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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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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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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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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28장 도시 라하드 #02

DUMMY

제 28장 도시 라하드 #02



아란과 루치야는 드디어 기나긴 안개속을 해쳐나온 끝에 도시 라하드에 도착했다.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둘은 안개를 빠져나와 도시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들어섰을때는 정말, 눈물이 다 나올정도로 기뻤다. 드디어, 이 고생도 끝을 맺나 싶었다. 도시 라하드의 팻말이 보일때는 진짜, 도시에 달려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환상까지 보였다.

하지만, 둘은 그러지 못했다. 회색망령을 퇴치한 이후로 밤새도록 남은 산들을 한달음에 타 넘어왔다. 지름길이라고 선택한 산길이었지만, 지독하게도 험한길이었다. 게다가, 근 삼일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다. 물수레 마을에서 맨처음 예상한 여행소요일수는 5일이었으나, 둘은 밤새도록 산을 타넘은 결과 3일반 정도로 그 거리를 단축시켰다.

그정도로 극한까지 이른 강행군의 연속이었기에, 둘은 바로 코앞에 도시 라하드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가지 못했다.

거의 피곤에 쩔은 상태로, 잠결에 도시에 입성했던 것이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걷는 둘은 마치, 그들이 여기까지 오면서 만나왔던 망령 같았다. 연이은 강행군에 그정도로 수척해진 둘은 도시 라하드에 도착하자마자, 아무 여관에나 들어가 두개의 방을 잡고는 쓰러지듯 잠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하루를 꼬박 잤다.

그 전날, 저녁녘에 도착해서 잠든 아란은 그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거의 종일 잠만잤다. 아란의 방은 2층의 맨 끝이었는데 그 덕분에 창문으로 들어온 정오의 햇살이 눈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귀를 간지럽히는 존재도 있었다.

"손님…?"

"으우우…."

"저, 손님?"

"아~ 아…, 예…."

"저, 아랫층에서 손님의 동행분이 기다리십니다.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하시는 데요…."

"아…, 그래요…?"

아란은 침대에서 뒤척이다 간신히 눈을 뜬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 여관의 급사인 듯 했다. 붉은 머리를 가진 소년급사…, 아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비척이면서 일어난다. 그 소년급사는 아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자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고는 나간다.

"아랫층에서, 손님의 동행분이 점심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얼른 준비하고 내려오시랍니다."

"아 예…."

루치야 인가보다. 소녀는 어느새 준비를 끝마치고 내려가 점심을 시켜놓고 아란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탕 하고 급사가 문을 닫고 나가자 아란은 그제서야 터덜터덜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간다.

라하드는 새로 생긴 도시답게 여관시설이 꽤나 좋았다. 물수레 마을에서는 특실에 이런 욕실딸린 방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방에 딸린 욕실이 하나씩 있었다. 수도시설도 되어있는지, 수도도 나왔고….

아란은 루치야를 더이상 기다리게 하지 않기 위해 얼른 몸을 씻으러 들어갔다.

아란은 몸을 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여관의 층계를 내려왔다. 물푸레 마을에서 묵었던 여관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일층은 식당 및 주점이었다. 그러고보니, 좀 커다란 여관은 대부분 이런식인 모양이다. 아랫층으로 내려오자, -시끌시끌 한 식당의 분위기가 피부로 확 와닿는다. 점심을 먹기위해 들어온 많은사람들이 왁자지껄 하게 떠들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용병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아란이 주욱 훑어보니 대부분 보면 용병들인 것 같았다. 다들, 병장기 하나씩은 허리춤에 차고있는데다, 여러 전장에서 오랫동안 구른 이들인듯, 흉흉한 흉터들을 갖고있는 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물론, 다른 평범한 이 도시사람인 듯한 사람들도 꽤나 있었지만, 그래도 거진 절반은 용병들인것 같았다.

"아란~! 여기야!! 여기!!"

그러나 그때, 그 시끄러운 식당안의 분위기 속에서 아란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저쪽 식당의 한 구석에서 울려왔다.

"여기야~ 아란!"

"아, 루치야~!"

루치야였다. 아란은 돌아보다, 테이블앞에 앉아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검은머리 소녀를 발견했다. 루치야는 미리 내려와 점심을 시켜놓은 듯, 탁자위에는 이미 맛깔스런 점심식사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헉!'

소녀는 어제까지의 날렵한 여전사 이미지와는 완전다른 변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루치야는 이미 샤워도 깨끗하게 마치고, 망령과의 싸움으로 훼손된 용병수트도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참이었는데, 그 모습이 아란이 보기에 너무나도 예뻐보였다.

-두근!

갑자기 심장이 뛰었다. 루치야는 동그랗게 틀어올린 머리에, 하얀 경장을 입고있었다. 그런데, 최근 용병수트만 입은 루치야를 보다가, 그렇게 멋지게 차려입은 소녀를 보니 마치 딴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원래 루치야의 갸름한 얼굴에, 막 씻고 내려온듯한 뽀얀피부, 그리고, 흰 블라우스를 입은 덕택에 더욱 커보이는 그녀의 커다란 가슴은 소년의 심장을 마구마구 뒤흔들고 있었다.

-두근두근!

'머, 멋지다 루치야.'

아란은 멍하니 서서 그렇게 루치야의 아름다운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감동한다. 틀어올린 소녀의 머리 아래로 자연스럽게 빠져 내려온, 검은흑단같은 머릿가닥이 묘하게 섹시해 보였다. 하얀 스커트치마의 아래로 잘빠진 소녀의 다리가 내려다보인다.

-꿀꺽….

그런 소녀의 매력적인 모습에 아란은 넋을 잃고 멍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렇게 소년이 넋놓고 있자, 루치야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런 그를 쳐다본다.

"아란 거기 멍하니서서 뭐해? 여기 와서앉어~."

그 말에, 자신이 바보같은 표정으로 루치야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한 소년은, 급 당황하며 시선을 자리 쪽으로 돌린다. 자신의 속마음을 루치야에게 들킨 것만 같아, 아란은 무지 부끄러웠다.

"응? 아, 으응, 알았어…."

그러면서, 급히 자리에 가서 앉았다.

-꼬르륵

자리에 앉자마자, 아란의 배꼽시계가 울린다.

"푸훗! 아란 배 많이 고픈가봐…."

루치야는 그게 좀 웃겼던지, 조그맣게 숨죽여 웃는다. 그에 아란은 너무 당황하여 얼굴이 새빨개졌다.

솔직히 배가 고픈건 사실이었다. 어제도 그제도, 제대로 된 음식 하나 먹지 못한 채, 라하드까지 밤새도록 질주해 왔던 둘이었다. 그러다, 이제 좀 음식다운 것을 보니 지독한 허기가 몰려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머, 먹자…!!"

아란은 당황한 그대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에 루치야도, 아란을 따라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거진 사흘만에 먹는 제대로 된 밥이었다. 덕분에 맛은 최고였다. 어떤 산해진미도 이보다 맛있을까, 비교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먹고있다가 슬쩍 고개를 들어 루치야 쪽을 바라본다.

아란이 허기에 지쳐 게걸스럽게 퍼먹고있는 것과는 다르게 루치야는 기품을 잃지않고 품위있는 자세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런걸 보면 정말 루치야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누가 저 모습을 보고 한 삼일 끼니를 굶은 사람의 식사태도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그 모습이 무지 아름답게 느껴진다는게 또 문제였다.

'역시 루치야. 너무 예뻐….'

주변을 은근히 돌아보니, 이쪽의 루치야를 흘깃흘깃 곁눈질로 보는 남자들이 꽤나 많았다. 발칙한 것들…. 루치야는 그 정도로 주위의 이목을 확 잡아끄는듯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란은 그에 왠지 우쭐해졌다. 이렇게 예쁜 루치야와 같이 다니고 있는 자신을 부럽다는 듯이 힐끔힐끔거리며 쳐다보는 주위의 남자들에게서 왠지 우월감 같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년은 자신도 루치야처럼, 품위있는 식사를 하기위해 몇번 얌전하게 포크와 나이프질을 하는 듯 했으나, 이내 곧 음식을 마구잡이로 퍼넣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배고픔에는 장사가 없었던 것이다.

아란은 계속 식사를 하던 중,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대화내용 중에 맘에 걸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이상한 괴물들이 날뛰고 있다고?"

'괴물…?'

"그래, 그렇다니깐. 라하드로 오는 산길이 막힌 것도, 오던사람들의 실종사고가 잦은 것도 다 그때문이라고…."

"그러면, 그것들 죄다 마왕의 끄나풀들인 걸까?"

"마왕이 부활했다는 소리는 거의 기정사실아냐? 그것때문에, 수도에서도 한바탕 발칵 뒤집혔다던데…?"

용병으로 보이는 듯한 이들이었다. 제법 싸움터에서 잔뼈가 굵은 듯, 여기저기 험한 흉터를 몸에 지니고 있는 자들이다. 역시 용병들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의 소식을 많이 아는 듯 해보인다.

그들은 최근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이 근처에 출몰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마왕이 부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아란은 직접 그 괴물과 싸워보기도 했기 때문에, 용병들의 대화내용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식사를 하면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 괴물이라는게 정말 있기는 한거야? 난 예까지 오면서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다고."

계속 묵묵히 앉아있던 한 용병이 한참 열심히 말하고 있던 동료들을 향해 물었다.

"야, 네녀석이 못봤으면 세상에 없는거냐? 본 사람들은 다들 그것들을 '망령'이라고 부른다고, 옛날 전설속에나오는 시체가 일어나서 되는 좀비(Zombie)나, 구울(Ghoul)과 비슷한 놈이라는 뜻으로 말야…."

"그럼, 놈들 은제무기에 약하겠구만?"

"그래, 상식대로 머리를 박살내거나, 은제무기라면 놈들을 제압할 수 있지. 하지만, 무서운건 그게아냐."

"응?"

"아무래도, 그 괴물들, 자신이 죽인 사람들 모두를 괴물로 다시 되살릴 수 있다나봐."

"헐, 그럼 뭐야? 지네들이 라이컨스로프(Lycanthrope)라도 되나?"

"괴물들의 습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녀석이 한 말이야. 그 녀석이 미치지 않았다면, 확실하겠지."

"방금 옆에서 죽어있었던 동료놈들이 불쑥불쑥 일어난단 거로군."

"흐…, 좀 무서운데?"

"또, 특이한건 라하드로 흘러들어온 상인녀석중에 한 녀석이 한말인데…."

"뭔데?"

"그게말야. 그 녀석, 그 괴물들에게 습격당한 듯한데, 계속, '…벌레.', '…벌레.' 그렇게 넋이나간채로 중얼거리더란 말이야. 그건 내가 직접 봤는데, 그 녀석 아주 맛이 갔었다구. 근데 대체 그게 무슨말일까? 괴물과 무슨 벌레가 관련이 있나?"

그렇게 말하며 그 용병은 고개를 갸웃한다. 아란은 옆에서 엿듣고있다가 '벌레'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벌레….' 라면, 분명 자신도 예전에 들은적이 있다. 물론 아란은 괴물에 관한 한가지 사실을 더 알고 있었지만…….

안개 말이다. '안개, 벌레, 괴물….' 분명, 그 '망령'이라는 좀비들과 모종의 관련이 있는 것들 이다. 아란은 그렇게 추리했다.

"그거야 모르지. 여튼 덕분에 지금 라하드는 거의 비상사태라고. 서부용병길드로 밑도끝도없는 의뢰가 들어오고 있으니말야. 하아, 일거리가 느는건 좋은데, 목숨을 걸어야되는 그런 일거리는 이쪽에서도 사절이란말이야…."

"그렇지, 그래서 보통일이 아니란 인식때문에 수도의 로젠크로이츠 공작가에서도 로젠크로이츠 기사단을 파병하게 된 거지. 덕분에 평생에 한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한 그 기사들을 최근들어 여기저기서 보게 되더라니깐."

"그런데, 공작가문의 기사단도 그렇게 두문불출 나서는데, 수도의 그 대단하신 황립릴리움 기사단은 대체 뭐하는 거야? 머릿수도 드럽게 많은 것들이…."

"냅둬, 그네들은 지금 노쇠한 황제를 보필하는 것도 버거워하나보지 뭐…."

"흥, 웃겨. 지금 제국안에서는 별 해괴한 연쇄실종사건이 밑도 끝도 없이 발발하고 있는데, 윗대가리라는 것들은 지네들 밥그릇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세력다툼 같은거에나 빠졌으니…."

어느 덧, 이야기는 수도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귀족들의 세력다툼으로까지 넘어갔다. 용병들은 정치이야기가 나오자 불만이 많은 듯, 쌓인이야기를 터놓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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