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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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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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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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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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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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구룡지로 6장 권룡

DUMMY

구룡지로...


6장 권룡



툭, 툭... 뺨을 때리는 빗방울에 어렴풋이 정신이 드는 것 같다. 아직도 아스라이 병장기들의 부딪힘과 억눌린 비명 소리들이 귓전에 들려온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건가? 집요한 파상공세에 결국 나한십팔진의 외진이 붕괴 되고, 원각사형이 수십여 개의 암기가 꽂힌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지자, 그만 이성을 잃고 십여 번의 주먹질을 연속으로 해댄 대가치고는 내상이 그리 심하지는 않는 듯하다. 아마도 선사께서 신속히 타혈을 해 주신 덕이리라...


누운 채로 짧으나마 진기를 끌어 올려 일주천을 마치자, 아쉬운 대로 내력의 반은 되돌아 온 듯하다. 서둘러 몸을 일으켜 전황을 살펴보니 여전히 족히 기십을 헤아리는 복면인들이 이제 나를 필두로 여섯으로 줄어 버린 나한들을 겁박하고 있다.


결국 최후의 공격을 준비하려는지 뒤로 물러나 전열을 가다듬는 탓에 짧으나마 소강상태가 지속되고, 그새 저마다 크게 숨을 몰아쉬며 흔들린 내력을 다스리고자 애쓰는 사형들과 선사를 살펴보니 누구나 할 것 없이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에 피를 흘려 대고 있는 흉험한 모습이다.


선사의 낯빛도 마치 백납같이 창백하고, 아마도 나 때문에 소모하신 진기 탓이리라. 죄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 예의 그 자애로운 미소로 선사는 나를 다독이고, 괜찮으냐는 사형들의 눈빛들도 따뜻하기 그지없어 울컥 가슴이 격동으로 치밀어 오른다.


공들여 준비했던 회합을 어찌 눈치 챘는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한 강호제현은 전무하고 대신 회의 숨겨진 하부조직중의 하나인 추살대가 덮쳐들어 난전을 벌인지도 얼추 두 시진을 넘어섰다. 아마도 회합에 참석하고자 했던 이들은 이미 도중에 모두 각개격파 되고 말았으리라.


자세한 내막이야 나한당에서조차 말석인 나로서는 알 도리도 알고픈 이유도 없지만, 십 수 년을 함께 수행하며 정을 나누었던 사형들이 처참하게 피 칠갑을 하고 누워 있는 모습은 정녕 감내할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킨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주체할 수 없는 살기에 연거푸 불호를 되뇌어 보지만 사지의 떨림은 가라않지를 않고, 그런 내가 걱정스러운 듯 선사가 어깨를 토닥인다.


"원정아! 언제고 항상 심화를 다스려야 하느니라. 죽고 사는 것은 모름지기 다 마음에 달린 것, 먼저 간 네 사형들의 죽음도 저마다 의미 있는 희생임을 믿는다. 소림을 떠나기 전 방장사형과 이미 나눈 얘기가 있다. 이 번 회합이 실패로 끝나게 되면 소림은 봉문에 들어가기로 했다.


강호의 의기를 되살리려는 이 의도가 좌절되더라도 시류에 편승해 그들의 손발이 되어 줄 수는 없는 법, 비록 무책임한 방관이라고 강호제현들에게 비난 받을지라도 눈과 귀를 닫고 때를 기다리리라.


그들의 행사는 워낙 은밀하고 철저한지라 사실 이나마 뒷수습의 대책을 세운 것도 한 사람의 귀띔이 아니었다면 미처 생각치도 못했으리라. 설마 하는 생각에 회합을 포기하지 못한 자만에 가득 찬 우매함이 못내 아쉽구나!


위험함을 알면서도 나한당을 끌고 나온 것은 회합의 주체자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요 정의라고 생각했기에, 그것이 너희들의 희생을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그러니 이 못난 사부를 부디 용서해라."


"사부님! 무슨 그런 말씀을? 제자는 그저 사부님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부디 감당키 어려운 말씀을 거둬 주십시오. "


"허허, 녀석하고는! 네가 운기요상 할 때, 네 사형들과 의논한 게 있다. 네 사형들과 힘을 합쳐 이 포위망을 뚫을 틈을 낼 터이니, 원정 너는 이 길로 이 음모를 귀띔한 이를 찾아 가도록 하여라. 얼핏 보기에도 상당한 공력과 직관 그리고 조력자들이 있는 듯해 보였다.


오늘로 비록 나한당은 사라지지만 마지막 남은 나한의 긍지로 그를 도와 오만한 저들의 행사에 반하는 정의를 보여 주도록 하여라."


"사부님! 천부당만부당 하옵니다. 사부님께서 가시옵서소. 제자가 죽음으로 길을 뚫겠습니다. 미욱한 제자가 어찌 그 큰 소임을 감당할 수 있으리까? "


원정아... 사부님 말씀을 좇아라. 원정아... 그리 하도록 해라. 사부님은 우리가 모시마! 젊은 네가 궂은일을 마다해서야 쓰겠느냐? 원정아... 극락정토에는 우리가 먼저 가 있으마...


지켜보던 사형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마디씩 말을 던지며 웃는 모습들이 가득 눈에 찬다. 죽음을 앞둔 모습들이 어찌 저리 밝고 흐뭇해 보이는 건가?


빗물 때문이리라... 시야가 이토록 흐려오는 건...


드디어 놈들의 파상공세가 시작되고 미처 어쩔 새도 없이 방추형의 진을 짠 채 적들에게 돌진하는 사부와 사형들이 모습이 헛것처럼 뇌리에 새겨지고, 부들부들 떨리는 턱을 질끈 악물고는 마음과는 달리 피눈물을 뿌리며 반대편으로 신형을 날리는 내게 늙은 사부의 마지막 당부의 전음이 환청처럼 귓전에 스며든다.


"원정아... 황산 불회곡으로 가거라. 그의 명호는 잠룡... 중추절까지는 기다리도록 해라. 그리고 나한일권... 이게 사부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명호에 부끄럽지 않게 항상 굳건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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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1 황재욱
    작성일
    11.04.22 19:32
    No. 1

    제 이름은 불회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그때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말씀하셨습니다. (의천도룡기 中) 불회곡에서 갑자기 이 부분이 생각나네요. 난 너무 감성적인가 ㅜ,.ㅡ (죄송)
    이제 한편 더 연재하시면 카테고리 신청 가능하겠네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연소옥
    작성일
    11.04.22 21:30
    No. 2

    황재욱님. 일일이 댓글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큰 격려를 한 아름 안은듯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땅꾼
    작성일
    11.11.07 14:35
    No. 3

    건필 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아미림
    작성일
    12.12.21 23:26
    No. 4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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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구룡지로 13장 복안 +3 11.04.25 10,237 62 14쪽
12 구룡지로 12장 회합 2 +6 11.04.24 10,992 57 9쪽
11 구룡지로 11장 회합 1 +4 11.04.24 12,122 69 10쪽
10 구룡지로 10장 황산 +5 11.04.24 13,305 72 11쪽
9 구룡지로 9장 잠룡 +4 11.04.23 12,318 70 5쪽
8 구룡지로 8장 마룡 +4 11.04.23 11,728 63 6쪽
7 구룡지로 7장 궁룡 +4 11.04.23 12,060 71 7쪽
» 구룡지로 6장 권룡 +4 11.04.22 12,721 69 6쪽
5 구룡지로 5장 화룡 +7 11.04.22 13,597 71 7쪽
4 구룡지로 4장 지룡 +6 11.04.22 15,122 70 4쪽
3 구룡지로 3장 도룡 +10 11.04.21 17,709 81 8쪽
2 구룡지로 2장 독룡 +8 11.04.21 22,189 87 6쪽
1 구룡지로 1장 검룡 +19 11.04.21 41,945 12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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