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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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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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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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1장 검룡

DUMMY

서장...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한 줄기 유성이 하얀 꼬리를 끌며 사라진다. 이제 마지막 남은 토끼몰이를 끝내야 할 때다. 남은 건 그들의 선택, 사냥개를 삶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함을 알고는 있을까?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석 달을 끌고 왔던 그 궁금함도 새벽이면 해결이 되리라.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결코 빗나가는 법이 없듯이 그 선택 또한 이미 예견 되어 있는 것, 하나의 망설임조차 없다면 다가올 크나큰 후회는 오로지 그들의 몫이리라.


나의 작은 분노는 참을 수 있어도 초라하게 토끼몰이 당한 용들의 분노는 어찌하려는가? 다 끝났다고 안심하며 믿고 싶겠지만 용트림은 이제 시작인 것을...





1장... 검룡...



똑... 똑... 허벅지에 길게 그어진 상처에서 배어나오던 피가 이젠 방울져 떨어지기 시작한다. 질긴 놈들... 벌써 삼사십은 벤 듯싶은데 한 치의 두려움도 내비치질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독한 놈들이 튀어 나온 걸까? 허접한 살수 나부랭이들은 아닌 듯싶은데, 비록 화후가 깊지는 않지만 간간히 보이는 합격술의 정화는 명가의 격마저도 풍기지를 않는가?


살수집단이 아니라 회나 맹의 하부집단이라면... 설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이 숭산행의 의미를 벌써 눈치 채었단 말인가? 무겁게 짓누르는 상념 탓일까?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는 도에 또 한 치 가량의 상처가 남겨지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조급함과 함께 애써 참아왔던 살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제일 먼저, 살을 가른 의기양양함에 또 다시 짓쳐들어오는 이 밉상스러운 도의 주인공부터 베리라. 반 보의 이환보로 흘려보낸 도의 팔꿈치를 나머지 반 보의 회전력으로 가볍게 베어 버리고,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피에 흠칫하는 좌우의 복면객들에게 천하도도의 일검을 내지른다.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빠르기에 경악하는 녀석들의 수급이 허공에 둥실 떠오르고, 이제 여섯밖에 남지 않은 놈들의 당황한 기색이 처음으로 느껴진다.


질풍보를 세 번 겹쳐 밟으며 상 중 하로 세 번의 천하도도를 연속으로 휘두르니 그 원에 걸린 놈들의 다리, 가슴, 머리가 수수깡처럼 우수수 잘려 떨어진다. 역시 천하삼십육검의 진중함과 질풍보의 표홀함의 어우러짐은 일품이 아닐 수 없다.


검날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을 털어 내고 베이고 찔린 상처들을 지혈하니 비로소 숨이 참을 느낀다. 잠시만이라도 운기조식을 하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또 다른 포위망에 빠지는 위험을 자초할 수는 없기에 서둘러 숭산으로의 발길을 재촉하는데, 느닷없이 척추를 타고 오르는 서늘함에 몸이 굳어진다.


고수다... 송곳 같은 날카로움으로 살기가 전신을 찌르는데도 도대체 어디에서 부터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다. 제길, 검을 이미 갈무리한 뒤라 불리한 형세를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이도대강을 각오하고 검병으로 손을 옮기는데 찌릿하고 살기가 중첩되는 게 아닌가? 검을 뽑는 순간 아마도 내 팔꿈치는 잘려지리라. 팔이 없는 검사라... 허, 살수 따위에 이런 치욕이라니, 분기탱천한 마음에 다짜고짜 출수하려는 찰나 뜨끔하고 대추혈이 마비된다.


이럴 수가? 곡지혈을 노리던 살기가 어느새 대추혈로 옮겨지다니, 피부를 찌르는 듯한 그 살기마저 허초였단 말인가? 이건 온전한 몸 상태의 정면승부라 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음 아닌가?


위급을 틈탄 살수의 비겁함을 논하기엔 이 자의 무공의 깊이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고수가 그들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니, 점혈 되어버린 치욕보다는 적들의 세의 강함에 암담함을 금치 못하는데,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절망으로 침잠되는 뇌리를 일깨운다.


"종남일검 강위룡! 패배를 인정하는가?"


"무슨 헛소리! 암습으로 어찌 승부를 말하는가? 굴복을 원한다면 생사결을 치러야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살수 나부랭이가 그럴 용기야 없을 터이니 조롱은 집어 치우고 어서 목숨이나 거두거라!"


"살수 나부랭이에게조차 뒤를 허용하는 그딴 목숨이야 뭐 그리 중요할까? 게다가 개도 안 물어갈 자존심에 회합의 중요성조차 망각하는 우매함의 소치임에야..."




"이, 이런! 네가 어찌 그 일을 알았냐마는 나 하나 없다고 일의 흥망이 결정 되지는 않을 터, 퉤! 말 섞는 것조차 치욕스러우니 더 이상 능멸하지 말고 어서 손을 쓰도록 해라."


"허허, 답답하기가 땡볕의 황소보다도 더하질 않은가? 회합이야 그렇다 치고 독부용은 어쩌려는가?"


"뭣이? 허튼 소리로 심기를 어지럽혀들려 하지 마라. 감히 사천에 얌전히 있을 려매를 언급하다니!"


"음, 정말 몰랐단 말인가? 당가에서 당삼고와 함께 독부용을 보냈다는 걸, 물론 그게 다 그대를 보고파 하는 독부용의 고집 때문이긴 하지만..."


"뭐라고? 그게 진짜인가? 이런, 이럴 수가?"


이미 숭산의 회합은 다 노출되었다고 본다면 이 기회를 놓칠 그들이 아닌 바에야 이미 그 곳은 복마전에 다름 아닐 터, 가려가 왜 그 곳에 있는 건가? 굳어 있는 몸에 노화를 풀지 못하자 핏줄이 툭툭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자자! 허, 그 사람 참 성질 하고는! 그러나 이제 그대의 목숨에도 적잖은 무게가 지워진 듯하니, 내 제안 하나 하리다. 먼저 패배를 인정하시겠소?"


가려... 가려를 구해야 한다. 강위룡! 자존심 따윈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버려라.


"물론이요. 형장! 졌소이다. 이 강위룡,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오. 어서 날 좀 풀어 주시오."


"좋소이다. 허나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패배를 인정한 만큼 구명의 대가로 하나의 약속을 요구하는 바요. 이미 숭산의 회합은 추살령이 내려진 터, 숭산에 이르는 모든 길들은 죄다 천라지망이 처져 있소. 독부용은 지금 남쪽으로 백여 리 떨어진 백운사에 있소. 아마 늦었을 지도 모르지만 독부용을 구한 후에 황산 불회곡으로 오시오. 약속은 그때 말하겠소!"


"좋소!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 약속이 의와 협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꼭 지키도록 하겠소."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그것이 그대의 신념에 반한다면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오. 지금부터 석 달이 되도록 내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떠나도 좋소. 내 명호는 잠룡이요!"


미약한 발 구름 소리와 함께 대추혈의 마비가 스르르 풀리자 급히 뒤를 돌아보지만 보이는 건 그저 만월의 그림자뿐, 꼼짝 없이 당했다는 허무함이 밀려올 새도 없이 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 백운사로 신형을 날린다.


가려... 내가 가오! 조금만 버텨주구려...




작가의말

프롤로그...

 

문득 뜻하지 않은 지인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콩트만 쓰질 말고 남성적인 무협소설을 한 번 써달라고요.
지나가는 소리이겠거니 하고 잊고 있었는데 또 졸라대더군요.
부족한 필력임은 익히 깨닫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우쭐함과
흐뭇함에 어디 한 번 시도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작업실을 만들고는 구상을 해보았는데 나름대로
생각보다  흡족한 스토리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좀 더 써 볼 욕심이 생겼네요.
그래서 부담 없이 연재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문피아에 가입했습니다.

 

기존의 무협소설의 틀을 빌려서 액션, 로망, 추리, 애정등등을
버무려 볼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용두사미의 부끄러운 시도로 끝날 확률이 큽니다만
애정어린 비평과 격려로 힘을 실어 주셨으면 합니다.
호응이 적어도 계속 끌고 나갈 배짱은 없으니까요~...ㅎㅎ
아울러 지명이나 인명, 문파, 무공, 초식등의 한자표기들은
일괄적으로 생략하겠습니다.
지식의 얕음도 그러하거니와 컴의 사양 문제도 있어서요.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기를요.
자~... 아무튼 이제 졸렬하기는 하지만 제 청춘의 시간들을
함께 해 주셨던 기존의 무협작가님들께 바치는 오마주인
구룡의 이야기들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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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구룡지로 133장 휴전 (1부 완결) +21 12.08.29 6,061 59 12쪽
132 구룡지로 132장 활인 +4 12.08.24 4,199 51 7쪽
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128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1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125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4 51 9쪽
124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123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9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5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118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09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116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3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114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6 54 11쪽
113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2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5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5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6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7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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