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등 무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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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나
작품등록일 :
2017.02.0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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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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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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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장 - 보화전의 은둔자 (5)

DUMMY

“여기 있습니···. 아차. 필담으로 해야 한다고 했던가요?”

진운소가 한숨을 내쉬며 다섯 권의 비급을 찾아왔다. 무당의 태극검, 청성의 유수검, 곤륜의 분광검과 운룡검, 화산의 청풍검이다.

이들은 구파일방이라 불리는 무림 문파 중 도가의 것들로, 최상승의 것은 아니나 비전(祕傳)으로 전해지는 무공이었다. 본래라면 문파에 귀의하지 않고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무공인 셈이다.

[좋아. 수고했네. 그보다 얼굴이 말이 아니군. 본인의 분류법대로라면 일은 많이 편해질 테니, 잠시 쉬어도 좋네.]

수한의 말에 진운소는 잠시 감격했다.

[아, 감사합니다. 허나 벌써 퇴궐 시간이 가까우니 괜찮습니다.]

[그렇군.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아바마마의 임무를 다하니 굉장히 기쁘네. 그런 의미에서 자네를 위한 추천서를 쓰고 싶은데···.]

“정말입니까?!”

진운소는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를 냈다.

[죄, 죄송합니다! 제게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도 못해서!]

아예 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수한은 슬쩍 고개를 돌려 웃고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필담했다.

[인재에게는 다 때가 있는 법이네. 사실 자네가 무공서를 찾는 사이 다 적었고, 여기 날인만 해주면 되네.]

수한은 어느새 웬 두루마리를 꺼내 진운소 앞에 끝부분만 살짝 내보였다.

“오, 오오···! 이것이!”

진운소는 이것이 추천서로구나, 신이 나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상소용 도장을 쾅! 찍었다. 수한은 환하게 웃으며 제대로 도장이 찍힌 것을 확인하고는 둘둘 말아 잘 갈무리 했다.

[좋아. 그럼 퇴궐 때까지 분류에 힘쓰도록 하게.]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진운소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발걸음으로 사라지자, 수한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진운소가 남긴 다섯 권의 비급을 일렬로 늘어놓고 한 권 한 권 빠르게 읽었다. 어서 빨리 무공을 익힐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역시나.’

다섯 권 모두를 읽은 수한은 빙그레 웃었다.

‘모두 같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군.’

서로 다른 네 개 문파의 무공이다. 그러나 이들 여섯 무공이 말하는 근간은 단 하나로 귀결했다.

대자연의 기를 받아들일 것!

‘교차검증이 필요한 순간이군.’

교차검증공부법(交叉檢證工夫法).

하나의 주제를 논하는 다양한 자료를 교차하여 분석하고, 귀납적으로 원리를 검증하는 공부법이다. 주로 이미 최상위권의 실력을 지녔으나, 보다 확실한 성적 상승을 원하는 학생이 가장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간단히 말해, 95점을 맞는 학생이 100점을 맞기 위해 오답을 정리할 때 사용하는 공부법이라 할 수 있다.

수한은 교차 검증을 통해 삼청검은 물론, 나머지 다섯 무공들도 파악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물론 교차 검증 할 수 있는 소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효과도 더욱 커진다. 다행히도 이곳 비봉각은 비급 위에서 헤엄을 쳐도 될만큼 비급이 많았다.

그래도 우선은 여섯 무공의 비교다.

‘···오호라. 그렇군. 유수검에서는 대자연의 기를 가리켜 조화를 이루는 화(和)에 초점을 맞췄구나. 그런데 분광검에서는 벽력이 내리치는 것이 대자연의 길을 따른다고 하는데···.’

여섯 무공은 하나의 길인 대자연의 기를 말하면서도 각기 다른 방법론과 방침을 두고 있었다. 심지어 그 묘사가 아예 다른 경우도 많았다.

‘이 말은, 이들이 말하는 대자연의 기가 실로 플렉시블한 개념이라는 것인데.’

다만 현대인의 관점에서 고대인들의 사상이란 다소 어이없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분광검이 그렇다.

‘분광검은 번개가 내리치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검술이지. 번개가 사물 중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 것이니, 그것을 흉내 내는 것으로 빨라질 수 있다고 믿은 셈이야. 그러나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은 엄밀히 말해 최단강하선을 그리지 않아.’

번개는 어디까지나 지구의 방전 현상이다. 번개가 빠른 것은 그 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기 에너지의 흐름 자체가 빠르기 때문이다.

‘또, 흉내를 낼 거면 번개를 흉내 낼 게 아니라, 차라리 빛을 흉내 내야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이니까.’

초속 30만 킬로미터를 가는 빛에 비하면, 번개가 내리꽂히는 속도인 100km/s는 굼벵이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느리다.

‘그러나 이런 점을 제외하고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군.’

무림인들이 단전에 모은다는 대자연의 기는 심상(心想) 즉, 시전자의 마음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무공들 역시 시전자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서 따온 것이 많다. 일종의 레플리카 신앙인 셈이다.

물론 그냥 상상을 한다 해서 될 일은 아니고, 닮으려는 노력을 하는데 그 부분이 바로 구결과 호흡이다.

‘말하자면 이들이 말하는 대자연의 기는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는···. 일종의 찰흙과도 같은 거야. 그것은 바람이 되고, 벼락이 되고, 때로는 흐르는 물이, 때로는 꽃과도 같은 아름다움이···. 만변(萬變).’

세상에 누가 있어 각 대문파의 무공을 동시에 비교를 할 수 있을까. 수한이 갖는 위치는 그만큼 특별했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의 직관을 모아 핵심만 뽑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의 직관 능력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통에 든 많은 과자를 보여주고, 과자의 갯수가 몇 개나 될지 눈으로만 봐서 맞춰보라고 질문한 실험이다.

어떤 사람은 아주 많은 수를 답했다.

또 어떤 사람은 아주 적은 수를 답했다.

누구도 직접 세어 본 일이 없으니, 똑같은 답변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응답자의 수가 천이 넘어가자, 평균은 점점 한 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사람들이 추론한 평균과 실제 통 안에 든 과자의 개수가 정확히 일치했지.’

누구도, 어느 ‘개인’도 통 안 과자의 개수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다수’의 직관은 개인은 알지 못했던 해답을 찾아냈다.

무공 역시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대자연의 기, 혹은 삼라만상은 일개인의 고찰로 담아내기엔 너무나 거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공별로 각각 모습을 달리하여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을 하나로 모아, 단 하나의 무공으로 집약시키면 어떻게 될까?

수한은 저도 모르게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어쩌면 고대 세상을 지배하는 하나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라.’


***


해시를 알리는 해고(亥鼓)와 함께 진운소는 반쯤 시체가 되어 돌아보았다. 수한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책에 머리를 박을 기세로 글을 읽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시군. 허나, 이렇게 늦게까지 괜찮은 걸까?’

황궁의 규율은 엄하다. 특히 자시 이후에는 더욱 엄해져서, 특별한 이유 없이 돌아다닐 수 없다. 이는 황족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저렇듯 집중 하시는데 방해할 수도 없고. 나도 보고를 올려야 하니···.’

진운소는 멈칫했다.

‘비서랑께 정말 보고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은밀히 빠져나왔다 했다. 따라서 보고를 올리면 곤란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의 직장에 사람이 들이닥쳤는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난감하군.’

한참을 고민하던 진운소는 넌지시 운이라도 떼 분위기를 파악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총총걸음으로 물러나 보화전주, 비서랑(秘書郞) 박일연을 찾았다.

“···뭐라?”

그런데 이상했다. 박일연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공친왕 전하의 자제 분은 어떤 분이냐고?”

“예, 예에. 무림 비급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혹시 그래서 제게 분류를 맡기신 건가 싶기도 하고···. 실은···. 저···.”

무고에 수한이 있다-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입에 담기 거북스러운 말이나···.”

박일연이 진운소의 말을 끊었다.

“공친왕 전하에겐 아들이 없네. 오직 딸 뿐이지.”

“···예?”

진운소는 멍하니 반문했다.

공친왕 전하에게 아들이 없다?

온몸에 쫙 하고 소름이 끼쳤다.

그렇다면 대체 저 안에 있는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 그렇군요. 허면 저는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알겠네···.”

박일연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진운소를 쳐다보았다. 진운소는 떨리는 손을 어떻게든 억제하고는 물러났다.


작가의말

도장 함부로 찍는 거 아닌데 말입니다. 대체 뭘 찍은 걸까요?

그리고 본문에 나온 실험은 실제하는 실험입니다.

(code 라는 다큐멘터리에도 나오죠)


무엇보다도 점점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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