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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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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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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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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6-세력과 세력(1)

DUMMY

67. 세력과 세력


“이변이 생겼습니다.”


곁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신적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변?”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놓으며 묻는 말에 중절모를 쓴 남자가 사진을 몇장 책상 위에 올렸다.


“최근 이상 동향이 감지되어 살펴본 결과 그들의 무력 단체 상당수가 소실되어 있더군요.”


“음?”


전혀 뜻밖의 소식에 신적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물음에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으니까요. 다만, 그들의 인원에 공백이 생기며 재배치되는 덕에 간신히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공백, 공백이 생겼다.......”


이 세계를 사실상 지배해오다시피 한, 인류와 그 역사를 함께하는 이들에게?

겨우 자신 정도의 정보력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인원 공백이, 그것도 무력 부대에 생겼다?


“기회로군.”


“예. 기회입니다.”


그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라고는 해도 지금은 고대와 같이 힘을 가진 이들이 자유로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그들 스스로의 통제를 공고이하기 위해, 인간을 강대히 만들기 위해 만들었던 사회라는 시스템이 그것을 막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보유한 무력 자체도 이미 사용되는 곳이 대부분 정해져 있을 터이다.

그 탓에 관측된 것이기도 할 터. 그렇다면 그만한 공백이 생긴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당장 동원가능한 이들을 모조리 대기시키도록.”


“전쟁입니까?”


전쟁?


“아니. 반란이다.”


시스템에 지배당하던 나약한 이가 이제 힘을 지니고, 지식을 지니고, 기회를 잡았다.

시스템의 부당함에 소중한 이를 잃고서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당연하게도 하나의 선택지.


“아니. 반란이다.”


은은한 분노와 투쟁의 의지가 느껴지는 그 말에 중절모의 남자가 씨익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거 참 기대되는 일이군요.”


“기대를 배신당하고 싶지 않다면 가서 준비하도록. 네가 준비하는 만큼 그에 어울리는 판이 기다릴 테니.”


“뭐, 그렇다면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사장님.”


까딱. 간단히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사라진 남자의 빈자리를 잠시 응시하던 신적한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제......거의 다 왔어.”


눈꺼풀에 가려져 있는 눈은 그리운 과거의 어느 지점을 더듬고 있을까.


“해연아......이제,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세상의 부당한 시스템에 소중한 이를 잃고, 그녀의 유일한 흔적인 딸아이조차 내버려둔 채로 매달린 일이다.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오히려 좋다. 그만큼 더 빨리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이 전쟁을 이기고,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면.”


그때에는 비로소 이룰 수 있으리라.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신적한의 세상과 크라켄의 세상을 모두 이 손에 쥐고 움직일 수 있으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어쩌면 아니, 반드시.”


이루고 말 것이다. 지금은 불가능한. 절대로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일을.


* * *


“어라?”


그것을 포착한 것은 정말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봐, 이봐, 장난 아니잖아?”


‘관측’을 능력으로 지니고 있는, 이제는 8명 밖에 남지 않은 한격훈의 파티의 이능력자 명인의 시야에 흥미로운 것들이 들어왔다.

순수 이능력자로 이루어진 이들의 대규모 전투.

서울에서 까마득하게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곳에서 발산되는 힘의 파장이 워낙에 요란했던 탓에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수천명을 헤아리는 이들이 한꺼번에 힘을 쏟아 붇고 동시에 스러져간다.

그 경이로운 광경을 바라만 보던 것이 불과 일주일 전.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코앞에서 이능력자들이 이동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뭐야. 뭔데 그래?”


그의 야단에 흥미가 솟았는지 손에 들고 있던 게임기를 집어 던지며 이문적이 같은 방향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기, 저 녀석들. 죄다 능력자야.”


“헤? 저 녀석들이 다?”


대충 봐도 10여명. 거기에 같은 조직의 소속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일관된 배지.


“저 정도면 제법 쓸만한 수준인데......거기에 아마도 다른 동료도 있을 거고......”


움직임으로 보아 비슷한 수준일 동료가 최소 열에서 스물은 더 있을 게 뻔한 상황.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위치를 유지하는 이들을 보면서 이문적이 사나운 미소를 그렸다.


“야. 야야.”


“안 돼.”


“아니, 그러지 말고.”


들어보지도 않고 단호하게 고개를 젖는 명인에게 이문적이 달라붙었다.


“저 녀석들. 우리가 다 잡아먹자.”


“안 돼. 지금 쓸데없이 일을 벌였다가 어떻게 하려고? 게다가 요즘 그 격훈녀석 심사가 뒤틀려 있는 거 알잖아?”


“끄응......그건 그렇지만......”


희명의 습격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현휘 덕에 심사가 단단히 비틀려 있는 한격훈을 떠올린 문적이 인상을 찡그렸다.

과연 지금 타이밍에 자신이 뭔가 사고를 치기라도 한다면 한격훈이 자신을 가만히 놔둘까?


“젠장......”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이문적의 모습에 명인이 어께를 두드리며 일어났다.


“가자. 나도 아쉽기는 하지만 어쩌겠어.”


저들을 모조리 없애고 그 힘을 모조리 흡수한다면 제법 성장할 수 있을 테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짓은 무리다.

굳이 한격훈이 아니더라도 얼마 전에 관측되었던 대규모의 이능력자들이 충돌한 것도 그렇고, 어쩐지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거기에 과연 저런 수준의 이능력자들이 과연 아무런 조직도, 수뇌도 없이 움직이고 잇는 것일까?

저정도로 무리를 이룬 이들이?

애초에 이능력자라는 존재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 안을 들여다 볼 힘이 있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 상황.

그런데 저 정도의 이능력자라는 강대한 무력을 운용할 수 있는 조직이 과연 작은 조직일까?


“저런 녀석들 지금 괜히 건드렸다가는 우리가 피보기 십상이라고.”


“그래. 그래 가자.”


여전히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일어서는 문적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던 명인이 몸을 일으켰다.


‘쩝,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군.’


잡아먹는 건 둘째 치더라도 일단 저녀석들이 과연 무엇 때문에 저렇게 뭉쳐 있는지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잘못하면 들킬수도 있는 바.


‘쓸데 없이 휘말리는 것 보다는 그냥 빠지는 게 훨씬 낫지.’


아쉬움을 털어내며 카페를 나서던 명인의 시선이 이능력자들이 모여 있던 방향을 슬쩍 바라보는 순간 그의 몸이 멈춰섰다.


“음?”


“어? 왜 그래? 안 갈거야?”


“잠시, 잠깐만 기다려 봐.”


“어? 왜?”


“저기. 저 여자.”


“어? 쟤는?”


명인의 손가락을 따라간 문적의 눈이 크게 뜨였다.

보브컷을 한 갈색 머리칼의 여성.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타겟 목록에 올라 있었던 대상, 신정현이었다.


“쟤가 왜 저기 있대?”


상업지구인 만큼 그녀가 있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주변 상황이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저 여자의 경호원들이 상당수의 능력자로 이루어져 있었었지......그런데 저렇게 많았던가?’


가볍게 의문을 떠올린 순간 명인은 손가락이 저릿해지는 감각을 느끼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감전된 것만 같은 이 저릿함.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열에 찬 바로 그 느낌이었다.


“이봐 문적.”


“어? 왜?”


“잠시만 기다려 봐.”


“왜?”


“왜기는.”


명인의 얼굴에 그려진 미소가 사납게 일그러졌다.


“당연히 여기서 엄청나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려고 그러니까 그렇지.”


* * *


“어......그러니까 과자랑 사탕이랑......”


손에 들린 메모를 보면서 하나씩 체크해 나가던 신정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어야 하냐고.”


하나같이 오딘에게 전해질 간식거리들이 어느새 카트 네 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무리 위장을 하고 숨어 있다고 해도 말이야......”


이런 것 정도는 적당히 주변 네트워크를 조작해서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자신에게 주문 내역을 보낸 오딘의 방실방실한 얼굴을 떠올리며 정현의 손이 다시금 카트에 담긴 간식들을 늘려 나갔다.

그렇게 상점 안을 돌아다니기를 또 한참. 결국 적힌 모든 것을 구매한 정현이 계산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삑.


“546,000원입니다.”


“하아......”


카드를 건네면서도 정현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54만원이라니. 대체 무슨 간식을 이만큼이나 산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산처럼 쌓여서 계산대 세곳에서 한꺼번에 계산을 진행한 이것들이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 속이 느글거리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이걸 어떻게 그 작은 몸으로 다 집어 넣는 건지.”


고개를 내저으며 택배로 보내달라고 말하며 문쪽으로 몸을 돌린 정현의 몸이 순간 멈춰섰다.


“저......손님?”


곁에서 카운터를 보던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 왔지만 정현의 눈은 깊이 가라앉은 채로 문ㅇ르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녹스.


-아아, 그래. 아마도 적이겠지.


-짚이는 게 있어?


-글세?


“쯧.”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에 정현이 작게 혀를 찼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예상보다 빠르다.

애초에 현휘가 종적을 감추고 습격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여전히 일주일에 한번 꼴로 폐허나 다름없는 집을 방문하는 자신에게 손이 뻗쳐질 것은 예정된 수순.


-어떤 놈들일까.


현휘를 습격한 쪽? 아니면 제3세력?


‘아니, 어차피 상관 없나.’


이미 몇 번이고 각오한 일이다. 살인따위. 저쪽에서는 무수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대적한다면 베고 나아가면 그뿐인 일이다.


-왜, 두려운가?


어쩐지 비웃는 듯한 녹스의 목소리에 정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저 잠깐 주저했을 뿐이야. 아무래도 이곳은 내가 살아가는 곳이니까.


아무리 저쪽도 실재라고는 해도 그곳에서 자신은 그저 방문자일 뿐이다.

언젠가는 떠나고야 말.

하지만 이곳은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세계.

과연 자신은 이곳에서 저쪽과 같은 투쟁을 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고민이라면 접어두는 것이 좋을 거라고 종너하고 싶군.


-그래 맞아. 쓸데없는 고민이지.


이제와 무슨 부질없는 고민이란 말인가.

일단 결정을 내린 이상 후회도, 물러서는 것도 없다.

있다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각오와 노력 뿐.


-결정했다면 움직여라. 네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헛되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 네 말이 맞아.


애초에 자신이 이렇게 주저하고 있는다면 자신의 시간만이 낭비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 녀석도 싸우고 있는 상황에 내가 시간을 잡아먹을 수는 없겠지.’


“후우. 좋아 가자고.”


-와라. 종말(Finis damnationem)


그녀의 한명뿐인 소꿉친구가 선물해준 흑색의 기형검을 손에 들고서 그녀의 가라앉은 눈동자가 서늘한 빛을 뿌렸다.


작가의말

에, 왜 이제야 올리냐고 물으신다면......노트북으로 글쓰다가 렉으로 퍼져서 미친듯이 썼던 1만자와 함께 제 멘탈도 승천했기 때문이지요. 허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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