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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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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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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11.07 14:34
조회
202
추천
3
글자
11쪽

236화-심화(3)

DUMMY

"선물? 선물이라고? 이쪽 아저씨 말대로 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어마어마한 눈으로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들이 선물?"


지금껏 자신의 눈을 가린 것은 몇 없었다. 최소 티어6이상의 은폐 혹은 은신 계열 전문 능력자나 국가 단위의 극비, 예컨데 전략병기 정도.

그렇다면 그것들이 최소 그정도 수준이라는 뜻인데......전략병기와 맞먹는 수준의 물건들을 선물로 주는 인간이 있다?


"누굽니까 그게. 그런 정신나간 놈이 있다면 저도 만나고 싶네요. 왜, 저도 그런 거 하나 받아 봅시다."


하나도 안 믿긴다는 투로 툴툴거리듯이 말하는 명인을 향해 녹스가 피식 웃어 보였다.


-글쎄. 네놈은 물에 담궈도 주둥이만 둥둥 뜰 놈이라 그 녀석이 싫어 할 것 같은데.


"하, 그러니까 어디 있냐고요. 주둥이만 뜨건, 내가 선물을 받아내건 말건."


-네가 그 주둥이만 좀 닥치면 줄지도 모르지. 네 눈깔은 그 녀석도 제법 흥미를 가질 물건이라서 말이야.


"뭐, 내 눈을 뽑기라도 한답디까?"


-허락만 해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하, 마음대로 해보라지. 뽑아가서 선물을 주건, 말건."


-오, 그거 진짜인건지 묻고 싶은데?


"아니, 그러니까 한번 해 보라고요. 얼마나 대-단한 걸 주는지 구경 한번 해......."


명인은 문득 이상한 것을 느꼈다.


'아니 잠깐. 지금 들리는 목소리 여기 있는 사람 목소리 맞나?'


아니, 절대 아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저렇게 발랄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대체 누가?


-까꿍!


"으, 으아아아학!"


쾅!

갑자기 코 앞에 들이밀어진 기괴하게 조립된 금속 부품 덩어리에 명인은 팔을 휘저었고, 문적은 반사적으로 그걸 후려쳤다.

조잡한 외관과 마찮가지로 내구 역시 그리 대단치는 않았던 듯 부품 덩어리는 순식간에 모조리 해체되어 흩어졌다.


"노, 놀래라. 근데 저건 또 뭐하는 물건이야?"


코흘리개가 조립해도 저것보다는 잘했을 것 같았던 그 엉성한 외관을 떠올리며 흩어진 부품을 유심히 들여다 볼때 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에에, 너무 심한데. 초면에 폭력은 매너에 심대한 의심을 가지게 하는데.


"어......?"


주변에 흩어져있던 부품들이 액체가 되어 흘러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수은과도 비슷한 비주얼로 모여든 액체는 이내 열두어살 근처의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어......? 어?"


그 신기하고 이질적인 광경에 명인과 문적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소녀의 입이 열리면서 예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다만, 이번에는 전자음을 전혀 빼고서 완전한 육성으로.


"역시 얼빠진 얼굴인데. 아, 그런데 방금 전에 한 말은 진심인지 묻고 싶은데."


"어? 어?"


"그 눈은 무척 흥미로운 실험 대상인데. 뽑아가면 꽤 즐거울 것 같은데."


그 말에 정신이 돌아온 듯 명인이 후다닥 물러서며 소리쳤다.


"뭐, 뭐라는 거야! 남의 하나밖에 없는 눈 가지고!"


"에에, 사람 눈은 좌우에 하나씩 두갠데?"


"그거나 그거나! 한번 없어지면 끝이라고!"


"에이, 그러지 말고 인심 좀 쓰면 내가 보답해 주는데."


"그러니까 싫다고!"


일방적으로 놀려먹는 오딘과 일방적으로 놀림당하는 명인의 모습에 문적은 입을 헤 벌렸다.


'오, 오오오.'


언제나 당하고만 살았던 자신과는 전혀 달랐다.

입씨름을 하면 늘상 당하고만 살았고, 말도 안 되지만 설득당하게 되는 괴 논리에 언제고 당했었다.


'잘한다!'


가능하면 저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었다. 자신의 생에 저런 통쾌한 장면을 과연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다른 구경꾼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딘, 그쯤 해 둬."


-그래. 왔다면 본래의 용건부터 끝내야 하지 않겠나?


"에이, 한참 재미있으려고 했었는데."


툴툴거리면서도 냉큼 남은 소파에 앉은 오딘은 아공간에서 케이크를 꺼내 안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에헤헤."


대체 저 많은 게 다 어디로 들어가는 것인지.

언젠 꺼낸 건지 모를 포크로 케이크를 마구 퍼먹는 그녀의 모습에 정현이 피식 웃음지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네가 밖으로 다 나오고?"


"음? 그냥 나왔는데? 간만에 나들이나 하러 나온건데?"


"오딘."


"에헤, 잠깐만. 이것만 다 먹고 말해 줄건데."


악동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대꾸하는 오딘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전에 현휘와 있을 때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확실히, 현휘가 아이들을 다루는 데에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단순히 현휘가 탄생시켜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아무리 악동이라고 해도 인간이 아닌 완성된 지성체. 아빠와도 같은 현휘에게 함부로 하기에는 부담같은 것이 있을지도 몰랐다.

정인이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을때, 옆으로 빠져 있던 명인이 슬그머니 녹스에게 다가갔다.


"저기, 아저씨."


-뭐냐.


다시 들러붙는다면 이번에는 틀림없이 기절시켜버리겠노라 생각하며 주먹을 움켜쥘 때 쯤 명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체, 쟤는 또 뭡니까?"


-뭐가.


"아니, 아저씨나, 아가씨 검이나, 이 집이나 다 좋은데 어떻게 하면 동급의 비슷한 게 또 나타날 수가 있냐고요."


-글쎄. 그럴 수도 있는 법이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녹스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무렴, 아무리 이쪽으로 넘어오면서 그 힘의 격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본질은 반신에 이른 이가 정성을 들인 작품이 고작해야 반편이 따위의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하물며 종말은 그가 저쪽에서 만들어낸 온전한 것이고, 오딘은 완성되었으되 계속해서 발전하는 존재.


-네가 볼 수 있을 리가 없지.


"예?"


-다 같은 사람이 만들었으니까. 내 몸도, 검도, 집도. 그리고 저 꼬맹이도.


"에이, 또 그러신다. 왜 또 그런 거짓말이실까. 제가 낚일 것 같아요?"


-믿기 싫으면 믿지 말던가.


퉁명스럽게 내뱉은 녹스가 고개를 삐딱하게 돌렸다.

애초에 반편이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원하니 그대로 해줬을 뿐.

그러나 저러나


-넌 무슨 일로 온 거냐?


"웅?"


어느새 깨끗하게 비어버린 접시를 아쉽게 바라보던 오딘이 눈이 녹스를 향했다.


-무슨 일로 왔는지 용건을 해결해야겠지? 네가 그 옥좌를 버리고 움직일 정도면 퍽 심상치 않은 일일테니까.


"우웅......녹스는 너무 예리해서 상대하기 귀찮은데. 본인은 그걸 알고 있는지 궁금한데."


-네가 내 나이 돼 봐라. 안 이러나.


"우우, 나이 자랑은 구시대의 산물인데. 자라나는 새싹인 오딘은 그런 건 별론데."


-꼬우면 일찍 태어나시든가. 그러니까 빨리 용건이나 말해.


"예이, 예이."


불만스럽게 틱틱거린 오딘이 손에 쥐고 있던 포크를 테이블에 내려 놨다.


"후우, 하. 후우, 하."


그리고 두번의 심호흡.

오딘이 방긋 웃으며 명인과 문적에게 양 검지를 향하며 외쳤다.


"착한 어른이는 잘 시간인데!"


"어? 야! 갑자기 무슨 말......!"


"어, 엉?"


"코 자는데!"


팟.

검지 끝에서 빛이 퍼져 나온 뒤에 드러난 것은 어느새 잠들어 있는 명인과 문적의 모습이었다.

얼마나 곤히 잠들었는지 고른 숨을 제외한다면 죽은 것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나도 자고 싶은데......악덕 상사를 두면 고달픈데......"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얼굴로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에서 예의 액체금속이 몰려들어 둘을 꽁꽁 감싸 밀폐시켰다.

아무런 소리도 들어갈 수 없도록.


"자아, 귀찮은 방해꾼은 모두 다 치웠고......이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럼 해라. 꾸물거리지 말고.


"그 전에."


오딘의 시선이 정현을 향했다.


"한가지, 확답을 들어야겠는데."


"뭘?"


"정현. 신정현. 유렐 아이스. 넌, 네 아버지와 대적할 수 있겠어?"


"......뭐?"


* * *


"슬슬 시작했으려나......"


예상한대로라면 아마도 슬슬 시작했을 터였다.

이런저런 위협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누군가는 위협에 죽고, 살고. 그렇게 숨어있던 세력들이 부딪칠 것이다.

세계의 이면에서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

공고했던 의회가 흔들리고, 수 많은 군소 세력들이 일어서고, 그가, 일어설 터이다.


"아저씨......라고 부른 게 얼마나 되었더라."


신적한. 신정현의 아버지.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을 방치한 자.

이제와 유치하게 복수를 하고싶은 것은 아니다. 당시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지나간 일을 구질구질하게 붙잡고 있는다 해서 바뀔 것이 뭐라도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하, 나도 컸다는 거려나."


아니, 그게 아니다. 그저 부모님을 죽게 한 '진짜' 범인을 알았기에 타겟이 바귄 것 뿐이다.


"의회, 의회. 참 많은 짓들을 해댔더군. 쓸데없이 오지랖 넓게도 말이야."


그래도 덕분에 제법 긴 시간을 갇혀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엄청난 장편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을 보이고 있었고, 더는 지루함을 달래는 것도 한계였다.


"음?"


그렇게 생각했다.

그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는가.


"하."


-거......있......가.


"하하."


현휘의 입가가 묘하게 일그러졌다. 기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듯한. 그런 미소가 걸렸다.


"이거이거."


-거......는......가.


"이쪽의 세계수는 생각 이상의 게으름뱅이였군 그래."


-거기, 누구 있는가.


제법 오래동안 기다리던 존재가 마침내 말을 걸어왔다.


* * *


"해서. 놓쳤다?"


덤덤하게 묻는 말이 서릿발 같다고 동문은 생각했다.

부하 대원의 절반을 잃고, 첫 임무를 실패했다.

비록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았다고는 하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면 필히 잡았을 터였다.

그래, 그저 자신이 방심했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에 실패한 것일 뿐이다.

그런 생각에 적한의 모든 말이 질책으로만 들려 왔다.


"그런가......그렇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창 밖을 바라보면서 탁자를 가만히 두드렸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정현의 안가 중 한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탓에 더 뼈 아팠다.


"징계를......내려주십시오."


무릎을 꿇은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신적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징계는 없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그 아이를 데리고 오라 했던 것은 보호하기 위함이었지. 데리고 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던 것이 아니다."


적한이 돌아 앉음과 함께 창이 불투명해지며 집무실이 어둠에 쌓였다.


"희생당한 부대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겠지만 그 아이가 무사히 도주했다면 앞으로 있을 일련의 사태들에서도 제 한몸을 건사하기에는 충분하겠지."


적한이 한숨을 내쉬며 오른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거면 족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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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229화-세력과 세력(4) 17.09.14 228 2 12쪽
230 228화-세력과 세력(3) 17.09.14 264 2 12쪽
229 227화-세력과 세력(2) 17.09.12 262 2 12쪽
228 226-세력과 세력(1) +3 17.09.08 303 2 12쪽
227 225-딸-Air 17.09.04 26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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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223화-기사(Knights)(2) +1 17.07.20 29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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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1화-친구-Julell(2) +1 17.06.13 348 3 11쪽
222 220화-친구-Julell(1) +2 17.06.12 793 3 11쪽
221 219화-누이-Irian(2) +1 17.05.18 312 3 13쪽
220 218화-누이-Irian(1) +2 17.05.17 36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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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216화-회전(會戰)(5) +1 17.05.08 32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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