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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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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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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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의 최강자 (3)

DUMMY

원재는 회귀전 온풍기 정전 사태 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았었다. 지금의 자신처럼 우세한 사람이 이기는 경기로 게임이 끝났고, 그때의 경기는 조영호가 패배했었다. 그는 얼굴에 불만을 가득 가진 상태로 4세트 경기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그 불만이 생긴 틈을 노린 상대의 초반 러쉬에 이은 공격으로 조영호는 세트 스코어 1:3으로 결승전에서 패배하게 되었었다. 그 뒤로 조영호는 지금의 원재나 승아와 같은 초중반 러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 전에도 그다지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정전사건 이후로는 그 신중함이 도를 지나쳤다. 만약에 이렇게 또 컴퓨터가 불의의 사고로 꺼질 때 우세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항상 신중하게 땅따먹기로 방어에 또 방어, 일명 ‘우주방어’를 해 가면서 게임을 하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재미는 없지만 도중에 경기가 중단되더라도 누구에게도 자신이 불리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탄탄한 운영으로 승부를 보았고, 그 결과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운영은 지금의 승아나 지성철과 같은 초중반 운영보다 재미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당장에 후반을 노리는 히데요시만 보아도 꾸역꾸역 막다가 파멸충 뽑아서 가는게 대부분이다 보니 게임의 재미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미래에 조영호 같은 선수들이 작정하고 땅따먹기를 하면 안정적일지언정 보는 재미는 확실히 더 떨어지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우주전쟁 게임 스타일의 변화뿐 아니라, 원재 스스로도 이런 ‘우세승’과 같은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저는 도중에 경기가 꺼졌는데 제가 이겼다고 판단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니.. 그.. 서원재 선수. 방금 관객들에게 발표한 상황을 말씀드린 것 뿐이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시면..”

“우세하다가 불리해졌다가 다시 유리해졌다가 하다가 승부가 나는게 우주전쟁인데, 우세승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예전에 갑자기 본체가 불의의 사고로 꺼졌을 때도 재경기를 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차라리 재경기를 요청합니다.”

“으음...”


회귀전에 조영호가 겪었던 상황과, 지금의 원재와 승아가 겪는 상황은 달랐다.


당시 인간 종족의 조영호는 괴물 종족의 상대와 싸우고 있었는데, 당시의 맵은 신규 맵이었던 육각수였다. 맵 중간중간에 분자 구조식 모양의 정육각형 모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약간 그런 느낌을 줄 뿐 실제로는 네 귀퉁이에 시작지점이 있는 맵이었다. 단지 좌우 양 옆으로 난 구조물을 제거하면 벽을 따라 나 있는 상대 멀티 뒤쪽 언덕의 길로 공격 루트를 하나 더 만들어서 공격할 수 있었는데, 탱크는 이 벽을 부수지 않고도 그 구조물 뒤에서 상대방 앞마당에 포격이 가능했다.


덕분에 밸런스가 맞는 맵이라지만 인간 : 괴물의 승률만은 2:1 수준을 달리고 있었고, 상대였던 괴물 종족의 선수는 이를 이기기 위해 노연못 3소굴을 시전했다. 자원을 처음부터 많이 모아서 물량으로 승부하겠다는 것. 이게 사실은 2:1도 아닌 것이,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배우까지 잠시 하게 되는 괴물 종족의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가 이 맵에서 이긴 경기를 빼면 3:1, 4:1정도까지 비율이 바뀌게 된다. 그 정도로 대부분의 괴물 종족은 이 맵에서 힘들어했다.


직선거리가 뻥 뚫려있으니 얼핏 보면 인간 종족이 불리할 것 같지만, 이런 가까운 거리는 오히려 승아가 데뷔 초반에 소총병 + 일꾼 러쉬를 했던 것처럼 인간 종족에게 더 유리했다. 그리고 벽을 따라 있는 언덕길의 구조물까지 제거하면 언덕이 포함된 직선 공격로가 2군데나 생기게 된다. 탱크가 있는 인간 종족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반에 아예 조영호의 초반 러쉬를 배제한 상태에서 자원을 배째고 왕창 모으는 빌드인 노연못 3소굴 빌드.

그리고 경기가 진행되면서 이를 쓴 괴물 종족의 선수를 이기기 위해 이 맵에서의 탱크의 유리함을 버리고 소총병과 의무병을 빨리, 그리고 많이 뽑아 러쉬를 갈 수밖에 없었던 조영호는 정전이 되자마자 멀티나 상황이 열세에 놓였다고 해서 우세승을 상대에게 헌납해야 했다.


이 경우에는 재경기를 하기도 애매했던 것이, 그 괴물 선수는 이 맵에서 인간 종족과 전적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재경기를 하게 되면 조영호의 머리에는 상대괴물 종족이 노연못 3소굴을 쓸 것이라는 것이 이미 박혀있기에 전략을 걸었던 쪽인 괴물이 불리해진다.


그렇다고 재경기를 안하자니 조영호가 불만인 것이, 멀티는 비록 상대에 비해 수가 적었지만, 소총병과 의무병, 위성의 조합으로 탄탄한 한방 병력을 갖추었기에 이를 바탕으로 순회공연을 하며 상대를 부술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정전이 터지고 자신이 그냥 패배했으니 불만이었을 수밖에 없었다.


.....


이런 일들이 회귀전에 일어나 우주전쟁 커뮤니티가 몸살을 앓았었는데, 원재의 생각은 당시 조영호가 불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 중간부터 게임을 하는 기능이 없는 이상 이런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고는 무조건 재경기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재가 생각하는 우주전쟁은 스포츠의 요건을 갖춘 게임인 E-스포츠였다.


스포츠는 공정함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는 과정이 어떻든 경기는 끝나기 전까지는 누가 이길지 알 수가 없다. 축구나 야구나 농구나 큰 차이로 지고 있다가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치고 올라와서 이기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우주전쟁도 기본적으로 자원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지만, 자원이 많다고 무조건 다 이기는 게임도 아니었다.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려서 다양한 전략을때에 맞게 쓰는 것에 따라 그런 스포츠들처럼 감동적인 역전도 나오고 하기에 스포츠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회귀전의 조영호의 온풍기 정전이 있었던 당시에는 두 선수가 다 어려서 그런지 한 선수는 우세승 판정을 받아 찜찜하게 이기고도 재경기를 강력하게 요청하지 못했다. 그 선수의 입장에서는 전력 노출이 일어나니까. 그리고 자신이 유리한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조영호의 입장에서는 ‘이길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으로 판정에 불만이 생기게 되었지만 그걸 또 강력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넘어간 덕분에, 우주전쟁은 스포츠가 가져야 할 요건중 하나인 공정성에 흠이 생겼다. 스포츠라는 것은, 사고가 일어나면 보통 둘중 하나다. 사고가 실격 요건에 맞으면 실격으로 하고 한 선수나 그 팀을 바로 탈락시키거나, 그 경기를 다시 하게 된다. 육상에서 부정 출발이 생기면 한번은 다시 출발하고, 두번은 그 선수의 실격이 된다. 축구는 갑자기 경기장에 테러 등의 사고가 나면 경기가 며칠뒤로 연기된다. 비가 심하게 오면 야구는 당일 경기를 무효처리하고 다음날 경기를 진행한다. 그런 식으로 규정에 따라 명확하게 승부가 나는 것이 스포츠지, 중간이 우세하다고 해서 우세승을 주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었다. 하물며 얼마든지 뒤집힐수 있는 우주전쟁 게임에서야 오죽하랴.


하지만 우세승 판정을 내린 뒤로 우주전쟁은 연이어 터진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가뜩이나 논란이 있던 게임의 E-스포츠 공인화에 일반인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만이 스포츠라고 부르는 반쪽 잔치로 남았다.


조금 비약이지만, 재경기를 했더라면 그런 일이 없이 스포츠로 남을 수 있었다고 원재는 생각했다. 아니, 적어도 그런 계기의 발판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장의 1게임 2게임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본다면 재경기가 맞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지금의 경기는 처음부터 반을 나눠먹고 시작한데다가 재경기를 해도 어느 한 종족이 불리하지 않은 맵이다. 재경기를 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재경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요?”

“잠시.. 잠시만요. 서원재 선수. 일단 말을 본부석에 전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표를 한 터라..”

“네. 일단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재경기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원재의 재경기 요청을 원재의 뒤에 있던 진행요원은 본부석에 요청했고, 본부석에서는 원재의 의견을 듣고 난색을 표했다. 이미 서원재의 우세승으로 발표한 상황. 그런데 패배를 통보받은 윤승아가 아니라 서원재가 재경기를 들고 나왔다.


차라리 윤승아가 재경기를 요청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고민은 안했을지 몰랐다. 진 쪽의 불만이야 언제든 있는 것이었고, 그런 불만을 일일이 다 받아주면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세승을 발표한 서원재의 요구. 그렇다고 이미 발표한 내용을 뒤집기도 뭐했다. 그런데 저걸 뒤집지 않자니 당장 이번 시즌에 띄워주기로 했던 서원재가 경기를 더이상 할 태세가 아니다.


일단은 주최측도 고민에 빠졌다.


***


열세 패 통보뒤, 승아는 사실 그러려니 했다.


회귀전에도 일어났던 일이고, 그게 원재나 자신 중 누구 한명에게는 닥칠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는 자신이 객관적으로 볼 때 약간 열세에 있었다. 그렇기에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가슴으로까지 이해를 한 것은 아니었다. 승부욕이 있는 승아. 승아는 머리로는 왜 이런 판정이 나왔는지 이해를 하고 앞뒤 사정도 회귀전에 비추어서 어느정도 알지만, 그 당사자가 자신이 되자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 가슴 한구석이 쓰렸다.


- 칫.. 더 하면 이길 수 있는데...


하지만 그런 불만을 표하지 않고 그냥 4세트 경기를 준비하려 했는데, 투명한 방음부스 너머로 보이는 원재의 부스에서 원재가 뒤에 있는 진행요원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면서 진행요원이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경기 시작이 선언되지 않자 승아는 헤드셋을 벗고 뒤의 진행요원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아.. 그게... 서원재 선수가 재경기를 요청했습니다.”

“네?”


무선이 이어셋으로 연결된 진행요원은 현재 상황을 승아에게 전하면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본부의 지시를 받으러 승아의 부스를 나갔다. 이어셋으로 일단 본부석으로 모이라는 본부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 재경기? 재경기를 원재 오빠가 요청했다고?

- 원재 오빠는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왜?


재경기라..


승아도 재경기가 더 낫다는 생각은 했다. 지금의 온풍기 정전 사태가 일어난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지금의 우세승에 조금 불만이 있는 것도 맞았다. 하지만 패배가 선언된 자신이 재경기를 요청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경기 지면 좀 어떨까? 어차피 1:2라고 해도 두 경기를 연속해서 이기면 된다. 이기고 또 이기면 될 뿐이었다. 승아는 불만은 있지만 주어진 상황을 능동적으로 바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원재는..


- 원재 오빠는 역시...


승아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밀고 나가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기준이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스스로를 위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스스로도 알았다. 그런데 원재는 상황상 자신이 유리해지더라도 그것을 버릴 때가 많았다. 옳다고 생각하는 공정한 기준을 위해서라면.


매사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원재의 말이 본부의 번복을 이끌어낼지 궁금해지는 승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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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부 1화 +8 17.01.31 1,420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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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1부 완료 - 작가의 이야기> +16 17.01.14 1,458 3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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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승전의 최강자 (3) +4 17.01.11 1,240 22 12쪽
238 결승전의 최강자 (2) +3 17.01.10 1,291 25 12쪽
237 결승전의 최강자 (1) +4 17.01.09 1,304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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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용산대첩 (3) +5 17.01.03 1,258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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