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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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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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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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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29장 팬텀크로우(Phantom Crow..) #04

DUMMY

제 29장 팬텀크로우(Phantom Crow..) #04



아란은 악몽속에서 꿈틀대다가 정신을 차렸다.

"헉! 헉! 크윽…!!"

그러나 몸을 일으킨 순간 가슴팍에서 몰려오는 극심한 고통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 아란, 정신이 좀 들었어?"

익숙한 목소리, 루치야다. 아란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돌아보았다. 평상복대신 상한 가죽용병수트를 입고있는 소녀는 왠지 여기저기 맞아 울긋불긋한 멍이 들어있는 얼굴이다. 그제서야, 아란은 자신이 기절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깜짝놀라 튀어오른다. 다행히도, 여긴, 자신들이 머물고 있던 여관이었다. 그리고, 기절하기 직전의 기억이 잠시 떠올랐다. 아란은 -홱 하고 루치야쪽을 돌아본다.

"루, 루치야. 괜찮아? 어디 다친데는?"

"괜찮아. 아란보다 많이 안다쳤어."

소녀는 분명 자신이 기절할때, 그 '디아블로 마이에스'의 놈들에게 거의 발가벗겨진채로, 둘러싸여있었다. 그럼, 그랬다는 것은…….

아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소년은 고개를 숙이며, 루치야를 향해 입을 열었다.

"미안해. 루치야.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루치야가…."

루치야는, 소년이 난데없이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런말을 하자 당황했다.

"에?"

"나, 나때문에…, 루치야가…, 그 더러운 놈들에게…."

그제서야, 루치야는 아란이 무엇때문에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루치야는 그런 아란의 어깨위에 지긋이 손을 올리며 말했다.

"괜찮아. 아란, 아무일도 없었어. 한때는 정말 위험했지만, 신 씨가 때마침 나타나주어서 살았어."

"뭐, 정말?"

"응. 진짜야."

루치야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란의 말에 답했다. 아란은 그에 놀라 루치야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혹시나 그녀가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자신이 못알아챌리가 없다. 그러나, 루치야의 그 표정은 소년에게 거짓말을 하고있는 얼굴도 아니었다.

루치야의 입장에서는 때마침, 신 발렌타인 님이 와주어서 살았다. 하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루치야의 입장에서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지만 말이다. 만약, 그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자신의 몸은 이미 그 변태같은 사내에게 사정없이 더럽혀졌으리라.

그 루치야의 말에 아란은 안심한듯, 반색을 하며 기뻐했다. 루치야에게 아무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하는 얼굴이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응. 아란……."

"다행이다. 정말…."

아란은 루치야의 두손을 잡고 연신 다행이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신 이라면…?

"그럼, 그 용병분은 어디가셨어?"

방안에는 루치야와 자신밖에 없는 것을 눈치채고, 아란은 그녀에게 물었다.

"응? 아… 신 씨?"

루치야가 아란의 질문에 뭐라고 답변하려는 순간, 방문이 벌컥하고 열리고는 그가 들어왔다.

"벌써 일어난걸 보니, 놈들에게 덜맞았던 모양이군."

루치야와 아란을 구한 검은코트의 사내, 그가 방안으로 뚜벅거리며 들어왔다. 아란은 고개를 돌려 그런 그를 보자마자, 숨이 턱하고 막혔다.

검은 코트와 하얀 가면의 사내, 그는 바로 아란이 꿈에 나올까 무서워하던…,

"허억!! 패, 팬텀크로우!?"

'유령까마귀'라는 별명을 가진 무시무시한 남자였던 것이다.

"흥, 그래. 내가 팬텀크로우, '신 발렌타인'이다."

그 가면의 남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아란을 향해 자신을 소개했다.


바깥은 어느새, 여명이 몰려가고 어두운 밤이 찾아와 있었다.

-까딱까딱

검은 코트의 사내는 침대옆에 놓여있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검은가죽구두를 신은 발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팔은 팔짱을 낀채다.

제국의 남부에서나 볼 수있다는 검은 삼각 소몰이꾼 모자가 날카로운 챙을 뽐내며 그의 머리위에 씌여있다.

온통 칠흑처럼 새카만 복장이었다.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하얀가면을 빼고 보면 말이다. 아참, 가면 속 얼굴을 감싼 붕대와 깃털로 된 하얀어깨장식도 있구나.

아란은 지금 무지무지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루치야에게 자초지종은 이미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이 남자가 자신들을 수도까지 보호해 줄 용병이었다니, '악몽은 이루어진다.' 라는 건가? 아까 이 사내가 방안으로 들어올때만해도, 엄청 놀랐다.

그 눈빛은 누구 한명 죽이러 들어온 살인마의 눈빛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루치야가 아랫층에 밥을 가지러 자리를 비운 참이었으니, 방안에 그와 자신, 단둘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지금 아란은, 방안에 감돌고있는 서늘한 분위기에 질식해 죽을 것만 같았다.

아란은 힐끔힐끔 곁눈질로 신을 훔쳐본다. 그는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팔짱을 낀채 눈을 감고있었다. 하얀 카니발가면밖으로 드러난건 눈밖에 없으니 그가 무슨표정을 짓고있는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시니컬한 분위기의 남자다.

용병이라면 쾌활한 성격과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동료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뭐 그런 걸 상상했던 아란은 이 상상을 초월하는 얼음장같은 남자를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도, 인정하긴 싫지만, 제도까지의 새로운 동료였기에 아란은, 루치야와 자신을 구해준데 대해서, 감사의 표시라도 하기로했다.

"아, 저…."

"으응…?"

신의 가면뒤의 무시무시한 눈빛이 아란에게 쏟아진다. 아란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말을 잇는다.

"고, 고마워요. 루치야와 저를 구해주셔서…."

아란은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떠듬떠듬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신은 그다지 달가워 않는 눈치였다.

"흥, 네녀석이 나한테 그런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원래 그런말은 자신의 여자를 맹렬한싸움끝에 지켜낸 녀석들이 지원군한테 하는 말아닌가?"

"네?"

"참고로, 네녀석의 그 질긴 목숨줄을 구한건 내가 아니야. 그 여자애가 놈들에게 자기 몸을 바쳐서라도 널 구하고 싶어했기 때문이지…."

-두둥!

아란은 그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놈들의 대장의 나이프가 얼굴로 드리워졌던기억이 났다. 그때 자신은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루치야가 그때 자신을 살리기위해 놈들에게 몸까지 바치려 했었다고? 그 정도의 상황까지 갔던 것인가?

"그, 그런…."

"물론, 일이 벌어지기전에, 내가 놈들을 제압한건 맞지만…. 꼴불견이군. 고작 자신의 여자를 방패막이로 써서 목숨을 구한 녀석이라니. 구역질나…."

"……."

"…흥! 한심한 놈."

신은 가만히 앉아 멍청한 표정을 짓고있는 아란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덧붙였다. 충격받은 아란에게 하는말치고는 과했다. 아무래도 '상당히' 비뚤어진 사내였다. 그러자, 아란은 울컥하는 게 있었다.

"그, 그래도…."

실패는 했지만, 나름 어떻게 해보려고는 했었다. 무작정 루치야의 뒤에 숨어있던 그런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은 아란의 그 반응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년을 쏘아보며 말한다.

"어쨌거나, 네녀석은 놈들에게 패했다. 게다가, 자신의 물건, 자신의 여자조차 지키지 못하는 녀석이 뭔 배짱으로, 입을 여는게냐."

"큭…."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은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루치야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원래라면, 그가 루치야를 지켜줘야 하는 입장이었어야 할 터….

그래, 기사라면 원래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하지못했다. 기사수첩까지 가지고 있는 자신이….

"흥, 그러곤. 꼴에는 기사랍시고 기사도 운운 하겠지. 병신쓰레기같은 다른 기사놈들처럼…."

"…기사도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아란은 나직한 목소리로 그렇게 경고한다. 신이 자신을 패배자라고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다른 훌륭한 기사들까지 싸잡아서 욕하는 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

"…웃기는군. 기사들이란 죄다 기사도라는 위선에 미친 정신병자들일 뿐이야. 나는 네녀석에게 그런 '미친법'따윈 진작에 개나 주라고 진지하게 권하고 싶군."

왠지 그의 말투는 기사란 족속들이라면 넌더리가 난다는 투였다.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그의 비아낭거리는 말투에 아란이 분에 못 이겨 그에게 한마디 하려는 순간,

-똑 똑

하고 방문이 열리며, 저녁을 가져온 루치야가 들어왔다. 아란은 그녀가 방으로 들어서자 입을 다물었다. 그뒤로, 아침에 보았던 여관급사가 루치야와 같은 저녁을 가져왔다. 총 3인분의 저녁, 너무 많아서 급사까지 올라와야했었던 모양이다.

"무슨 얘기 했어요?"

"아니…."

루치야는 뚱한 표정을 짓고있는 아란과 신을 쳐다본다. 물론 신은 가면때문에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상 그랬다는 것이다.

"그럼 맛있게 드시죠."

-달칵!

가져온 음식들을 방 중앙에 있던 테이블 위로 올려놓은 소년급사는 그렇게 형식적인 말투로 문을 닫으며 방을 나섰다. 루치야가 아란쪽을 돌아보자, 그 모습을 보고있던 아란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아냐, 루치야 아무것도…."

아란은 어제 있었던 일에대해 루치야에게 언급하는 것을 일부러 꺼렸다. 그래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음, 그래 아란? 여기 식사."

루치야는 방안의 분위기가 묘해진 것을 눈치채고는, 말을 돌리려 애썼다. 왠지 이 둘사이의 미묘한 알력다툼 같은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고마워 루치야."

"신, 드세요."

"…난 필요없어."

"에?"

루치야가 신에게도 저녁식사가 담긴 쟁반을 내밀었으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거절했다.

"난, 단지 네가 오면 할말만 하고 가려고 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뒷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네?"

의아해하는 둘을 놔두고 신은 문가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며 말했다.

"며칠 뒤에 내가 이쪽으로 오지. 그때까지…. 절대로, 함부로 나다니지마. 이번은 운좋게 내가 구해줬지만, 항상 너희들 곁에서 내가 지켜주지는 못할테니말야."

그렇게 하얀가면속의 눈을 부라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 사내는 그렇게 둘을 향해 경고해 놓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타악!

그가 나가고나자 잠시동안의 정적이 방안에 감돌았다. 참으로 '여러가지의미'로 폭풍같은 사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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