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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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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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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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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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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4화-딸-Solitudo

DUMMY

65. 딸-Solitudo


저택으로 돌아온 후 솔리투도는 스스로를 연금했다.

밖으로의 걸음을 하지 않고 스스로를 가두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만 있었다.


-반드시 돌아오마. 그러니, 그러니까


“아빠......”


-무사히, 기다려만 다오.


그 말을 믿고서 기다렸다.

이 좁은 방 안에 자신을 가둬놓고서, 묵묵히.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간절히 바란다면 처음 만났던 그때와 같이 나타나 줄거라 믿으면서.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과 꼭 같은 검은 머리칼도, 검은 눈동자도, 언제나 보여주던 입가의 미소도. 아무것도.

그때부터는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문제였던 것일까?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모른다’ 답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자신에게 묻고서는 곧장 답을 얻고 말았으니까.


-내가 약하니까. 무력하고, 미력하니까.


마계에서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주제였고, 이곳에서는 아인즈로 인해 생각해 볼 이유가 없었다.

그가 주는 온기는 너무 따뜻해서 그저 기대고, 의지하고, 어리광 부리게만 만들었으니까.

어째서, 어쩌자고 생의 가장 긴 시간동안 모든 곳에 팽배해 있던 단 한가지 진리조차 외면하고 말았을까.

허탈하기까지 한 답에 헛웃음이 픽, 새어나왔다.


“슈바이젠.”


나직한 부름에 그림자에서 솟아나듯 슈바이젠이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와 같이 충직한 모습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그 눈조차 뜨지 않은 그의 모습을 보며 솔리투도는 툭, 어리석은 말을 내뱉고 말았다.


“왜, 침묵?”


그 물음에 그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미동도 없이 그저 예를 취하고 있을 뿐.

그에 솔리투도는 다시 물었다.


“왜, 침묵?”


“......”


“슈바이젠, 인지, 보고, 누락.”


“......”


“왜?”


“......”


“왜, 침묵?”


그는 답하지 않았다.


“슈바이젠. 왜, 침묵?”


그녀는 물었다.


“......”


그는 답하지 않았다.


“슈바이젠.”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슈바이젠의 어깨에 가 닿았다.

언제나 유사시를 대비하는 호위의 위치여서일까. 예복에조차 달려 있던 날카로운 금속 장식에 솔리투도의 손가락에서 핏방울이 배어나왔다.


“왕이시......”


갑작스럽게 감각을 자극하는 혈향에 다급하게 얼굴을 든 슈바이젠은 말을 잇지 못했다.


“슈바이젠......”


솔리투도의 얼굴을 타고 눈물이 한방울씩 흐르고 있었다.

대체,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왜 자신의 왕이 울고 있는 것인가.

모시고서 수천년. 그 긴 시간에도 그녀가 우는 것을 단 한번 밖에는 본 적이 없었다.

‘고독’이라는 그 이름의 탓에 언제나 홀로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언제나 외로웠던 그녀였지만 그렇기에 울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을 쌓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는 죽고, 혹은 떠나고 없었으니까.

그런 자신의 왕이 울고 있는 모습에 슈바이젠의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다.


“슈바이젠......”


그런 그의 뺨에 자신의 피로 붉게 물든 손이 가 닿고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왜......말, 안 해?”


“왕이시여.”


“왜, 왜......왜, 말, 안 했어?”


그 물음에 슈바이젠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약하다는 것도, 무척이나 하찮은 위기에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침묵한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그녀에게 가해질 모든 위협을 저지할 자신이 있었고, 그를 믿었으며 무엇보다도 그의 그림자 아래에 있는 그녀가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자신이 나고 자란, 그녀가 살아온 고향에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 그것을 어떻게 말할까.

인지하고 있었지만 당신의 행복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노라고.

이리 된 것은 결국 당신의 사소한 행복을 위해서였던 행동의 결과였노라고 어떻게 말할 수가 있을까.


“왕이시여.”


“왜, 왜 말을 안 했어......왜......!”


스스로 답을 찾고, 납득했음에도 부인하고 싶어 하는 여린 왕에게 어떻게.

그런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었기에 그녀의 눈물은 멈출 수가 없었다.

약한 자신이 부끄럽고, 그것을 알면서 알려하지 않았던 자신이 혐오스럽고, 말해주지 않았던 슈바이젠이 원망스럽고, 이 모든 운명의 시발점에 있을 자신의 이름이 저주스러웠다.

그래.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인 거였다.

고독의 이름을 가지고, 그 이름의 힘으로 강대한 힘을 얻어 좋을대로 휘둘러 놓고는 끊임없이 온기를 찾아 헤맨 자신의 탓인 것이다.


“왜, 말을 안 했어......! 차라리, 차라리 말을 해 줬다면......!”


그랬다면 적어도 다른 이들의 온기마저 빼앗지는 않을 수 있었을 터였다.

자신이 없었다면. 자신이 온기를 찾아 헤매지 않았다면. 자신이 그와 만나지만 않았다면. 그가 자신을 거두지만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적어도 에아는 다정한 아빠를 잃지 않아도 좋았을 터였다.

그랬다면 적어도 스피카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지 않았을 터였다.

그랬다면 적어도 그의 가솔들은 존경하는 가주를 잃지 않을 수 있었을 터였다.


“그랬다면, 적어도......!”


“왕이시여.”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아빠는......!”


그랬다면 적어도 아인즈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지 않을 수 있었을 터였다.


“나만, 아니었다면......!”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었다.

저주받은 ‘고독(Solitudo)’의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연의 온기를 찾아 그를 만나고야 만 자신의 탓인 것이다.


“왕이서여!”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슈바이젠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혔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마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슈바이젠의 목소리가 방에 울렸다.


“왕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들을 어찌 생각지 않으십니까!”


슈바이젠은 안타까웠다.


“어째서 왕께서 계시지 않았음으로 인해 생기지 않았을 불행만을 셈하십니까!”


너무나 약하고 여려서 작은 충격에도 흔들리고, 무너지고야 마는 자신의 왕이 안타깝고 가여웠다.


“왕께서 계심으로 인해 생겨난 행복을 셈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이것이 스스로가 그리던 충성과는 아득히 거리가 있는 것임을 앎에도, 건방진 소리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왕께서 계심으로 인해 그분께서 느끼셨을 행복을 셈하여 주십시오!”


이것이 권위에 대한 끔찍한 도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멈출 수 없었다.


“왕께서 계심으로 인해 그분이 가지셨을 충족감을 셈하여 주십시오!”


이것이 기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었다.


“왕이시여! 부디!”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그녀가 무너지고야 말 것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왕께서 사라지신다면 가족들이 느끼실 슬픔을 셈하여 주십시오!”


이런 끔찍하도록 혐오스러운 말이라도 내뱉을 수 밖에 없다.


“......슈바이젠”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슈바이젠은 내심, 미소를 그릴 수 있었다.


‘하아, 하하.’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들었던 그것처럼 차분하고, 어둠에 가리워진 것과 같은 그것이었으니까.


‘됐어. 이걸로.’


아마 자신에게 내려지는 것은 죽음일 터이지만 적어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을 터였다.

그것이면 족하다, 고 그는 생각했다.

그것이 그녀를 수천년동안 곁에서 모셔왔던 그의 신념이고, 그의 충성이었으니까.

자신 하나를 대가로 그녀가 더욱 굳건해 질 수 있다면 그것이 몇배나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됐어.”


‘그래, 이 정도면 됐지.’


자신의 왕은 더욱 굳건하며 강하고, 아름다워 질 것이며 또한 다시 무너지지 않게 될 것이니까.

그것의 대가로 자신의 목숨 정도라면 지나치게 싸기까지 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납득하고야 말았지만 그의 왕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를 따라.”


“......예?”


얼마만에 내뱉는 멍청한 소리일까. 스스로도 한심하다 생각하면서도 은은하게 이마로 스며드는 미약한 마기에 미소를 머금었다.

우웅.

정말이지 약하고, 여린 마기였다. 그 옛날의 강대한 마력의 주인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하지만 왜일까. 티끌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의 마기가 이토록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그를 만난 이후에 처음으로 마기를 사용했기 때문일 터였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변화이겠지만 그건 그녀의 근본에서부터 무언가가 변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슈바이젠은 무릎을 꿇어 그녀의 명령을 받든다.

모든 일족이 몰살당하고 홀로 남은 그를 그녀가 거두었던 그때처럼.


‘뭐, 외모는 정 반대가 되었지만 그것도 곧 달라질 테니 그다지 상관은 없으려나.’


“가자.”


무뚝뚝하게 들리는 그 목소리를 쫓아 슈바이젠의 걸음이 옮겨진다.


“어디든지 따르오리이다. 나의 왕이시여.”


* * *


“갔네......”


푸우욱. 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침대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에아가 중얼거렸다.

아인즈가 사라진지 이미 한달여.

약속을 믿고 기다리던 이들은 모두 지쳐 제각기 행동에 나섰다.

아인즈를 수행하던 호문클루스는 이제 게럴트와 시리아를 제외하고는 저택에 남아있지 않았다.

모두 각기 힘을 위해서, 혹은 아인즈를 다시 찾아올 방법을 찾기 위해서 떠났다.

그리고 이제는 사랑스러운 동생마저 떠나갔다.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찾으면서 가라앉아있기만 하던 바보가 마침내 떠났다는 사실에 한편으로 안심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됐다.


“마기, 라......”


마족이라면 그 누구나 다루는 힘, 마기.

마왕이라는 지고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단 한번도 그 힘을 사용하지 않았던 솔리투도가 떠나면서 힘을 발산한 게 어떤 의미일까.

비록 모든 힘을 빼앗겼다고는 해도 ‘왕(王)’정도 되는 존재라면 힘을 회복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그건 솔리투도 역시 마찬가지.

그녀가 잃은 것은 ‘마족’ 솔리투도가 가지고 있던 마기와 ‘마왕’ 솔리투도가 가지고 있던 위치정도.

기껏해야 갑옷과 망토를 잃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왕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왕인 법. 아마도 다음에 다시 만날 때에는 귀여운 여동생 실리는 없을 터였다.


“안타까운 일이야.”


다음에 만날 때에는 아마도 최소가 군주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 동생의 모습에 미리 안타까워하면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아, 정말이지 실없는 소리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는데 말이지.”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자기 차례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계획도, 준비도 이미 다 해놓은 상태이고.


“그럼 일단, 엄마부터 만나러 가 볼까.”


침대를 박차고 일어선 에아의 걸음이 문을 나섰다.




***


모옷난 글쟁이의 변명


어, 또 갑자기 잠수를 탄 거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도 글을 쓰고는 싶은데 어떻게 된게 학교에 있을 때보다 집에 있을 때가 할 일이 훨씬 많아서 글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이 또 마늘을 한창 다듬어야 되는 시기기도 하고 해서리......

그렇다고 또 시간이 없냐고 물으신다면 시간은 있는데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합니다.

제가 거진 두달, 세달인가? 글을 안 쓰고 있었던 탓인지 폼이 잔뜩 내려갔습니다.

한편 쓰는데 거의 여섯시간씩 걸리는 데다가 집중도 잘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단 방학 중에는 최대한 폼을 끌어올리는 쪽에 집중하려고 하고 다시 연재되는 건 9월 4일부터가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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