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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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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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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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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29장 팬텀크로우(Phantom Crow..) #02

DUMMY

제 29장 팬텀크로우(Phantom Crow..) #02



"아란 안돼!!"

"닥쳐 이년아!!"

-짜악!

"꺄악!!"

루치야는 정말 안된다는 듯이 그렇게 외쳤으나, 루치야의 옆에 있던 루거트라는 사내는 그녀의 뺨을 갈기며, 소녀의 입을 막았다.

-부들부들..

아란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려 노력해봐도 멍했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루치야가 다친다는게 너무 두려웠다. 소녀의 목에 드리워진 단검이 무엇보다 무서웠다.

"자아, 어서~ 검을 버려라. 안그러면, 저 년의 목에서 피분수가 좀 솟아야 정신을 차리겠나."

"크으윽…."

-챙그랑!!

방법이 없었다. 아란은 손에 들고있던 크리사오르를 창고의 땅바닥에 놓았다. 명검이 흙바닥에 더럽혀지며 날카로운 금속성을 울렸다.

"아란 안돼!!"

루치야가 가로늦게 소리질러보지만, 이미 늦었다.

"하하하하하----!! 그래 그래야지. 착한아이군. 자 그럼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실까?"

"무슨…."

아란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못이기는 눈빛으로 라빈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분노에 라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이 가지고 있다는 '성배'를 내놔라…."

"……!!"

"……!!"

-쿠웅!

그 말에 아란과 루치야는 할말을 잃었다. 그랬나. 역시 목적은 그것이었나. 아란은 라빈의 말에 심히 당황했다. 역시 목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배'였나. 아란은 이제서야 '디아블로 마이에스'의 조직원들이 어째서 루치야를 인질로 잡았는지 이해가 갔다.

너무 방심했었다. '성배'를 노리는 자들이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용병과 합류하기 바로 전인 지금, 자신들이 가장 방심할 즈음인 바로 지금, 이 시점을 노릴 것을 예상해야 했었다.

너무 물렀다. '성배'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아무런 수단조차 강구해 놓지 않았다니…, 아란의 패배였다. 철저한 패배.

"…왜 아무말도 없지? 너의 계집의 목에 구멍이 나는 꼴을 보고싶나?"

아란이 잠시 침묵하자, 라빈이 다가오며 그렇게 반문한다. 아몬이라는 대머리 사내의 나이프가 새파란 예광을 띄며, 루치야의 목에 살짝 갖다대어졌다.

"아란 안돼!!, 성배를 주면 안돼!!"

루치야가 격렬하게 외치는 바람에 겁만 준다던 나이프가 루치야의 피부를 약간 스치고 지나갔다. 루치야의 목에서 가느다란 빨간 실선이 생기며, 붉은 물방울이 약간 새어나와 -또르르 구른다.

"그, 그만!!"

아란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성배가 중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걸 루치야의 목숨과 맞바꿀 수는 없었다.

아란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부들부들 떨리던 주먹도 힘없이 풀렸다.

"주, 주겠다. 성배를 주겠어. 그러니까, 루치야는 건드리지마."

"아, 아아…. 아란…."

아란은 결국 라빈의 말에 굴복했다. 루치야는 망연자실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호오오, 좋아 좋아. 그럼 이리 건네줘. '성배'를 말야."

라빈이 다가가서 손을 내밀자, 아란은 천천히 목에 걸려있던 팬던트, '성배'쪽으로 손을 천천히 가져간다. 그러면서 말했다.

"'성배'를 준다면, 우리 둘을 무사히 돌려보내 줄껀가?"

아란의 나직한 말에, 라빈은 차갑게 비웃음을 날렸다. 그의 눈은 이미 '성배' 아란의 목에 걸려있는 팬던트를 확인한 후였다.

"아니~, 넌 '그걸' 주고 그냥 여기서 죽는 거고, 저 계집은 천천히 우리들끼리 즐긴 후에 같이묻어주어야지."

-쿠궁!

아란은 그 말에 '아차!' 싶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자신과 루치야를 가만히 풀어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아무래도 '성배'라는 이름은 알아도 성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었는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라빈이라는 중년사내의 생각은 아란에게서 성배의 소재를 알아내는게 목적이었던 것이다. 라빈의 생각을 아란은 이제서야 꿰뚫어볼 수 있었다.

결국, 그 때문에, 이들은 이 인질극같은 번거로운 상황까지 연출해가면서 아란을 협박했다. 바로, 아란에게서 성배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그러자, 아란은 -울컥 하는게 있었다. 성배를 안전하게 손에 넣은뒤, 자신을 죽이고 루치야까지 손대려는 생각을 가진 이 더러운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개에~자식아---!!!"

이성을 잃고, 주먹을 말아쥐고는 라빈을 향해 힘껏 돌격했다. 그러나, 라빈은 '디아블로 마이에스'의 간부이전에 전직 용병이었다.

라빈은 아란이 내지르는 어설픈 주먹을 코웃음을 흘리며 -스윽 피한다.

"어…?"

그 다음, 헛점이 드러난 아란의 배를 오른쪽 주먹으로 거세게 가격한다.

-퍼억!

"우욱!!"

"아란---!!!"

라빈의 주먹이 강력하게 아란의 배를 강타했다. 가죽북 울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와 동시에 루치야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도 동시에 울렸다.

"끄어…억."

아란은 정통으로 맞았는지 그 자리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며 일어날 줄을 몰랐다.

"소년, 너무 멍청한걸? 그 도발에 이리도 쉽게 말려들다니…."

라빈은 그렇게 말하며, 쓰러진 아란의 옆구리를 크게 발로 찬다.

-퍼억!!

"컥!!"

"꺄악! 아란---!!!"

아란은 꿈틀거리며, 일어나려 안간힘을 쓰고는 있었으나, 그냥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극심한 고통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아, 그럼 소년의 숨통을 끊고, 성배를 취해볼까?"

흐릿한, 아란의 시야로 라빈의 커다란 나이프가 들어왔다. 나이프는 조명아래에 새하얗게 반들거렸다. 그리고, 그 너머로 울부짖고있는 루치야의 모습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루치야를 지켜야 하는데….' '루치야를, 반드시 지키기로 했는데….' 하지만, 아란은 손하나 까딱 할 수 없었다.

점점 점멸해가는 시야를 멍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을 뿐…. 곧, 아란은 정신을 잃었다.

"그만!! 그만하세요. 죽이지 마세요. 흑! 흐흑! 제발 아란을 살려주세요!!"

루치야가 라빈을 향해 울부짖었다. 묶여있는 채로 그렇게 말하는 루치야를 라빈이 돌아보았다.

"그럴까?"

"네, 흐흑, 제발 죽이지 마세요. 아란만은… 제발 살려주세요. 흑흑! 뭐든지 할께요! 하라는 건 뭐든지 할 테니 제발 아란을 살려주세요!! 절 마음대로 하셔도 좋아요. 대신, 아란만은 살려주세요!!"

"정말, 뭐든지 할테냐?"

"네, 흑, 흐흑, 그러니까 제발…."

루치야는 울며불며, 사내들에게 매달린다. 그런, 루치야의 말에 사내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루치야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중에는 그들의 대장인 라빈도 껴있었다. 기절한 아란을 내팽겨쳐둔채 였다.

"그럼 이년아, 벗어!!"

"아악!!"

루치야의 옆에 있던 루거트가 루치야를 뒤로 쓰러뜨린채 올라탔다. 자신은 이미 상의를 벗어던진채다. 그 녀석의 표정은 이미, 자신의 밑에 깔려있는 소녀를 능욕할 생각에 반쯤 맛이 가있었다.

색욕으로 뒤집힌 눈을 하고는 루치야의 커다란 가슴을 난폭하게 주무른다.

"아아악!!"

루치야는 그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정신이 없었다. 주변은 이미 사내들로 둘러싸인 채 자신은 그 가장 맨밑에 깔려있다. 루치야의 눈에는 이들이 죄다 자신의 몸을 빼앗기를 원하는 악마들로 보였다. 주위를 둘러싼 사내들이 수 백명도 더되어 보인다.

주변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어지러웠다.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루치야의 아주 오랜 기억속에 묻혀있던 좋지않은 악몽이 되살아났다. 옛날 하얀호수마을에서 마을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희롱을 당할때의 악몽. 루치야는 그 날의 사건으로 거의 일년동안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던 기억이 났다. 그 일은 루치야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것이다.

그리고, 루치야는 그 일로 인해 기사수업을 받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앞으로 그런일이 다시는 없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그러한 상황에 부닥쳤을때 아란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루치야는 노력했고,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지금 이꼴은 뭔가. 실패였다. 완벽한 실패. 자신은 방심했고, 똑같은 악몽은 다시 아란과 자신을 덮쳤다. 아란이 죽어가는데도 자신은 그를 구하기는 커녕, 이런 더러운 자들에게 울며불며 자비를 구걸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루치야의 눈동자에서 쉴새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아란을 지켜야 하는데….'

지금의 자신은 그 정도의 힘조차 갖고있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짐승같은 사내들의 아래에 깔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뱉는 것 뿐….

'미안해, 아란. 미안해, 아란. 정말 미안해, 아란….'

뭐가 미안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루치야는 저쪽에 쓰러져있는 아란을 보면서 속으로 끊임없이 미안해를 외쳤다.

루치야의 위에 올라탄 사내는 소녀의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면서, 루치야의 머리쪽에 코를 갖다대며,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런것이 이 녀석에게 만족을 주는 듯 했다.

'결국, 이런 곳에서, 이런 자들에게…, 빼앗기는구나…, 15년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내…….'

사내는 더이상 참지못하고, 루치야의 속바지와 팬티를 끌어내렸다. 이젠 끝이다. 루치야는 그 더러운 장면을 보지않기위해 고개를 돌리곤 눈을 꼭 감았다. 소녀의 감긴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눈가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콰앙!

-푸학!!

모든 것을 체념하고 눈을 감은 소녀의 얼굴위로 굉음과 함께 뭔가 끈적끈적한 것이 튀었다. 그리고 그 직후, 소녀를 타고 누르던 루거트라는 자의 몸이 루치야에게로 스러졌다.

-풀썩!

루치야는 그 의외의 일에 눈을 번쩍떴다. 루거트의 몸이 자신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죽었다. 이 사람…. 루치야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소녀는 모든게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너머를 바라본다. 피가 튄 붉은 시야 너머로 무언가가 보였다. 누군가가 2층위의 난간에 서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뭐, 뭐야!!"

사내들은 갑작스런 루거트의 죽음에 깜짝놀랐다. 루거트는 뒤통수에 총알 한발을 맞고 죽어있었다. 루거트의 뒤통수에서는 피와 하얀 뇌수가 총알구멍을 통해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사내들은 자신들의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이들의 대장인 라빈도 마찬가지였다. 루거트의 다음차례랍시고 벨트를 풀고있던 그는, 그것에 놀라 급히 다시 벨트를 찼다.

"대장! 저, 저위에!!"

대머리의 스킨헤드 사내, 아몬이 정면의 2층 난간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2층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검은코트를 입고 온통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사내가…, 검은 삼각 소몰이꾼 모자에 하얀 카니발가면을 쓴 사내가, 그들을 향해 오른손에 든 작은 총을 겨눈채 노려보고 있었다.

"팬텀크로우!!"(유령까마귀)

누군가가 소리친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루치야는 붉게 물든, 시야너머로 보이는 그가 정말 별명대로 검은유령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아, 타락한 검은천사. 소녀는 그렇게 느꼈다.

검은코트의 사내는 2층위의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타닷!

날렵한 도움닫기 이후로, 그는 유령처럼 일어섰다. 그의, 테두리가 은색문양으로 고풍스럽게 장식된 검은코트가 한차례 펄럭였다. 어깨위의 삐죽삐죽 사방으로 솟은 깃털장식도 그가 일으킨 바람에 휘날린다. 그는 그렇게 1층위에 섰다. 그의 특이한 삼각모자(챙이 앞쪽으로 뾰족하고, 챙의 양 옆쪽끝이 묘하게 올라간 모자였는데, 주로 제국남부의 소몰이꾼이 쓴다고 해서 '카우보이'모자라 불렸다.) 아래로 삐져나온 흑갈색 머리카락이 그의 삐딱한 자세에 따라 흔들린다.

그는 그리고는 오른손에 쥐어진 작은 총을 들어, 라빈을 향해 겨누었다.

"왜, 왜이러나…. 팬텀크로우. 디아블로 마이에스는 이미 거진 붕괴하다 시피했고. 의뢰에 대한 보상금은 이미 지불되었던게 아니었나. 게다가, 우, 우린, 그쪽과는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었잖나. 자신과 상관없는일에는 끼지않는게, 다, 당신의 원칙 아니었나?"

라빈은 눈앞의 이 살아있는 악몽(Nightmare)과 부딪히고 싶지않다는 듯, 그렇게 돌려돌려서 변명해보았다. 원래 그가 알기로 팬텀크로우는 자신과 관련되지 않은 일은 전혀 신경쓰지 않기로 유명한 용병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째서 이 계집애와 꼬맹이가 있는데에 나타난 것일까.

그러나, 라빈일당의 그런 치졸한 변명에, 하얀가면의 사내는 비릿한 웃음기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타깝군. 그 원칙은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지금의 내 행동은, 내 원칙에 반하지 않는 것이라서 말야."

"그, 그럼…."

"의뢰를 하나 맡았지. 꼬마 둘을 지키라는…."

"……!!"

그 말에 가장 놀란 것은 라빈이 아니라 루치야였다.

"그, 그렇다면…."

휘둥그래진 루치야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검은코트의 사내는 입을 열었다.

"소개하지…, 내가 바로 제도까지 너와 저녀석의 호위를 맡은 용병 어설터(Assaulter), '신 발렌타인'이다. 남들은 그냥 날, '팬텀크로우'라 부르더군…."

두둥-!!

소녀는 너무도 거짓말 같은 그의 말에, 경악에 찬 표정으로 조용히 그의 하얀가면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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