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Maker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444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41
조회
1,118
추천
13
글자
13쪽

29화-왕국 제1검. 천좌의 마법사.(2)

DUMMY

눈앞의 남자. 아마도 마법사이리라.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 그들은 너무나도 철저하고 차가운 이성으로 모든 위협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이들. 그런 이들에게 함부로 뛰어들었다가는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우선은 기다린다.’


지하스가 내심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자 아인즈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사납게 웃어 보였다.


“그러면······ 제가 가지요.”


순간적이 가속. 인간은 결코 낼 수 없는 그 속도에 지하스조차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우선 한방.”


그의 내밀어진 손 끝에서 대기를 이루고 있던 마나가 마력으로 가공되어 하나의 규칙에 따라 조합된다.


북좌 5성

범위 충격형 술식

밤(Bamb)


쿠쿵.

범위는 좁지만 그렇기에 강렬한 한번의 충격. 일반인이라면 이미 그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육편이 되어 산화되었을 일격이지만 이미 드높은 곳에 올라 강대한 힘을 사역하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상대하기 어려운 힘이 아니었다.


“크흠!”


가벼운 기합과 함께 충격을 해소한 지하스는 찰나의 순간, 아인즈와 눈을 마주쳤다. 강렬한 불꽃이 일렁이는 깊은 눈동자.

그 눈은 폭력과는 거리가 먼, 학자나 예언자의 그것이었지만 지금 그 안에 담긴 것은 지독하리만큼의 호전성. 그리고 즐거움.


‘어떠십니까. 여전히 주저되시는지요?’


그의 눈이 속삭여오고 지하스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동시에 솟구치기 시작하는 강렬한 검사의 충동.

부수고 싶다!

뭉개고 싶다!

가르고 싶다!

오래전 잊었으리라 생각했던 가장 원초적인 충동에 그는 환호를 터뜨렸다.


“그래! 받아주마! 내가 바로 이 나라의 제 1검이자 대륙의 절대 강자들 중 한명인 지하스 산 샤이오니스다!”


우우웅.

검이 떨려왔다. 자그마치 수십년을 함께 해 오며 그와 정을 통하게 된 그의 애검. 그 검이 그의 환희에 몸을 떨어 울렸다.


환뢰(幻牢)의 검

제 1검식

벽뢰(碧牢)


검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온다. 그것은 하나의 이적. 술(術)의 단계를 넘어서 공(功)의 단계에 도달해 이룬, 물리법칙조차 거스르는 하나의 이능.

자신을 가두어 오는 그 푸른 물결에 아인즈는 환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왜 그렇게 승부, 승부 거리면서 땀내를 내는지 궁금했는데······”


좌우로 펼친 그의 손 끝에서 다시금 마나가 마력으로서 조립되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즐겁군요!”


북좌 6성

유도형 개체 절단 술식

커트 라인(Cut Line)

아인즈식 변형

삭월형(朔月形)


이내 마력으로 구성된 초승달이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 지하스의 푸른 검과 부딪힌다.

스아악.

거창한 소음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검은 구속이고, 삭월은 절단이었으니까. 하지만 푸른 검은 그저 시작일 뿐. 검뢰(劍牢)는 이제야 시작이었다.


환뢰의 검

제 3, 제 5, 제 6 연쇄 검식

암환뢰(暗幻牢)


그의 검이 어둠을 몰아 다시금 아인즈를 압박해 갔다. 이것이 그의 검. 모든 것을 가두고 마침내는 완전히 말살하는, 완전 살해의, 환상의 검.

하지만 마법사의 마법 역시 어중이 떠중이나 익히는 만만한 것은 아니다. 거기에 그는 지고의 경지에 발을 들이고야 만 마도사. 결코 그 이치에 밀릴 수 없다.


북좌 7성

집중 타격형 술식

타이니 레이(Tiny Ray)


남좌 6성

분산 집중 혼합형 술식

프리즘(Prism)


연계 발동

혼합형 자작 술식

증폭(增幅) 난반사(亂反射)


마법사를 집어 삼키려 달려들던 어둠이 날뛰는 빛에 의해 갈가리 찢어져갔다. 그에 보이는 것은 짙게 미소 짓고 있는 서로의 얼굴. 어쩐지 눈앞의 사내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어때, 할 만한가?”


두번의 공방이 오고 갔지만 그것은 불과 찰나의 순간. 거기에 그것은 단지 탐색전에 불과했다.

즐거움을 숨기지 못하고 들뜬 지하스의 웃음기 섞인 말에 아인즈가 손을 흔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아, 너무 힘든데요. 팔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습니다. 선배께서 어린 후배에게 너그럽게 양보를 좀 해 주시면 여러모로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 같은데요?”


“글쎄, 하지만 나는 마법사도 아닐뿐더러 이미 나와 맞먹는 후배에게 양보했다가 피를 볼 정도로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라서 말일세.”


“아아, 이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연약한 가슴이 상처를 입습니다.”


우스꽝스럽게 가슴의 옷을 쥐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지하스는 웃음을 흘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자, 이제 몸풀기는 이쯤 하고······”


그에게서 피어오르던 기세가 일순간에 짙어지며 그의 주변에 영역을 점하기 시작했다. 이것이야 말로 그의 검역. 그 안에 들어가는 모든 것이 그의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

그에 맞춰 아인즈 역시 스스로에게 걸려있던 제한을 풀어 헤쳤다.


‘리미트, 일단계 아웃.’


지하스의 검이 수직으로 들어올려지더니 아인즈를 향해 수평으로 누워 하나의 화살이 되어갔다.


“자, 시작해 봄세!”


화살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 * *


홀에 모여있는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멍하니 눈앞에 벌어지는 전투를 목격했다.

소리는 전달되지 않지만 그 흉험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공간을 구속하는 검격과 그런 검격을 찢어발기는 마법의 향연.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역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파괴가 그곳에 있었다.


“오······라버니.”


그녀는 그가 마법사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평범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평범하지 않다, 라는 한가로운 말로 표현할 만한 그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공간의 영향으로 그 진동과 변화의 규격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녀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의 손 끝에서 움직이는 경이로운 마력의 향연을. 춤추는 세상의 구성 원리를. 위대한 마도사의 진정한 마도(魔道)를.


“당신은······ 정말이지······”


손끝의 떨림이 느껴졌다. 공포? 분노?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것은 드높은 곳에 대한 경외와 흥분의 떨림.


“아름······다워.”


같은 마도를 걷는 이로써, 세상의 법칙을 희롱하는 이로써. 그의 앞서간 그 길에 매혹을 느꼈다. 그 강대한 힘에, 그 아름다움에, 그 앞에 대륙의 16성중 한명이라는 강대한 적이 있음에도 흔들림 없이 고고히 빛나는 그의 아름다운 빛에.


“크윽.”


그런 그녀를 보며, 저 공간 안의 아인즈를 보며, 오드사는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귀족의 의무,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런 것이 왜 필요한가? 무에 쓸모가 있는가?

자신들은 귀족. 선택 받은 고귀한 혈통의 자손이다. 그들은 평민의 위에 있으며 하찮은 가축들의 봉사를 받으며 세상 보든 것의 위에 군림하는 이이다.

그런 우리에게 의무라?

그는 화가 났다. 하찮은 평민이 날뛰는 것에 화가 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강대한 힘에 눌려 그저 떨기만 했던 스스로의 미력함에 몸을 떨었다.


“죽일······ 것이다.”


도달할 수 없는, 절대 불가능 할 것만 같은 것을 성취하고, 손에 넣은 이에 대한 공포와 그에게 받은 모멸감은 자격지심과 맞물려 살의로 변질되어갔다.

그가 도달한 것은 분명 위대하고 그의 말이 옳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는 아카데미에서도 정상에 존재하는 수재. 무엇이 합리적이고 사실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면 그는 그릇된 것이 된다.

지금껏 배워왔고, 가지고 있던, 살아왔던 시간이, 논리가, 생각이 모두 틀렸다고 한다면 그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그에게는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

쩌적.

그때, 홀의 가운데에 위치한 공간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세한, 아주 미세한 작고 작은 균열.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위험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재앙의 씨앗이다. 금방 폭주하고야 마는.


“어?”


이상을 가장 처음 발견한 것은 이리안이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어떠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악의를 느꼈다. 그것은 너무나 소름 끼치고 슬픈. 그런 어두움이었다.

불안함에 일리아나를 부르려던 순간, 씨앗이 잔혹하게 개화했다.


-끼이이이익!!!


그것은 하나의 잔혹이었다. 틈에서 나온 검고 어두운 그림자. 모두가 목격했지만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비극은 시작되었다.

푸푸푸푸푹.

한치의 자비도 없이 터져 나온 파육음의 연속. 그리고 펼쳐진 수많은 생명의 사멸.


“꺄아아아악!”


그 고아함을 자랑하던 홀은 부정당한 피로 더럽혀지고 거대한 살육의 만찬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도망쳐!”


어느 남자의 외침과 함께 정지되어있던 세계가 다시 흐름을 찾고 흘러가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 이리저리 도망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 그 와중에도 스스로 받은 책무를 이행코자 자는 고결한 영혼의 소유자들. 여전히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어리석은 이들까지.

그림자는 그런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미 영혼이 떠나간 이들의 육체에서 느껴지는 최후의 숨결에 환희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키르르르르륵


그 웃음이 섞인 울음에 오드사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애초에 모략가일 뿐. 이런 돌발적인 상황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일에는 일반인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림자에도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림자를 막아서는 이리안이 자신의 앞을 막아 설 때도, 그녀가 그림자에 관통 당해 자신에게 피가 쏟아질 때도 아무런 행동도, 생각도 하지 못했다.


* * *


이리안은 그림자의 살육이 시작된 순간, 일리아나의 손을 잡고 홀의 바깥을 향해 발을 놀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저 살육자에게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 이리! 저, 저건?”


“몰라, 하지만 전혀 안전하지 않아. 저건 분명 외계의 생물. 거기에 지나치게 위험해.”


“하지만 이렇게 벗어나도······”


“괜찮아. 밖까지만 나가면 돼. 그러면 샤이오니스 경과 함께 온 기사단과 합류할 수 있어.”


그녀의 말에 일리아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위기에서의 그녀의 판단력은 항상 빛난다는 것을 일리아나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아야!”


갑작스럽게 발을 멈춘 이리안에게 코를 박은 그녀는 작게 비명을 질렀다.


“이리, 왜 그래? 어서 나가야······”


“미안, 리나. 너 먼저 나가서 기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그녀의 무거운 목소리에 일리아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이리?”


“미안.”


서둘러 일리아나의 등을 떠민 이리안은 홀의 안쪽, 멍하니 서있는 남자가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드사. 파테트 공작가의 자제. 자신에게 무참한 모욕을 준 이. 하지만 그가 죽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자신이 노력한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스스로의 안위를 찾아 도망친다? 그녀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는 한명의 왕족으로서 그런 비겁은 용인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막아 섰다. 무엇인지도 모를, 외계의 흉수가 쏘아낸 창을 향해. 저것에 찔린이가 어찌 되는지는 이미 보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왕족. 자신이 도울 수 있음에도 이 나라의 백성을 버리는 짓 따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것이 그녀의 긍지이며 자존심 이었으니까.


“일어나라, 깨어나 나의 명을 받들어라!”


의지를 담은 그녀의 외침에 그녀의 반지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12갈래의 마도중 하나의 총화. 그녀는 이미 포라스(Foras)의 당당한 마법사. 그녀의 반지는 그녀의 마법의 증거.

고위의 지혜로서 구축된 외부기관이 주변의 마나를 마력으로 가공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의지에 따라 기관이 공명을 시작했다.


포라스 5구(球) 주문

국소 방어 술식

집중, 방어, 5형


술식이 완성됨과 동시에 다섯개의 객체로 이루어진 마력의 방어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곧장 이어진 창과의 충돌. 하지만 그녀의 마법은 이계의 힘을 막기에는 너무나도 미력했다.

콰차창!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8화-왕국 제1검. 천좌의 마법사.(1) +1 16.06.04 1,159 17 12쪽
28 27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3) +1 16.06.04 1,078 16 12쪽
27 26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2) +1 16.06.04 1,134 16 13쪽
26 25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1) 16.06.04 1,110 18 12쪽
25 24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2) +1 16.06.04 994 16 12쪽
24 23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1) +1 16.06.04 1,102 18 12쪽
23 22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2) +1 16.06.04 1,062 18 12쪽
22 21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1) +1 16.06.04 1,063 17 14쪽
21 20화-만남을 위한 이별(6) +1 16.06.04 1,244 18 12쪽
20 19화-만남을 위한 이별(5) +1 16.06.04 1,215 21 11쪽
19 18화-만남을 위한 이별(4) +1 16.05.29 1,219 16 12쪽
18 17화-만남을 위한 이별(3) +1 16.05.22 1,346 19 12쪽
17 16화-만남을 위한 이별(2) +2 16.05.15 1,487 18 13쪽
16 15화-만남을 위한 이별(1) +1 16.05.08 1,346 22 13쪽
15 14화-별의 노래(4) +1 16.05.01 1,534 17 12쪽
14 13화-별의 노래(3) +1 16.04.24 1,506 16 12쪽
13 12화-별의 노래(2) +1 16.04.17 1,570 21 12쪽
12 11화-별의 노래(1) +1 16.04.10 1,625 18 12쪽
11 10화-세계수(3) +1 16.04.03 1,778 20 12쪽
10 9화-세계수(2) +2 16.03.27 2,038 18 12쪽
9 8화-세계수(1) +1 16.03.20 1,959 21 13쪽
8 7화-천문대(2) +2 16.03.19 2,270 27 13쪽
7 6화-천문대(1) +2 16.03.19 2,699 32 12쪽
6 5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3) +2 16.03.19 2,902 29 12쪽
5 4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2) +1 16.03.19 3,399 33 12쪽
4 3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1) +1 16.03.19 4,620 32 12쪽
3 2화-로그인 +4 16.03.19 6,730 52 13쪽
2 1화-이별 +4 16.03.19 9,988 52 15쪽
1 프롤로그 +5 16.03.19 12,386 8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