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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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리퍼
작품등록일 :
2017.05.2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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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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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파편(2)

DUMMY

“모두 전열을 유지하고, 저 구체가 깨지는 즉시 방어 자세를 갖춰. 튀어나오면서 무슨 짓을 할지는 나도 모르니깐.”


준영은 깨져가는 구체를 바라보며 기사단원들을 지휘했다.


물론 세부적인 지휘는 천의 역할이었지만 준영이 노린 것은 이것이었다.


‘군주의 지휘라는 좋은 스킬이 있는데 안 쓰기는 좀 그렇잖아?’


[군주의 지휘], 군주의 다섯 가지 덕목 중 하나인 이 스킬은 전장에서 다른 이들을 이끌 때 사기 증진 등 추가 효과를 받는 것이다.


적의 경험이 너무 미흡하다고 하나 파편이 가진 힘만큼은 위협적이었기에 이런 미약한 버프라도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저놈의 구체는 언제쯤 깨지려나... 괜히 너무 늦게 나오면 기강만 해이해질 텐데.”


만발의 준비를 마친 채로 준영과 성녀, 그리고 기사들이 ‘파편’을 감싼 피의 구체에서 파편이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하여 흘러도 금이 간 구체에서 파편은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놈 뭘 하는데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나오기 싫다면 내가 열어주지!”

준영은 계속하여 기다려도 구체에서 파편이 나오질 않자 신경질을 내며 검을 휘둘렀다.


바람의 힘이 담겨있던 검이 휘둘러지자 검안에 뭉쳐있던 에너지 덩어리는 구체를 향해 나아갔고, 구체와 에너지 덩어리가 부딪치자 굉음과 함께 먼지가 확 일어났다.


“쿨럭쿨럭, 자기 보호는 철저하다 이건가?”


아무리 신경질적으로 날린 에너지 덩어리라지만 마력, 영력, 바람의 힘 세 가지가 결합된 것이었기에 그 위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준영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저 구체가 파괴되었음을 말이다...


“전원, 착검. 기승은 하지 말고, 갑작스런 기습에 대비하여 성녀를 보호해라.”

“충!”


준영은 곧바로 기사단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준영의 명령에 기사단원들은 준영에게 경례하고 검을 바로 잡았다.


“천, 너는 나랑 같이 움직인다.”


아까 같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미 준영의 눈에는 투기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충!”


천 또한 준영의 명에 경례를 하고는 검을 바로잡고 기운을 모았다.


저벅 저벅 저벅


그들이 준비를 마쳤을 때, 타이밍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버러지 같은 군주 녀석... 마지막까지 방해만 하는구나!]


강한 울림이 담겨있는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건 고맙다고 해야겠군. 이 반푼이들의 피를 바닥에 흩뿌린 것 말이다.]


주위의 피를 흡수한 ‘파편’이 흙먼지를 거두며 그들 앞에 섰다.


“그리고 네놈들이 남겨준 이 피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보여주마.”

그는 자신의 강대한 힘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감았다.


그의 주위에 피로 이루어진 창들이 떠오르고 그는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죽어라 버러지.”


피로 이루어진 창들이 준영과 성녀, 그리고 기사들에게 쏘아졌다.


그것들을 본 성녀의 손이 바빠졌다.


그녀의 손길이 오가자 반투명한 보호막이 기사들 전원을 감쌌고, 그것을 본 준영이 파편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두 자루의 검이 들려있었다.


“매화(梅花).”


준영의 검이 파편의 지근에서 휘둘러졌다.


파편은 언제나 그랬듯이 보호막으로 준영의 검을 막아내었고, 피로 이루어진 가시가 준영의 목숨을 노렸다.


준영이 당연히 당황했으리라 생각한 파편은 즐거운 마음으로 준영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공격에 실패하여 위험에 빠진 준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걸렸어.”


그때 공격을 받은 준영의 몸이 매화가 되어 흩어졌다.


이에 당황한 파편은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섬광.”


준영이 빛의 속도로 파편에게 접근하여 두 자루의 검을 찔러 넣었고, 당황한 파편의 뒤를 천이 잡았다.


“달빛 가르기.”

천의 영력과 마력이 결합된 검기가 둘러져있는 검이 달빛 같은 은은한 푸른빛을 내며, 파편의 등을 베었다.


천이 그를 벤 순간 준영은 그의 가슴팍에 찔러 넣은 검을 뽑아내었다.


“크아아악! 비겁하게...”

“싸움에서 비겁한 게 어디 있다고 그래? 이건 스포츠가 아니잖아?”


준영이 비형랑의 검을 그에게 겨누며 씨익 미소 지었다.


이에 파편은 더욱 화를 내며 피를 조종하려 하였으나 준영과 천의 합공술은 그럴 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피의 주인이라는 녀석이 네가 흘린 피도 어떻게 하지 못하나? 피의 주인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준영은 검 두 자루를 휘두르며 파편을 압박하는 와중에도 그를 계속 도발했다.


준영의 도발에 화가 난 파편이었지만 자신의 몸에 난 상처들만큼은 어쩌지 못했다.


‘어째서, 어째서 저 검들에 당한 상처는 회복이 되지 않는 거지? 피를 흡수함으로써 탈태를 할 당시에도 가슴의 이 상처는 남았다. 어째서 이 몸이 이런 수치를...!’


파편은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우월한 신체능력을 이용하여 그들의 공격을 회피하고 반격하였으나 싸우면 싸울수록 피해를 입는 쪽은 파편 쪽이었다.


‘어째서... 내가 이토록 밀리는 것이지? 저들은 내 공격을 허용하고도 어째서 저렇게 멀쩡히 날 공격할 수 있다는 거냐!’


자신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파편은 어째서 이런 상황이 벌어 졌는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였다.


물론 준영과 천의 지독한 압박에 그럴 시간도 많지 않았지만 그는 곧 답을 유추 해내었다.


‘처음 내가 창을 만들어 공격을 시도했을 때 한 여자가 내 창들을 손짓한번에 모조리 막아 세웠다. 혹시...’


그는 100년 전에 본체가 겪었던 최후의 전투의 일부를 상기해 내었다.


여러 개로 나뉜 조각이었기에 그 기억은 확실하지 않았으나 파편에겐 확답을 주었다.


“빌어먹을 신의 개도 같이 있었나보군.”


그의 말에 뜨끔한 준영은 검을 더욱 힘차게 휘둘렀다.


이상하게도 파편은 준영과 천의 합공을 피하지 않았다.


둘은 의아함을 느꼈지만 검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하, 결국에는 내가 중심이 되어 본체로 돌아올 일은 없으리란 거군.”


그는 자신이 어찌하여 이런 궁지에까지 몰렸는지 잠시 고민하였다.


그들의 칼이 자신을 벨 때마다 고통은 배가 되었으나 그는 자신에게 치명상을 입힐 공격을 제외하고는 전혀 회피 하지 않았다.


‘결국 나의 오만이 일을 그르쳤다는 얘기로군... 하, 웃기기도 하지.’


처음에는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궁지에 몰렸다.


버러지 같은 인간들은 자신의 목숨을 취하길 원했고, 그들을 암만 공격해봤자 유물기사단원들과 성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성녀의 지원을 받고 그들은 곧 쌩쌩해졌다.


‘어차피 나 같은 미약한 힘을 가진 파편은 본체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


그는 파편으로써 자아를 가진 이후 언제나 가슴속에 품어왔던 꿈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그의 붉은 눈이 더욱 붉어졌다.


“하지만... 홀로 소멸될 수야 없지.”


파편은 어차피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흘린 피를 대가로 무시무시한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둘은 그런 그의 행동에 불길함을 느끼고는 막아 세우려 하였으나 파편의 피로 이루어진 방어막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하하, 나의 본체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파편에 불과한 내가 이루는 구나!”

방어막 안에서 그는 자신의 근원을 이루는 에너지까지 사용하며 캐스팅 중인 마법의 파괴력을 높였다.


그는 혼령의 안식처를 모조리 부셔버릴 생각이었다.


“이게, 날 모욕한 대가다.”

거대한 마법이 모습을 드러내고, 모두가 절망에 빠졌다.


그들은 자신들 앞에 놓여있는 죽음에서 도망을 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로 자신들을 향해 낙하하는 거대한 피의 메테오를 쳐다보았다.


“모두 죽! 무... 무슨?!”

“이래서 군주님은 저 없이는 안 된다니까요?”


그때 누군가의 말소리와 함께 절대 깨질 것 같지 않던 보호막이 깨지고, 준영은 말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았고, 그는 말소리의 주인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런 흉측한 마법 따위, 이 기파랑님이 처리했으니깐 안심하라고?”


그가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시위를 놓자 그들을 향해 떨어지던 마법이 공중에서 사라졌다.


준영은 망연자실해 있는 파편의 목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며 가슴을 쫙 편 채로 칭찬을 원하는 기파랑의 머리를 툭툭 치고는 그대로 급격히 몰려든 피로에 잠들었다.


그의 앞에 나타난 메시지는 보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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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트라우마(2) +2 17.12.03 1,007 10 7쪽
77 트라우마 +2 17.12.02 995 8 9쪽
76 붕괴 진행중(2) +2 17.12.01 909 12 5쪽
75 붕괴 진행중 +2 17.11.30 991 8 8쪽
74 무기력 +2 17.11.29 970 9 7쪽
» 새로운 파편(2) +2 17.11.26 1,124 8 9쪽
72 새로운 파편 +2 17.11.25 991 7 7쪽
71 박쥐사냥(3) +2 17.11.24 1,142 9 7쪽
70 박쥐사냥(2) +2 17.11.23 1,022 10 6쪽
69 박쥐사냥 +2 17.11.22 1,017 8 8쪽
68 있어서는 안될 물건 +2 17.11.19 1,120 11 8쪽
67 최후의 프로토콜(3) +2 17.11.17 1,151 10 6쪽
66 최후의 프로토콜(2) +2 17.11.16 1,047 12 8쪽
65 최후의 프로토콜 +2 17.11.15 1,041 10 7쪽
64 추궁(2) +2 17.11.14 1,079 11 9쪽
63 추궁 +2 17.11.01 1,210 11 8쪽
62 반갑지 않은 이와의 만남(2) +2 17.10.29 1,081 12 8쪽
61 반갑지 않은 이와의 만남 +2 17.10.28 1,108 10 8쪽
60 성녀와의 개인적인 만남 +2 17.10.27 1,094 11 9쪽
59 제 2차 군주회의(3) +2 17.10.22 1,228 9 8쪽
58 제 2차 군주회의(2) +2 17.10.21 1,071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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