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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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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11.0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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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35화-심화(2)

DUMMY

한차례 수라장을 겪고 난 뒤에야 네명은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반짝이는 눈으로 녹스를 쳐다보는 명인 덕분에 분위기는 상당히 묘했지만.


"그래서, 묻고 싶은게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 음......나보다는 이쪽 멍청이가 궁금한 게 있었던 거지만......야, 야. 정신 좀 차려라."


"어, 어......나 안잤어!"


그래, 안 잤다. 단지 넋을 잃고 있었을 뿐.

자기가 자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어필하기라도 하려는 듯 눈을 부릅 뜬 명인의 꼴에 한숨이 절로 새 나왔다.


"하아......그냥 빨리 궁금한 거나 물어봐. 우리도 가야 될 거 아니야."


"아, 아. 그렇지. 물어보면 되는 거지."


얼굴 가득 함박 미소를 지은 명인이 한층 더 반짝이는 시선을 향하자 녹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긴 시간을 살아왔지만 정말 이런 상대는 처음이었다. 적의도 좋고, 호의도 좋은데 이런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은 도무지 적응되지가 않았다.

부담스럽기가 짝이 없는, 굉장히 징그러운 눈빛이었다.


-저 놈의 눈깔. 확 파버리면 안 되나? 굉장히 거슬리는데.


-녹스.


-알아. 그냥 말이나 해본 거다. 내참. 살다살다 이런 꼴을 당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녹스의 투덜거림에 정현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자신 이외의 존재에 저정도로 반응을 보이는 건 현휘 이후 처음이라 썩, 재미있는 광경이기도 했다.


"어, 음. 이게 실례되는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쪽, 어, 이름이......?"


-녹스다.


"아, 그렇군요. 녹스. 녹스. 음, 무척 어울리는 울림이네."


뭐가 그렇게 흐뭇하기라도 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는 명인의 모습에 녹스가 기가찬다는 듯한 탄식을 흘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앞에 있는 인간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뭐,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그, 녹스......씨? 아무튼. 그 몸은 어떻게 된 겁니까?"


-내 몸이 뭐가 어때서.


"뭐가 어떠냐니!"


심드렁한 녹스의 반응에 명인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자리에서 솟구쳤다.


"그 몸에 쓰인 온갖 지식들! 원리들! 그걸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죠! 그게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지도! 당신의 몸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작품 그 자체란 말입니다!"


-그러냐.


"뭡니까! 그 우매한 반응은! 자기 몸이 어떻다는 걸 알았으면 좀더 격렬한 반응을 해 보란 말입니다!"


-글쎄다.


녹스는 턱을 괴고 심드렁한 눈으로 명인을 응시했다.

지금 명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야 이 몸을 제작한 현휘의 곁에서 작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것이 자신이었으니까.

그런 그가 거기에 담긴 온갖 지식의 총화를 모를 리 없었다.

다만, 그 정도의 고도의 이치는 이미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

수만년 쯤 살다 보면 현휘 정도의 마법사는 못해도 수십명 정도는 만나보기 마련이었고, 고도의 이치를 이용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이미 익숙하기도 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낮은 이치로 엄청난 물건을 만들어 내는 데에야 놀라긴 하겠다만.


-너 정도에게나 놀라워 보이는 거지 난 제법 익숙한 일이라서 말이다.


실상 이 몸을 만드는 데 들어간 이치가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는다면 지구에서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한 손가락보다는 많을 터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관련한 지식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건 그렇고 너 말이다.


오히려 녹스는 명인에게 관심이 갔다.


-제법 쓸만한 눈을 가지고 있구나.


"어? 설마 알아챈 겁니까?"


-그렇게 대놓고 기운을 줄줄 흘리면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힘들테지.


"......눈?"


정현의 의아하다는 반응에 녹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넌 못알아 볼 수도 있겟지. 아직 격이 낮으니까.


인간의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냉기 가득한 손가락이 펼쳐져 명인의 눈동자를 가리켰다.


-좀 아플지도 모른다.


"예? 에?"


손 끝에서 뻗어나간 마력이 눈 근처에 도달하자 파직, 하며 작은 스파크를 일으켰다.

정현이나 문적은 그저 아, 신기하네. 하고 중얼리고 말았지만 눈 앞에서 스파크가 튀는 걸 경험한 명인의 경우에는 조금 감상이 달랐다.


"끄악! 뭐하는 겁니까! 식겁했잖아요!"


오른 눈을 가리고 빽 외쳤지만 녹스의 시선은 이미 정현을 향하고 있었다.


-봤지? 저 녀석의 눈에 있는 힘에 밀려서 내 마력이 타버린 거. 다 저 녀석 눈이 가진 힘 때문이다.


"그게 뭔데?"


-글쎄......뭐라고 불러야 할까. 사실 지금까지 그걸 뭐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은 없다.


"에, 저기 지금 제 눈 가지고 이야기 하는 거 맞습니까?"


-그렇다만.


"제 눈은 그냥 제 능력입니다만."


-능력?


같잖다는 듯 녹스가 손을 휘저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그게 고작해야 이능력 나부랭이라니. 모욕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아니, 몰라서 그런 걸 뭘 그렇게까지 면박을 줄 건 없잖습니까."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


발끈해서 덤비려는 명인을 그대로 눌러 앉혀 놓은 녹스가 턱을 괸 손가락으로 볼을 두어번 두드렸다.


-그게 딱히 이름이 있는 건 아니라 나도 설명하기 애매하기는 한데 우선 효과부터 말해주지.


녹스가 손가락을 세개 펼쳤다.


-첫째. 그 놈의 눈깔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격이 아니고서는 보지 못하는 게 없다. 어떤 걸 보든 그게 무슨 원리인지, 무슨 구조인지 '볼'수 있지.


"예를 들면?"


-7살짜리 꼬마가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는 그게 어떻게 구동하는 건지 완벽하게 깨우칠 수 있을 정도. 아, 그리고 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격이란 건 말하자면 원숭이와 문명화된 인간, 평범한 인간과 신. 대충 그 정도의 격차가 아니라면 다 볼 수 있다고 말해 두지.


그 말에 명인이 흥분해 외쳤다.


"우와! 우와! 그럼 엄청난 거 아닙니까!"


-어, 그래. 엄청나긴 하지.


"우와, 우와!"


명인은 정말 격하게 흥분했다.

뭔가 엄청난 능력이라는 것은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저 보기만 하는 것만으로. 아니, 보이지 않아도 인식만 하고 있으면 거리에 관계없이 '관측'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에게 듣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효과가 뭔지 정확하게 알아갈 수록 그 위용이 피부에 와 닿았다.

소름이 끼쳤다. 너무 좋아서.


"야, 야! 들었지! 나 거의 세기의 세기의 행운아 아니냐?"


"어, 그래. 대단하다."


'또 한바탕 신나서 날뛰겠구만.'


얼마나 또 엉망으로 판을 벌일지 문적은 한숨이 절나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쓸모 없는 걱정이었다.


-행운은 개뿔이. 저주면 저주지 절대 행운같은 게 아니다. 모자란 녀석아.


"에?"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


"에헤, 녹스씨. 질투하시는구나? 나만 이런 좋은 거 가지고 있어서?"


-하아......이래서 모자란 것들이란.


"에헤, 너무 걱정 마요. 녹스씨도 내 눈만큼 훌륭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야, 이거 거의 운명의 만남 아닙니까?"


빙글거리면서 말하는 얼굴이 들이밀어지자 녹스가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건 애초에 가지고 있으면 죽는 물건이다. 완전히 미쳐버려서.


"에?"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백지나 마찬가지인 신생아에게 잉크병은 커녕 잉크통이나 마찬가지인 세상 만물의 원리와 이치가 쏟아진다. 과연 그 신생아는 어떻게 될까?


"어, 음......단숨에 세상에 통달한 현자가 된다?"


명인이 헤실거리면서 답했지만 녹스의 말은 전혀 반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단숨에 미쳐서 죽어버린다. 왜냐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것도 없으니까 모조리 이해해버리는 게 아니고요?"


-여기 멍청한 놈이 한 놈 더 있었군.


옆에서 끼어든 문적에게 면박을 준 녹스가 말을 이었다.


-말은, 언어란 대체 왜 필요할까? 타인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지식을 남겨 보존하기 위해?


녹스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다 맞는 말이기는 해. 하지만 그거 아나? 그건 어디까지나 언어가 만들어진 이후에 나온 말일 뿐이다.


손가락 하나가 쭉 펼쳐졌다.


-언어는 하나의 도구다.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정립해 정리하기 위한 도구.


"어째서?"


-언어라는 게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겠지. 틀림없이 최초에는 누군가 만들어낸 이가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어째서 언어의 필요성을 느꼈을까?


"......"


-답은 간단하다. 머리로는 뭐가 뭔지 다 알겠어. 세상 어느것을 봐도 다 알아. 척 보면 알겠거든. 문제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아니,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이 가기 시작한 거다.


"표현할 수가.......없기 때문에?"


-그래. 스스로가 알고 있음에도 알수 없었기에 그것을 최소한 자신이 알 수 있는 것으로 정리를 할 필요를 느낀 것이지. 최초에는 그림으로. 그림이 발전해 문자로, 말로. 거기에 그 정도의 생각을 할 정도라면 틀림없이 한 무리에서 가장 지혜로웠을 테고. 그만큼 영향력도 컸겠지.


"해서 그의 언어가 무리 전체로 퍼져 나가고......"


-다른 무리에도 전파되거나, 사라지거나 했겠지.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중요한 건 언어의 용도지.


"무언가를 정의하고 정립해 정리하기 위한 것. 과연, 그렇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언어라는 훌륭한 도구조차 없는 상황에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 아이는 그대로 미쳐버려서 죽고 말지. 견딜수가 없어서.


"어, 어......그럼......"


그 말에 명인이 떠듬거리며 자신을 가리켰다.


"전,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그거야 네가 모자란 덕분이지.


"아니, 모자란데 어떻게 살아있는 겁니까?"


-모자라니까. 너무 모자라서 눈에 보이는 게 뭔지, 인식하고 있는 것을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모자라니까.


"그거 완전히 정박압니다만?"


-그 정박아가 바로 너다.


툭 내뱉고는 녹스가 다리를 꼬았다.


-간단한 덧셈 뺄셈이다. 블랙잭을 연상해도 쉽겠지. 그 눈깔은 너무 간단하게 21이라는 제한선을 넘게 만들어버린다. 그대로 뻥! 터지는 거지. 하지만 애초에 모자란 놈이라면 간신히 21 안쪽. 살아남을 수 있는 거다. 정상인 수준의 생각도 가능한 거고. 뭐......


녹스가 멍하니 설명을 듣고 있는 명인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여전히 모자란 것 같기는 하다만.


"아, 좀! 그 모자라다는 소리 좀 그만 하시란 말입니다! 그리고! 제 말에 아직 답 안해 주셨거든요!"


-뭐.


"당신 몸! 그리고 이 집! 아가씨가 가지고 있는 검까지! 그렇게 대단하다는 눈으로도 제대로 다 파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달라는 겁니다."


"선물......받았는데?"


그 말에 결국 명인은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자기는 이 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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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228화-세력과 세력(3) 17.09.14 264 2 12쪽
229 227화-세력과 세력(2) 17.09.12 2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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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218화-누이-Irian(1) +2 17.05.17 36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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