 지역을 긴급 대응하는 훈련이었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그런데 검은 물은 대체 뭐였습니까?”


“아, 그거 내 나노파지 MK3였네.”


두 남자는 못 믿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들은 마주첼리와 협업한 이후, 교수가 쓰는 분자로봇의 속성을 알고 있었다.


“교수님 나노파지는 황금색이잖습니까?”


“20분 버티는 로봇이 오늘은 어떻게 50분이나 버텼죠?”


교수의 대답은 명쾌했다.


“나비 날개의 나노 결정 구조를 응용한 거야. 그걸 응용하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네.


그리고 20분마다 기존의 나노파지를 강제 제거하고 여과통에서 새 것을 증식했지.”


“결국 교수님도 오늘 훈련의 공범이었군요.”


“거듭 사과하겠네. CAPI 지도부들은 검은 물 폭증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거든.


급히 훈련하랴, 자네들에게 훈련사실도 못 전하고. 기획부터가 엉망인 점이 있네.


하지만, 소득은 있었어. 자네들이 이런 상황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협력해 줘서.”


초희는 여전히 꼼짝도, 아무 말도 없었다.


“오늘 훈련의 영웅이 아무 말도 없군··· 초희양 괜찮은가?”


초희는 부들부들 떨며 일어섰다.


“전쟁··· 이거 장난으로 보지 마세요 교수님.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전 가겠습니다.”


초희는 사람들이 놀라 말리는 걸 뿌리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녀는 한쪽 눈에 흐르는 물을 훔쳤다.


(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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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일상 (하) +1 16.03.31 132 1 13쪽
12 5. 일상 (중) +1 16.03.30 142 1 10쪽
11 5. 일상 (상) +1 16.03.29 1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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