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원의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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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그림/삽화
Bartolomé武本
작품등록일 :
2018.09.03 12:51
최근연재일 :
2019.02.19 11:4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0,072
추천수 :
674
글자수 :
435,443

작성
19.02.04 17:58
조회
96
추천
3
글자
7쪽

130화 잠자는 공주

DUMMY

공주는 탑의 높은 계단을 올라간다. 사서들은 공주의 뒤를 따라간다. 기다란 치맛자락과 굽이 높은 신발이 방해하지만, 공주는 빠른 속도로 돌계단을 올라간다.

"흐헉. 흐. 엄청 빠르네요."

이청하는 숨을 몰아쉬며 공주를 따라간다. 얼굴을 보아하니 어지간히 힘든가 보다.

"그러게. 엄청 빠르네."

김유빈도 호흡이 안정적이지 않다. 건장한 성인 남성도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 공주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

사서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공주를 따라간다. 이제 거의 달리는 것에 가까운 속도.

"여긴가?"

공주는 돌계단을 전부 올라가 나무로 만들어진 문 앞에 도착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침을 삼킨 뒤 문을 열어젖힌다.

탑의 안쪽에는 김유빈과 이청하가 보았던 물레와 노파가 있다. 공주는 처음 와보는 장소가 신기한지 주변을 둘러본다. 사서들은 열린 문을 지나 탑 안쪽으로 들어간다.

"저기 이건 뭐야?"

공주는 노파가 돌리고 있는 물레에 대해 질문한다. 노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계속 물레를 돌리고 있다.

"이건 뭐냐니까!"

더 큰 소리로 질문을 해 보지만, 가는귀먹은 노파의 귀에 들리지는 않는다. 공주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노파를 바라만 본다.

"만져봐도 돼?"

노파가 돌리는 물레에 공주가 손을 뻗는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공주의 손. 처음 보는 물건을 대하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움직임이다.

공주의 손가락이 물레에 닿기 직전. 노파가 물레를 멈추고 공주를 바라본다. 공주는 노파와 시선이 교차하자 움직임을 멈춘다.

"여기서 멈추면 곤란하지."

김유빈은 동작을 멈춘 공주의 뒤로 다가간다. 살짝 공주의 등을 민다.

"어?"

자연스럽게 공주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살짝 움직인다. 뻗어진 손가락은 물레에 닿았고, 오래된 나무제품이 으레 그렇듯 가시가 손가락을 찌른다.

"으. 아파."

공주의 하얀 손가락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공주는 본능적으로 피가 나는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진다.

쓰러지는 공주를 김유빈이 받는다. 옆에 있던 노파가 쓰러진다. 노파는 이청하가 받을 수 있었다.

"시작됐다."

김유빈은 공주를 침대로 옮기며 중얼거린다. 펜을 휘둘러 탑의 벽을 조금 무너트린다. 요정이 걸었던 저주가 성 전체에 퍼져나간다

병사들이 그 자리에서 잠이 든다. 시종들이 그 자리에서 잠이 든다. 신하들이 그 자리에서 잠이 든다. 성 전체가 꿈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좋아 일단 여기까지는 됐는데······."

김유빈은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않는다. 이청하는 그에 의문을 가지고 김유빈을 바라본다.

"문제가 있나요?"

"아직 악마의 영향이 남아있어. 어떻게 발현될지는 모르겠지만."

한숨을 쉰 김유빈은 침대에 누운 공주를 바라본다. 이청하도 얼굴을 찌푸리고 공주를 바라본다.

"그럼 기다리나요?"

"악마의 영향이 나타날 때까지."

이청하는 김유빈의 대답에 한숨을 쉰다. 김유빈은 바로 황금의 펜을 들고 휘두른다. 탑의 작은 공간이 늘어나고, 침대와 소파와 같은 가구들이 들어선다.

김유빈은 넓어진 방을 죽 둘러보고 필요한 것들을 더 추가한다. 책이 꽂혀있는 책장. 컴퓨터가 올라가 있는 탁자. 음식이 가득한 냉장고까지.

"좋아. 그럼 쉬면서 기다려 볼까?"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 소파에 앉는 김유빈. 이청하는 그런 김유빈을 보고 입을 벌린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휴식을 취할 줄이야. 이청하는 한숨을 한 번 쉬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들이킨다.

이야기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김유빈과 이청하는 이야기에서 100년이 흐르는 동안 적당히 시간을 보낸다. 김유빈은 책을 읽고, 아청하는 소파에 앉아서 잠깐 잠을 청한다.

"으으. 지루하다."

한 권의 책을 전부 읽은 김유빈은 책을 덮고 책장에 꽂는다. 김유빈의 말에 잠이 깬 이청하가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한다.

"언제 끝나요?"

"그러게."

김유빈은 침대에 누운 공주의 곁으로 다가가 크게 기지개를 켠다. 그러자 공주의 눈이 조금 움찔거린다.

"어?"

공주가 움직이자 김유빈과 이청하도 움직임을 멈춘다.

"으음. 목말라."

"어. 어?"

잠들어 있을 공주가 말을 했다. 마치 일어나려는 사람이 잠꼬대하듯이. 김유빈과 이청하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린다.

"물! 청하야 물!"

김유빈은 이청하에게 말한다. 이청하는 빠르게 펜을 휘둘러 물을 한잔 만들어낸다. 김유빈은 이청하의 손에 들린 잔을 빼앗다시피 가져간다.

"여기 물!"

공주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김유빈이 건네준 물을 마신다. 갈증을 전부 해소했는지 다시 고요히 잠이 든다.

긴급했던 상황을 해결한 김유빈과 이청하는 서로를 한 번 마주 본다.

"선배. 설마 악마의 영향이라는 게?"

"이거 맞을걸? 아마 왕자가 올 때까지 깨어나지 못하게 해야 할 거야."

김유빈의 대답에 이청하는 한숨을 쉰다.

"으으. 추워."

공주는 잠결에 중얼거리며 덮고 있는 이불을 끌어올린다. 김유빈은 한숨을 쉬며 펜을 휘두른다. 공주의 주변에 붉은빛을 내뿜는 히터가 나타난다. 방 안의 온도가 올라가자 공주의 표정이 편해진다.

"에휴. 어쩌겠냐. 열심히 해야지."

김유빈은 펜을 휘둘러 간이 의자를 하나 만들어낸다. 공주가 누운 침대 옆에 펼치고 그 위에 앉는다. 김유빈의 행동을 본 이청하도 반대편에서 의자를 펼치고 앉는다.

"더워."

공주가 잠결에 중얼거리자 김유빈은 펜을 휘둘러 히터를 치운다.

"시끄러워."

이번에는 이청하가 펜을 휘둘러 공주의 귀에 귀마개를 씌운다.

"너무 밝아."

김유빈은 마법을 사용해 공주의 눈 주변을 어둠으로 채운다.

"불편해."

이청하가 공주가 누운 침대를 푹신하게 바꾼다.

그렇게 사서들은 일 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나려 하는 공주를 한 시간 가까이 돌봐주었다.

"왕자는 언제오냐."

김유빈은 의자에 앉은 채로 한숨을 쉰다. 이청하도 공주의 옆에서 덩달아 한숨을 쉰다.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탑의 문이 덜컹거린다.

"왔다!"

황금의 펜이 휘둘러지고 방의 모습이 변한다. 만들어져 있던 편의 시설들이 전부 사라지고, 크기가 줄어든다. 방 안에는 잠이 든 공주와 노파만이 남아있다.

이청하는 펜을 휘둘러 노파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 그와 동시에 나무문이 열리고 잘 차려입은 왕자가 등장한다.

왕자는 침대에 누워있는 공주를 바라보고 마치 홀린 듯 다가간다.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든 공주와 입을 맞춘다.

"끝났다. 가자."

김유빈은 이청하의 손을 잡는다. 이청하는 황금의 펜을 들고 휘두른다.

그리고 사서는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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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화 잠자는 공주 19.02.04 9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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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화 지붕 위의 탐색자 19.02.01 95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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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5화 빌어먹을 신년회 19.01.29 100 3 8쪽
124 124화 강물은 푸르게 흐르리라 19.01.28 102 2 7쪽
123 123화 페이스 오프 19.01.26 111 2 7쪽
122 122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19.01.25 114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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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나무 호미를 든 팥쥐 19.01.23 103 2 7쪽
119 119화 콩쥐, 팥쥐 19.01.22 105 3 7쪽
118 118화 사뭇 진지한 대화 +1 19.01.21 104 3 7쪽
117 117화 불길한 기분은 언제나 들어맞는 법 ​ +1 19.01.19 202 3 7쪽
116 116화 물의 전차 19.01.18 121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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