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서와, 변태는 처음이지? (1)
헌터 길드가 있는 곳은 분위기가 묘했다.
“좋은 곳이군.”
단적으로 말하는 겨바의 말에 빌리가 툴툴거렸다.
“좋기는 뭐가 좋아! 여기도 암컷! 저기도 암컷!”
“그게 좋다는 거다.”
다채로운 옷을 입은 마족이 많았다. 냥캣과 같은 묘족도 있었고(물론 이 묘족은 냥캣과 달리 늘씬한 모델 체형으로 정상적인 인간 남자라면 스쳐 지나갈 때 반드시 돌아볼 것 같은 그런 여성체였다) 그 외에도 여러 종류가 하나같이 겨바의 마음에 쏙 들었다.
“저건 무슨 마족이야?”
냥캣은 물론 다른 마족을 압도하는 한 마족을 보며 겨바는 물었다.
“미노타우르스”
겨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소인가!”
크다. 정말 크다.
“넌 절대 무리겠지.”
냥캣을 한 번 바라보곤 다시 미노타우르스를 바라봤다.
역시 크다!
“뭐, 큰 것이 무엇인지 대놓고 말하면 경찰 아저씨 저요! 가 되겠지만 누가 봐도 크다!”
중얼거리는 겨바에게 누군가가 어깨동무를 걸쳤다.
“당신 볼 줄 아는군.”
“누구?”
돌아보려는 겨바와 어깨동무를 걸쳤던 남자 사이로 빌리의 대검이 쪼갤 기세로 휘둘러졌다.
“이 자식! 나의 겨바에게 집적거리지 말라고!”
씨근덕 거리는 빌리의 태도를 봐서는 잘 아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훗, 더러운 놈. 나의 심미안을 이해 못 하는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내가 흑심을 품을 리 없지.”
남자는 반듯한 콧수염과 짙은 눈썹이 인상 깊은 이였다. 겨바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중동의 아랍 왕자 같은 분위기랄까 그런 묘하면서 여유가 있는 자였다.
“내 이름은 조슈아라고 하지. 반갑네.”
빌리는 깨끗이 무시하며 악수를 청하는 조슈아의 태도에 겨바는 얼떨결에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눴다.
“그건 그렇고……크지?”
예의 미노타우르스를 가리키며 은근히 묻는 조슈아의 말에 겨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그걸 말하는 걸 테죠?”
“암, 그걸 말하는 거지.”
겨바는 생각했다.
‘정상인이다!’
빌리는 외쳤다.
“으이익! 이 변태야! 나의 겨바에게 이상하게 만들지 말라고! 겨바는 너하고 틀리다고!”
그런 빌리의 말에 조슈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는 이내 겨바와 그 곁에 바짝 붙어 있는 냥캣을 바라봤다.
“과연 그런 것이군.”
히죽거리는 조슈아의 모습이 어째 불길했다.
“취향이 그 쪽이군. 이거 나조차 한 수 접어야겠는걸?”
조슈아가 확실하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겨바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절대 아니야!”
그런 겨바의 어깨를 두드리며 조슈아는 격려했다.
“괜찮네. 남자 아이를 임신 시키거나 사귀는 것은 국법으로 엄격하게 처리 받지만 마족은 아무 문제없어.”
“……하아.”
변명해봤자 소용없는 타입이다.
한 숨을 내쉬는 겨바에게 조슈아는 다시 히죽거리며 말했다.
“어쨌거나 통하는 게 있어.”
“뭐가?”
퉁명스레 내뱉는 겨바에게 예의 미노타우르스를 가리키며 조슈아는 말했다.
“끝내주겠지?”
조슈아의 양손이 공기를 주물 거렸다.
“환상적일 듯.”
“역시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통할 것 같았어.”
조슈아는 겨바를 어깨를 다시 두드리곤 실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이봐, 여길 보라고!”
모두의 시선이 한데 모이자 조슈아는 겨바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새로운 변태가 나타났습니다!”
-오오오!
-와아아!
소개에 모두가 환호성을 질러대자 겨바가 발끈하며 외쳤다.
“변태라니 무슨 헛소리야! 난 변태가 아니라고!”
모두가 멀뚱히 바라보는 가운데 조슈아가 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물었다.
“이게 좋아? 저게 좋아?”
빌리와 미노타우르스를 지목하며 묻는 말에 겨바는 바로 미노타우르스를 지목했다.
“이럴 수가! 겨바! 어째서 내가 아니야!”
충격 받은 얼굴로 좌절하는 빌리에게 조슈아는 코웃음을 쳤고, 이어 툴툴거리는 겨바에게 말했다.
“다시 묻지. 역시 저게 더 좋지?”
“그게 어쨌다고. 저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다른 마족들도 가리키며 겨바는 말했고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역시 변태 맞네.”
“변태 아니라니까!”
“저거 좋아하고 이거 좋아하면 변태지. 뭐가 아니야.”
“……그런”
인정하긴 싫지만 역시 이 세계 기준으로는 변태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털썩 주저앉은 겨바에게 조슈아는 상큼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어서와, 변태는 처음이지?”
- 작가의말
남자가 변태인 건 당연한 겁니다!
ps : 추천도 받은데도 독촉도 받았으니 올릴 수 밖에 없네요
(원래는 오늘 안 쓸려고 했는데..=_=)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