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관식(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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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좋아졌군요."
에스켄은 슈우지의 공격을 가볍게 막고서 슈우지를 땅에 가볍게 내리꽂으면서 가볍게 말했다. 만약에 에스켄의 목소리만 들었다면 슈우지와 에스켄이 방안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우지의 몸에는 여러곳에 가벼운 찰과상이 새겨져있었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잇었다. 몸 이곳저곳에는 흙먼지가 가득했다. 물론 에스켄의 몸은 아주 깨끗했다.
"그런가요?"
슈우지는 다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왕과의 상호존대도 며칠이 지나자 익숙해졌고 또한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슈우지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슈우지씨는 가르치는 재미가 있어요. 좋은 제자에요."
"예?"
슈우지는 에스켄의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물론 좋은 표정이었지만) 솔직한 칭찬에 당황했다. 칭찬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솔직하게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슈우지는 순간 생각했다.
"성장한다는게 보이니까요. 그리고 한계도 보이지 않죠. 또한 무엇을 성장시켜야 할 지도 명확히 보이죠. 마치 아주 귀한 보석의 원석같은걸요. 단지......."
"단지....요.....?"
"실력이라는건 말이죠. 검술이나 마법에 의존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보면 마음가짐이에요."
에스켄은 검을 잠시 내려놓았다. 지금까지 슈우지와 에스켄은 부딪히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에스켄의 검을 내려놓음에 맞추어 슈우지 역시 검을 내려놓았다.
"마음가짐 말인가요?"
"예."
슈우지는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에스켄에게 지어보였다 .어쩔 수 없었다.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어떤 말로서 에스켄에게 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리고 에스켄은 왠지 그 표정을 알아줄 것 같았다.
"슈우지씨는 이계에서 벌레를 죽여본 적 있나요?"
"예....꽤 많이요."
슈우지는 무언가 잘못을 고해성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은 함부로 무언가를 죽일 수 없는 곳이기 떄문이다.
"하하. 그런 걱정 안하셔도되요. 무언가 잘못을 묻는게 아니에요. 그럼 가축을 죽인 적은요?"
"음....없네요.."
"그럼 인간은요?"
"당연히 없죠."
"제가 너무나도 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면 슈우지씨는 저를 죽일 수 있나요?"
"그건 제가 에스켄씨를 이길 수 있을리가......"
"이기라는게 아니라요. 죽일 수 있는지요."
"그건......"
"제가 어떠한 반항도 할 수 없다면요...?"
"그건......"
"그런 마음가짐을 말하는거에요. 이긴다와 죽인다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에요. 물론 마음껏 죽이는게 좋은 마음가짐이라는게 아니에요. 슈우지씨가 벌레를 죽이듯이 인간을 죽이는 인간이었다면 오히려....그게 걱정이죠. 단지..그 마음가짐 말하는거에요. 죽여야 하는걸 죽일 수 있는것. 그 마음가짐이 슈우지씨에게 생겨날 수 있을 지는 걱정이네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면 그러한 마음이 검의 무딤과 예리함을 결정하거든요."
"하......어렵네요."
슈우지는 막연해졌다. 자신이 누군가를 이기는 장면도 상상되지 않았지만. 자신 앞에 시체가 널부러져있는 모습은 더욱더 상상이 되질 않았다.
"뭐...그런 슈우지씨이기에 제가 더 기쁜 것일지도 모르죠."
에스켄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미소와 함께 검을 올려잡았다. 그리고 슈우지는 다시 상처가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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