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에게 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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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곰
작품등록일 :
2018.03.21 03:19
최근연재일 :
2018.04.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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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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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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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땅굴

DUMMY

괴물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거대한 몬스터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도망쳐 빨리 방해하지 말고."

매우 명령적이고 공격적인 말이었다.

"둘은 도움 안 되니까 빨리 가라고!"

그의 말이 맞을 거다. 크다고 전부 강한 몬스터는 아니지만 일단 크면 더 강한 건 당연하다.

저번에 모습도 못 봤던 녀석과는 비교도 안 되는 몬스터일꺼다.

이 사람은 강하다. 그런 사람이 도망치라고 말하는 거였다.

우리 방해만 없으면 이길 수 있다는 걸까? 아니면

그는 몬스터를 향해 달렸다.

기세 좋게 달려갔지만 바로 한 대 맞았다.

집게 대신 망치를 든 듯한 거대게 몬스터였다.

그의 몸이 땅에 박혀 들어가는 장면을 봤고 나와 하영은 이제 고민도 하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살짝 돌아보니 길드 용병의 모습은 없고 괴물만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도저히 한순간이라도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하영이 내 팔을 잡아끌었고

바닥으로 뚫려 있는 사랑하나 겨우 들어갈 작은 구덩이로 빠지듯 들어갔다.

정신없이 미끄러져 들어갔고 좁은 땅굴 끝 조금 넓은 장소까지 미끄러져 들어가 버렸다.

통로 끝에선 괴물이 신경질적으로 구멍을 파는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집게가 아닌 다리 두세 개를 넣어서 긁는 듯한 소리였다.

자연스레 서로 안고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때 뭔가 급하게 통로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무언가의 소리가 들렸다.

순간 끝이다 생각이 들었다.

너무 놀라 통로에서 최대한 벗어 놨지만 그래 봐야 몇 걸음 안 됐다.

[ 퉁! ]

어두워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커헉! 젠장!"

길드 용병이었다. 일단 멀쩡해 보이긴 했다.

살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격에 그대로 짓눌려 죽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커헙!"

바닥에 그대로 大자 모습으로 누워 한 움큼의 피를 토해 내걸 볼 수 있었다.

하영이 얼른 다다가 치료해 주려는데

"필요 없어. 초급 치료는 오히려 아이템 회복 효과에 방해만 될 뿐이야. 좋은 장비가 아니라서 남이 걸어주는 마법 효과랑 중복 적용이 안 되는 녀석이라서 말이야. 그리고 레벨차이가 많이 나서 그 정도 마나로는 어림도 없어."

좀 지나자 많이 회복됐는지 통로 쪽에 있는 건 싫은지 일어나서 통로에서 멀어진 우리 쪽에 앉아 벽에 기대었다.

영구포탈 장치로 보이는 도구를 꺼내 포탈을 만들려고 했지만 안 되는 것 같았다.

"몬스터가 너무 커서 마력이 흩어지나 보네. 녀석이 잠잠할 때 또 해보고 안되면···."

하영이 "안되면요?" 물어보자

"싸워야지. 굶어 죽을 수는 없잖아."

누군가 도와주러 올 수 있다는 확률은 없다. 던전은 개별적인 평행세계에 만들어지니까. 우리가 해결하던가.

저 괴물이 지쳐 돌아가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혹시 삽 같은 거 있나?"

순간 있다고 말할 뻔했다. 짐꾼일 때 채집하느라 삽 곡괭이를 챙기고 다녔으니까.

땅굴이라도 파볼 생각인 것 같았다.

저 망할 게괴물은 계속 입구를 상대적 얇은 다리들로 후벼대고 있었고 점점 그 소리가 잘 들려지는 걸 보면 분명히 굴을 파내려 오고 있었다.

녀석 덩치가 큰 게 다행이다.

"하아~ 설마 너로 땅을 파게 될 줄 몰랐다. 날이 다 상하겠네···."

달리 도구가 없었기에 길드용병은 적당한 벽을 골라선 검을 찔러 넣고 모양을 잡아선 방패의 뾰족한 부분을 이용해 파기 시작했다.

무슨 두부를 파는 것처럼 잘도 파졌다.


* * *


땅굴을 파며 진행했다. 굳이 넓게 파야 좋을 게 없어서 기어서 겨우 한 사람 지나갈 어깨너비 정도밖에 없는 땅굴을 파며 진행했다.

선두엔 길드 용병이 땅을 파면서 갔고 하영이 그 뒤를 마지막으로 나다.

뭔가 만화처럼 하영의 기어가는 엉덩이라도 보일 것 같지만,

정말로 좁은 땅굴을 파며 지나가기 때문에 두 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닥에 붙어 지렁이처럼 기어가는 수준이니까.

[ 우르르 ]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하영이 바로 물었다.

"괜찮아요!?"

"젠장! 밖이다."

내 뒤편에서 바짝 땅을 파고 따라오던 괴물이 뭔가 되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뒤로! 돌아가야 해!"

길드 용병이 이렇게 말하며 서둘러 뒤로 움직였다.

엄청나게 많이 굴을 파고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기어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괴물이 금세 땅굴의 앞뒤로 왔다갔다 거리며

그러면서도 땅굴을 후벼 파기 시작했다.

하영은 떨며 말했다.

"어쩌죠? 가운데에서부터 또 새로운 굴을 파야 할까요?"

"아니." 모습은 보이진 않지만, 길드 용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잘된 거야. 내가 녀석은 이쪽에서 약을 올려볼 테니. 둘은 도망가. 이거 받아. 적당히 멀어져서 포탈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바로 도망가서 원군을 좀 불러와, 길드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면 분명히 사람을 보내줄 거야."

하영은 길드용병에게 영구 포탈 장치를 건네받았다.

[ 우르르 ]

나와 하영 사이가 무너지고 말았다.

길드 용병은 하영과 자리를 바꿀 공간도 없어서 다시 파내기가 불가능했다.

"젠장···. 일이 꼬이네."

난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녀석을 잡고 있을게요."

일단 무너진 굴 틈이 조금 비어 있어서 서로 대화는 가능했다.

"풍도씨···."

"그쪽에서 녀석을 유인한다면 둘이 희생되는 건데, 차라리 내가 희생되는 게 맞죠. 아니면 저 혼자 도망갈까요? 포탈도 없어서 얼마 도망도 못 칠걸요."

대답은 없었다.

길드용병의 진지한 음성이 천천히 들려왔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미안하네. 꼭 되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

"네···. 그럼 전 뒤로 더 빠져서 녀석에게 땅굴 틈으로 마법이나 날리며 유인해볼 테니 조용히 도망쳐 주세요."

난 천천히 뒤로 기어갔다.

차라리 뒤쪽으로 얼굴을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러면 땅굴 밖을 볼 수도 없으니 상황 판단이 안 되어 모르겠다.

대충 덩치 큰 괴물이라 어디쯤 있는지는 울림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마법이라도 사용해서 약을 올리려고 했지만, 발바닥으로 마법을 쓸 수는 없으니 그냥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 최대한 이 괴물 녀석을 내 쪽에 붙잡아 두어야 한다.

녀석이 뭔가 화가 났는지 땅굴을 파는 게 마치손으로 땅을 마구 치기 시작했다.

[ 우르르 ]

아까도 땅굴이 무너졌었는데···. 이러다 무너지겠다.

[ 우르르 ]

내 얼굴 쪽으로 땅굴이 무너지는 게 보였고 난 어쩔 수 없이 뒤로 기어가야 했다.

괴물의 내 소리를 들었는지 다시 후벼 파기 시작했다.

녀석이 땅굴을 후빌 때 바다 다리에서 바람이 느껴졌다.

아마도 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녀석에게 잡힐 것 같았다.

앞으로 더 기어갈 수도 없었고···.

"아···. 진짜 죽겠네···."

최대한 다리를 모았다. 좁은 공간이라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급히 무릎 쪽 흙을 손으로 파헤쳐 공간을 만들어 이 좁은 통로에서 다리를 접었다.

녀석이 유관으로 보였던 내 다리가 안 보이자 화가 났는지 땅굴을 마구 치기 시작했다.

[ 쿵! 쿵! 우르르 쿵! 쿵! ]

내가 있던 땅굴이 내려앉아 버렸다.

몸을 웅크린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뭔가 잠잠했다. 이 괴물 녀석 설마 돌아간 건가?

"우아악!"

내가 소리를 질렀고 괴물의 음성이 되돌아왔다.

"끼에에엑!"

정확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녀석이 있던 곳도 무너진 것 같았다. 설마 녀석도 땅에 묻혀 버린 건가?

신경질적인 음성은 들리지만, 녀석이 움직이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왠지 지금 상황이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그럼 둘은 일단 무사히 던전을 나갔을 거다.


* * *


처음엔 언제 돌아오나?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찾아낼까?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배가 고파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엔

정말로 오긴 할까로 생각은 변했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6시간은 흐른 것 같았다.

이런 마을에서 예상외 강력한 괴물이 등장해서 강력한 파티를 구성하는 게 힘들어, 어쩌면 다른 마을에 가서 인원을 모았을지도 모르겠다.

괴물이 뭔가 했는진 모르지만 지독한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묻힌 땅속에 있는데 얼굴만 겨우 좁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데 이런 고약한 냄새가 나니 더 미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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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압류···. 빚쟁이 18.03.22 185 2 7쪽
2 더러운 년 18.03.21 221 1 9쪽
1 죽었더니 다른 사람의 몸으로 +2 18.03.21 33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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