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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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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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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2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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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32장 라하드의 축제 #03

DUMMY

제 32장 라하드의 축제 #03



이윽고, 밤이 되었다. 진정한 성년의 날의 축제, 성년식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파이어가 시작되고 있었다. 저 멀리 시청 앞 광장에서 시끌시끌한 축제의 소리가 들려온다. 도시의 17세가 되는 모든 소년, 소녀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서 '성년식'이라는 의식이 막바지에 달하는 순간, 소년이 '아이'라는 허물을 벗고 성인이라는 날개를 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마을에서 하는 것과는 좀 다른 도시만의 특색이 있었다. 하얀호수마을에서는 예비성년식이라고 해서 14세의 소년, 소녀들을 따로모아 참관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그러한 개념이 없는대신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공평하게 성년의 날을 참관할 수 있었다. 역시 통이 큰 '도시'답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찌 되었건 전혀 상관없는 소년이 한 명, 여기있었다. 갈색머리의 지금 죽을상을 하며 걷고 있는 소년, 아란이었다.

-터벅 터벅

아란은 연금술사의 등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거리를 터덜거리며 걷고 있었다. 아주 아주 마음이 불편한 채로……. 이유는 다름아닌 저 앞에서 성큼성큼 걷고있는 루치야 때문이었다. 루치야가 장난아니게 화난 것 같은 오오라를 펑펑 풍기면서 걷고있자, 아란으로서는 차마 다가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걷는다. 아란은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다들 시청광장의 축제를 즐기러 갔는지 인적이 드문드문 있었다. 대부분 분위기를 즐기러나온 연인들이다.

벌써 달이 중천에 걸려있었다. 여느 때처럼의 반쪽 달이아닌둥근 보름달, 루니사의 그 아름다운 달밤인데도 아란은 지금 전혀 낭만을 느끼지 못했다. 아란과 루치야 사이에 냉랭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란은 그게 싫은 나머지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루치야."

"……."

그렇지만, 묵묵무답. 단단히 화가 났나보다. 아란은 루치야의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한다.

"정말, 아니야. 그런거……."

그러자, 루치야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아란도 그 반응에 움찔하며 멈춰섰다.

"아란, 됐어. 괜찮아. 일부러 변명하지 않아도 돼."

"그, 그게 아니라니까."

냉랭한 루치야의 반응에 아란은 당황한다. 루치야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말, 됐다니까. 아란! 난 아란이 이제 그 여자애와 데이트 하건말건 신경쓰지 않을꺼야. 그 귀하신 여자애는 '성녀님'이지만, 난! 그냥 아란의 '친구'일 뿐이니까!"

갑작스런 루치야의 외침에 아란은 멍하니 루치야의 얼굴을 쳐다본다. 멍했다. 루치야가 크게 소리치는건 거의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싶었다. 루치야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당황한지, 고개를 돌린다.

"아, 아냐. 미안해. 아란. 내가 잠시 미쳤나봐. 미안해. 정말…."

"루, 루치야…."

화내고 갑자기 사과하는 루치야. 아란의 눈에는 역시나 그런점이 원래 루치야가 맞았다. 허나, '친구'라는 말을 내뱉을 때의 루치야의 표정은 화난 표정이 아닌, 분하고도 슬픈 표정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흘끔거린다. 하지만 아란은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도대체 루치야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 지 갈피를 못잡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입을 연다.

"…화났어?"

"아니, 화 안났어."

루치야는 그렇게 말하곤 뒤로 고개를 돌린다.

"……."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한 말을 해버렸다.

"……."

또, 가로등 아래를 묵묵히 걸어간다. 침묵은 계속 이어졌다. 라하드의 중앙수로가 나올 때까지, 그 위의 다리가 보일때 즈음 아란은 멈춰섰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도저히 소녀에게 미움받을 짓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불쌍한 루치야는 그런게 있어도 자기 혼자만 끙끙대며 앓으리라. 물론, 오늘같은 대박 폭발물(마리아?)이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루치야."

그 나직한 부름에 소녀는 조용히 돌아보았다.

"…응?"

"아, 저 15살이 된거 축하해~!"

아란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낮에 산 붉은 보석이 박힌, 딱정벌레 브로치를 내밀었다.

"아, 아란……."

그 의외의 선물에, 루치야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란이 내민 붉은 브로치를 받아들었다.

"사실, 아까 이거 사러 갔었어."

아란은 자신의 몫인 푸른색 보석이 박힌 딱정벌레 브로치를 흔들어보이며 뻘쭘하게 웃는다.

"…벼, 변명같지만. 마리아도 그 때 만난거구…."

"……."

루치야는 브로치를 받아들고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쁨? 안심? 당혹스러움? 고마움? 미안함? 여튼 아란이 보기로 좋아 보이는 것만은 확실했다.

"하하, 놀랐어? 말하려고 했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고, 고마워 아란. 흠…, 이런 걸 받을 줄은……."

루치야의 표정은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성인식 선물로 이런 걸 받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사실 루치야는 아까 전 아란이 사온 이 펜던트를 모양이 예뻐서 잠시 눈여겨 보기는 했었다. 그런데 아란이 직접 사들고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것도 쌍쌍으로…….

"그, 그럼 화 풀린거야?"

아란이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에? 화, 화 안났었어."

그렇게 말하는 루치야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럼 뭐, 다행이구."

루치야의 쑥스러워하는 반응에 아란도 머쓱해져서 고개를 끄덕인다. 아란이 생각하기로 브로치를 사준 건 아무래도 엄청 잘한 일인 것 같았다.

-졸 졸 졸….

중앙수로는 그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유명한 곳이었다. 다리위에서 보는 라하드의 야경이 연금술사의 등 덕분에 아주 아름답게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로맨틱한 광경 덕에 중앙수로의 다리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꽤나 알려져 있었다.

그 다리위를 아란과 루치야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루치야는 아란이 준 브로치가 아주 마음에 든 듯 목 아래에 브로치를 달고선 연신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아란도 자신의 브로치를 왼쪽 가슴팍에 달았는데, 그러자 둘은 영락없이 사이좋은 연인 같아보였다. 분위기는 아까보다 훨씬 나아졌다. 루치야도 괜한 오해를 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아란에게 꽤나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다리위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들 축제 구경이라도 간듯, 저멀리 보이는 시청광장의 화려한 불빛들 속에 섞여 축제의 소리가 메아리쳐 여기까지 들려온다. 성년식이 끝난 것 같았다.

"……우리 이제 15살이네."

문득, 루치야가 말문을 열었다.

"음, 그러네. 2년만 더 있으면, 우리도 성인식을 치르게 되겠지?"

아란은 루치야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며 걸음을 멈춰섰다. 루치야도 아란을 따라 걸음을 멈추며 다리위의 난간에 상체를 기댄다.

"킥!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네…."

"후후… 그렇네."

아란도 루치야처럼 난간에 몸을 기대며, 저 멀리 캠프파이어의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시청광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커다란 수로 위에서, 새카만 물위로 둥근 루나사의 밝은 달그림자가 비친다. 그리고 수로를 따라 시선을 올리니, 마치 밤의 궁전같은 화려한 라하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낭만적인 분위기를 아란과 루치야는 말없이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루치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란."

"응?"

"우리, 작년 예비성년식 기억나?"

아란은 루치야의 말에 작년에 있었던 예비성년식을 회상해 보았다. 그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실 때였고…….

"음."

"나, 그때 늦게 도착 했었잖아."

"아, 맞아."

아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그때 루치야는 예비성년식이 거의 끝나갈 때 왔었다.

"그때, 너 리리스에게 고백했었잖아."

"…으음, 그, 그랬지."

그래서 마을의 아이돌이었던 리리스와 사귀기도 했었다. 지난 겨울에 보기좋게 차여 버렸지만…….

"그런데, 그때. 나 사실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렸었어. 기분이 좀 그래서……."

"그, 그래?"

그랬엇나? 문득 아란은 루치야의 말투가 조금 묘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때는 같이 있지 못했는데……. 지금은 함께네. 후후…."

"……."

'함께….'

아란은 루치야의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작년 이맘 때 즈음, 자신이 리리스와 사귀기 시작할 즈음, 루치야는 그러고 보니 자신 앞에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때 과연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기로는 소녀가 그다지 편한 기분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전, 아니 그 이후로도 루치야는 항상 자신과 함께 있어주었다. 가장힘든시간, 리리스와 헤어졌을 때도, 부모님이 괴한들에게 살해당했을 때도, 그녀는 항상옆에서 자신의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리리스는 떠났지만, 루치야 만큼은 자신의 옆을 지켜주었다. 아란은 조용히 루치야를 힐끔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소녀의 부드럽고 고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두근!

청초하고 가지런한 인상을 주는 소녀의 아름다운 외모가 아란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두근!

소녀의 검은호수같은 눈동자에 달빛이 맺혀있었다. 더구나 그 아래쪽으로, 낀 팔짱때문에 터질듯이 모아진 소녀의 풍만한 가슴은 아란을 더욱 더 얼굴 붉히게 만들었다. 아란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며 고개를 살짝 도리질친다. 이렇게 멋진 루치야가 자신을 좋아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바랄게 없을 텐데…….

아란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루치야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하는 것을 말이다.

-두근!

아란은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래, 작년, 이 날처럼…….

"루치야! 하, 할 말이 있어."

아란은 옆에 있던 루치야의 양어깨를 두 손으로 강하게 붙잡으며 돌려 세웠다.

"으, 응?"

루치야는 그런 아란의 갑작스런 태도에 깜작놀라 당황한다. 하지만 그녀도 왠지 모를 설레임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더없이 진지한 아란의 눈동자 때문이었다. 아란의 입술이 힘겹게 열렸다.

"나, 나… 있잖아. 루, 루치야가……."

"응……?"

-두근 두근!

가빠지는 두근거림. 아란의 잔뜩 긴장한 모습에 루치야도 은근히 위축되었다.

"루치야가……."

-두근! 두근!

그렇게 고조된 감정으로 소년은 남은 용기를 짜내어 말한다.

"루치야가, 좋……!!"

-피유웅~ 빠바방~!!

그때였다. 막 아란이 '좋아.'라고 말한 순간, 갑자기 휘파람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굉음이 터지며 아란의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응……?"

루치야는 듣지못했다. 안타깝게도 아란이 낸 마지막용기는 그렇게 묻혀 버리고 말았다. 둘은 그 소리에 뭔가 싶어 돌아보았다. 그리고 둘은 밤하늘 위로 자신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아름다운 불꽃의 향연을 보았다. 어느덧, 성년식이 끝나고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피유웅~ 빠바방!!

아란은 말을 다시 이으려 했지만, 어느새 루치야의 관심은 밤하늘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꽃으로 옮겨가 있었다. 괜스레 다시 말걸기가 무안해진 아란은 루치야의 어깨에서 슬며시 손을 내리고 말았다. 수로의 다리위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불꽃놀이는 참 멋졌다. 불꽃이 수로위의 강물에 비쳐 마치 별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곧, 불꽃놀이는 사그라들었고, 루치야는 들뜬 마음을 안고 돌아보았다.

"응? 아란, 무슨 말 했어?"

"아, 아냐 아무것도……."

천진난만하게 되돌아보는 루치야의 얼굴을 보자 차마, 다시 무게잡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김이 빠졌다고나 할까.

"……?"

루치야는 고개를 갸웃하며 아란의 맥빠진 태도에 의아해 한다. 아란으로서는 황금같은 기회를 놓친 셈이 되었다.

이후 어느정도 더 돌아다닌 둘은 묵고있던 여관으로 돌아왔다. 둘다 축제때문인지 기분이 들떠 있었다 여관의 입구로 들어가는 골목 앞으로 아란과 루치야는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는 나도 잘 몰랐지!"

"그래도 그건 좀 아란이 심했었어! 킥킥~!"

아란의 우스꽝스런 행동에 루치야가 키득댄다.

"그런데 말야……, 우왁!!"

-팍!

그러다 아란은 마주 걸어오던 누군가와 맞부딪혔다. 다행히도 아란과 상대편 둘 다 넘어지거나 하지는 않앗지만, 상당히 놀랐다. 루치야도 깜짝놀란 모양이었다.

"어머머, 조심해 소년."

의외로 아란과 부딪힌 사람은 젊은 여성인 모양이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죄, 죄송합니다!"

아란은 당황해서 고개숙여 사과한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머리위에 씌워진 보라색 실크햇과 특이한 로브는 언젠가 한번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잿빛머리와 잿빛눈동자도 말이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예, 예에."

예쁘장한 얼굴로 묘한 미소를 그리는 그녀. 허나, 아란은 안타깜게도 너무 어두워 그녀가 짓는 그 비릿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 아란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는 루치야와 함께 숙소로 들어갔다. 그 둘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여관을 올려다 보며 씨익 웃었다.

"찾았다! 소년기사, 아란 칼~! 여기에 숨어 있었단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는 아란의 숨통을 노리고 있던 환영의 마술사 '이노 아스트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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