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등 무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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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나
작품등록일 :
2017.02.07 02:33
최근연재일 :
2017.02.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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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2.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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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장 - 보화전의 은둔자 (完)

DUMMY

“어라?”

한편. 수한은 무아지경에서 깨어났다.

그에겐 한번 무언가에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조금 위험한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특히 심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묘한 것이, 무언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오묘한 감각 때문이었다.

‘이런.’

불찰이었다. 이곳이 자기 집 안방도 아닌데, 정신을 놓고 있어선 안 됐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으나 진운소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자신에게 고하지 않고 퇴궐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귀찮게 됐군.’

암행이라고 했으니, 섣불리 보고를 시도할 것 같진 않으나, 유비무환이다.

수한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았다. 최악의 경우, 침입자로 몰려 꼬챙이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았다.

‘그의 성향과 무엇이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황궁이란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는 직접 삼 황자의 자제가 찾아왔다고 말하기보다, 삼 황자의 자제가 어떤 존재인지 우회하여 묻고자 하겠지. ···그러나 삼 황자에겐 아들이 없었다.’

삼 황자는 지독히도 아이가 들지 않았다.

결국 그가 죽기까지 슬하에는 딸 한 명뿐.

아버지를 잘 돕는 영민한 딸이라고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대엔 아들을 낳는 것이야말로 황후의 제일 가는 목표였다. 나라가 갈린 이후, 삼 황자의 북송이 쉽사리 무너진 이유도 후계자 문제가 클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삼 황자에게 아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진 학사는 어떻게 할까? 곧바로 침입자를 고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모르고 한 일이긴 해도, 어쨌든 나를 황자의 아들로 착각하여 이것저것 도운 것은 사실이니까. 내가 누구인지, 목적은 무엇인지 알고 나서 움직이고 싶겠지.’

그때가 노림수다. 수한의 눈이 작게 빛났다.

‘최악은, 그가 곧바로 자신이 삼 황자의 자식과 만났다고 말하는 거지. 적은 확률이긴 해도, 이 경우 조금 힘든 싸움이 되겠군.’

수한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실수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작게 다짐하며 순진해 보였던 진운소를 떠올렸다.

‘부디 그가 아주 멍청이가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그래도 학사인데···.’

왜 이리 미덥지 못할까.

수한은 작은 긴장 속에서 가만히 비봉각 밖으로 귀 기울였다. 침 삼키는 소리마저 들릴 만큼 조용한 공간 속, 멀리 조금 화가 난 듯한 발소리가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몇 개지···?’

긴장과 함께 감각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이내 감각은 발소리가 단 한 사람, 진운소 뿐이라는 것을 알렸다.

‘좋아.’

작게 쾌재를 부른 수한은 슬쩍 비급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 사이, 진운소는 비봉각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고함을 치는 것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모습이었다.

“감히 날 속이다니, 네놈은 대체 누구냐!”

그야 화날 것이다. 감히 황족을 사칭한 것에 더해 심하게 부려먹기까지 했다. 그러나 진운소는 한참동안 수한을 찾지 못했다.

‘어라? 분명 여기 있을 텐데.’

비봉각의 통로는 하나뿐이다. 잠행이라도 하지 않는 한 보화전에서 보이지 않을 리는 없었다.

‘하긴. 등장 할 때부터 어떻게 등장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다. 진운소는 수한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며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바로 그때, 열려 있던 문이 스르륵 닫혔다. 수한은 문 바로 근처에 숨어 있었다!

“······!”

진운소가 당황하여 돌아보았다.

수한은 웃음 띤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입구를 막고 있었다. 정체를 들켰음에도 요상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웃음이었다.

진운소는 상대의 웃음에 알 수 없는 박력을 느끼면서도,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외쳤다.

“네놈은 누구냐!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내일 아침 해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수한 입장에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따라서 수한은 입씨름 대신 쉽고 빠른 행동을 취했다. 손에 쥐고 있던 웬 종이 두루마리를 흔들어 보인 것이다. 이것은 몇 시간 전 ‘추천서’를 써주겠다며 도장을 찍어 달라 내밀었던 두루마리였다.

“대체···?”

진운소는 수한이 무엇을 흔드는 것인지 몰라 눈을 깜빡였다. 저도 모르게 조금 다가간 그는, 이내 두루마리에 가장 첫 줄에 적힌 「반상(反上)의 결의」라는 글자를 보았다.

“바, 바, 바, 바, 반상?!”

당연하게도, 기절할 뻔 했다.


반상(反上).


쉽게 말해 반역이다. 즉, 수한이 흔들고 있는 종이 두루마리는 감히 황궁에서 황제에게 반역을 하자는 결의를 적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두루마리 마지막 줄에는 웬 인장(印章)이 거대하게 박혀 있었는데, 물론 진운소의 것이었다.


[자, 놀이를 시작하지.]


실수는 실수다. 그러나 보험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한은 미리 위조해둔 ‘역모 모의’를 통해 진운소를 묶어둘 계책을 세웠다. 순진해 빠진 진운소라면 쉽게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예상대로였다. 본래라면 그가 퇴궐하기 전에 들이밀고 협박할 계획이었지만, 그의 양날의 칼과도 같은 집중력 탓에 조금 흐트러졌다.

그러나 상관없다.

수한은 진운소가 혼자 이곳에 온 시점에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확신했다.

상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침입자임에도 근시안적으로 판단하여 홀로 다가온 시점에서, 앞으로 무엇을 하든 두뇌 싸움으로 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황궁 내에서 반역이란 그 냄새만 맡아도 목이 날아가는 중죄 중의 중죄다. 도장을 제대로 박아버린 시점에서 자살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수한의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다.

“대체 당신의 목적이 뭐요···.”

진운소도 어수룩할지언정 바보는 아니다. 순식간에 수한이 설계한 계책이 어떤 것인지 파악한 그는 우울한 목소리를 흘렸다. 이는 죽지 않고서는 빠져 나올 수 없는 함정이었다.

수한은 그런 진운소가 안타까웠다.

‘이대로는 너무 자포자기 할 수도 있겠는데.’

진운소는 평소처럼 움직여야 한다. 거기에 더해, 이쪽 세상에 대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도와야한다. 그러려면 조금은 분위기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빠른 판단이었다.

수한은 붓을 들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위험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반역할 생각도 없고. 애초에 황궁에 혼란을 주고 싶지도 않아. 내가 원하는 것은 그대가 오늘처럼 성심성의껏 잠시 나를 도와주는 것뿐이다. 위험한 일은 없다고 전적으로 보장하지.]

“그걸 어떻게 믿소?”

어리석은 질문이다. 애초에 그에겐 믿고, 믿지 않고 선택지가 없었다. 수한은 상대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어도, 상대가 믿지 못해 반문했다는 것만은 판단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진 학사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굳이 나의 무기를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는 거지. 아닌가? 진 학사는 좋든 싫든 일단은 내 말을 믿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입장이야.]

“음···.”

진운소는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대강 결론이 나자 수한은 빙그레 웃었다.

[그러게, 옛 성현이 말씀하시길, 함부로 도장 찍지 말라고 했잖은가. 쯧쯧. 아니, 보증 서지 말라고 했던가?]

‘그딴 말이 어디 있어···!’

진운소 입장에선 너무나 억울한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보증은 물론 도장도 함부로 찍으면 안 됩니다.

주인공의 지력에 대해서는 보시는 대로 ‘겁나 똑똑한데 그다지 똑똑하지 않음’ 같은 느낌입니다. 고2, 이제 곧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수준으로 세상 경험이 적으니까요. 단순히 공부 좀 잘했다고 세상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쯤 독자님들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경험 속에서 차차 좋아지겠지요.


다음장부터는 본격적인 무공 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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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장 - 보화전의 은둔자 (2) +11 17.02.08 19,391 360 8쪽
2 1장 - 보화전의 은둔자 +24 17.02.08 21,282 391 12쪽
1 서장 +14 17.02.08 21,450 36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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