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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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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10.3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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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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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33화-세력과 세력(8)

DUMMY

"그게......무슨 소리지?"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마주한 남자가 몸을 굳히며 딱딱하게 답했다.


"보고드린 그대로입니다. 스위스 방면의 연구소 한곳과 독일의 한곳, 중국의 세곳, 아프리카의 두곳, 미국의 한곳, 남미의 세곳. 도합 열 한곳의 연구소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개 소리냐는 말이다!"


콰앙!

내리쳐진 탁자가 박살나며 파편이 뺨에 붉은 상흔을 남겼다.

평소라면 그저 인상을 조금 찡그리는 정도가 반응의 전부였을 로컨을 이 정도로 흔들어 놓을 정도로 남자가 가지고 온 사안이 충격적이었다.


"연구소들이 어떻게 습격을 당해!"


최근, 부족해진 인력 탓에 재배치가 있기는 했어도 보안은 완벽했다. 아니, 애초에 의회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들 자체가 거의 없었다.

설혹 알고 있다고는 해도 의회 역시 그들을 알고 있고, 감시의 눈길을 거둔 적이 없었다.

연구소가 습격당한 전날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들이 병력을 움직였다는 소식은 없었다.

거기에 그들의 병력을모두 합친다고 해도 전세계에 존재하는 열한곳의 연구소를 동시에 괴멸시킬 수 있는 이들은 없다.

그 연구소가 이능력자들로 보호되고 있다면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소식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던 로컨은 문득,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자료는! 연구소의 보관 자료는 어떻게 되었나!"


"그......게, 모두......소실되었다고 합니다."


주저하며 돌아온 답에 로컨은 머리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분노가 과하면 오히려 차분하게 된다고 했던가. 방금 전까지만해도 머리를 온통 태울 것처럼 뻗치던 열이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를 마주하던 남자는 더한 긴장을 느껴야만 했다.

로컨의 목소리가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처럼 들려 왔으니까.


"분명, 분열 공간에 보관하고 있던 자료들도 있었을 텐데 그것조차 모조리 소실되었다는 건가?"


"그, 자폭 시퀸스가 진행된 것을 모두 확인했고, 그 중에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분열공간의 이전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완전히 소실되고 말았습니다."


까득.


"누구 짓인지, 파악은 되었나?"


"송구스럽게도,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연구소는 위성의 감시조차 완전히 벗어난 지역이고, 자폭 시퀸스의 영향으로 잔류사념조차 완전히 없어져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습니다."


"후우......"


로컨의 한숨과 함께 숨막힐 듯한 침묵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얼굴을 쓸어내며 로컨이 나직하게 물었다.


"남은 연구소가 몇곳이나 되지?"


"스물아홉곳이 남아있습니다만......아무래도 파괴된 연구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곳들이 많아 실제적으로는 거의 60%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하."


실제적인 피해 규모를 듣자 더 어이가 없어졌다.

아무리 실질적인 최정예 무력부대가 괴멸했다고는 했지만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의회의 탄생 직후를 제외하고는 이런 피해는 커녕 자신들의 위협이 될만한 존재조차 거의 없었던 자신들이었다.


"이거, 위험하군."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지만 실제적으로 와 닿은 피해 규모가 생각의 우선순위를 선점했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열한곳의, 이능력자와 온갖 첨단 설비와 법기로 보호되는 연구소를 아무 흔적도 없이 습격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평범한 이들일까?

아니, 절대 아니다.

그만한 규모의 병력을 몰래 움직였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이능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습격하기 위해서는 이능력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능력자는 세상에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런데 연구소들을 괴멸하는 수준의 이능력자 부대를 육성했다?

그건 오히려 10만 이상의 병사를 몰래 육성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

이능력은 말하자면 비대칭 전력.

단 한명의 고위 능력자가 해변의 모래알 같은 하위 능력자를 마당의 낙엽 쓸듯 치워버릴 수 있다.

거기에 힘이 적은 숫자에 집중되면 집중될 수록 위험한 법.


"그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추산되고 있나?"


"현재 보고된 주변 상황은 평상시와 같습니다. 관광객과 출입한 모든 이들은 평균 혹은 평균 아래이고, 그 근방의 '이상용적(異像容積)' 역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해서?"


"거기서 추정해 보건데 아마도 습격자들의 규모는 최대 40명 가량이 한계일 거라고......"


"하."


기가 찬다는 듯한 로컨의 탄성에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 스스로 생각하기에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정도 규모로 연구소를 괴멸로 몰아넣기 위해서는 전원 익스퍼트, 혹은 5,6클래스, 티어4 이상의 능력자라야 가능하다고 전략 분석관은 모두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 정도로 이능력자를 키울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

특히나 무술과 마법은 흔적이 뚜렷하게 남기에 숨을수 조차 없지 않았던가.

기껏해야 극소수의 희귀하게 타고나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이능력자들을 모두 티어4이상 키워서 400명 가량의 규모로는 건 불가능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로컨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큰일이군."


'설마하니 그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 존재했다는 말인가......'


아니, 그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라면 의회의 감시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터. 아마도 상대는 상당한 힘을 가진 개인의 사조직이라고 봐야 할 터이다.


'그건 그것대로 더 위험하군.'


차라리 거대 조직이라면 내부 분열이라도 일으킬 수 있다.

꼭 분열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어느 한곳의 허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조직이라면 전혀 다르다.

오직 총수 한명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 과연 그것을 예상할 수 있을까?

거대 조직은 그를 이루는 수많은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철저하게 맞물리기 마련이지만 사조직은 철저하게 총수의 목적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거대 조직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며 대승적 목적이 있지만 사조직은 총수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그 목적을 뚜렷하게 알기 힘들다.

오직 총수, 총수, 총수.

그 총수라는 존재를 특정하기 전에는 그 어떤 목적도, 이유도 특정하기 힘든 것이 바로 사조직이다.

그렇다는 것은 어디로 총구가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총을, 얼마나 거창하게 발사될지도 모르는 총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

차라리 어떤 명분을 생각해가며 움직이는 거대 조직쪽이 상대하기 훨씬 편하다.


"위험해......위험하군......"


과연 이 상황에 자신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의회를 지키는 경비대의 수장으로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대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회의를 소집해야 할까?'


평범한 위협 가능성의 등장이라면 자신의 선에서 끝냈겠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이 상황이 회의를 소집해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일까?

전번의 현휘의 등장과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그때에는 대 마도사라는 규격외의 위협 가능성이 등장했기에 모든 균형을 해칠지도 모르는 그의 처리를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지금 등장한 조직도 과연 그와 비견될만한 무게가 있는가?


'혼자서......처리해야겠군.'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로컨은 애써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지금 싹튼 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잉태할 것인지 알면서도.


"정보원을 최대로 가동하도록. 그 조직이 무엇인지 밝혀 내야 한다."


"분부대로."


문을 나서는 남자의 뒤에서 로컨이 의자에 몸을 묻으며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기필코.'


아주 작은, 불화를 잉태하게 될 그 작은 어리석음의 이름은 '자존심'이었다.


* * *


기잉.

자세히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모터음이 들린 직후, 작은 은색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이잉.

기껏해야 어린아이의 주먹정도 될까?

금속으로 이루어진 구체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이내 자리를 정한 듯 몸체의 일부를 돌출시켜 위치를 고정했다.

그리고 3초후, 구체가 떨리며 묘한 소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기이아아앙.


언뜻 듣는다면 비행기의 엔진음과도 비슷한 소리가 잠시 울려 퍼지는 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곳에서도 같은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기이아아아앙!


과연이라고 해야 할까. 일정한 간격으로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금속 구체들이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기묘한 합주가 얼마나 연주되었을까. 최초로 울기 시작한 구체로부터 빛이 솟아 올랐다.

직시 했다가는 곧장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에 녹기라도 하는 듯이 주변의 구체가 일제히 바닥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빛이 잦아들 즈음,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구체의 위에서 앳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와아, 이건 또 거창하게 저질렀는데."


특유의 묘한 말투. 쾌활에 가까운 목소리. 정련된 강철의 그것과도 같은 은빛 머리칼. 언제고 입고 있는 새하얀 원피스까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주변을 완전히 밀어버리는 건 좀 심한데."


불과 26시간 전, 습격과 폭발이 있었던 스위스의 산 중턱에 모습을 드러낸 오딘은 시야를 가득 메운 폐허의 모습에 탄성을 터뜨렸다.

위급했던 것은 알겠지만 과연 이 정도로 주변을 완벽하게 밀어버릴 필요까지 있었을까.


"이렇게 완벽하게 밀어버린 덕분에 내가 귀찮은 짓까지 해야 했는데."


새하얀 눈으로 덮혀 있어야 할 산맥의 중턱에 휑하고 드러난 갈색의 흉터에는 아무런 이상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휴지 상태에 들어섰다고 해야 할까.

그 덕분에 오딘은 직접 행차를 한다는, 무척이나 귀찮은 수단을 강구해야만 했다.

이상력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이후부터 전 지구 감시 시스템의 대부분을 마력파장(魔力波長)식으로 바꾼 데다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상력이 휴지상태에 들어가면 빛조차 제멋대로 굴절하고는 했으니까.

맹점마냥 시야에서 완전히 가려져버린 덕분에 직접 조사를 하러 올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마력을 뿜어낼 수 있는 최신식 감시 드론을 몇개나 소모하면서.


"으으,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운데."


걷으로 보기에는 그냥 쇠구슬이지만 거기에 들어간 기술과, 재료를 생각하면 기계로 된 속이 쓰려오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마력 융합의 특제품이라 쉽게 만들수도 없는 뭀건이기도 했으니까.

살살 아파오는 달래면서 오딘은 눈은 주변을 훑어내렸다.

이 주변에 분포한 이상력의 상태, 대지의 융용 상태, 파헤쳐진 흙. 그 모든 것이 정보화되어 폭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어디까지나 초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에 가까운 그녀이기에 가능한 행위.

3분 정도를 주변을 둘러보는 데 소모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과연. 그런게 된 건데......"


무언가 알았다는 듯 나직하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씨익, 미소를 그렸다.


"그럼 일단은 구경만 하면 OK라는 건데?"


미소는 이내 활짝 피어 만개했다.


"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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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229화-세력과 세력(4) 17.09.14 228 2 12쪽
230 228화-세력과 세력(3) 17.09.14 264 2 12쪽
229 227화-세력과 세력(2) 17.09.12 262 2 12쪽
228 226-세력과 세력(1) +3 17.09.08 30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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