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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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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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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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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230화-세력과 세력(5)

DUMMY

먹구름이 모여들어 짙게 드리운 그림자에 특수 제작한 제복과 장비를 점검하던 이들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좋은 날이로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뭐, 일부러 이런 날을 잡은 거겠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훌륭한 날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지.“


-그건 그렇습니다. 다만, 이렇게 좋은 날이라고 해 봤자 작전에 들어가면 그다지 도움도 안 될 것 같은데요.


”저기까지 도달하는 데 별다른 위협이 없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이득 아니겠나.“


-그것도 그렇군요.


아마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4조장을 생각하면서 이번 작전의 총 지휘를 맡은 1팀장 심경환이 저 산의 아래쪽에 그림자를 드리운 건물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무슨 건물인지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공백지에 자리잡은 모습을 보며 그는 이번 작전의 목표를 떠올렸다.


‘현재 그들의 병력 배치는 중심 시설에만 집중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 중에서 유일하게 이곳, 양성소만이 병력에 구멍이 나 있더군. 함정은 아닌 것을 확인했다. 아마도 여러 시설들의 중앙에 있으니 방심하고 있는 것일 터.’


”모두, 준비되었나?“


-2조 준비 완료.


-3조 준비 완료.


-4조 준비 완료.


-5조 준비 완료.


”작전 개요를 다시한번 설명하겠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포인트 A의 파괴 및 거주 인원의 전원 사살. 시작 시각은 앞으로 19분 이후인 00시이며 1시간 안에 완료한다. 질문 있나?“


-3조장입니다. 외부로의 구조 요청은 어떻게 저지합니까?


”그 부분에 관해서는 5조장이 설명해 줄거다. 5조장?“


-5조장 백심종입니다. 저희 조에 전파 간섭과 증폭, 확장이 있으니 이 정도의 영역이라면 2시간 가량 통제가 가능합니다.


”이상, 질문 있나?“


-없습니다.


일제히 전달된 목소리에 경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모두 미리 배부된 작전 개요를 확인 후 모든 통신 채널을 폐쇄한다. 탈출하지 못할 시 자결한다. 이 통신을 마지막으로 팀 채널을 폐쇄될 것이다.“


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쉰 그가 나직하게 한마디를 뱉으며 인이어를 종료했다.


”부디, 모두 살아서 보자.“


침묵이 다시금 내려앉고, 그로부터 정확히 17분 후. 소리 없는 충격이 스위스의 어느 산어귀를 뒤덮었다.


* * *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로컨의 질문의 일리아시아가 가늘게 눈을 떻다.


”뭘 말이야?“


모르겠다는 듯 되묻는 그녀의 모습에 로컨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닐텐데?“


탁.

거칠게 내려 놓는 잔의 소음이 방 안에 모인 네명의 귀를 울렸다.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살려 두기에는 너무 위험해. 지금 구속해 놓은 것조차도 완전한 구속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텐데?“


까득.

작게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일리아시아의 손등에 힘줄이 솟아 올랐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으르렁거리는 듯한 그 목소리에 로컨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를 살려 두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도 죽여서 얻을 수 있는 변수 제거의 이득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우리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상기시켜주어야 하겠나?“


까드득.

손톱이 탁자를 긁는 소리가 울리며 깨진 손톱들과 함께 핏자국이 짧게 그려졌다.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휘와 마주치고 그의 무력을 마주하면서 그녀가 겪은 것은 아마도 태어난 이래 최초의 충격과 모멸과 절망.

그의 무력은 간단하게 그녀가 여태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을 부정했고, 그의 드높은 격은 그녀를 너무나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세계를 지배하는 네 가문 중 한곳의 후계자로 태어나 후계자가 될 때까지.

그녀가 경험한 것은 오직 자신이 떠받들여지고,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없는 그런 세계였다.

그런 무결점의 세계에 너무나 갑작스럽게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

그녀를 직접적으로 짓뭉개면서.

과연 그 등장을 그녀의 높은 프라이드가 감당해 낼 수 있었을까.

작게 고개를 내저은 로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죽이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최선이다. 그는 아군으로 삼을 수도 없고, 적으로 두기에는 너무나 위험해. 마법은 전능하지 않으나 만능하다. 허나 과연 그 법칙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곳에 도달한 대 마도사에게도 통용될까?“


”......“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아무리 마력을 봉인되었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지금조차도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그런 것이 대 마도사의 힘이며 격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 하찮은 것을 보듯이 자신을 내려다 보던 눈을 파내고, 그 몸을 짓뭉개고, 자신의 발 아래에서 땅을 핥는 것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를 구속할 수 있는, 제압할 수 있는 무력은 이 지구상에 없다.

자신들 조차도 순수하게 무력을 따진다면 그 발 끝에 조차 미치지 못할 수준이었지만 이요문을 비롯한 몇가지 특수한 상황이 겹친 덕에 간신히 잡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나마도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중심 무력이 소멸한 상황.

아마 그가 구속을 벗어난다면 자신들은 그를 다시 구속하기는커녕 오히려 멸망을 직면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분명, 수없이 교육받고, 스스로도 맹세했다. 이 행성, 이 세계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 세계를 온전히 관리하기 위해 지배를 시작했고, 그를 공고히 하고, 안정하기 위해 변수를 배제했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어떻게든 이 세계를 위해 움직이려 했다는 것.

그 원칙대로 움직인다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판단은 역시 그, 이현휘를 죽이는 것일 터이다.

하지만, 그를 그리 쉽사리 죽이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살아오며 쌓아온 인생이, 긍지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주저하고 있을 때, 곁에서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던 주멘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만. 거기까지 하지. 어차피 이런 식으로는 끝이 나지 않는다. 로컨, 너는 그를 배제하고자 하고, 일리아시아. 너는 어떻게든 그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않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의 이미 결정되어 있는 바가 아니었나?“


그의 말에 일리아시아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장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의 해결책은 두명의 공증을 기반으로 하는 목숨을 걸지 않는 결투와 다수결일 뿐.

지금같은 시국에 결투는 가당치도 않으니 결국 남은 것은 다수결 뿐.

로컨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하자 주멘이 탁자의 가운데에서 붉고 푸른 수정 패(牌)를 꺼내 들었다.

이 조직, 의회에서 의견이 충돌할 때에 사용하던 물건이다. 반드시 한가지의 의제를 설정하고, 맹세를 동반하는 하나의 아티팩트.

네 가문의 수장들은 반드시 강한 무력을 동반 했기에 그것을 강제할 수단이 필요했고, 모두가 동의함에 따라 이 여덟 개의 패를 만들었다.

푸른색은 동의를, 붉은 색은 거부를 뜻하는 패.

그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는 것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며 주멘이 어께를 으쓱였다.


”자, 시작하지. 이 투표의 결과에 따라 다시 결투를 할지 어떨지 결정되겠지.“


말을 마치면서 주멘이 툭, 푸른 패를 던졌다.


”일단 나는 찬성. 그를 살려두는 쪽이 더 나을 것 같아.“


”무슨......?“


로컨이 항변하려 할 때 주멘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리라온이 마찬가지로 푸른 패를 내려 놓았다.


”리라온!“


로컨이 소리쳤지만 리라온은 자신의 결정을 물리지 않았다.


”나도 찬성. 그는 살아 있는 편이 더 나아.“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 설마하니 저 둘이 동의를 할 줄은 생각지 못했었다.

일리아시아의 경우야 그녀가 직접적으로 위해를 입었으니 그럴 수 있었지만 저 둘의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하지만 왜?

그의 의문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주멘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로컨.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 세계를 지키는 거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선후를 헷갈리지 마.“


”......“


”물론, 우리가 지배하는 게 우리의 영달이나, 대를 이을 가문의 존재에도 훨씬 이롭겠지. 하지만 말이야.“


주멘이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그 일들이. 변수를 배제한답시고 했던 그 일들이 과연 이 세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을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나. 주멘?“


”물론. 나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거야. 지금껏 우리, 의회의 손에 배제당했던 ‘변수’들. 그들은 모두가 엄청난 재능의 보유자, 천재였지. 그들이 살아 있었더라면 어쩌면 이 세계는 좀더 발전되었을 지도 몰라.“


”너......!“


”끝까지 들어.“


지팡이를 쥔 손의 힘줄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며 주멘이 짧게 외쳤다.


”그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하지마. 그건 어디까지나 비겁한 정당화일 뿐이야. 이 세계에 있었던 수 많은 전쟁들. 특히나 세계대전. 그 모든 것을 합리화 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건......“


”알아. 그 모든 것을 그저 균형을 재정립한다는 명분 하에 이루어졌어. 물론, 그 사이에 진행된 기술의 발달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그로 인해 세계가 후퇴한 것 역시 사실이지.“


빠득.

로컨이 이를 갈았다. 이건 아니었다.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불거져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전쟁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좀 더 풍요로운 우리 세계를 이룩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


”......주멘.“


”그래서 그를 살려두자는 거야. 그 정도의 격에 도달한 마도사야. 하나의 문명을 홀로 감당한다는 그런 존재야. 그가 살아 있음으로 이 세계가 얼마나 풍요로워 질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로컨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말은 너무나 바른 논리로 그를 설득하고 있었으니까.

그 반대의 가능성 역시 가능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차마 부인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 역시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네가 그 판단을 내리는 원인에 대해 잘 생각해 봐. 그것이 과연 우리의 맹세대로 이 세계를 위한 것인지, 혹은 이 작은, 고작해야 네 가문을 지키기 위한 ‘파수꾼’으로서의 결정인지.“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떠나는 주멘과 리라온, 일리아시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로컨은 고개를 숙인 채 헛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


그의 앞에는 탁자 위에 놓인 푸른 패 세 개가 나직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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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231화-세력과 세력(6) +1 17.10.23 274 3 12쪽
» 230화-세력과 세력(5) 17.09.19 1,036 2 11쪽
231 229화-세력과 세력(4) 17.09.14 228 2 12쪽
230 228화-세력과 세력(3) 17.09.14 264 2 12쪽
229 227화-세력과 세력(2) 17.09.12 2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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